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텍2026, 1330명이 만든 K-패션 ‘팀 AX’의 시작
F&F·한섬·K2·BYN·쏠리드·이터널·JC 등 주요 패션기업 경영자·실무자 총출동
한 기업에서 수십 명씩 동반 참가…같이 듣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실행하는 AX
국내 니어쇼어링·반응생산과 중국·베트남 ODM을 결합한 ‘듀얼 공급망’ 제시

2026 설텍 행사장
AI 전환은 최고경영자 한 사람의 결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혁신 담당자 한두 명이 외부 강연을 듣고 돌아와 조직을 설득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상품기획과 디자인, 생산, 소싱, 마케팅, CRM, IT가 함께 듣고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회사의 어떤 문제에 AI를 연결할 것인가’, ‘부서마다 흩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 것인가’, ‘누가 실행하고 누가 최종 판단할 것인가’를 팀과 기업 전체가 함께 풀어야 비로소 AX가 시작된다.
지난 9월 9~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1층 DDP쇼룸에서 열린 ‘SEOUL Tex & Tech 2026(설텍2026)’은 이 원칙을 현장에서 증명했다. 최종 집계 1,330명. F&F·한섬·삼성물산 패션부문·K2그룹·BYN그룹·코오롱인더스트리FnC를 비롯해 중견 패션기업과 디자이너 브랜드, 이커머스 기반 신진 브랜드의 경영자와 실무자가 함께 DDP로 향했다.
한 회사에서 수십 명이 동시에 참석한 모습은 단순한 흥행 지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설텍이 업계 동향을 듣는 외부 행사를 넘어 경영진과 실무진이 함께 미래의 일하는 방식을 학습하는 ‘산업 워크숍’으로 진화했다는 뜻이다. 올해 주제 ‘BUILD WITH AI. SCALE GLOBALLY’는 강연장의 구호가 아니라 패션기업이 조직과 공급망을 다시 설계하기 위한 공동 과제가 됐다.
# 1,330명이 DDP로 향한 이유…AX가 ‘개인의 관심’에서 ‘기업의 공동 과제’로

2026 설텍 컨퍼런스장
설텍2026의 가장 강력한 장면은 유명 연사나 새로운 솔루션만이 아니었다. 대표와 임원, MD와 디자이너, 생산·소싱과 마케팅·IT 담당자가 같은 강연을 듣고 같은 데모 앞에서 질문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경영진은 변화의 방향과 투자 우선순위를 확인하고, 실무진은 이를 현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살폈다.
기업별 사전등록 인원을 보면 참여의 밀도가 더욱 선명하다. 제이씨패밀리 59명, 쏠리드 29명, F&F 27명, 이새FNC 25명, K2그룹과 크리에이션엘 각각 21명, BYN그룹 18명, 이터널그룹 17명, 위비스 16명으로 집계됐다.
제이씨패밀리에서는 LAP·플라스틱아일랜드·에고이스트·마크앤로나, F&F에서는 MLB·MLB KIDS·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세르지오 타키니 관련 인력이 폭넓게 참여했다. 쏠리드에서는 우영미와 솔리드옴므, K2그룹에서는 K2·아이더·와이드앵글·다이나핏·노르디스크, BYN그룹에서는 블랙야크와 마운티아 구성원이 설텍을 찾았다.

이 밖에도 한섬, 삼성물산 패션부문,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미스토홀딩스, 한세실업, 데상트코리아, 젝시믹스, 한성에프아이, 인디에프, 티엔제이, 아이디룩, 지엔코, 에스제이그룹, GSGM, 에프에이모스트, 에스엔패션그룹, 지티에스글로벌, 아뜨랑스, 어메이징크리 등이 현장을 찾았다. OJOS, 미치코런던, 라임라이크 등 디자이너 및 이커머스 기반 브랜드도 함께했다.
이 같은 ‘팀 단위 참석’은 주최 측이 설텍을 기획한 취지와 맞닿아 있다. AX와 혁신은 경영자의 독단적 지시로도, 담당자 한두 명의 역량으로도 지속될 수 없다. 경영진이 방향을 정하고 실무진이 현장의 문제를 제시하며, 여러 부서가 함께 적용 범위와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함께 듣고, 함께 고민하고, 각자의 언어를 하나의 실행계획으로 바꾸는 것. 주요 기업들은 실제 집단 참여로 그 필요성을 보여줬다.
