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e플랫폼, SCM이 승패 좌우한다
아뜨랑스·셀업, 소비자 중심 풀필먼트로 국내외 마켓서 상승세
마플, 크리에이터를 위한 다품종 소량 제조 아웃소싱 플랫폼 안착
패션 메이저, Mass Customizing까지 확장된 BM 구축 중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연결할 수 있는 SCM이 중요해지고 있다ⓓ
Case 1. 온라인 여성 쇼핑몰 전문기업 SN패션그룹(대표 구길리)은 지난해 일본 EC(www.attrangs.jp)에서 20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자사 브랜드 아뜨랑스와 소녀나라가 메인이지만 상당수 국내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를 입점시킨 B2C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입점 브랜드와 제휴해 잘 팔릴 수 있는 디자인을 일본 플랫폼에 노출한 후 판매 반응에 따라 매일 상품을 사입해 일본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전문성 높은 매입 파워와 하루 7만 피스 처리가능한 풀필먼트 센터가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올해 일본 EC 규모를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뜨랑스는 일본 내 자체 쇼핑 플랫폼을 통해 한국 입점 브랜드를 판매 중이다ⓓ
Case 2. 동대문 패션 B2B 플랫폼 ‘셀업(www.sell-up.co.kr)’은 지난달부터 검색을 기반으로 한 메이저 플랫폼과 협력해 B2C 이커머스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1차로 10여개 쇼핑몰 브랜드와 협력해 도착보장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후 대상 브랜드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루 5,000~7,000개 도매상과 거래하면서 쌓인 판매 트렌드 데이터와 자체 풀필먼트 물류센터 인프라를 활용해 소비자가 요구하는 시점에 정확하게 상품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Case 3. POD 플랫폼의 대표 기업 마플코퍼레이션(대표 박혜윤)은 지난 7일 넥슨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았고, 향후 협업을 통해 ‘NEXON Global Shop’을 연내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플(www.marpple.com)은 2014년 설립된 POD(Print On Demand) 기반의 커스텀 굿즈 제작 전문 기업으로서 자동화 주문생산공정과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SCM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최소 수량에 자유롭고, 재고에 대한 부담이 적어 소비자들은 물론 소량 제작이 필요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B2B 거래도 활발하다. 즉,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한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제조 아웃소싱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투자금은 밝히지 않기로 했고, 이전 시리즈A까지는 135억원을 투자 유치했었다.
Case 4. 신성통상은 올 하반기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을 개시한다. 이미 328만명의 고객 DB를 구축한탑텐몰(www.topten10mall.com)은 지난해 이커머스 부문에서만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플랫폼 사업에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 골프웨어 부문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크리스에프앤씨(www.creasmall.com)도 올 하반기 종합 쇼핑몰로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다. 이미 지난해 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한 만큼 초기부터 이슈를 불어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Case 5. 메이저 패션기업 J사는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프로모션 M사와 제휴해 신규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M사는 완제품 제조공장(직영 70명+임가공)과 최첨단 DTP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 핫한 스트릿캐주얼과 디자이너 브랜드 20여개 제품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J사는 M사가 진행했던 티셔츠와 모자에 자체 개발한 그래픽과 로고를 얹어 1차 반응을 테스트한 후 반응에 따라 주간 단위로 주문을 반복하는 Mass Customizing을 실행할 계획이다. J, M 양사는 가능성 높은 신생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신규 투자를 통해 브랜드 숫자를 확대할 계획이며, B2B2C 모델까지 검토하고 있다.

프린트온디맨드 시스템의 리더기업 마플은 자사에 DTP를 비롯한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
# 선발 플랫폼, 광고마케팅과 쿠폰 남발로 경영난까지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서 공급망 관리(SCM)가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생필품 중심의 메이저 플랫폼 시장에서는 초대형 물류센터와 소비자 중심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갖춘 쿠팡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커머스의 최종 승패는 공급망 관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패션 이커머스는 어떨까?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무신사와 W컨셉, 29CM, 스타일쉐어와 같은 패션 전문 플랫폼이 급성장했지만, 대부분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받아서 판매를 위한 마케팅에 주력하기에 급급했다.
더욱이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는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지만, 플랫폼의 미래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물류, 특히 풀필먼트 서비스와 입점 브랜드를 위한 제조 아웃소싱 등 SCM 부문에는 소극적으로 투자했다.
