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패션 공급망 혁신 리포트 ③]
‘많이 만드는 공장’에서 ‘빨리 대응하는 파트너’로
G-패션 제조산업 세미나, 서비스형 제조·신속 리오더·현장AX를 생존전략으로 제시

이강숙 금천구 지역경제과 과장
온라인 브랜드와 플랫폼이 패션시장의 주도권을 쥐면서 국내 의류 제조기업의 경쟁 기준도 ‘생산량’에서 ‘시장 대응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 임가공과 OEM 생산을 넘어 상품기획과 소싱, 테스트 생산, 신속 리오더까지 책임지는 공급망 파트너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특별시와 서울시 금천패션제조지원센터는 지난 7월 24일 금천구 G밸리 기업시민청에서 ‘온라인 브랜드 시대, 제조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G-패션 제조산업 활성화 기업세미나’를 개최했다.

7월 24일 개최한 G-패션 제조산업 활성화 기업세미나
행사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 금천패션제조지원센터가 주관했으며, 금천구청과 서울의류협회가 협력하고 디토앤디토가 기획·운영을 맡았다.
이날 정인기 디토앤디토 대표, 백찬 스티치잇(팩토리유니콘) 대표, 이동현 FCL코리아 대표는 온라인 브랜드 성장과 소싱 구조 변화, 인공지능 전환이 제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 생산업체 넘어 브랜드의 ‘외부 상품기획실’로
정인기 디토앤디토 대표
첫 번째 세션에서 정인기 디토앤디토 대표는 ‘디지털 생태계의 본질과 패션 제조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주제로 시장 변화와 제조기업의 역할 전환을 강조했다.
국내 패션시장은 백화점과 전통 브랜드 중심에서 네이버·쿠팡·무신사·29CM·W컨셉 등 온라인 플랫폼과 D2C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쉬인과 테무 등 플랫폼이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생산량과 가격을 결정하면서 대량생산 중심의 기존 경쟁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제조기업은 주문받은 제품을 생산하는 후방 사업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브랜드의 상품기획과 소재 선택, 샘플 개발, 생산, 추가 발주까지 함께 설계하는 서비스형 제조기업으로 역할을 넓혀야 한다.
국내 제조업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대형 공장과 단가로 경쟁하기 어렵지만 소비시장과 가깝고, 샘플 완성도와 품질관리 능력이 높으며, 브랜드와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G패션 제조산업 활성화 기업세미나
특히 온라인 브랜드는 처음부터 대량 발주하기보다 소량으로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판매가 검증된 상품을 추가 생산한다. 제조기업도 최소주문수량을 단순한 소량 주문이 아니라 브랜드의 시장 검증을 위한 테스트 생산으로 이해해야 한다.
소량 테스트와 신속한 리오더, 원부자재 확보와 납기 단축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다면 서울 의류 제조기업은 해외 대량생산 공장과 차별화할 수 있다. 제조기업이 판매가격에 적합한 제품 사양과 소재를 제안하고 패턴·샘플·원가·품질·납기까지 관리하면 브랜드의 외부 상품기획실이자 생산본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최저단가보다 QCD…전문성을 브랜드화해야
백찬 스티치잇 대표
백찬 스티치잇 대표는 ‘소싱 패러다임 변화와 제조기업 대응 전략’을 통해 브랜드와 제조기업의 관계가 발주·납품 중심에서 장기적인 공동사업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생산주기가 짧아진 상황에서는 브랜드가 디자인과 수량, 납기를 제시하고 제조기업이 가격만 회신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거래를 유지하기 어렵다.
제조기업은 브랜드의 목표 판매가격과 마진, 예상 판매량, 출시 일정과 품질 우선순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 가격에는 생산할 수 없다”는 답변에 그치기보다 소재와 공정, 수량과 납기를 조정해 목표가격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야 한다.
제조업의 경쟁력도 최저단가가 아니라 품질·비용·납기를 의미하는 QCD(Quality·Cost·Delivery)의 균형에서 결정된다. 제품 특성에 따라 품질과 가격, 납기 중 무엇을 우선할지 판단하고 최적의 생산방식을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제조기업의 전문성과 강점을 외부에 명확히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모든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소개하기보다 여성 재킷, 팬츠, 니트, 셔츠 등 주력 품목과 소량 생산, 단납기, 고난도 봉제, 원가 경쟁력 등의 차별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최소주문수량과 평균 납기, 월 생산능력, 보유 설비와 주요 거래 경험을 표준화해 알리는 것은 제조기업 자체를 브랜드화하는 과정이다. 특정 분야에서 신뢰를 쌓은 제조기업은 단순 단가 경쟁을 넘어 전문성과 대응력에 대한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다.
