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모닝티타임’은 판교式 Meet Up
느슨한 관계(weak ties)에서 오는 뜻밖의 창발이 있는 공간
로컬 기반 네트워크로 다양한 문화 공존
‘판교모닝티타임’은 말 그대로 판교에서 아침에 커피 마시는 모임이다. 가천대 장대익 석좌교수가 좌장을 맡고 있고, 컬처 마케팅 전문가 박준영 크로스아이엠씨 대표가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해 9월 가천대가 만든 창업대학(가천코코네스쿨 www.gachon.ac.kr/startup) 초대 학장을 맡으며 “10년내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겠다”는 포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시간 화상교육 플랫폼 ‘에보클래스(www.evoclass.ai)를 경영하는 에듀테크 경영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 가을 첫 학기에 30명의 예비창업가를 배출했고, 올 봄 2기를 준비하고 있다. 수강생 전원이 장학금과 함께 창업학 부전공 과정을 마쳤고 그 중 절반이 창업학 복수전공 과정으로 진입했다.

'판교모닝티타임'을 이끌어가고 있는 장대익 교수(우)와 박준영 대표(좌)ⓓ
컬처럴브랜딩 및 마케팅 전문가 박준영 대표는 컬처 코드를 인간 경험에 적용해 브랜드, 문화, 서비스, 마케팅을 기획하고 연결시키는 설계자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 【Z의 스마트폰】을 발간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모임은 판교에 일터를 둔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에서 시작됐다. 장 교수는 서울대 교원 창업으로 2년간 판교에 둥지를 틀었지만,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메이저 외에는 기업이나 사람들의 교류가 부재한 현실을 바라보며 “왜 판교에 다니고 있지. 비싸고 로케이션만 좋은 곳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수많은 젊은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들로 북적이지만 대다수는 마치 사일런타운을 연상시키며 온라인으로만 조용히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과 기술의 진화를 탐구해온 진화학자인 만큼, 판교 사랑도 남다르게 고민했다.
실제 모임이 진행되는 금요일 아침 창밖 풍경에서도 지하철역을 무리 지어 빠져나와 신호등 색깔에 따라 바쁘게 출근길을 재촉하는 판교인들의 모습에서 그런 건조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 시작은 기술 진화에 따른 인간 본성 회복을 위해서

2월 10일 판교모닝티타임 참석자들. 좌측부터 전상천 대표, 박준영 대표, 장대익 교수, 송승훈 상무, 채진주 현대경제연구원 위원, 이창민 에스제이파트너스 대표 변리사, 정호원 대표, 김유나 국제종합물류 부사장ⓓ
이를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박 대표였다. 마케터로서 쌓은 특유의 DNA를 발휘해 판교테크원 1층 투썸플레이스에 자리를 잡고 스타트를 끊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안 오면 어쩌지” 하며 고민하기도 했지만, “사람이 소수이면 그만큼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설령 혼자이더라도 독서를 하며 아침을 즐기면 된다”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우었다.
판교에 인간적 감성을 심겠다는 두 사람의 용기에서 출범한 판교모닝티타임은 지난 10일로 어느덧 열한 번째를 맞았다. 이날 모임에는 9명이 출석했고,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물류, 공간 연출, 마케터, 전문 미디어, 변리사, 경제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마주앉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갔다.
# 개인적 취향 저격하는 공간과 플랫폼
이날 티테이블에 오른 첫번째 키워드는 취향 저격 플랫폼 아이디어스(www.idus.com)였다. 송승훈 아이디어스 상무가 참석한 이유도 있었지만, 아티스트 감성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크리에이티브 생태가 왜 성장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했다. 더욱이 참석한 정호원 가배도 대표가 지난 설에 양갱이 70여개를 아이디어스에서 구매해 직원들에게 선물했다는 말에 분위기는 고마움과 따뜻함으로 가득차기도 했다.
정 대표는 “뭔가 색다른 선물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감각 좋은 직원이 추천해 알게 됐고, 작가들의 정성과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다. 이후 특별한 소품을 찾을 때 종종 이용하는데 뭔가 특별한 보물찾기를 하는 듯하다”고 했다.
