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쓰는 기업’에서 AI로 ‘움직이는 기업’으로
설텍 DAY 1…“AI 경쟁력은 툴이 아니라 기업의 Operating System에서 갈린다”

설텍 2026 현장
패션산업의 AI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제 질문은 ‘어떤 생성형 AI를 쓰느냐’가 아니다. 시장과 고객의 데이터를 어떻게 읽고, 그것을 상품기획과 디자인으로 전환하며, 생산·재고·CRM·콘텐츠까지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결국 AI는 하나의 솔루션이 아니라 패션기업 전체를 움직이는 새로운 운영체제(OS)가 되고 있다.
9월 9일 서울 DDP에서 열린 ‘SEOUL Tex & Tech 2026(설텍2026)’ 첫날의 주제는 ‘BUILD WITH AI – Human + AI Operating System’이었다. 한국오라클에서 센트릭소프트웨어, 트렌드인코리아, 채널코퍼레이션, 스타일AI, 스튜디오랩, 더라커룸, IFTF까지 이어진 강연은 분야는 달랐지만 한 방향을 가리켰다. AI를 몇 개 업무에 붙이는 것과 AI Native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첫날 강연을 관통한 흐름을 압축하면 DATA → INSIGHT → PRODUCT → CUSTOMER → CONTENT → MANUFACTURING → ORGANIZATIONAL INTELLIGENCE다.
데이터가 기업의 혈액이라면 AI는 이를 해석하는 두뇌이고, 상품기획·디자인·CRM·생산을 연결하는 프로세스는 신경망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람이 판단한다. 결국 설텍이 말하는 ‘Human + AI OS’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 AI와 함께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기업 전체의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설텍이 당초 제시한 “AI는 기술이 아니라 패션기업의 새로운 운영체제”라는 명제가 첫날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화된 셈이다.
# DATA에서 PRODUCT까지…“AI보다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설텍 2026 현장
첫 포문을 연 김은희 한국오라클 상무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패션이 감각 중심 산업에서 데이터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의 검색·클릭·장바구니·구매·반품·리뷰부터 상품·생산·판매·재고까지 모든 행동이 데이터로 남는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이 데이터를 얼마나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출발점이 된다.
특히 김 상무는 오라클의 AI 전략을 “Bring AI to Your Data”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AI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존재하는 곳으로 AI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ZARA의 비전 AI 기반 시장 분석, DPP(Digital Product Passport), 공급망 데이터, 개인화 검색 등의 사례를 통해 AI가 프론트엔드뿐 아니라 기업의 백엔드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 “검색·정리·예측·입력과 같은 반복 업무는 AI에 맡기고 인간은 창의적인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어진 센트릭소프트웨어 강연은 한 단계 더 구체적이었다. 핵심은 범용 AI와 패션기업에 실제 필요한 AI는 다르다는 것이다. 범용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기업의 제품 속성, 브랜드 DNA, 가격, 소재, 시즌, 판매 이력과 내부 결재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면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되기 어렵다.
이를 압축한 표현이 이날 강연의 제목이기도 했던 “제미나이는 이미지를 만들고, 우리는 상품을 만듭니다”였다.
센트릭이 제시한 컨텍스트 인식형 AI는 시장 트렌드 수집에서 경쟁사 분석, SKU 구성, 가격 시뮬레이션, 판매·재고 예측, 리오더 판단, 디자인, 소재와 BOM까지 연결한다. 특히 AI 투자효과를 단순한 ‘Time on Task’, 즉 작업시간 절감에서 ‘Time to Decision’, 의사결정 시간 단축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은 경영자들이 주목할 부분이다. AI의 진짜 ROI는 직원 한 명이 몇 시간을 절약했느냐가 아니라 기업 전체가 얼마나 빨리 시장을 읽고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은희 트렌드인코리아 대표는 기술 일변도의 흐름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AI가 모든 것을 예측하고 추천할수록 소비자는 오히려 예측 가능성에 피로를 느끼고, 자신만의 세계관과 취향을 표현할 상품을 원한다는 것이다.

설텍 2026 현장
그래서 그의 결론은 역설적으로 “Fashion First”, 즉 “패션이 먼저다”였다. 패션은 단순히 필요한 옷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정을 움직이는 ‘멘탈 관리템’이 되어야 하고, 브랜드는 시그니처와 아날로그적 가치, 우연한 발견의 즐거움(Serendipity)을 만들어야 한다. AI가 트렌드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왜 소비자가 어떤 옷을 사랑하게 되는가까지 기술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 디자인·CRM·콘텐츠가 에이전트로…AI는 이제 ‘실행’하기 시작했다
오후 강연부터 AI는 분석을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gent로 진화했다.
