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기업이 ‘AI’를 활용하는 방법 4
트렌드 분석에서 소재 기획, 상품 플래닝, 가격전략, 가품단속까지 ‘MD(뭐든지 다해!)”
생성형 AI 발달로 디자인 개발, AI 팝업스토어, AI모델, 룩북까지
챗GPT에게 물어봤습니다.
“패션 기업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1초도 되지 않아 간결하고 명쾌한 답변이 달렸습니다.
“패션 기업은 운영을 개선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제품을 추천하는 맞춤형 추천, 트렌드 분석 및 예측을 통해 제품 설계와 생산 과정을 개선, AI 챗봇이나 가상 어시스턴트를 활용해 고객 서비스 개선, 인플루언서 마케팅 활용…”
수차례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수집할 수 있는 할 자료를 단 몇 초 만에 답해주는 챗GPT. 멀게만 느껴졌던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가 이젠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데이터 수집 및 분석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같은 신기술부터 생성형 AI로 발전하면서 작곡, 미술, 디자인 등 창의적인 활동까지 다방면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죠.
그렇다면 패션 산업에서는 어떨까요? 그동안 AI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예측하거나 구매 패턴,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주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패션 디자인부터 제품 기획, 재고 관리, 가격 전략, 매장 자동화, 고객 서비스까지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는데요. 미국 시장 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인공지능 시장은 2019년 2억 2,800만 달러(약 2,912억원) 규모에서 2024년까지 연평균 40.8% 성장해 12억 6,000만 달러(약 1조 6,09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패션 기업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 AI가 옷을 디자인하는 시대
지난 4월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AI 패션위크가 열렸습니다. 디자이너가 직접 옷을 만드는 패션 위크가 아닌 일반인 참가자들이 AI 생성 도구로 만든 의상 이미지로 꾸며진 컬렉션이었죠.
과장된 어깨와 실루엣, 물에 젖은 듯한 소재 등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디자인이 등장했는데요. 실제로 워킹하는 모델과 관람객들이 있는 사진은 마치 진짜 컬렉션을 보는 것처럼 실감 났습니다. 약 350여 명이 참가했고, 온라인 투표를 통해 10명의 디자이너를 선정했으며 톱 3에 선정된 우승자들의 의상은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될 계획입니다.
사진출처 https://fashionweek.ai ⓓ
이에 앞서 2022년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LG가 개발한 AI 휴먼 틸다(Tilda)가 박윤희 디자이너와 함께 금성에 핀 꽃을 주제로 컬렉션을 제작했습니다. 틸다는 디자이너의 질문을 바탕으로 3,000여 개의 이미지와 패턴을 만들고, 박윤희 디자이너는 그 창작물을 보완해 실제 의상을 완성했습니다.
AI 틸다와 박윤희 디자이너의 협업 컬렉션, 사진출처 LG그룹 유튜브 ⓓ
2022년 12월 홍콩에서는 디자이너 14명과 AI 개발사 아이디랩(AiDLab)의 대화형 AI ‘아이다(AiDA)가 협업해 컬렉션을 열었습니다. 디자이너가 스케치, 소재, 컬러 등을 버추얼 보드에 업로드하면 ‘아이다’가 작품을 손봐서 실제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시스템이었죠. 총 80벌의 의상을 제작했는데, AI를 통해 디자이너의 작업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AI 팝업스토어 & 최첨단 AI 기술 매장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해 주는 AI 서비스를 넘어 최근에는 AI, AR, IoT 첨단기술이 접목된 매장뿐만 아니라 실제 존재하지 않는 AI 팝업스토어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패션업계에서 가장 핫한 팝업스토어가 AI라면 어떨까요?