# AI보다 데이터가 먼저…지원사업도 실제 발주로 이어져야
이동현 FCL코리아 대표
이동현 FCL코리아 대표는 ‘패션기업의 AX 현황과 제조업의 미래’를 주제로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이 대규모 스마트공장보다 현장의 작은 업무혁신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는 문서와 보고서 작성, 이미지 시각화, 데이터 분석, 원가 계산과 수요예측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원단과 제품 이미지를 AI로 구현하면 브랜드와 제조기업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일 수 있고, 매출과 발주자료를 분석하면 판매 추이와 납기, 불량률과 재고 현황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과거 원가자료가 축적돼 있다면 새로운 제품의 예상 원가를 산출하거나 공장별 품질과 납기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조업의 AX를 로봇과 자동화 설비에 한정하지 않고 영업·견적·샘플·생산관리·의사결정 전반의 혁신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AI 활용에 앞서 기업 내부에 흩어진 데이터를 정리해야 한다. 거래처별 발주 내역, 품목별 생산수량, 원단 가격, 공임, 불량률, 납기와 작업시간이 수기 장부나 개인 파일, 메신저에 분산돼 있으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작업지시서와 견적서, 생산일정표, 품질검사표를 표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별 제조기업의 노력만으로 산업 전환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와 자치구, 지원기관, 대학, 협회와 민간기업이 역할을 나누고 제조기업의 역량 진단부터 브랜드 매칭, 샘플 개발, 테스트 생산과 리오더까지 연결해야 한다.
지원사업 역시 일회성 교육이나 장비 제공에 머물지 않고 실제 거래와 발주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단순히 제조기업 명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생산 수요를 구체화하고 적합한 제조기업과 연결해 계약과 반복 생산까지 관리하는 공급망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정인 서울시 금천패션제조지원센터 센터장
이번 세미나가 제시한 국내 의류 제조업의 생존전략은 명확하다. 단순 OEM에서 서비스형 제조기업으로 전환하고, 대량생산보다 소량 테스트와 신속 리오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별 전문성을 브랜드화하고 견적·원가·생산관리 등 현장 업무부터 AI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온라인 브랜드와 AI가 이끄는 시장에서 제조업의 미래는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보다 브랜드의 요구와 시장 반응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는가에 달려 있다.

G패션 제조산업 활성화 기업세미나 기념 단체 촬영
생산기업에서 솔루션기업으로, 임가공업체에서 브랜드의 성장 파트너로의 전환이 서울 의류 제조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결정할 전망이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
[대한민국 패션 공급망 혁신 리포트 ③]
‘많이 만드는 공장’에서 ‘빨리 대응하는 파트너’로
이강숙 금천구 지역경제과 과장
온라인 브랜드와 플랫폼이 패션시장의 주도권을 쥐면서 국내 의류 제조기업의 경쟁 기준도 ‘생산량’에서 ‘시장 대응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 임가공과 OEM 생산을 넘어 상품기획과 소싱, 테스트 생산, 신속 리오더까지 책임지는 공급망 파트너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특별시와 서울시 금천패션제조지원센터는 지난 7월 24일 금천구 G밸리 기업시민청에서 ‘온라인 브랜드 시대, 제조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G-패션 제조산업 활성화 기업세미나’를 개최했다.
7월 24일 개최한 G-패션 제조산업 활성화 기업세미나
행사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 금천패션제조지원센터가 주관했으며, 금천구청과 서울의류협회가 협력하고 디토앤디토가 기획·운영을 맡았다.
이날 정인기 디토앤디토 대표, 백찬 스티치잇(팩토리유니콘) 대표, 이동현 FCL코리아 대표는 온라인 브랜드 성장과 소싱 구조 변화, 인공지능 전환이 제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 생산업체 넘어 브랜드의 ‘외부 상품기획실’로
첫 번째 세션에서 정인기 디토앤디토 대표는 ‘디지털 생태계의 본질과 패션 제조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주제로 시장 변화와 제조기업의 역할 전환을 강조했다.
국내 패션시장은 백화점과 전통 브랜드 중심에서 네이버·쿠팡·무신사·29CM·W컨셉 등 온라인 플랫폼과 D2C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쉬인과 테무 등 플랫폼이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생산량과 가격을 결정하면서 대량생산 중심의 기존 경쟁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제조기업은 주문받은 제품을 생산하는 후방 사업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브랜드의 상품기획과 소재 선택, 샘플 개발, 생산, 추가 발주까지 함께 설계하는 서비스형 제조기업으로 역할을 넓혀야 한다.