# ‘솔루션 쇼핑’이 아니라 기업 OS 재설계…같이 들어야 실행이 시작된다

2026 설텍 컨퍼런스장
첫날 ‘BUILD WITH AI - Human + AI Operating System’은 AI를 개별 업무의 편의 기능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운영체계로 바라봤다. 한국오라클, 센트릭소프트웨어, 트렌드인코리아, 채널코퍼레이션, 스타일AI, 스튜디오랩, 더라커룸, IFTF의 강연은 데이터와 상품기획, 소비자, CRM, 디자인, 콘텐츠, 제조와 조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다.
김은희 한국오라클 상무는 “데이터를 AI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AI를 데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트릭소프트웨어는 AI의 투자효과를 단순 작업시간 절감이 아닌 의사결정 시간 단축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타일AI는 직원의 PC와 머릿속에 흩어진 원단·컬러·과거 상품 데이터가 브랜드의 집단지능으로 축적돼야 한다고 짚었다. 채널코퍼레이션은 AI를 CS 자동화를 넘어 구매를 돕는 온라인 점원과 CRM 에이전트로 확장했다.
둘째 날 ‘SCALE GLOBALLY’는 조직 안의 AX를 글로벌 성장으로 연결했다. LVMH MOYNAT Korea, 미스토상하이, CLO Virtual Fashion, 중국 24KR, POIZON Korea, 상하이109, 랩오브어패럴 등이 브랜드 세계관과 중국 현지화, Fashion OS, 브랜드 매니지먼트, AI 커머스, 글로벌 소싱을 다뤘다. 핵심은 해외 진출을 수출이나 플랫폼 입점이 아니라 BRAND × LOCALIZATION × DISTRIBUTION × SUPPLY CHAIN × AI OS가 결합된 반복 성장의 시스템으로 보라는 것이었다.

2026 설텍 테크존
이 모든 의제는 한 부서만 들어서는 실행하기 어렵다. 상품기획이 수요 데이터를 읽어도 생산이 이를 빠르게 반영하지 못하면 성과가 나지 않는다. 디자인이 AI로 속도를 높여도 브랜드 기준과 지식재산 관리가 없다면 일관성이 무너진다. 해외 유통이 늘어도 현지화와 재고·리오더, 공급망이 연결되지 않으면 성장을 반복할 수 없다. 설텍에 여러 직무가 함께 온 이유는 결국 ‘연결’이 혁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 국내 반응생산+해외 ODM…K-패션 공급망을 ‘선택 가능한 듀얼 엔진’으로
설텍2026의 또 다른 의미는 국내 제조 지원에만 머물지 않고 K-패션의 글로벌 스케일업에 필요한 공급망 선택지를 함께 제시했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패션허브와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 대구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서울 금천구·광진구·도봉구의 제조지원기관과 제조기업이 참여했다. 브랜드와 가까운 국내 생산기반은 빠른 샘플, 소량 생산, 판매 반응에 따른 리오더에 강점을 가진다.
동시에 자싱라요, 훈춘써니, 토핑, 신원가먼트 등 중국과 베트남에 제조 기반을 보유한 중국 ODM 기업도 참가했다. 이들은 원단과 부자재 조달, 상품개발, 규모 생산, 해외 납품 경험을 바탕으로 K-패션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물량과 원가, 품질과 납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해외 생산 옵션을 제시했다.

2026 설텍 완제품 소싱존
국내 생산과 해외 ODM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다른 쪽을 포기하는 관계가 아니다. 초기 테스트와 트렌드 대응, 소량 리오더는 국내 니어쇼어링과 반응생산으로 수행하고, 수요가 검증된 상품과 글로벌 물량은 중국·베트남 ODM으로 확장할 수 있다. 상품 특성과 판매 단계, 시장별 수요에 따라 생산 거점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듀얼 공급망’이 필요한 것이다.
이 구조를 갖추면 브랜드는 국내 제조의 민첩성과 해외 ODM의 규모·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관세와 물류, 생산 차질에도 한 국가나 한 공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설텍의 소싱관은 국내 제조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전시를 넘어 K-패션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공급망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전 플랫폼이었다.