미국 브랜드 ‘코치’는 한국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AI 팝업스토어 ‘임파서블 태비 숍’을 선보였습니다. 한국적인 기와, 한옥 등을 모티브로 전통, 인플레이터블, 미러, 네온, 핑크 브릭 5가지 테마로 꾸며졌죠.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글로벌 AI모델링 기업 ‘DROP’과 협업했는데요. 기존 패션업계가 AI를 사이즈 추천, 큐레이팅 제안과 같은 빅데이터로 활용했다면 ‘코치’의 팝업스토어는 디자인 기획부터 최종 구현까지 공간 디자인적으로 AI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코치'의 AI 팝업스토어 ‘임파서블 태비 숍’ ⓓ
AI를 넘어 AR, IoT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패션 매장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이 2022년 미국 LA에 문을 연 오프라인 의류 매장 ‘아마존 스타일’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 매장에는 QR코드가 부착된 샘플 제품만 진열돼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다면 부착된 QR코드로 상품 정보를 볼 수 있고, AI가 관심 있을 것 같은 다른 옷도 함께 추천해 주기도 하죠. 입어보고 싶은 옷이 있다면 아마존 쇼핑 앱에서 피팅룸에 추가한 뒤, 실제 매장 내 피팅룸으로 가면 직원이 가져다 놓은 옷을 입어볼 수 있습니다. 피팅룸에는 터치스크린이 있어 AI가 추천하는 다른 옷을 볼 수 있고, 요청하면 직원이 실제로 피팅룸으로 옷을 가져오기도 하죠. 이렇게 선택한 옷은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취향, 트렌드를 접목해 AI가 추천하는 상품을 바로 입어볼 수 있고, 옷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쇼핑 공간인 것입니다.
AI 샵마스터 역할을 하는 ‘아마존 스타일’ 피팅룸 ⓓ
일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ZOZOTOWN)은 올해 초 도쿄 오모테산도에 ‘니아우랩(niaulab) AI by ZOZO’을 열었습니다. 사전 예약으로 방문한 고객에게 AI가 수집하고 분석한 수만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료 스타일링 서비스를 제안합니다. 판매 목적이 아닌 체험형 매장으로,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죠.
# ‘밈’으로 탄생한 AI & 모델도, 의상도 필요 없는 패션 룩북
상상 그대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생성형 AI의 매력이 패션 광고 마케팅에서 극대화되고 있는데요. 최근 가장 화제를 모았던 것은 ‘해리 포터 바이 발렌시아가(Harry Potter by Balenciaga)’입니다. 영화 <해리포터> 캐릭터들이 발렌시아가의 옷을 입고 말하는 딥 페이크 영상인데요. 조회수 900만뷰를 넘으며 인기를 끈 이 영상은 유튜버 데몬플라잉폭스(demonflyingfox)가 챗GTP, 미드저니, 일레븐랩스, 디아이디 4개의 생성형 AI프로그램을 이용해 단 몇 시간 만에 만든 것이었죠.
이 영상을 시작으로 역대 대통령들이 ‘발렌시아가’ 슈트를 입은 영상 등 수많은 밈(Meme)이 탄생되며 급속도로 확산됐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오픈소스 AI 프로그램만 다룰 수 있다면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나이키’가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매장을 오픈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 사진은 @ucozyaf와 @acozydeal이 AI로 구현한 ‘Impossible Store’였습니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매장이었죠.
사진출처 @ucozyaf @acozydeal 인스타그램 ⓓ
또 ‘RAL70000’ 디자이너 마르코 시모네티(Marco Simonetti)는 AI 기술을 이용해 ‘나이키’와 ‘자크뮈스’의 협업 컬렉션을 SNS에 올렸습니다. 설원이 펼쳐진 프랑스 쿠르슈빌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고 상상하며 만든 운동화, 가방 등은 실제로 출시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진출처 마르코 시모네티 인스타그램(@marcosimonetti____) ⓓ
더 나이가 이제 AI가 모델도, 의상도 없이 룩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프랑스 브랜드 ‘카사블랑카’는 AI가 만든 2023 SS 컬렉션 룩북을 공개했는데요. 멕시코 풍경으로 마치 초현실적인 그림 같은 강렬한 룩북은 실제 모델과 옷이 아닌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를 활용해 제작한 것입니다. AI로 만들었지만 기획 과정에는 스타일리스트, 조명감독, 세트 디자이너 등 10명이 참여해 비주얼 수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룩북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인공지능의 무한한 새로운 영역을 활용해 우리의 미적 감각과 디자인 관점을 조화시켜 꿈같은 디지털 이미지를 알리는 SS23의 새로운 캠페인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출처 카사블랑카 인스타그램 ⓓ
# 누가 진품인가? AI 기술로 위조상품 모니터링
AI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챗GTP를 비롯해 생성형 AI가 확대되면서 표절, 저작권 등 부정적인 문제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AI로 만든 그림, 음악 등은 기존의 작품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생성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AI가 만든 콘테츠인지, 인간이 창작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AI 생성물 감별사가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죠.
