[ESG][ESG] 불용 재고를 활용하는 휴고 보스의 ‘에이트야즈’ 프로젝트

신아랑 에디터
2025-02-26

불용 재고를 활용하는 휴고 보스의 ‘에이트야즈’ 프로젝트

대량 생산·잉여 재고로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 심각

에이트야즈 설립해 업사이클링 통한 상품 개발 박차

 

휴고보스의 순환경제를 위한 신규 법인 에이트야즈
 

최근 패션 산업에서는 유행의 빠른 변화와 대량 생산 체계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재고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고급 브랜드는 할인 판매로 인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재고 의류를 폐기하거나 소각하기도 하는데, 이는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로 이어져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해결되지 않은 과잉 생산과 잉여 원단 문제는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 부담과 지속 가능성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패션업계는 기존 제품을 재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제품을 업사이클링하거나 리디자인해 과잉 생산과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휴고보스, ‘에이트야즈 설립’ 이지미 제고·환경 보호


독일 메칭엔에 있는 휴고 보스 본사 [사진=위키백과]


독일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 휴고 보스(Hugo Boss)는 최근 신규법인 ‘에이트야즈(Eightyards GmbH, www.eightyards.de)’를 설립하며 자원 순환 모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휴고 보스는 과중되는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선형적 생산(생산 → 소비 → 폐기) 시스템이 아닌 순환 경제 개념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1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에이트야즈’는 재고로 남아 있는 미판매 제품과 잉여 원단을 기반으로 리셀링, 리유징, 업&다운 사이클링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휴고 보스 관계자는 “고급 브랜드 특유의 품질과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재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에이트야즈를 설립했다”며 “재고를 할인 판매하거나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사이클링을 통해 독자적인 컬렉션과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휴고 보스는 미판매 제품과 잉여 원단을 종류·소재·디자인 가능성 등에 따라 꼼꼼히 분류한 뒤 재설계와 재가공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의류로 탄생시킨다. 이때 본사 디자인팀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최신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업한다.

 

#고도화 기술과 접목한 재활용 솔루션


휴고 보스는 폐기물에서 얻은 재료를 재활용하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순환 경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휴보고스 홈페이지]


이 과정에서 에이트야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이트야즈는 고도화된 기술을 활용해 의류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새로운 섬유로 재가공하거나 원단에서 고품질 소재만을 추출하는 등 다양한 재활용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도입하기 위해 다른 재활용 기술 기업들과도 협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재가공된 제품은 엄격한 품질 테스트와 내구성 평가를 거친 뒤 ‘에이트야즈’ 라벨을 달고 시장에 선보인다. 재생된 소재는 휴고 보스가 새롭게 선보이는 컬렉션이나 업사이클링 상품 개발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휴고 보스는 브랜드 가치 제고와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패션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휴고 보스처럼 인지도 높은 고급 브랜드가 직접 법인을 세워 업사이클링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이들은 “브랜드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해 새 라인업을 선보이려는 전략이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 환경 살리고 상품 가치 높여...소비자 ‘가치 소비’도 한몫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의류 수거와 중고 재판매 프로그램을 도입해 소비자가 직접 재활용과 순환 경제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휴고 보스처럼 재고 자산을 새로운 브랜드 라인으로 완전히 재탄생시키려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드문 사례다. 국내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래코드’가 선구적으로 업사이클 솔루션을 도입한 비즈니스 모델로 글로벌 진출까지 성공했다.


Hugo Boss


에이트야즈가 선보일 새로운 컬렉션이 브랜드 DNA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어떻게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업사이클링 제품이 과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라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만큼 적절한 마케팅과 품질 관리가 뒤따른다면 오히려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지금까지 패션 기업들은 재고 의류를 할인 판매하거나 소각하는 외에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웠다. 최근 들어서는 의류 수거, 중고 매입 재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휴고 보스의 경우 기존의 재고 자산을 새로운 브랜드 라인으로 업그레이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행보로 평가된다.

 

# ‘지속가능성’ 트렌드 이끄는 패션업계...‘가치 소비’ 맞물려


인증된 목재 펄프로 만든 심리스 고성능 폴로 셔츠. 사진=휴고 보스 홈페이지


지난 2024년 어려웠던 경기로 인해 국내 패션 기업들의 재고 부담은 가중되었다. 특히 과중된 겨울 재고로 기업의 존폐위기에 놓일 만큼 어려움에 처한 기업도 있을 것이다.

글로벌 패션 기업들은 잉여 원단과 불필요한 재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속가능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 H&M은 오래된 옷을 새 옷으로 재탄생시키는 의류 수거 프로그램을 전 세계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고, 수거된 옷은 일부 재활용 원단으로 재탄생해 H&M의 ‘컨셔스(Conscious) 컬렉션’ 등에서 활용된다.

리바이스는 ‘Levi’s Recrafted’ 프로젝트를 통해 중고 청바지와 잉여 원단을 재조합한 업사이클링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고 청바지를 직접 매입·수선·세탁하여 리셀(Resell)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혁신과 재활용 공정은 변화하는 소비자 인식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최근 소비자들은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생산 방식에 관한 관심이 많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제품의 전 생산 과정을 꼼꼼히 평가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신아랑 에디터 thin567@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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