문희철 채널코퍼레이션 사업개발 리드는 온라인 쇼핑몰의 구조를 ‘자판기형 커머스’에서 ‘온라인 점원이 존재하는 커머스’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을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걸고, 질문에 답하고, 구매를 도우며, 구매 이후까지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단순 문의의 70~80%를 자동화하면 사람은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과 고관여 상담에 집중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CRM의 목적을 쿠폰 발송이 아니라 LTV(Lifetime Value)를 높이고 진짜 VIP 고객을 발견하는 것으로 다시 정의했다는 점이다. 미국 LG전자 사례에서는 구매 관련 대화를 한 고객의 전환율이 크게 상승한 사례도 소개됐다. AI가 비용 절감용 CS 도구에서 매출을 만들어내는 AI CoS(Chief of Staff)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현학 스타일AI 부사장의 강연은 디자이너의 일 자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줬다. AI가 레퍼런스를 찾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도식화, 컬러·소재 변경, 착장 이미지, 작업지시까지 하나의 워크플로로 연결된다.
그가 제시한 핵심은 Human-in-the-loop다.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 디자이너가 방향과 창의적 비전을 정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며, AI 에이전트는 리서치·이미지 생성·도식화·작업지시 등 반복 업무를 맡는다. 결국 “AI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디자이너가 미래에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설텍 2026 현장
스타일AI가 제안한 Brand AI·Trend AI·Market AI도 의미가 크다. 직원 개인의 머릿속과 PC에 흩어져 있던 브랜드의 원단·그래픽·컬러·과거 상품과 시장 지식을 기업의 자산으로 축적하고 AI가 학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AI 도입이 단순한 디자인 자동화를 넘어 브랜드의 집단지능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얘기다.
강성훈 스튜디오랩 대표는 이 변화가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로보틱스 기반 촬영 솔루션과 AI ‘GENCY’를 통해 촬영부터 가상 피팅, 카피라이팅, 상세페이지 제작, 다국어 전환까지 자동화한다. 기존 수시간 걸리던 상세페이지 제작을 수분 단위로 단축하고, 글로벌 플랫폼에 맞춰 콘텐츠를 전환한다. AI와 로봇이 결합하면서 콘텐츠 제작의 자동화가 곧 글로벌 커머스의 확장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 마지막 승부처는 생산과 ‘조직지능’…AI보다 먼저 기업의 신경망을 만들어라
설텍 첫날의 메시지가 완성된 곳은 제조와 기업 운영체계였다.
강규식 더라커룸 대표가 던진 질문은 현실적이었다. “우리 브랜드는 왜 항상 생산에서 돈을 잃었을까?” 디자인이 잘되고 판매가 늘어도 납기 지연과 과잉재고, 외주 생산의 비가시성 때문에 이익을 잃는 것이 패션기업의 오래된 문제다.
더라커룸은 스프레드시트와 메신저에 흩어진 생산 데이터를 연결하고 반제품 상태에서 주문과 생산을 연동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재고회전율을 7 미만에서 40 이상, 약 9일 수준까지 끌어올린 사례를 제시했다. 또 QR 기반 생산관리 시스템 APEX를 통해 외주공장의 공정까지 실시간 데이터로 축적하고, 장기적으로 봉제 장인의 암묵지를 데이터화해 AI Agent → Physical AI → 봉제 로봇으로 진화시키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그리고 김묘환 ITFT 사무처장의 마지막 강연은 하루 종일 이어진 논의를 경영의 관점에서 다시 묶었다.
그는 기술에 휩쓸리기 전에 “좋은 옷”이라는 패션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많은 기업이 아직 DX조차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AX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아리지아(Aritzia)가 ‘Everyday Luxury’를 앞세워 좋은 상품과 명확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집중하면서 디지털 역량을 결합한 사례는 이 두 가지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유니클로의 아리아케 프로젝트는 첫날 전체 강연을 관통하는 좋은 결론이었다. 유니클로가 AI 열풍 이전부터 투자한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공급망·매장·온라인을 연결하는 ‘자체 신경망’이었다. 이를 통해 조직지능(Organizational Intelligence)을 높였고 OMO와 글로벌 성장을 뒷받침했다. 아리지아 역시 이러한 장점을 자기 방식으로 흡수해 OMO를 발전시켰다는 설명이다.