사실 패션업계에서는 최근 제기되는 AI 표절 문제 이전부터 오랫동안 이른바 짝퉁, 위조 상품이 문제되어 왔습니다. 명품은 물론 패션브랜드, 캐릭터조차 똑같이 베낀 상품이 버젓이 온오프라인에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오히려 AI 기술이 위조상품을 모니터링하는데 차단하는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AI 보안관 '마크비전' ⓓ
대표적인 기업으로 AI 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서비스 기업 마크비전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마크비전은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위조 상품을 찾아내고, 차단하며 이를 판매하는 판매자, 유통 플랫폼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을 자동화한 사스(SaaS) 시스템은 99% 정확도를 자랑하며 마크비전만의 기술력으로 자리매김했죠.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젠틀몬스터’, ‘디스이즈네버댓’을 시작으로 현재 LVMH 산하의 4개 럭셔리 브랜드 ‘티파니’, ‘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위조 상품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패션업계의 AI 활용 방법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비전을 실현시키는 보조자의 역할부터 AI 모델, AI 팝업스토어처럼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까지, 앞으로도 AI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앞으로 AI가 패션 산업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입니다.
윤희나 에디터 ina033@naver.com
TIP > 디토앤디토는 오는 6월 23일 오후 2시 30분부터 [2023 SFF]-빅데이터, AI를 활용한 밸류체인 혁신 컨퍼런스를 다이텍연구원, 모라비안앤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와 공동으로 개최합니다. ‘‘패션 AI, 어디까지 써봤니?’라는 주제로 패션 AI기술의 프로세스 혁신 기술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기사보기 >
패션 기업이 ‘AI’를 활용하는 방법 4
챗GPT에게 물어봤습니다.
“패션 기업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1초도 되지 않아 간결하고 명쾌한 답변이 달렸습니다.
“패션 기업은 운영을 개선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제품을 추천하는 맞춤형 추천, 트렌드 분석 및 예측을 통해 제품 설계와 생산 과정을 개선, AI 챗봇이나 가상 어시스턴트를 활용해 고객 서비스 개선, 인플루언서 마케팅 활용…”
수차례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수집할 수 있는 할 자료를 단 몇 초 만에 답해주는 챗GPT. 멀게만 느껴졌던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가 이젠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데이터 수집 및 분석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같은 신기술부터 생성형 AI로 발전하면서 작곡, 미술, 디자인 등 창의적인 활동까지 다방면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죠.
그렇다면 패션 산업에서는 어떨까요? 그동안 AI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예측하거나 구매 패턴,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주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패션 디자인부터 제품 기획, 재고 관리, 가격 전략, 매장 자동화, 고객 서비스까지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는데요. 미국 시장 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인공지능 시장은 2019년 2억 2,800만 달러(약 2,912억원) 규모에서 2024년까지 연평균 40.8% 성장해 12억 6,000만 달러(약 1조 6,09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패션 기업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 AI가 옷을 디자인하는 시대
지난 4월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AI 패션위크가 열렸습니다. 디자이너가 직접 옷을 만드는 패션 위크가 아닌 일반인 참가자들이 AI 생성 도구로 만든 의상 이미지로 꾸며진 컬렉션이었죠.
과장된 어깨와 실루엣, 물에 젖은 듯한 소재 등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디자인이 등장했는데요. 실제로 워킹하는 모델과 관람객들이 있는 사진은 마치 진짜 컬렉션을 보는 것처럼 실감 났습니다. 약 350여 명이 참가했고, 온라인 투표를 통해 10명의 디자이너를 선정했으며 톱 3에 선정된 우승자들의 의상은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될 계획입니다.
