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패션테크] 생성형AI, 패션 디자이너 대체할 것인가?

박진아 디토리안
2025-03-07

[박진아의 넥스트 패션테크]  

생성형AI, 패션 디자이너 대체할 것인가?

AI가 생성하는 피드백과 결함, 디자이너 영감 촉매제로

마케팅용 대화형 쇼핑 어시스턴트 챗봇 기술은 끝없는 진화 예고



2022년 말 생성형AI ‘챗 GPT’가 대중에 공개된 이후 여느 산업과 마찬가지로 패션업계도 AI가 디지털 혁신과 새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주목했다.


그리고 2년여 시간이 지난 현재 생성형AI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임의적 팩트 조작, 기초 산술 오류, 때론 어색하고 불쾌한 이미지를 합성하는 등 미완성 단계의 ‘진행 중 작업(work-in-progess)’인 것을 사실이지만 인터넷 환경에서는 이미 포용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챗GPT는 텍스트 생성용 AI 모델로 출발했지만 DALLE-E 2,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은 사용자가 프롬프트 명령을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해 준다. 동영상 생성 AI 툴인 런웨이(Runway)는 패션업계에 앞서 이미 영화산업에서 적극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데뷔 초기 흥분과 열광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지금, 생성AI는 일취월장 기술적 진보를 계속하고 있지만 패션업계에서는 아직도 참신한 디자인적 창의성과 매출 상승으로 연결시켜줄 만한 마법의 알고리즘(algorithms)을 보유한 플랫폼이나 킬러 앱(killer application)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 케링, 리바이스, 아마존 연이어 도전


KNXT의 AI 맞춤형 쇼핑 어시스턴트 챗봇 매들린느(Madeline)

럭셔리 패션기업 케링(Kering, GUCCI 모회사)이 2023년 4월 런칭한 대화형 AI‚ 매들린느(Madeline)는 초기엔 럭셔리 이커머스 마케팅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런칭 2년이 넘어서는 현재 획일화되고 제한된 수준의 응답만이 가능한 초기 수준 기술이라는 평가와 함께 소강상태 프로젝트가 됐다. 

패션업계는 소비자 대상 AI 맞춤형 쇼핑 어시스턴트 챗봇으로 마케팅을 극대화할 높은 기대를 품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실현 단계는 아니었다. 매들린느를 개발한 KNXT라는 이커머스 사이트는‚ 명품을 발굴하는 독특한 방법(A Unique Way to Find Luxury Products)을 기약한다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2022년 말 챗GPT 기술 기반 쇼핑 어시스턴트를 발 빠르게 런칭했다. 안타깝게도 새 디자인 컨셉 개발, 마케팅 캠페인 효과, 소비자와의 1:1 대화를 통한 세계 최초의 쇼핑 어시스턴트를 내세웠던 케링의 AI 프로젝트는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실패 사례로 기록됐다. 


KNXT의 AI 맞춤형 쇼핑 어시스턴트 챗봇 매들린느(Madeline)


리바이스(Levi’s) 또한 AI 기반 이커머스 챗봇 런칭 계획을 지난해 4월 백지화하는 등 메이저 기업들의 시행착오는 반복되고 있다. 아마존은 2024년 2월부터 수 십억 달러(우리 돈 수 조 원)를 투자해 자체 개발한 온라인 생성형 AI 쇼핑 어시스턴트인 러퍼스(Rufus)의 제품 추천 기능 개선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 크리에이티브 역할 반영한 AI 필요에 공감


그렇다면 유독 패션산업에서 생성AI 활용이 늦은 이유는 뭘까? 챗GPT처럼 인터넷상 일반 데이터에서 수집·스크래핑된 정보와 지식 기반의 거대언어모델(LLM)은 패션 및 어패럴 분야에서 통용되는 전문 지식과 언어(은어 포함)를 맥락적으로 이해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 점에 착안해 패션에 특화된 ‘Shop With AI‘ 쇼핑 어시스턴트가 2023년 런칭됐지만 여전히 방대한 규모의 패션 데이터 확장성이라는 기술적 문제를 풀지 못하고 현재는 남성복 위주 유명인 스타일이나 몇몇 소수 패션 전문가의 제안을 작성해 주는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다.


이토록 현 단계의 생성형AI 기술이 풀어야 할 난제는 무한히 산재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나름의 장점도 있다. 가령, 디자이너의 영감을 자극하는 창조 도우미로서 제법 가치 있는 툴(tool)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인공지능이 창조직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며 공포감과 방어적 태도를 보여온 패션 디자이너들을 포함한 크리에이티브들은 AI가 생성시키는 의외의 피드백과 결함(digital glitch)은 창조적 착상에 긍정적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패션업계에 부는 AI 열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가르트너의 거시적 하이프 사이클 시점에 따르면 지금 업계에 부는 1차 생성형 AI 파도는 거의 끝나가는 중(2. 과열 기대 절정 단계)이라고 한다.(그래프: 1. 신기술 촉발 2. 과열 기대 절정 3. 실망감 최저점 4. 계몽 상승기 5. 생산성 안정기). 그래프 출처: GETTY/Forbes


오늘도 AI 생태계 속 알고리즘은 하루가 다르게 개선을 거치며 더 스마트해져 가지만 일각에서는 생성형AI는 장기적으로는 그 모든 소란과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엄숙한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가령, 미국의 정보기술 연구 자문기업 가르트너(Gartner, Inc.)의 그 유명한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이론에 따르면, 패션업계와 생성형 AI 기술의 조우는 리테일 업계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기술 포용을 거쳐 오는 5년 내
로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감 과열과 기술의 한계 정점에 도달한 후 하강할 것이라는 주장이 그런 예다.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산출・분석한 후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 및 소비 행동까지 일사분란하게 분석해 소비자에게 즉각적 만족감, 편의성, 인간적 친밀감까지 선사하는 꿈의 맞춤형 패션 AI 챗봇이 실현된 날은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러나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플러스AI, 클링 AI 등 AI 영상 생성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AI 패션 쇼(AI Fashion Show — Flux AI Image to Kling AI Video Generation)’ 중 한 장면. 이미지 출처: AI Motion Studio=YouTube 영상 캡처


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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