설텍 2026 현장
따라서 첫날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AI를 먼저 사지 말고, AI가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가 연결되고, 상품기획과 디자인이 연결되고, 고객과 콘텐츠가 연결되고, 생산·재고·매장이 연결돼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AI가 올라가야 비로소 기업의 속도와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DX → OMO → Organizational Intelligence → AX.
이것이 설텍2026 첫날이 패션기업 경영자들에게 던진 ‘Human + AI Operating System’의 실체다.
# 오늘 DAY 2 ‘SCALE GLOBALLY’…좋은 브랜드를 넘어 ‘성장하는 글로벌 브랜드’는 어떻게 만드는가
9월 10일 설텍2026은 질문을 바꾼다. 첫날이 “AI로 기업 내부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BUILD WITH AI)”였다면 둘째 날은 “그 경쟁력을 가지고 글로벌에서 어떻게 스케일할 것인가(SCALE GLOBALLY)”다.
특히 오늘 프로그램은 해외 진출을 수출이나 플랫폼 입점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매니지먼트·현지 상품·유통·소싱·AI까지 연결된 운영 문제로 접근한다. 설텍이 글로벌 경쟁력 역시 결국 ‘운영체계’라고 강조해 온 이유다.
오전 10시 엄운현 LVMH MOYNAT Korea 대표가 ‘Luxury가 되는 브랜드에는 이유가 있다’를 주제로 유럽 패션시장 진출 전략과 K패션의 강점·한계를 짚는다. K패션이 해외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를 넘어 장기간 가치가 축적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글로벌 럭셔리 비즈니스 관점에서 들을 수 있는 세션이다.
11시 오준영 미스토상하이 법인장은 ‘K패션은 어떻게 중국에서 살아남는가?’를 다룬다. 중국에서 FILA의 성장을 경험하고 현재 마뗑킴 등 K패션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거대한 중국시장에서 상품·유통·현지 파트너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짚는다.
이어 김태현 글로벌부츠얼패션 R&D 시니어 매니저는 “K-FASHION, 글로벌 기업처럼 일하라”를 주제로 글로벌 패션기업의 ‘Fashion OS’에서 배워야 할 디지털 제작과 조직 운영 방식을 제시한다.

설텍 2026 현장
오후에는 중국 시장의 ‘현재’를 보다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24KR은 “K패션의 중국 스케일업, 결국 브랜드 매니지먼트다”를 통해 단순 유통을 넘어 현지에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키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POIZON(得物) 코리아 범유명 한국총괄은 “마뗑킴과 사사키어는 왜 POIZON에서 통했나”를 통해 Z세대 소비자를 움직이는 콘텐츠·팬덤·AI 추천 알고리즘을 분석한다.
오후 3시30분 상하이109 주화 총감의 ‘AI Commerce, 중국 이커머스의 진화’도 놓치기 어렵다. 중국 이커머스가 단순한 온라인 판매채널에서 콘텐츠부터 판매·고객관리까지 연결하는 E2E Commerce AX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현장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성한 랩오브어패럴 대표는 ‘성공하는 브랜드를 위한 글로벌 소싱 전략과 Fashion AI 활용법’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 성장의 마지막 퍼즐인 공급망을 다룬다. 첫날의 AI·상품기획·생산 혁신과 둘째 날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이 강연에서 다시 연결되는 셈이다.
첫날이 ‘회사를 바꾸는 날’이었다면, 둘째 날은 ‘시장을 바꾸는 날’이다. K패션이 지금 필요한 것은 해외에 한 번 나가보는 것이 아니다. 현지 소비자에게 발견되고, 상품이 팔리고, 다시 리오더가 일어나고, 공급망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설텍2026 DAY 2는 단순한 중국시장 설명회나 해외진출 세미나가 아니다. “K패션을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로 스케일할 것인가”를 상품·브랜드·유통·이커머스·소싱이라는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패션기업 CEO와 브랜드 오너, 글로벌사업 책임자, MD·상품기획자라면 오늘 DDP에서 확인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BUILD WITH AI에서 SCALE GLOBALLY로.