사진출처 https://fashionweek.ai ⓓ
이에 앞서 2022년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LG가 개발한 AI 휴먼 틸다(Tilda)가 박윤희 디자이너와 함께 금성에 핀 꽃을 주제로 컬렉션을 제작했습니다. 틸다는 디자이너의 질문을 바탕으로 3,000여 개의 이미지와 패턴을 만들고, 박윤희 디자이너는 그 창작물을 보완해 실제 의상을 완성했습니다.
AI 틸다와 박윤희 디자이너의 협업 컬렉션, 사진출처 LG그룹 유튜브 ⓓ
2022년 12월 홍콩에서는 디자이너 14명과 AI 개발사 아이디랩(AiDLab)의 대화형 AI ‘아이다(AiDA)가 협업해 컬렉션을 열었습니다. 디자이너가 스케치, 소재, 컬러 등을 버추얼 보드에 업로드하면 ‘아이다’가 작품을 손봐서 실제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시스템이었죠. 총 80벌의 의상을 제작했는데, AI를 통해 디자이너의 작업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AI 팝업스토어 & 최첨단 AI 기술 매장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해 주는 AI 서비스를 넘어 최근에는 AI, AR, IoT 첨단기술이 접목된 매장뿐만 아니라 실제 존재하지 않는 AI 팝업스토어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패션업계에서 가장 핫한 팝업스토어가 AI라면 어떨까요?
미국 브랜드 ‘코치’는 한국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AI 팝업스토어 ‘임파서블 태비 숍’을 선보였습니다. 한국적인 기와, 한옥 등을 모티브로 전통, 인플레이터블, 미러, 네온, 핑크 브릭 5가지 테마로 꾸며졌죠.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글로벌 AI모델링 기업 ‘DROP’과 협업했는데요. 기존 패션업계가 AI를 사이즈 추천, 큐레이팅 제안과 같은 빅데이터로 활용했다면 ‘코치’의 팝업스토어는 디자인 기획부터 최종 구현까지 공간 디자인적으로 AI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코치'의 AI 팝업스토어 ‘임파서블 태비 숍’ ⓓ
AI를 넘어 AR, IoT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패션 매장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이 2022년 미국 LA에 문을 연 오프라인 의류 매장 ‘아마존 스타일’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 매장에는 QR코드가 부착된 샘플 제품만 진열돼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다면 부착된 QR코드로 상품 정보를 볼 수 있고, AI가 관심 있을 것 같은 다른 옷도 함께 추천해 주기도 하죠. 입어보고 싶은 옷이 있다면 아마존 쇼핑 앱에서 피팅룸에 추가한 뒤, 실제 매장 내 피팅룸으로 가면 직원이 가져다 놓은 옷을 입어볼 수 있습니다. 피팅룸에는 터치스크린이 있어 AI가 추천하는 다른 옷을 볼 수 있고, 요청하면 직원이 실제로 피팅룸으로 옷을 가져오기도 하죠. 이렇게 선택한 옷은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취향, 트렌드를 접목해 AI가 추천하는 상품을 바로 입어볼 수 있고, 옷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쇼핑 공간인 것입니다.
AI 샵마스터 역할을 하는 ‘아마존 스타일’ 피팅룸 ⓓ
일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ZOZOTOWN)은 올해 초 도쿄 오모테산도에 ‘니아우랩(niaulab) AI by ZOZO’을 열었습니다. 사전 예약으로 방문한 고객에게 AI가 수집하고 분석한 수만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료 스타일링 서비스를 제안합니다. 판매 목적이 아닌 체험형 매장으로,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죠.
