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컨퍼런스] AI 파도, 올라탈 것인가 지켜볼 것인가?

강인정 에디터
2025-09-29

AI 파도, 올라탈 것인가 지켜볼 것인가?

김훈 칼라거펠트 CD, 설텍 기조연설에서 AI 기반 패션기업 경영혁신 강조

암스테르담서 새벽3시에 Live로 강연…K패션 잠재력 인정


강연장을 가득 메운 HUN KIM 칼 라거펠트 CD 기조 강연  


# “AI는 거대한 파도다. 당신은 탈 것인가, 지켜볼 것인가?”


HUN KIM  칼 라거펠트 CD 기조 강연은 출장 일정 변경으로 암스테르담 현지 줌으로 진행됐다 


9월 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설텍(SEOUL Tex & Tech)에서 Karl Lagerfel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Hun Kim(김훈) CD는 패션 산업에 밀려오는 AI 도입의 흐름을 ‘하와이의 큰 파도(Kahuna)’에 비유하며, 기업이 변화 앞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 묻는 강렬한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창의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장시키는 전략적 도구’로 규정하며, 패션 디자인·상품 기획·샘플 개발 등 전 과정에 걸친 AI 활용 경험을 공유했다. “AI는 디자이너를 대체하지 않는다. 단지 더 나은 결정을 더 빠르게 내리도록 돕는 도구일 뿐”이라며,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시키는 강력한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Hun Kim은 Karl Lagerfeld에서 10년간 일하며 Karl과 5년간 직접 협업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그는 늘 새로운 것을 탐구했고, 변화 앞에서 두려움이란 단어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Karl의 철학은 단순했다. “나는 과거가 아니라 내일에 흥미가 있다.” 그는 이 정신이 AI 시대에도 그대로 유효하다고 강조하며, “만약 Karl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AI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AI 도입이 바꾼 혁신적 프로세스


김훈 디렉터 본인 역시 일러스트 스케치를 AI 이미지를 형성해 팀원들과 구체화된 협의를 진행한다


Hun Kim은 처음에는 ChatGPT를 활용해 문장을 다듬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11월부터 디자인 AI 툴을 본격 도입하면서 업무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샘플 제작에 4~6주 걸리던 과정이 AI 시각화를 통해 2~3일로 단축되었고, 팀 전체의 효율성 역시 크게 향상됐다. 그는 “AI는 단순 작업을 줄여 디자이너가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다”며 “번아웃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 일의 효율성과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이미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Prada는 AI 기반 트렌드 예측으로 색상·소재·스타일을 분석하고 있으며, Dior는 AI를 활용해 비주얼 콘텐츠를 제작한다. Zara 역시 마케팅과 디자인 기획에서 AI를 실무에 접목 중이다.


Hun Kim은 Vizcom.ai, Runway.ai, ChatGPT, AI Art 등 다양한 툴을 활용 중이며, 곧 Midjourney도 도입할 계획이다. 그는 “이 툴들은 단순히 시간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결과물의 퀄리티와 전달력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 AI 도입의 걸림돌과 극복


그는 AI 확산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중간 경력자들의 심리적 저항’을 꼽았다. “배울 시간이 없다”, “나와는 상관없는 기술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 내부에서는 ‘Catch the Kahuna’ 캠페인을 전개하며, 실제 AI 전·후 사례를 통해 체득시키고, 학습 스프린트와 프레젠테이션 템플릿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Karl Lagerfeld의 디자인 프로세스 중 약 70~80%는 AI가 관여한다. 단순 시각화를 넘어 스토어 운영, 재고 계획, 마케팅 자료 구성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장 중이며, Hun Kim은 이를 통해 “팀 전체가 건강한 리듬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 K-Fashion, 디지털 마케팅 취약


칼 라거펠트의 AI 도입 캠페인 Catch the wave


Hun Kim CD는 K-Fashion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 “창의성과 기술은 충분하지만, 마케팅과 유통 전략이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셀럽 협업과 SNS 기반 ROI 전략을 결합한 디지털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I 인플루언서와 디지털 모델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셀럽은 리스크가 크지만, AI 모델은 통제가 가능해 글로벌 마케팅 ROI 전략에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연을 마치며 그는 “AI는 혼자 작동하지 않는다. 잘 갈아놓은 칼처럼 쓰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날카로워진다”며, AI를 거부하는 것은 곧 파도를 등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AI라는 파도 앞에서 여러분은 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Hun Kim CD의 이번 기조연설은 AI를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실질적인 업무 혁신 수단으로 인식시키며 참석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남겼다. 지금이야 말로 패션 산업이 AI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 올라탈 준비를 해야 할 시점임을 다시금 일깨운 것이다.


Hun Kim의 이번 2025설텍 기조강연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파리패션위크 앞두고 한창 바쁠 기간이지만 새벽 3시에 Live로 참여한 덕분에 강연장에 참석한 160여명의 한국 패션인들이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었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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