송승훈 아이디어스 상무는 “요즘 소비자들은 본인들의 취향이 분명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FGI(Focus group Interview)에 애정을 쏟고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실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11번째 '판교모닝티타임'의 주제는 개인적 취향을 저격하는 공간과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이디어스 플레이스인 '소담상회'와 '가배도' 남대문점ⓓ
그 다음 메뉴는 요즘 핫한 챗GPT였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의 문제지만, 이 또한 인간이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었다. 매우 쉘로우(shallow)한 인간이 피쳐(feature) 과정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인데. 챗GPT의 한계에 대해 얼마나 사회적이냐를 따지지만, 우리 인간도 한계가 많지 않냐는 것이다. 인간들도 결국 흉내 내기 반복을 통해 학습을 하기도 하고, 사이코패스처럼 이방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챗GPT가 포유류의 공감 능력을 얼마나 학습하느냐의 문제는 인간이 얼마나 사회적 공감력을 가지느냐에 따라 결정되지 않겠냐며 핫한 이슈를 정리하기도 했다.
# 꽁시를 활용한 느스한 인간관계
열한번째를 맞은 판교모닝티타임 운영에 대한 얘기도 많았다. 모임이 거듭될수록 개인 메신저로 참석 문의도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그만큼 새로운 유형의 모임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느꼈다.
장 교수는 “느슨한 연결에서 오는 새로운 창발(創發)이 소중하다. 한국 사회에서 모임은 대부분 공통의 비전을 향한 커뮤니티가 일반적이고 폐쇄적이다. 이걸 깨 보면 또다른 영감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김유나 부사장은 “뉴욕에서 공부할 때 다양한 종류의 밋업(meet up) * 에 부담없이 참석해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고 사업적인 영감도 얻었다. 판교에서도 그런 모임이 필요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박준영 대표도 “런던처럼 문화적 새로움이 많은 곳은 이민자의 다양성이 살아있다. 우리는 집합주의 성향에 익숙하지만, 이젠 위크타이, 즉 느슨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브로커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최근 여유 시간을 이용해 느슨한 문화 네트워크를 만드는 커뮤니티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대형 건물 내 상가도 스타벅스와 같은 테넌트도 중요하지만 작은 가게들이 많아야 다양한 사람들이 머문다는 것이 정호원 가배도 대표의 논증이었다. 올해 4년차인 가배도(www.gbdcoffee.com)는 창업과 동시에 코로나를 맞아 한마디로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버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콘텐츠와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고, 공간 인테리어에 특별히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최근에도 남대문 근처 1910년대 만든 한옥을 활용한 독특한 공간 인테리어를 연출했고, 강남역은 하나은행과 연계해 컬쳐뱅크(?) 만들기를 함께 하고 있다. 또 문화프로젝트 일환으로 매월 재미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으며, 조만간 박준영 대표와 북콘서트도 추진해 보기로 했다.
전상천 뉴스노믹스(www.thenewsnomics.com) 대표는 한국 내 이주민과 연계해 문화의 다양성을 언급했다. 태국과 미얀마 이주민의 자립을 위한 카페 창업은 그들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한국적인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문화적 고민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미군이 늘어나는데, 평택에만 줄잡아 10만명의 미국인이 거주한다는 것이다. 이들 또한 이방인이지만 우리 사회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이주민에 특화된 미디어에 자극받아 최근에는 고향인 성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 특화 미디어에 관심이 높아 모임에 참석했다.
#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회를 위한 디딤돌 필요


가천대학 창업대학 초대학장이자 에듀테크 경영인 장대익 석좌교수(좌), 컬처 마케팅 전문가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우) ⓓ
유난히 지연과 학연 관련 모임이 많고, 조찬 포럼이나 저녁 모임에서도 일단 명함부터 주고받고 그에 맞춰 관계가 정해지는 문화에서는 창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뒤늦게 합석한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명함을 내밀지 않기도 했다.
장 교수는 “문화의 성장 단계에서, 사람들은 초기에는 내가 어디에 속해 있다는 것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지나면 나만의 개성을 찾고, 나에게 집중하는 초개인화 단계에 진입한다. 엣지에 있는 사람들은 개성있는 삶을 추구하고, 그런 사람이 많아야 다양성 있는 사회,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회가 된다. 이때 이 다양성을 느슨하게 연결시켜 줄 모임이나 브로커가 필요하다”며 판교모닝티타임의 필요성을 되짚었다.
판교가 실리콘밸리가 가진 혁신 성장의 표면적 장점은 쉽게 배울 수 있겠지만, 밋업과 같은 문화는 쉽게 배우기가 어렵다. 판교만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판교모닝티타임과 같은 문화 네트워크가 다양하게 생겨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판교모닝티타임에 참석하면서 ‘혁신 기술과 제품 주기는 매우 빠른 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변화는 느리기 때문에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로버트 머튼 MIT 교수의 말이 유난히 와닿았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 꽁시 : 본인의 노력으로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공짜 시간
* 밋업(Meetup): 실리콘밸리에서 일반화된 네트워킹 미팅으로서, 뜻을 같이 하는 co-founder를 구하는 창업자들, 스타트업을 하려고 계획 중이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를 찾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한다.