한 패션 플랫폼 전문가는 “패션 플랫폼들은 초기에는 5% 이하의 낮은 판매 수수료 조건으로 입점 브랜드 숫자를 빠르게 늘렸다. 그리고 브랜드들은 낮은 판관비를 믿고 저가 전쟁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데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입점 브랜드와 구매자들은 가파르게 늘어났으며, 이를 근거로 플랫폼들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더욱이 플랫폼들은 MS(마켓쉐어)를 확대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와 할인 쿠폰 발행에 투자를 집중한 탓에 경영난까지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다른 전문가는 “B2C 플랫폼이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입점 브랜드와 상품, 즉 콘텐츠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때론 특정 브랜드와 제휴해 스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며,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거나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한 소비자 구매 경험을 통합적으로 향상시켜야 하는데, 판매에만 집중해 아쉬웠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그재그와 에이블리 등은 지난해말부터 판매수수료를 3~5% 인상했다.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에게 할인 쿠폰을 지급하거나 광고를 하면 수수료를 내려주고, 심지어 경쟁사를 탈퇴하면 추가 혜택을 준다고 하는 등의 ‘갑질 횡포’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브랜드 입장에선 低마진 구조이기 때문에 10~20% 할인 쿠폰을 발행한다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기업들의 중론이다.
# 컬리가 쏘아올린 배송전쟁, 이번엔 패션이다

아뜨랑스가 직접 보유하고 운영중인 물류 컨테이너 ⓓ
여성 쇼핑몰 브랜드 아뜨랑스(www.attrangs.co.kr)는 매일 판매하는 상품이 4500개 가량인데, 이 가운데 약 40%인 2200개는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 당일배송은 서울은 오후 3시, 경기도는 오전 12시 이전까지 주문하면 당일 10시까지 배송되는 서비스로 패션업계에선 타사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이러한 배송 시스템에 힘입어 아뜨랑스는 지그재그와 에이블리에서 통합 선두권에 올라있으며, 자사몰까지 호황을 이뤄 지난 3월 국내 온라인 부문에서만 10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이달 중순 고객별 주문 상품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오토 쇼터 시스템까지 더함으로써 구로동 풀필먼트 센터 하루 처리 물량이 7~8만 피스로 늘어나게 됐다.
쉐어그라운드(대표 이연)가 운영 중인 ‘셀업(www.sell-up.co.kr)’은 서울 망우동에 자체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한데 이어 최근에는 ODM 아웃소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국내 대표적인 패션 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널과 CJ ENM 등을 대상으로 프로모션 사업을 시작했으며, 100~1,000장 이상 단위로 수주받아 국내 생산으로 공급하고 있다.

자체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ODM 아웃소싱까지 확장하고 있는 셀업 ⓓ
셀업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어떤 브랜드에게 어떤 상품을 매칭해야 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게 됐으며, 이를 기존 사업과 결합해 ‘지금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제조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이 회사는 메이저 이커머스 플랫폼과도 제휴해 B2C 부문까지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상품기획에서부터 제조, 이커머스까지 커머하는 B2B2C 플랫폼으로 역할이 기대된다.
# e플랫폼의 경쟁력, 입점 브랜드 경쟁력에서 판가름
패션 산업은 트렌드 변수가 많고, 서플라이 체인이 유난히 복잡한 산업이다. 최근 패션 이커머스는 트렌드에 적합한 상품을 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동대문發 브랜드를 잘 결합한 플랫폼이 변화를 주도했다. 또한 독창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소비자와 공감대를 절묘하게 이끌어낸 미디어 플랫폼이 그 중심에 있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향후에도 패션 이커머스 마켓에서도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패션 플랫폼의 경쟁력은 입점 콘텐츠의 파워 그리고 탄탄한 SCM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진은 HAGO와 MARPPLEⓓ
그러나 최근에는 정확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적정량을 제 때에 공급하는 SCM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미 관련 매체에서 많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마뗑킴(www.matinkim.com)’이 1년 반 만에 7~8배 외형이 늘어난 배경에도 HAGO(www.hago.kr)가 가진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신성통상과 크리스에프앤씨의 플랫폼 사업도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주목된다. 이미 올 상반기 마켓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출범과 대대적인 마케팅을 예고하고 있다. 메이저 기업으로서 이미 수 천억원대 자사 브랜드를 위한 SCM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콘텐츠까지 장착한다면 단기간에 성장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예측이다.