2026 설텍 완제품 소싱존
디토앤디토와 미래섬유패션연구원(IFTF)이 공동 주최하고 디토앤디토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공동 주관한 협력 구조도 의미가 크다. 산업 네트워크와 연구·정책, 서울 패션기업 및 제조 생태계 지원 역량이 결합하면서 브랜드-테크-국내 제조-글로벌 ODM이 한 공간에서 연결될 수 있었다.
# 설텍2027, ‘좋은 강연’에서 ‘기업을 실제로 바꾸는 플랫폼’으로
네 번째 설텍은 K-패션이 AI의 가능성을 구경하는 단계를 지나 조직과 공급망을 실제로 바꾸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 1,330명이 모였다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주요 기업들이 경영진과 실무진을 함께 보냈고, 다양한 직무가 같은 질문을 공유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AX는 한 사람의 능력이나 한 부서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업 전체가 함께 설계해야 하는 경영 과제가 됐다.
2027년 다섯 번째 설텍에 대한 기대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내년에는 ‘어떤 솔루션을 도입했는가’보다 ‘그 결과 무엇이 실제로 달라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기업별 AX 적용 성과와 실패에서 얻은 교훈, 브랜드와 테크기업의 공동 프로젝트, 국내 반응생산과 해외 ODM을 결합한 공급망 운영 사례, 중국·일본·동남아 시장에서 검증된 스케일업 모델이 더 구체적으로 공유돼야 한다.

2026 설텍 행사장
설텍2027은 경영자가 비전을 듣고 실무자가 기능을 배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기업의 여러 부서가 함께 참여해 자사의 문제를 정의하고, 적합한 솔루션과 파트너를 찾고, 행사 이후 파일럿 프로젝트까지 연결하는 실행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올해 DDP에서 확인한 ‘팀 AX’의 열기를 실제 기업 변화로 이어가고, 그 성과를 다시 산업의 지식으로 축적하는 것이 다음 설텍의 역할이다.
AI는 패션의 본질을 지우는 기술이 아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시장에 구현하는 운영체계다. 글로벌 공급망 역시 값싼 생산지를 찾는 일이 아니라 시장 변화에 맞춰 가장 적합한 생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성장 인프라다. 설텍2026이 사람과 기업을 모았다면, 설텍2027은 그들이 함께 만든 변화와 성과를 보여주는 무대가 돼야 한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
설텍2026, 1330명이 만든 K-패션 ‘팀 AX’의 시작
2026 설텍 행사장
AI 전환은 최고경영자 한 사람의 결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혁신 담당자 한두 명이 외부 강연을 듣고 돌아와 조직을 설득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상품기획과 디자인, 생산, 소싱, 마케팅, CRM, IT가 함께 듣고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회사의 어떤 문제에 AI를 연결할 것인가’, ‘부서마다 흩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 것인가’, ‘누가 실행하고 누가 최종 판단할 것인가’를 팀과 기업 전체가 함께 풀어야 비로소 AX가 시작된다.
지난 9월 9~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1층 DDP쇼룸에서 열린 ‘SEOUL Tex & Tech 2026(설텍2026)’은 이 원칙을 현장에서 증명했다. 최종 집계 1,330명. F&F·한섬·삼성물산 패션부문·K2그룹·BYN그룹·코오롱인더스트리FnC를 비롯해 중견 패션기업과 디자이너 브랜드, 이커머스 기반 신진 브랜드의 경영자와 실무자가 함께 DDP로 향했다.
한 회사에서 수십 명이 동시에 참석한 모습은 단순한 흥행 지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설텍이 업계 동향을 듣는 외부 행사를 넘어 경영진과 실무진이 함께 미래의 일하는 방식을 학습하는 ‘산업 워크숍’으로 진화했다는 뜻이다. 올해 주제 ‘BUILD WITH AI. SCALE GLOBALLY’는 강연장의 구호가 아니라 패션기업이 조직과 공급망을 다시 설계하기 위한 공동 과제가 됐다.
# 1,330명이 DDP로 향한 이유…AX가 ‘개인의 관심’에서 ‘기업의 공동 과제’로
2026 설텍 컨퍼런스장
설텍2026의 가장 강력한 장면은 유명 연사나 새로운 솔루션만이 아니었다. 대표와 임원, MD와 디자이너, 생산·소싱과 마케팅·IT 담당자가 같은 강연을 듣고 같은 데모 앞에서 질문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경영진은 변화의 방향과 투자 우선순위를 확인하고, 실무진은 이를 현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살폈다.