AI로 기업을 바꾸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힘으로 글로벌에서 성장하는 것. 그것이 설텍2026이 말하는 ‘Next K’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
AI를 ‘쓰는 기업’에서 AI로 ‘움직이는 기업’으로
설텍 2026 현장
패션산업의 AI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제 질문은 ‘어떤 생성형 AI를 쓰느냐’가 아니다. 시장과 고객의 데이터를 어떻게 읽고, 그것을 상품기획과 디자인으로 전환하며, 생산·재고·CRM·콘텐츠까지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결국 AI는 하나의 솔루션이 아니라 패션기업 전체를 움직이는 새로운 운영체제(OS)가 되고 있다.
9월 9일 서울 DDP에서 열린 ‘SEOUL Tex & Tech 2026(설텍2026)’ 첫날의 주제는 ‘BUILD WITH AI – Human + AI Operating System’이었다. 한국오라클에서 센트릭소프트웨어, 트렌드인코리아, 채널코퍼레이션, 스타일AI, 스튜디오랩, 더라커룸, IFTF까지 이어진 강연은 분야는 달랐지만 한 방향을 가리켰다. AI를 몇 개 업무에 붙이는 것과 AI Native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첫날 강연을 관통한 흐름을 압축하면 DATA → INSIGHT → PRODUCT → CUSTOMER → CONTENT → MANUFACTURING → ORGANIZATIONAL INTELLIGENCE다.
데이터가 기업의 혈액이라면 AI는 이를 해석하는 두뇌이고, 상품기획·디자인·CRM·생산을 연결하는 프로세스는 신경망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람이 판단한다. 결국 설텍이 말하는 ‘Human + AI OS’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 AI와 함께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기업 전체의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설텍이 당초 제시한 “AI는 기술이 아니라 패션기업의 새로운 운영체제”라는 명제가 첫날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화된 셈이다.
# DATA에서 PRODUCT까지…“AI보다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설텍 2026 현장
첫 포문을 연 김은희 한국오라클 상무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패션이 감각 중심 산업에서 데이터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의 검색·클릭·장바구니·구매·반품·리뷰부터 상품·생산·판매·재고까지 모든 행동이 데이터로 남는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이 데이터를 얼마나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출발점이 된다.
특히 김 상무는 오라클의 AI 전략을 “Bring AI to Your Data”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AI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존재하는 곳으로 AI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ZARA의 비전 AI 기반 시장 분석, DPP(Digital Product Passport), 공급망 데이터, 개인화 검색 등의 사례를 통해 AI가 프론트엔드뿐 아니라 기업의 백엔드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 “검색·정리·예측·입력과 같은 반복 업무는 AI에 맡기고 인간은 창의적인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어진 센트릭소프트웨어 강연은 한 단계 더 구체적이었다. 핵심은 범용 AI와 패션기업에 실제 필요한 AI는 다르다는 것이다. 범용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기업의 제품 속성, 브랜드 DNA, 가격, 소재, 시즌, 판매 이력과 내부 결재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면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되기 어렵다.
이를 압축한 표현이 이날 강연의 제목이기도 했던 “제미나이는 이미지를 만들고, 우리는 상품을 만듭니다”였다.
센트릭이 제시한 컨텍스트 인식형 AI는 시장 트렌드 수집에서 경쟁사 분석, SKU 구성, 가격 시뮬레이션, 판매·재고 예측, 리오더 판단, 디자인, 소재와 BOM까지 연결한다. 특히 AI 투자효과를 단순한 ‘Time on Task’, 즉 작업시간 절감에서 ‘Time to Decision’, 의사결정 시간 단축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은 경영자들이 주목할 부분이다. AI의 진짜 ROI는 직원 한 명이 몇 시간을 절약했느냐가 아니라 기업 전체가 얼마나 빨리 시장을 읽고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은희 트렌드인코리아 대표는 기술 일변도의 흐름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AI가 모든 것을 예측하고 추천할수록 소비자는 오히려 예측 가능성에 피로를 느끼고, 자신만의 세계관과 취향을 표현할 상품을 원한다는 것이다.
설텍 2026 현장
그래서 그의 결론은 역설적으로 “Fashion First”, 즉 “패션이 먼저다”였다. 패션은 단순히 필요한 옷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정을 움직이는 ‘멘탈 관리템’이 되어야 하고, 브랜드는 시그니처와 아날로그적 가치, 우연한 발견의 즐거움(Serendipity)을 만들어야 한다. AI가 트렌드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왜 소비자가 어떤 옷을 사랑하게 되는가까지 기술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 디자인·CRM·콘텐츠가 에이전트로…AI는 이제 ‘실행’하기 시작했다
오후 강연부터 AI는 분석을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gent로 진화했다.
