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노베이션[패션테크] 잘란도가 선택한 배송 AI 로봇 ‘리처드’

박진아 디토리안
2026-03-31

잘란도가 선택한 배송 AI 로봇 ‘리처드’

24시간, 주 7일 돌아가는 ‘풋웨어 물류의 자동화 실험’

패션 이커머스의 넥스트 경쟁은 로봇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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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토종 이커머스 기업 잘란도(Zalando)가 물류 자동화에 다시 한번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25개국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이 회사는 최근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물류센터 자동화 투자를 본격화했다. 

글로벌 이커머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제 승부는 ‘무엇을 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보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잘란도가 선택한 해법은 AI와 로봇이다.

# ‘신발 상자 하나 집는 일’…가장 어려운 자동화


89643b9454363.png© 2026 Nomagic. All rights reserved 


이번 프로젝트에서 잘란도가 도입한 핵심 장비는 ‘리처드(Richard)’라는 이름의 로봇 팔이다. 폴란드 AI 로보틱스 기업 노매직(Nomagic)이 개발한 이 장비는 신발 상자를 집어 분류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신발 상자 처리 자동화는 물류 영역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작업으로 꼽힌다. 상자의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고, 얇은 뚜껑 구조로 인해 기계가 집어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역은 그동안 사람 손에 의존하거나, 자동화 시도에서도 반복적으로 한계에 부딪혀 왔다.

이 지점에서 노매직의 접근은 다르다. ‘리처드’는 단순 기계가 아니라, AI 기반 컴퓨터 비전 시스템을 통해 상자를 인식하고 처리한다.

•     카메라로 제품 ID를 식별하고
•     다양한 형태의 상자를 구분한 뒤
•     손상 없이 집어 이동하고
•     코드 스캔과 분류까지 수행한다

파일럿 테스트 결과, 로봇 한 대가 하루 최대 10만 개의 신발 상자를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형 물류센터의 하루 처리량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 잘란도, ‘테크 중심 DNA’가 만든 물류 전략


cedd1527428d8.png잘란도는 앞서 물류 합리화를 통한 단순 반복적 창고 업무 축소, 인건비 감축, 물류 처리 신속화를 위해 이미 세레악트(Sereact, 독일 AI 로보틱스 기업), 롤릭 그룹(Rohlik Group, 유럽 온라인 슈퍼마켓), 모리슨(Morrisons) 전자 라벨링 기업 등과 물류 창고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모색해왔다. © 2026 Zalando.


잘란도의 이러한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2008년 창업 당시부터 잘란도는 미국 자포스(Zappos)를 모델로 삼은 풋웨어 중심 이커머스였고, 사업 초기부터 테크 기반 운영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해왔다. 현재는 어패럴과 뷰티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했지만, 여전히 성장의 중심에는 풋웨어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카테고리에서 물류 자동화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잘란도는 그동안 세레악트(Sereact), 롤릭 그룹(Rohlik), 모리슨(Morrisons) 등과 협업하며 물류 자동화 실험을 지속해왔다. 

이번 노매직과의 협업은 그 연장선상에서, 보다 ‘실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물류가 곧 경쟁력’…패션 이커머스의 다음 단계


현재 ‘리처드’는 독일 라르(Lahr), 묀헨글라트바흐(Mönchengladbach), 이탈리아 베로나 물류센터에서 이미 운영 중이며, 파리·로테르담·스톡홀름 등 주요 거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물류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노매직 역시 ASOS, Komplett, apo.com, brack.ch 등 다양한 유럽 이커머스 기업에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며, 패션·의약품·3PL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c590a1a5244f7.png노매직 AI 로보틱스가 개발한 리처드 슈박스 피커 컴퓨터 비전 AI 로봇팔의 독특한 설계 디자인. © 2026 Nomagic. All rights reserved

결국 지금의 흐름은 명확하다. 이커머스 경쟁은 더 이상 상품이나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류 처리 속도와 정확도,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자동화 인프라가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잘란도의 ‘리처드’ 도입은 그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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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 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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