향후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선발 주자들과 풀필먼트 물류서비스와 매스 커스터마이징과 POD 등 체계적인 SCM을 갖춘 후발 주자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점 브랜드 숫자, 쿠폰 발행, 그리고 과다한 할인경쟁 등을 통한 인위적인 DB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우리 플랫폼을 통해 성장했고, 이들을 어떻게 제휴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느냐가 플랫폼의 실력이자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평가지수가 될 것”이라며 플랫폼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패션 e플랫폼, SCM이 승패 좌우한다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연결할 수 있는 SCM이 중요해지고 있다ⓓ
Case 1. 온라인 여성 쇼핑몰 전문기업 SN패션그룹(대표 구길리)은 지난해 일본 EC(www.attrangs.jp)에서 20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자사 브랜드 아뜨랑스와 소녀나라가 메인이지만 상당수 국내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를 입점시킨 B2C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입점 브랜드와 제휴해 잘 팔릴 수 있는 디자인을 일본 플랫폼에 노출한 후 판매 반응에 따라 매일 상품을 사입해 일본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전문성 높은 매입 파워와 하루 7만 피스 처리가능한 풀필먼트 센터가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올해 일본 EC 규모를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뜨랑스는 일본 내 자체 쇼핑 플랫폼을 통해 한국 입점 브랜드를 판매 중이다ⓓ
Case 2. 동대문 패션 B2B 플랫폼 ‘셀업(www.sell-up.co.kr)’은 지난달부터 검색을 기반으로 한 메이저 플랫폼과 협력해 B2C 이커머스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1차로 10여개 쇼핑몰 브랜드와 협력해 도착보장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후 대상 브랜드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루 5,000~7,000개 도매상과 거래하면서 쌓인 판매 트렌드 데이터와 자체 풀필먼트 물류센터 인프라를 활용해 소비자가 요구하는 시점에 정확하게 상품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Case 3. POD 플랫폼의 대표 기업 마플코퍼레이션(대표 박혜윤)은 지난 7일 넥슨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았고, 향후 협업을 통해 ‘NEXON Global Shop’을 연내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플(www.marpple.com)은 2014년 설립된 POD(Print On Demand) 기반의 커스텀 굿즈 제작 전문 기업으로서 자동화 주문생산공정과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SCM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최소 수량에 자유롭고, 재고에 대한 부담이 적어 소비자들은 물론 소량 제작이 필요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B2B 거래도 활발하다. 즉,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한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제조 아웃소싱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투자금은 밝히지 않기로 했고, 이전 시리즈A까지는 135억원을 투자 유치했었다.
Case 4. 신성통상은 올 하반기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을 개시한다. 이미 328만명의 고객 DB를 구축한탑텐몰(www.topten10mall.com)은 지난해 이커머스 부문에서만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플랫폼 사업에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 골프웨어 부문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크리스에프앤씨(www.creasmall.com)도 올 하반기 종합 쇼핑몰로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다. 이미 지난해 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한 만큼 초기부터 이슈를 불어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Case 5. 메이저 패션기업 J사는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프로모션 M사와 제휴해 신규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M사는 완제품 제조공장(직영 70명+임가공)과 최첨단 DTP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 핫한 스트릿캐주얼과 디자이너 브랜드 20여개 제품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J사는 M사가 진행했던 티셔츠와 모자에 자체 개발한 그래픽과 로고를 얹어 1차 반응을 테스트한 후 반응에 따라 주간 단위로 주문을 반복하는 Mass Customizing을 실행할 계획이다. J, M 양사는 가능성 높은 신생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신규 투자를 통해 브랜드 숫자를 확대할 계획이며, B2B2C 모델까지 검토하고 있다.
프린트온디맨드 시스템의 리더기업 마플은 자사에 DTP를 비롯한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
# 선발 플랫폼, 광고마케팅과 쿠폰 남발로 경영난까지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서 공급망 관리(SCM)가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생필품 중심의 메이저 플랫폼 시장에서는 초대형 물류센터와 소비자 중심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갖춘 쿠팡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커머스의 최종 승패는 공급망 관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패션 이커머스는 어떨까?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무신사와 W컨셉, 29CM, 스타일쉐어와 같은 패션 전문 플랫폼이 급성장했지만, 대부분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받아서 판매를 위한 마케팅에 주력하기에 급급했다.
더욱이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는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지만, 플랫폼의 미래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물류, 특히 풀필먼트 서비스와 입점 브랜드를 위한 제조 아웃소싱 등 SCM 부문에는 소극적으로 투자했다.