기업별 사전등록 인원을 보면 참여의 밀도가 더욱 선명하다. 제이씨패밀리 59명, 쏠리드 29명, F&F 27명, 이새FNC 25명, K2그룹과 크리에이션엘 각각 21명, BYN그룹 18명, 이터널그룹 17명, 위비스 16명으로 집계됐다.
제이씨패밀리에서는 LAP·플라스틱아일랜드·에고이스트·마크앤로나, F&F에서는 MLB·MLB KIDS·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세르지오 타키니 관련 인력이 폭넓게 참여했다. 쏠리드에서는 우영미와 솔리드옴므, K2그룹에서는 K2·아이더·와이드앵글·다이나핏·노르디스크, BYN그룹에서는 블랙야크와 마운티아 구성원이 설텍을 찾았다.
이 밖에도 한섬, 삼성물산 패션부문,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미스토홀딩스, 한세실업, 데상트코리아, 젝시믹스, 한성에프아이, 인디에프, 티엔제이, 아이디룩, 지엔코, 에스제이그룹, GSGM, 에프에이모스트, 에스엔패션그룹, 지티에스글로벌, 아뜨랑스, 어메이징크리 등이 현장을 찾았다. OJOS, 미치코런던, 라임라이크 등 디자이너 및 이커머스 기반 브랜드도 함께했다.
이 같은 ‘팀 단위 참석’은 주최 측이 설텍을 기획한 취지와 맞닿아 있다. AX와 혁신은 경영자의 독단적 지시로도, 담당자 한두 명의 역량으로도 지속될 수 없다. 경영진이 방향을 정하고 실무진이 현장의 문제를 제시하며, 여러 부서가 함께 적용 범위와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함께 듣고, 함께 고민하고, 각자의 언어를 하나의 실행계획으로 바꾸는 것. 주요 기업들은 실제 집단 참여로 그 필요성을 보여줬다.
# ‘솔루션 쇼핑’이 아니라 기업 OS 재설계…같이 들어야 실행이 시작된다
2026 설텍 컨퍼런스장
첫날 ‘BUILD WITH AI - Human + AI Operating System’은 AI를 개별 업무의 편의 기능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운영체계로 바라봤다. 한국오라클, 센트릭소프트웨어, 트렌드인코리아, 채널코퍼레이션, 스타일AI, 스튜디오랩, 더라커룸, IFTF의 강연은 데이터와 상품기획, 소비자, CRM, 디자인, 콘텐츠, 제조와 조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다.
김은희 한국오라클 상무는 “데이터를 AI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AI를 데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트릭소프트웨어는 AI의 투자효과를 단순 작업시간 절감이 아닌 의사결정 시간 단축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타일AI는 직원의 PC와 머릿속에 흩어진 원단·컬러·과거 상품 데이터가 브랜드의 집단지능으로 축적돼야 한다고 짚었다. 채널코퍼레이션은 AI를 CS 자동화를 넘어 구매를 돕는 온라인 점원과 CRM 에이전트로 확장했다.
둘째 날 ‘SCALE GLOBALLY’는 조직 안의 AX를 글로벌 성장으로 연결했다. LVMH MOYNAT Korea, 미스토상하이, CLO Virtual Fashion, 중국 24KR, POIZON Korea, 상하이109, 랩오브어패럴 등이 브랜드 세계관과 중국 현지화, Fashion OS, 브랜드 매니지먼트, AI 커머스, 글로벌 소싱을 다뤘다. 핵심은 해외 진출을 수출이나 플랫폼 입점이 아니라 BRAND × LOCALIZATION × DISTRIBUTION × SUPPLY CHAIN × AI OS가 결합된 반복 성장의 시스템으로 보라는 것이었다.
