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제품이 아니라 철학을 산다”
엄운현 대표, PID서 “K 패션, 유럽시장 진출 위한 전략” 강연

엄운현 모이나 대표
대구에서 열린 ‘프리뷰 인 대구 2026(PID)’ 무대에서 LVMH 그룹 브랜드 모이나(Moynat)코리아를 이끄는 엄운현 대표는 K-패션의 유럽 시장 진출 전략을 주제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샤넬, 코치, 버버리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지금 유럽 소비자에게 K-패션은 낯선 존재가 아니라 이미 관심의 대상이 된 문화”라면서도 “그러나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류 콘텐츠의 영향으로 K-스타일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한 기회지만, 그것 만으로 유럽 패션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 패션 시장의 본질과 K-패션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짚으며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전략을 제시했다.
# 유럽 시장은 “제품이 아닌 브랜드 세계관을 산다”
[사진=미스소희 홈페이지]
엄 대표는 유럽 패션 시장의 특징을 한마디로 ‘철학 중심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파리, 밀라노, 런던 등 유럽의 패션 수도들은 단순히 트렌드를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축적된 미학과 장인정신, 브랜드 역사 위에서 산업이 형성된 곳이다. 특히 파리는 오뜨꾸뛰르의 중심지로, 브랜드가 단순한 상품 판매자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세계관을 제시해야만 시장에서 인정받는다.
이 때문에 유럽 시장에서는 제품 경쟁력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브랜드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그 철학이 디자인과 공간,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어떻게 일관되게 구현되는지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엄 대표는 “유럽 소비자들은 제품보다 브랜드가 전달하는 가치와 서사를 먼저 본다”며 “100년이 넘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여전히 강력한 이유는 제품보다 브랜드 스토리를 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완성도에 대한 집요함’이다. 그는 프랑스 패션 산업의 색감과 소재에 대한 집착을 예로 들며,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십 번의 테스트를 반복하는 장인정신이 유럽 패션 산업의 뿌리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속도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브랜드 철학을 깊이 있게 축적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젠틀몬스터·미스소희·우영미...K 패션 성공사례
[사진=젠틀몬스터]
엄 대표는 유럽 시장에서 주목받은 K-패션 사례로 젠틀몬스터, 미스소희, 우영미 세 브랜드를 언급했다. 세 브랜드는 서로 다른 카테고리와 전략을 갖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강력한 브랜드 철학’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교집합을 가진다.
‘젠틀몬스터’는 단순한 아이웨어 브랜드를 넘어 공간 자체를 하나의 미디어로 활용하는 ‘스페이스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매장을 전시 공간처럼 구성하고 키네틱 아트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브랜드 경험 자체를 콘텐츠로 만든 전략은 LVMH의 투자를 이끌어낸 결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박소희 디자이너의 ‘미스소희’는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파리 오뜨 꾸뛰르 무대에 진입한 사례다. 한국 전통 장식 미학과 꾸뛰르 테크닉을 결합해 새로운 럭셔리 미학을 제시했고, SNS를 통해 글로벌 팬덤을 먼저 확보한 뒤 하이엔드 시장으로 확장했다.
‘우영미’는 가장 정통적인 방식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 사례다. 2000년대 초 파리에서 브랜드를 시작한 이후 20년 이상 동일한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 방향을 유지하며 브랜드 자산을 축적했고, 지금은 파리 주요 백화점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엄 대표는 “세 브랜드의 전략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며 “한국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학을 제시했고, 브랜드 철학을 장기적으로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 유럽 진출 5가지 조건 ‘철학, 미학, 디지털, 단계적 유통, 지속가능성’

그는 이번 강연에서 K-패션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철학을 팔아라’라는 것이다.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 라인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이야기이며, 브랜드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가 구매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된다.
두 번째는 ‘새로운 미학의 창조’다. 유럽 소비자들은 기존 럭셔리에 익숙해져 있으며, 새로운 문화적 자극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한국 전통 미학이나 동양적 감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디지털 전략이다. 유럽 시장 역시 SNS와 콘텐츠 기반 소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한류 콘텐츠와 연결된 디지털 마케팅은 K-패션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네 번째는 단계적 유통 전략이다. 그는 유럽 시장 진입 과정에서 편집숍 입점, 팝업스토어 운영, 플래그십 스토어 구축 순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유럽 패션 산업은 ESG와 환경 규제가 빠르게 강화되고 있으며, 특히 EU가 추진 중인 디지털 제품 여권(DPP) 제도는 브랜드의 공급망 투명성과 친환경 전략을 요구하는 핵심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엄 대표는 “지속가능성은 이제 브랜드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진입을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말했다.
# “결국 답은 뚝심이다”
강연의 마지막 메시지는 단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브랜드들은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자산을 축적했다는 것이다.
그는 “K-패션이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라며 “유럽 시장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장이지만, 브랜드 철학과 아이덴티티를 꾸준히 축적한다면 반드시 기회는 열린다”고 강조했다.