한 패션 플랫폼 전문가는 “패션 플랫폼들은 초기에는 5% 이하의 낮은 판매 수수료 조건으로 입점 브랜드 숫자를 빠르게 늘렸다. 그리고 브랜드들은 낮은 판관비를 믿고 저가 전쟁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데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입점 브랜드와 구매자들은 가파르게 늘어났으며, 이를 근거로 플랫폼들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더욱이 플랫폼들은 MS(마켓쉐어)를 확대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와 할인 쿠폰 발행에 투자를 집중한 탓에 경영난까지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다른 전문가는 “B2C 플랫폼이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입점 브랜드와 상품, 즉 콘텐츠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때론 특정 브랜드와 제휴해 스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며,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거나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한 소비자 구매 경험을 통합적으로 향상시켜야 하는데, 판매에만 집중해 아쉬웠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그재그와 에이블리 등은 지난해말부터 판매수수료를 3~5% 인상했다.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에게 할인 쿠폰을 지급하거나 광고를 하면 수수료를 내려주고, 심지어 경쟁사를 탈퇴하면 추가 혜택을 준다고 하는 등의 ‘갑질 횡포’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브랜드 입장에선 低마진 구조이기 때문에 10~20% 할인 쿠폰을 발행한다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기업들의 중론이다.
# 컬리가 쏘아올린 배송전쟁, 이번엔 패션이다
아뜨랑스가 직접 보유하고 운영중인 물류 컨테이너 ⓓ
여성 쇼핑몰 브랜드 아뜨랑스(www.attrangs.co.kr)는 매일 판매하는 상품이 4500개 가량인데, 이 가운데 약 40%인 2200개는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 당일배송은 서울은 오후 3시, 경기도는 오전 12시 이전까지 주문하면 당일 10시까지 배송되는 서비스로 패션업계에선 타사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이러한 배송 시스템에 힘입어 아뜨랑스는 지그재그와 에이블리에서 통합 선두권에 올라있으며, 자사몰까지 호황을 이뤄 지난 3월 국내 온라인 부문에서만 10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이달 중순 고객별 주문 상품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오토 쇼터 시스템까지 더함으로써 구로동 풀필먼트 센터 하루 처리 물량이 7~8만 피스로 늘어나게 됐다.
쉐어그라운드(대표 이연)가 운영 중인 ‘셀업(www.sell-up.co.kr)’은 서울 망우동에 자체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한데 이어 최근에는 ODM 아웃소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국내 대표적인 패션 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널과 CJ ENM 등을 대상으로 프로모션 사업을 시작했으며, 100~1,000장 이상 단위로 수주받아 국내 생산으로 공급하고 있다.
자체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ODM 아웃소싱까지 확장하고 있는 셀업 ⓓ
셀업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어떤 브랜드에게 어떤 상품을 매칭해야 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게 됐으며, 이를 기존 사업과 결합해 ‘지금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제조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이 회사는 메이저 이커머스 플랫폼과도 제휴해 B2C 부문까지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상품기획에서부터 제조, 이커머스까지 커머하는 B2B2C 플랫폼으로 역할이 기대된다.
# e플랫폼의 경쟁력, 입점 브랜드 경쟁력에서 판가름
패션 산업은 트렌드 변수가 많고, 서플라이 체인이 유난히 복잡한 산업이다. 최근 패션 이커머스는 트렌드에 적합한 상품을 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동대문發 브랜드를 잘 결합한 플랫폼이 변화를 주도했다. 또한 독창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소비자와 공감대를 절묘하게 이끌어낸 미디어 플랫폼이 그 중심에 있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향후에도 패션 이커머스 마켓에서도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패션 플랫폼의 경쟁력은 입점 콘텐츠의 파워 그리고 탄탄한 SCM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진은 HAGO와 MARPPLEⓓ
그러나 최근에는 정확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적정량을 제 때에 공급하는 SCM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미 관련 매체에서 많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마뗑킴(www.matinkim.com)’이 1년 반 만에 7~8배 외형이 늘어난 배경에도 HAGO(www.hago.kr)가 가진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신성통상과 크리스에프앤씨의 플랫폼 사업도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주목된다. 이미 올 상반기 마켓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출범과 대대적인 마케팅을 예고하고 있다. 메이저 기업으로서 이미 수 천억원대 자사 브랜드를 위한 SCM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콘텐츠까지 장착한다면 단기간에 성장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예측이다.
향후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선발 주자들과 풀필먼트 물류서비스와 매스 커스터마이징과 POD 등 체계적인 SCM을 갖춘 후발 주자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점 브랜드 숫자, 쿠폰 발행, 그리고 과다한 할인경쟁 등을 통한 인위적인 DB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우리 플랫폼을 통해 성장했고, 이들을 어떻게 제휴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느냐가 플랫폼의 실력이자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평가지수가 될 것”이라며 플랫폼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