문희철 채널코퍼레이션 사업개발 리드는 온라인 쇼핑몰의 구조를 ‘자판기형 커머스’에서 ‘온라인 점원이 존재하는 커머스’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을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걸고, 질문에 답하고, 구매를 도우며, 구매 이후까지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단순 문의의 70~80%를 자동화하면 사람은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과 고관여 상담에 집중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CRM의 목적을 쿠폰 발송이 아니라 LTV(Lifetime Value)를 높이고 진짜 VIP 고객을 발견하는 것으로 다시 정의했다는 점이다. 미국 LG전자 사례에서는 구매 관련 대화를 한 고객의 전환율이 크게 상승한 사례도 소개됐다. AI가 비용 절감용 CS 도구에서 매출을 만들어내는 AI CoS(Chief of Staff)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현학 스타일AI 부사장의 강연은 디자이너의 일 자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줬다. AI가 레퍼런스를 찾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도식화, 컬러·소재 변경, 착장 이미지, 작업지시까지 하나의 워크플로로 연결된다.
그가 제시한 핵심은 Human-in-the-loop다.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 디자이너가 방향과 창의적 비전을 정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며, AI 에이전트는 리서치·이미지 생성·도식화·작업지시 등 반복 업무를 맡는다. 결국 “AI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디자이너가 미래에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설텍 2026 현장
스타일AI가 제안한 Brand AI·Trend AI·Market AI도 의미가 크다. 직원 개인의 머릿속과 PC에 흩어져 있던 브랜드의 원단·그래픽·컬러·과거 상품과 시장 지식을 기업의 자산으로 축적하고 AI가 학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AI 도입이 단순한 디자인 자동화를 넘어 브랜드의 집단지능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얘기다.
강성훈 스튜디오랩 대표는 이 변화가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로보틱스 기반 촬영 솔루션과 AI ‘GENCY’를 통해 촬영부터 가상 피팅, 카피라이팅, 상세페이지 제작, 다국어 전환까지 자동화한다. 기존 수시간 걸리던 상세페이지 제작을 수분 단위로 단축하고, 글로벌 플랫폼에 맞춰 콘텐츠를 전환한다. AI와 로봇이 결합하면서 콘텐츠 제작의 자동화가 곧 글로벌 커머스의 확장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 마지막 승부처는 생산과 ‘조직지능’…AI보다 먼저 기업의 신경망을 만들어라
설텍 첫날의 메시지가 완성된 곳은 제조와 기업 운영체계였다.
강규식 더라커룸 대표가 던진 질문은 현실적이었다. “우리 브랜드는 왜 항상 생산에서 돈을 잃었을까?” 디자인이 잘되고 판매가 늘어도 납기 지연과 과잉재고, 외주 생산의 비가시성 때문에 이익을 잃는 것이 패션기업의 오래된 문제다.
더라커룸은 스프레드시트와 메신저에 흩어진 생산 데이터를 연결하고 반제품 상태에서 주문과 생산을 연동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재고회전율을 7 미만에서 40 이상, 약 9일 수준까지 끌어올린 사례를 제시했다. 또 QR 기반 생산관리 시스템 APEX를 통해 외주공장의 공정까지 실시간 데이터로 축적하고, 장기적으로 봉제 장인의 암묵지를 데이터화해 AI Agent → Physical AI → 봉제 로봇으로 진화시키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그리고 김묘환 ITFT 사무처장의 마지막 강연은 하루 종일 이어진 논의를 경영의 관점에서 다시 묶었다.
그는 기술에 휩쓸리기 전에 “좋은 옷”이라는 패션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많은 기업이 아직 DX조차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AX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아리지아(Aritzia)가 ‘Everyday Luxury’를 앞세워 좋은 상품과 명확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집중하면서 디지털 역량을 결합한 사례는 이 두 가지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유니클로의 아리아케 프로젝트는 첫날 전체 강연을 관통하는 좋은 결론이었다. 유니클로가 AI 열풍 이전부터 투자한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공급망·매장·온라인을 연결하는 ‘자체 신경망’이었다. 이를 통해 조직지능(Organizational Intelligence)을 높였고 OMO와 글로벌 성장을 뒷받침했다. 아리지아 역시 이러한 장점을 자기 방식으로 흡수해 OMO를 발전시켰다는 설명이다.