국내 제조업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대형 공장과 단가로 경쟁하기 어렵지만 소비시장과 가깝고, 샘플 완성도와 품질관리 능력이 높으며, 브랜드와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G패션 제조산업 활성화 기업세미나
특히 온라인 브랜드는 처음부터 대량 발주하기보다 소량으로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판매가 검증된 상품을 추가 생산한다. 제조기업도 최소주문수량을 단순한 소량 주문이 아니라 브랜드의 시장 검증을 위한 테스트 생산으로 이해해야 한다.
소량 테스트와 신속한 리오더, 원부자재 확보와 납기 단축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다면 서울 의류 제조기업은 해외 대량생산 공장과 차별화할 수 있다. 제조기업이 판매가격에 적합한 제품 사양과 소재를 제안하고 패턴·샘플·원가·품질·납기까지 관리하면 브랜드의 외부 상품기획실이자 생산본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최저단가보다 QCD…전문성을 브랜드화해야
백찬 스티치잇 대표는 ‘소싱 패러다임 변화와 제조기업 대응 전략’을 통해 브랜드와 제조기업의 관계가 발주·납품 중심에서 장기적인 공동사업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생산주기가 짧아진 상황에서는 브랜드가 디자인과 수량, 납기를 제시하고 제조기업이 가격만 회신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거래를 유지하기 어렵다.
제조기업은 브랜드의 목표 판매가격과 마진, 예상 판매량, 출시 일정과 품질 우선순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 가격에는 생산할 수 없다”는 답변에 그치기보다 소재와 공정, 수량과 납기를 조정해 목표가격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야 한다.
제조업의 경쟁력도 최저단가가 아니라 품질·비용·납기를 의미하는 QCD(Quality·Cost·Delivery)의 균형에서 결정된다. 제품 특성에 따라 품질과 가격, 납기 중 무엇을 우선할지 판단하고 최적의 생산방식을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제조기업의 전문성과 강점을 외부에 명확히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모든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소개하기보다 여성 재킷, 팬츠, 니트, 셔츠 등 주력 품목과 소량 생산, 단납기, 고난도 봉제, 원가 경쟁력 등의 차별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최소주문수량과 평균 납기, 월 생산능력, 보유 설비와 주요 거래 경험을 표준화해 알리는 것은 제조기업 자체를 브랜드화하는 과정이다. 특정 분야에서 신뢰를 쌓은 제조기업은 단순 단가 경쟁을 넘어 전문성과 대응력에 대한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다.
# AI보다 데이터가 먼저…지원사업도 실제 발주로 이어져야
이동현 FCL코리아 대표는 ‘패션기업의 AX 현황과 제조업의 미래’를 주제로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이 대규모 스마트공장보다 현장의 작은 업무혁신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는 문서와 보고서 작성, 이미지 시각화, 데이터 분석, 원가 계산과 수요예측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원단과 제품 이미지를 AI로 구현하면 브랜드와 제조기업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일 수 있고, 매출과 발주자료를 분석하면 판매 추이와 납기, 불량률과 재고 현황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과거 원가자료가 축적돼 있다면 새로운 제품의 예상 원가를 산출하거나 공장별 품질과 납기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조업의 AX를 로봇과 자동화 설비에 한정하지 않고 영업·견적·샘플·생산관리·의사결정 전반의 혁신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AI 활용에 앞서 기업 내부에 흩어진 데이터를 정리해야 한다. 거래처별 발주 내역, 품목별 생산수량, 원단 가격, 공임, 불량률, 납기와 작업시간이 수기 장부나 개인 파일, 메신저에 분산돼 있으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작업지시서와 견적서, 생산일정표, 품질검사표를 표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별 제조기업의 노력만으로 산업 전환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와 자치구, 지원기관, 대학, 협회와 민간기업이 역할을 나누고 제조기업의 역량 진단부터 브랜드 매칭, 샘플 개발, 테스트 생산과 리오더까지 연결해야 한다.
지원사업 역시 일회성 교육이나 장비 제공에 머물지 않고 실제 거래와 발주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단순히 제조기업 명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생산 수요를 구체화하고 적합한 제조기업과 연결해 계약과 반복 생산까지 관리하는 공급망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가 제시한 국내 의류 제조업의 생존전략은 명확하다. 단순 OEM에서 서비스형 제조기업으로 전환하고, 대량생산보다 소량 테스트와 신속 리오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별 전문성을 브랜드화하고 견적·원가·생산관리 등 현장 업무부터 AI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온라인 브랜드와 AI가 이끄는 시장에서 제조업의 미래는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보다 브랜드의 요구와 시장 반응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는가에 달려 있다.
G패션 제조산업 활성화 기업세미나 기념 단체 촬영
생산기업에서 솔루션기업으로, 임가공업체에서 브랜드의 성장 파트너로의 전환이 서울 의류 제조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결정할 전망이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