한류의 확산으로 K-패션은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 그러나 유럽 시장에서 진정한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쫓는 속도보다 브랜드 철학을 구축하는 깊이가 더 중요하다. 엄 대표가 말한 것처럼,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는 ‘가장 오래 자신의 이야기를 지켜낸 브랜드’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강연은 2026 PID 부대행사로 진행됐으며, 대구패션산학협의체(D-FIACA)와 계명대학교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글로벌 패션 마케팅 & 패션테크 전문인력양성사업’의 일환으로 3월 5일 EXCO 서관 PID 전시장 내 컨퍼런스장에서 성료됐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
“유럽은 제품이 아니라 철학을 산다”
엄운현 모이나 대표
대구에서 열린 ‘프리뷰 인 대구 2026(PID)’ 무대에서 LVMH 그룹 브랜드 모이나(Moynat)코리아를 이끄는 엄운현 대표는 K-패션의 유럽 시장 진출 전략을 주제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샤넬, 코치, 버버리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지금 유럽 소비자에게 K-패션은 낯선 존재가 아니라 이미 관심의 대상이 된 문화”라면서도 “그러나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류 콘텐츠의 영향으로 K-스타일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한 기회지만, 그것 만으로 유럽 패션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 패션 시장의 본질과 K-패션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짚으며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전략을 제시했다.
# 유럽 시장은 “제품이 아닌 브랜드 세계관을 산다”
엄 대표는 유럽 패션 시장의 특징을 한마디로 ‘철학 중심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파리, 밀라노, 런던 등 유럽의 패션 수도들은 단순히 트렌드를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축적된 미학과 장인정신, 브랜드 역사 위에서 산업이 형성된 곳이다. 특히 파리는 오뜨꾸뛰르의 중심지로, 브랜드가 단순한 상품 판매자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세계관을 제시해야만 시장에서 인정받는다.
이 때문에 유럽 시장에서는 제품 경쟁력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브랜드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그 철학이 디자인과 공간,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어떻게 일관되게 구현되는지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엄 대표는 “유럽 소비자들은 제품보다 브랜드가 전달하는 가치와 서사를 먼저 본다”며 “100년이 넘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여전히 강력한 이유는 제품보다 브랜드 스토리를 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완성도에 대한 집요함’이다. 그는 프랑스 패션 산업의 색감과 소재에 대한 집착을 예로 들며,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십 번의 테스트를 반복하는 장인정신이 유럽 패션 산업의 뿌리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속도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브랜드 철학을 깊이 있게 축적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젠틀몬스터·미스소희·우영미...K 패션 성공사례
엄 대표는 유럽 시장에서 주목받은 K-패션 사례로 젠틀몬스터, 미스소희, 우영미 세 브랜드를 언급했다. 세 브랜드는 서로 다른 카테고리와 전략을 갖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강력한 브랜드 철학’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교집합을 가진다.
‘젠틀몬스터’는 단순한 아이웨어 브랜드를 넘어 공간 자체를 하나의 미디어로 활용하는 ‘스페이스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매장을 전시 공간처럼 구성하고 키네틱 아트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브랜드 경험 자체를 콘텐츠로 만든 전략은 LVMH의 투자를 이끌어낸 결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박소희 디자이너의 ‘미스소희’는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파리 오뜨 꾸뛰르 무대에 진입한 사례다. 한국 전통 장식 미학과 꾸뛰르 테크닉을 결합해 새로운 럭셔리 미학을 제시했고, SNS를 통해 글로벌 팬덤을 먼저 확보한 뒤 하이엔드 시장으로 확장했다.
‘우영미’는 가장 정통적인 방식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 사례다. 2000년대 초 파리에서 브랜드를 시작한 이후 20년 이상 동일한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 방향을 유지하며 브랜드 자산을 축적했고, 지금은 파리 주요 백화점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엄 대표는 “세 브랜드의 전략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며 “한국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학을 제시했고, 브랜드 철학을 장기적으로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 유럽 진출 5가지 조건 ‘철학, 미학, 디지털, 단계적 유통, 지속가능성’
그는 이번 강연에서 K-패션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철학을 팔아라’라는 것이다.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 라인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이야기이며, 브랜드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가 구매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된다.
두 번째는 ‘새로운 미학의 창조’다. 유럽 소비자들은 기존 럭셔리에 익숙해져 있으며, 새로운 문화적 자극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한국 전통 미학이나 동양적 감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디지털 전략이다. 유럽 시장 역시 SNS와 콘텐츠 기반 소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한류 콘텐츠와 연결된 디지털 마케팅은 K-패션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네 번째는 단계적 유통 전략이다. 그는 유럽 시장 진입 과정에서 편집숍 입점, 팝업스토어 운영, 플래그십 스토어 구축 순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유럽 패션 산업은 ESG와 환경 규제가 빠르게 강화되고 있으며, 특히 EU가 추진 중인 디지털 제품 여권(DPP) 제도는 브랜드의 공급망 투명성과 친환경 전략을 요구하는 핵심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엄 대표는 “지속가능성은 이제 브랜드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진입을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말했다.
# “결국 답은 뚝심이다”
강연의 마지막 메시지는 단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브랜드들은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자산을 축적했다는 것이다.
그는 “K-패션이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라며 “유럽 시장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장이지만, 브랜드 철학과 아이덴티티를 꾸준히 축적한다면 반드시 기회는 열린다”고 강조했다.
한류의 확산으로 K-패션은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 그러나 유럽 시장에서 진정한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쫓는 속도보다 브랜드 철학을 구축하는 깊이가 더 중요하다. 엄 대표가 말한 것처럼,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는 ‘가장 오래 자신의 이야기를 지켜낸 브랜드’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강연은 2026 PID 부대행사로 진행됐으며, 대구패션산학협의체(D-FIACA)와 계명대학교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글로벌 패션 마케팅 & 패션테크 전문인력양성사업’의 일환으로 3월 5일 EXCO 서관 PID 전시장 내 컨퍼런스장에서 성료됐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