설텍 2026 현장
따라서 첫날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AI를 먼저 사지 말고, AI가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가 연결되고, 상품기획과 디자인이 연결되고, 고객과 콘텐츠가 연결되고, 생산·재고·매장이 연결돼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AI가 올라가야 비로소 기업의 속도와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DX → OMO → Organizational Intelligence → AX.
이것이 설텍2026 첫날이 패션기업 경영자들에게 던진 ‘Human + AI Operating System’의 실체다.
# 오늘 DAY 2 ‘SCALE GLOBALLY’…좋은 브랜드를 넘어 ‘성장하는 글로벌 브랜드’는 어떻게 만드는가
9월 10일 설텍2026은 질문을 바꾼다. 첫날이 “AI로 기업 내부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BUILD WITH AI)”였다면 둘째 날은 “그 경쟁력을 가지고 글로벌에서 어떻게 스케일할 것인가(SCALE GLOBALLY)”다.
특히 오늘 프로그램은 해외 진출을 수출이나 플랫폼 입점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매니지먼트·현지 상품·유통·소싱·AI까지 연결된 운영 문제로 접근한다. 설텍이 글로벌 경쟁력 역시 결국 ‘운영체계’라고 강조해 온 이유다.
오전 10시 엄운현 LVMH MOYNAT Korea 대표가 ‘Luxury가 되는 브랜드에는 이유가 있다’를 주제로 유럽 패션시장 진출 전략과 K패션의 강점·한계를 짚는다. K패션이 해외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를 넘어 장기간 가치가 축적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글로벌 럭셔리 비즈니스 관점에서 들을 수 있는 세션이다.
11시 오준영 미스토상하이 법인장은 ‘K패션은 어떻게 중국에서 살아남는가?’를 다룬다. 중국에서 FILA의 성장을 경험하고 현재 마뗑킴 등 K패션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거대한 중국시장에서 상품·유통·현지 파트너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짚는다.
이어 김태현 글로벌부츠얼패션 R&D 시니어 매니저는 “K-FASHION, 글로벌 기업처럼 일하라”를 주제로 글로벌 패션기업의 ‘Fashion OS’에서 배워야 할 디지털 제작과 조직 운영 방식을 제시한다.
설텍 2026 현장
오후에는 중국 시장의 ‘현재’를 보다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24KR은 “K패션의 중국 스케일업, 결국 브랜드 매니지먼트다”를 통해 단순 유통을 넘어 현지에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키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POIZON(得物) 코리아 범유명 한국총괄은 “마뗑킴과 사사키어는 왜 POIZON에서 통했나”를 통해 Z세대 소비자를 움직이는 콘텐츠·팬덤·AI 추천 알고리즘을 분석한다.
오후 3시30분 상하이109 주화 총감의 ‘AI Commerce, 중국 이커머스의 진화’도 놓치기 어렵다. 중국 이커머스가 단순한 온라인 판매채널에서 콘텐츠부터 판매·고객관리까지 연결하는 E2E Commerce AX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현장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성한 랩오브어패럴 대표는 ‘성공하는 브랜드를 위한 글로벌 소싱 전략과 Fashion AI 활용법’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 성장의 마지막 퍼즐인 공급망을 다룬다. 첫날의 AI·상품기획·생산 혁신과 둘째 날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이 강연에서 다시 연결되는 셈이다.
첫날이 ‘회사를 바꾸는 날’이었다면, 둘째 날은 ‘시장을 바꾸는 날’이다. K패션이 지금 필요한 것은 해외에 한 번 나가보는 것이 아니다. 현지 소비자에게 발견되고, 상품이 팔리고, 다시 리오더가 일어나고, 공급망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설텍2026 DAY 2는 단순한 중국시장 설명회나 해외진출 세미나가 아니다. “K패션을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로 스케일할 것인가”를 상품·브랜드·유통·이커머스·소싱이라는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패션기업 CEO와 브랜드 오너, 글로벌사업 책임자, MD·상품기획자라면 오늘 DDP에서 확인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BUILD WITH AI에서 SCALE GLOBALLY로.
AI로 기업을 바꾸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힘으로 글로벌에서 성장하는 것. 그것이 설텍2026이 말하는 ‘Next K’다.
강인정 에디터 ditofashi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