‘판교모닝티타임’은 판교式 Meet Up
‘판교모닝티타임’은 말 그대로 판교에서 아침에 커피 마시는 모임이다. 가천대 장대익 석좌교수가 좌장을 맡고 있고, 컬처 마케팅 전문가 박준영 크로스아이엠씨 대표가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해 9월 가천대가 만든 창업대학(가천코코네스쿨 www.gachon.ac.kr/startup) 초대 학장을 맡으며 “10년내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겠다”는 포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시간 화상교육 플랫폼 ‘에보클래스(www.evoclass.ai)를 경영하는 에듀테크 경영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 가을 첫 학기에 30명의 예비창업가를 배출했고, 올 봄 2기를 준비하고 있다. 수강생 전원이 장학금과 함께 창업학 부전공 과정을 마쳤고 그 중 절반이 창업학 복수전공 과정으로 진입했다.
'판교모닝티타임'을 이끌어가고 있는 장대익 교수(우)와 박준영 대표(좌)ⓓ
컬처럴브랜딩 및 마케팅 전문가 박준영 대표는 컬처 코드를 인간 경험에 적용해 브랜드, 문화, 서비스, 마케팅을 기획하고 연결시키는 설계자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 【Z의 스마트폰】을 발간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모임은 판교에 일터를 둔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에서 시작됐다. 장 교수는 서울대 교원 창업으로 2년간 판교에 둥지를 틀었지만,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메이저 외에는 기업이나 사람들의 교류가 부재한 현실을 바라보며 “왜 판교에 다니고 있지. 비싸고 로케이션만 좋은 곳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수많은 젊은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들로 북적이지만 대다수는 마치 사일런타운을 연상시키며 온라인으로만 조용히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과 기술의 진화를 탐구해온 진화학자인 만큼, 판교 사랑도 남다르게 고민했다.
실제 모임이 진행되는 금요일 아침 창밖 풍경에서도 지하철역을 무리 지어 빠져나와 신호등 색깔에 따라 바쁘게 출근길을 재촉하는 판교인들의 모습에서 그런 건조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 시작은 기술 진화에 따른 인간 본성 회복을 위해서
2월 10일 판교모닝티타임 참석자들. 좌측부터 전상천 대표, 박준영 대표, 장대익 교수, 송승훈 상무, 채진주 현대경제연구원 위원, 이창민 에스제이파트너스 대표 변리사, 정호원 대표, 김유나 국제종합물류 부사장ⓓ
이를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박 대표였다. 마케터로서 쌓은 특유의 DNA를 발휘해 판교테크원 1층 투썸플레이스에 자리를 잡고 스타트를 끊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안 오면 어쩌지” 하며 고민하기도 했지만, “사람이 소수이면 그만큼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설령 혼자이더라도 독서를 하며 아침을 즐기면 된다”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우었다.
판교에 인간적 감성을 심겠다는 두 사람의 용기에서 출범한 판교모닝티타임은 지난 10일로 어느덧 열한 번째를 맞았다. 이날 모임에는 9명이 출석했고,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물류, 공간 연출, 마케터, 전문 미디어, 변리사, 경제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마주앉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갔다.
# 개인적 취향 저격하는 공간과 플랫폼
이날 티테이블에 오른 첫번째 키워드는 취향 저격 플랫폼 아이디어스(www.idus.com)였다. 송승훈 아이디어스 상무가 참석한 이유도 있었지만, 아티스트 감성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크리에이티브 생태가 왜 성장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했다. 더욱이 참석한 정호원 가배도 대표가 지난 설에 양갱이 70여개를 아이디어스에서 구매해 직원들에게 선물했다는 말에 분위기는 고마움과 따뜻함으로 가득차기도 했다.
정 대표는 “뭔가 색다른 선물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감각 좋은 직원이 추천해 알게 됐고, 작가들의 정성과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다. 이후 특별한 소품을 찾을 때 종종 이용하는데 뭔가 특별한 보물찾기를 하는 듯하다”고 했다.
송승훈 아이디어스 상무는 “요즘 소비자들은 본인들의 취향이 분명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FGI(Focus group Interview)에 애정을 쏟고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실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11번째 '판교모닝티타임'의 주제는 개인적 취향을 저격하는 공간과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이디어스 플레이스인 '소담상회'와 '가배도' 남대문점ⓓ
그 다음 메뉴는 요즘 핫한 챗GPT였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의 문제지만, 이 또한 인간이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었다. 매우 쉘로우(shallow)한 인간이 피쳐(feature) 과정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인데. 챗GPT의 한계에 대해 얼마나 사회적이냐를 따지지만, 우리 인간도 한계가 많지 않냐는 것이다. 인간들도 결국 흉내 내기 반복을 통해 학습을 하기도 하고, 사이코패스처럼 이방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챗GPT가 포유류의 공감 능력을 얼마나 학습하느냐의 문제는 인간이 얼마나 사회적 공감력을 가지느냐에 따라 결정되지 않겠냐며 핫한 이슈를 정리하기도 했다.