2026 설텍 테크존
이 모든 의제는 한 부서만 들어서는 실행하기 어렵다. 상품기획이 수요 데이터를 읽어도 생산이 이를 빠르게 반영하지 못하면 성과가 나지 않는다. 디자인이 AI로 속도를 높여도 브랜드 기준과 지식재산 관리가 없다면 일관성이 무너진다. 해외 유통이 늘어도 현지화와 재고·리오더, 공급망이 연결되지 않으면 성장을 반복할 수 없다. 설텍에 여러 직무가 함께 온 이유는 결국 ‘연결’이 혁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 국내 반응생산+해외 ODM…K-패션 공급망을 ‘선택 가능한 듀얼 엔진’으로
설텍2026의 또 다른 의미는 국내 제조 지원에만 머물지 않고 K-패션의 글로벌 스케일업에 필요한 공급망 선택지를 함께 제시했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패션허브와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 대구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서울 금천구·광진구·도봉구의 제조지원기관과 제조기업이 참여했다. 브랜드와 가까운 국내 생산기반은 빠른 샘플, 소량 생산, 판매 반응에 따른 리오더에 강점을 가진다.
동시에 자싱라요, 훈춘써니, 토핑, 신원가먼트 등 중국과 베트남에 제조 기반을 보유한 중국 ODM 기업도 참가했다. 이들은 원단과 부자재 조달, 상품개발, 규모 생산, 해외 납품 경험을 바탕으로 K-패션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물량과 원가, 품질과 납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해외 생산 옵션을 제시했다.
2026 설텍 완제품 소싱존
국내 생산과 해외 ODM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다른 쪽을 포기하는 관계가 아니다. 초기 테스트와 트렌드 대응, 소량 리오더는 국내 니어쇼어링과 반응생산으로 수행하고, 수요가 검증된 상품과 글로벌 물량은 중국·베트남 ODM으로 확장할 수 있다. 상품 특성과 판매 단계, 시장별 수요에 따라 생산 거점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듀얼 공급망’이 필요한 것이다.
이 구조를 갖추면 브랜드는 국내 제조의 민첩성과 해외 ODM의 규모·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관세와 물류, 생산 차질에도 한 국가나 한 공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설텍의 소싱관은 국내 제조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전시를 넘어 K-패션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공급망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전 플랫폼이었다.
2026 설텍 완제품 소싱존
디토앤디토와 미래섬유패션연구원(IFTF)이 공동 주최하고 디토앤디토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공동 주관한 협력 구조도 의미가 크다. 산업 네트워크와 연구·정책, 서울 패션기업 및 제조 생태계 지원 역량이 결합하면서 브랜드-테크-국내 제조-글로벌 ODM이 한 공간에서 연결될 수 있었다.
# 설텍2027, ‘좋은 강연’에서 ‘기업을 실제로 바꾸는 플랫폼’으로
네 번째 설텍은 K-패션이 AI의 가능성을 구경하는 단계를 지나 조직과 공급망을 실제로 바꾸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 1,330명이 모였다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주요 기업들이 경영진과 실무진을 함께 보냈고, 다양한 직무가 같은 질문을 공유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AX는 한 사람의 능력이나 한 부서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업 전체가 함께 설계해야 하는 경영 과제가 됐다.
2027년 다섯 번째 설텍에 대한 기대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내년에는 ‘어떤 솔루션을 도입했는가’보다 ‘그 결과 무엇이 실제로 달라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기업별 AX 적용 성과와 실패에서 얻은 교훈, 브랜드와 테크기업의 공동 프로젝트, 국내 반응생산과 해외 ODM을 결합한 공급망 운영 사례, 중국·일본·동남아 시장에서 검증된 스케일업 모델이 더 구체적으로 공유돼야 한다.
2026 설텍 행사장
설텍2027은 경영자가 비전을 듣고 실무자가 기능을 배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기업의 여러 부서가 함께 참여해 자사의 문제를 정의하고, 적합한 솔루션과 파트너를 찾고, 행사 이후 파일럿 프로젝트까지 연결하는 실행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올해 DDP에서 확인한 ‘팀 AX’의 열기를 실제 기업 변화로 이어가고, 그 성과를 다시 산업의 지식으로 축적하는 것이 다음 설텍의 역할이다.
AI는 패션의 본질을 지우는 기술이 아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시장에 구현하는 운영체계다. 글로벌 공급망 역시 값싼 생산지를 찾는 일이 아니라 시장 변화에 맞춰 가장 적합한 생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성장 인프라다. 설텍2026이 사람과 기업을 모았다면, 설텍2027은 그들이 함께 만든 변화와 성과를 보여주는 무대가 돼야 한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