# ‘밈’으로 탄생한 AI & 모델도, 의상도 필요 없는 패션 룩북
상상 그대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생성형 AI의 매력이 패션 광고 마케팅에서 극대화되고 있는데요. 최근 가장 화제를 모았던 것은 ‘해리 포터 바이 발렌시아가(Harry Potter by Balenciaga)’입니다. 영화 <해리포터> 캐릭터들이 발렌시아가의 옷을 입고 말하는 딥 페이크 영상인데요. 조회수 900만뷰를 넘으며 인기를 끈 이 영상은 유튜버 데몬플라잉폭스(demonflyingfox)가 챗GTP, 미드저니, 일레븐랩스, 디아이디 4개의 생성형 AI프로그램을 이용해 단 몇 시간 만에 만든 것이었죠.
이 영상을 시작으로 역대 대통령들이 ‘발렌시아가’ 슈트를 입은 영상 등 수많은 밈(Meme)이 탄생되며 급속도로 확산됐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오픈소스 AI 프로그램만 다룰 수 있다면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나이키’가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매장을 오픈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 사진은 @ucozyaf와 @acozydeal이 AI로 구현한 ‘Impossible Store’였습니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매장이었죠.
사진출처 @ucozyaf @acozydeal 인스타그램 ⓓ
또 ‘RAL70000’ 디자이너 마르코 시모네티(Marco Simonetti)는 AI 기술을 이용해 ‘나이키’와 ‘자크뮈스’의 협업 컬렉션을 SNS에 올렸습니다. 설원이 펼쳐진 프랑스 쿠르슈빌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고 상상하며 만든 운동화, 가방 등은 실제로 출시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진출처 마르코 시모네티 인스타그램(@marcosimonetti____) ⓓ
더 나이가 이제 AI가 모델도, 의상도 없이 룩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프랑스 브랜드 ‘카사블랑카’는 AI가 만든 2023 SS 컬렉션 룩북을 공개했는데요. 멕시코 풍경으로 마치 초현실적인 그림 같은 강렬한 룩북은 실제 모델과 옷이 아닌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를 활용해 제작한 것입니다. AI로 만들었지만 기획 과정에는 스타일리스트, 조명감독, 세트 디자이너 등 10명이 참여해 비주얼 수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룩북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인공지능의 무한한 새로운 영역을 활용해 우리의 미적 감각과 디자인 관점을 조화시켜 꿈같은 디지털 이미지를 알리는 SS23의 새로운 캠페인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출처 카사블랑카 인스타그램 ⓓ
# 누가 진품인가? AI 기술로 위조상품 모니터링
AI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챗GTP를 비롯해 생성형 AI가 확대되면서 표절, 저작권 등 부정적인 문제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AI로 만든 그림, 음악 등은 기존의 작품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생성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AI가 만든 콘테츠인지, 인간이 창작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AI 생성물 감별사가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죠.
사실 패션업계에서는 최근 제기되는 AI 표절 문제 이전부터 오랫동안 이른바 짝퉁, 위조 상품이 문제되어 왔습니다. 명품은 물론 패션브랜드, 캐릭터조차 똑같이 베낀 상품이 버젓이 온오프라인에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오히려 AI 기술이 위조상품을 모니터링하는데 차단하는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AI 보안관 '마크비전' ⓓ
대표적인 기업으로 AI 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서비스 기업 마크비전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마크비전은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위조 상품을 찾아내고, 차단하며 이를 판매하는 판매자, 유통 플랫폼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을 자동화한 사스(SaaS) 시스템은 99% 정확도를 자랑하며 마크비전만의 기술력으로 자리매김했죠.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젠틀몬스터’, ‘디스이즈네버댓’을 시작으로 현재 LVMH 산하의 4개 럭셔리 브랜드 ‘티파니’, ‘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위조 상품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패션업계의 AI 활용 방법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비전을 실현시키는 보조자의 역할부터 AI 모델, AI 팝업스토어처럼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까지, 앞으로도 AI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앞으로 AI가 패션 산업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입니다.
윤희나 에디터 ina033@naver.com
TIP > 디토앤디토는 오는 6월 23일 오후 2시 30분부터 [2023 SFF]-빅데이터, AI를 활용한 밸류체인 혁신 컨퍼런스를 다이텍연구원, 모라비안앤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와 공동으로 개최합니다. ‘‘패션 AI, 어디까지 써봤니?’라는 주제로 패션 AI기술의 프로세스 혁신 기술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