# 꽁시를 활용한 느스한 인간관계
열한번째를 맞은 판교모닝티타임 운영에 대한 얘기도 많았다. 모임이 거듭될수록 개인 메신저로 참석 문의도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그만큼 새로운 유형의 모임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느꼈다.
장 교수는 “느슨한 연결에서 오는 새로운 창발(創發)이 소중하다. 한국 사회에서 모임은 대부분 공통의 비전을 향한 커뮤니티가 일반적이고 폐쇄적이다. 이걸 깨 보면 또다른 영감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김유나 부사장은 “뉴욕에서 공부할 때 다양한 종류의 밋업(meet up) * 에 부담없이 참석해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고 사업적인 영감도 얻었다. 판교에서도 그런 모임이 필요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박준영 대표도 “런던처럼 문화적 새로움이 많은 곳은 이민자의 다양성이 살아있다. 우리는 집합주의 성향에 익숙하지만, 이젠 위크타이, 즉 느슨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브로커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최근 여유 시간을 이용해 느슨한 문화 네트워크를 만드는 커뮤니티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대형 건물 내 상가도 스타벅스와 같은 테넌트도 중요하지만 작은 가게들이 많아야 다양한 사람들이 머문다는 것이 정호원 가배도 대표의 논증이었다. 올해 4년차인 가배도(www.gbdcoffee.com)는 창업과 동시에 코로나를 맞아 한마디로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버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콘텐츠와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고, 공간 인테리어에 특별히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최근에도 남대문 근처 1910년대 만든 한옥을 활용한 독특한 공간 인테리어를 연출했고, 강남역은 하나은행과 연계해 컬쳐뱅크(?) 만들기를 함께 하고 있다. 또 문화프로젝트 일환으로 매월 재미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으며, 조만간 박준영 대표와 북콘서트도 추진해 보기로 했다.
전상천 뉴스노믹스(www.thenewsnomics.com) 대표는 한국 내 이주민과 연계해 문화의 다양성을 언급했다. 태국과 미얀마 이주민의 자립을 위한 카페 창업은 그들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한국적인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문화적 고민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미군이 늘어나는데, 평택에만 줄잡아 10만명의 미국인이 거주한다는 것이다. 이들 또한 이방인이지만 우리 사회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이주민에 특화된 미디어에 자극받아 최근에는 고향인 성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 특화 미디어에 관심이 높아 모임에 참석했다.
#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회를 위한 디딤돌 필요
가천대학 창업대학 초대학장이자 에듀테크 경영인 장대익 석좌교수(좌), 컬처 마케팅 전문가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우) ⓓ
유난히 지연과 학연 관련 모임이 많고, 조찬 포럼이나 저녁 모임에서도 일단 명함부터 주고받고 그에 맞춰 관계가 정해지는 문화에서는 창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뒤늦게 합석한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명함을 내밀지 않기도 했다.
장 교수는 “문화의 성장 단계에서, 사람들은 초기에는 내가 어디에 속해 있다는 것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지나면 나만의 개성을 찾고, 나에게 집중하는 초개인화 단계에 진입한다. 엣지에 있는 사람들은 개성있는 삶을 추구하고, 그런 사람이 많아야 다양성 있는 사회,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회가 된다. 이때 이 다양성을 느슨하게 연결시켜 줄 모임이나 브로커가 필요하다”며 판교모닝티타임의 필요성을 되짚었다.
판교가 실리콘밸리가 가진 혁신 성장의 표면적 장점은 쉽게 배울 수 있겠지만, 밋업과 같은 문화는 쉽게 배우기가 어렵다. 판교만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판교모닝티타임과 같은 문화 네트워크가 다양하게 생겨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판교모닝티타임에 참석하면서 ‘혁신 기술과 제품 주기는 매우 빠른 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변화는 느리기 때문에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로버트 머튼 MIT 교수의 말이 유난히 와닿았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 꽁시 : 본인의 노력으로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공짜 시간
* 밋업(Meetup): 실리콘밸리에서 일반화된 네트워킹 미팅으로서, 뜻을 같이 하는 co-founder를 구하는 창업자들, 스타트업을 하려고 계획 중이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를 찾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