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트렌드]외국인 몰린 광장시장…패션 브랜드 격전지로

신아랑 에디터
2025-10-02

외국인 몰린 광장시장…패션 브랜드 격전지로

대명화학 계열사 7개 브랜드 총출동

외국인 소비 급증, 뉴트로 트렌드 타고 글로벌 패션 허브로


서울의 대표 전통시장 광장시장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발판 삼아 패션 브랜드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과 로컬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여행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전통시장이 패션 산업의 글로벌 무대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광장시장은 최근 외국인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 상인은 “요즘 손님 100명 중 70명은 외국인일 정도”라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종로구의 외국인 신용카드 소비액은 전년 대비 149% 증가했고, 2025년 2분기 기준 외국인의 국내 카드 사용액은 37억9,00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38.2% 늘어나며 외국인 소비 확대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 콘텐츠를 통해 소개된 전통시장의 다양한 먹거리는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패션 브랜드까지 합류하면서 전통시장은 글로벌 소비자와 브랜드가 만나는 새로운 무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패션 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감지하고 광장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 대명계열사, 광장으로 모이다


사진: 광장시장 내 '코닥 광장 마켓'


최근 광장 시장의 패션 열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곳은 대명화학그룹 계열사 브랜드들이다. 대명화학은 10월 1일 특히 MZ들이 선호하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마뗑킴’, ‘세터’,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프룻오브더룸’, ‘키르시’ 5개 브랜드 매장을 동시에 오픈하면서 광장시장에만 총 7개 브랜드가 자리잡게 됐다. 

 

지난 7월 광장시장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코닥어패럴(KODAK Apparel)은 전통시장의 한복판에 있는 점을 살려 코닥 광장 마켓으로 불린다. 외관은 기와지붕과 간판 등 전통시장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사용했고 내부는 코닥의 시그니처 컬러와 필름 무드로 뉴트로 감성을 극대화했다. 

또 시장 상인과 협업해 일부 굿즈를 공동 기획하거나 로컬 요소를 상품에 반영했으며, 매출 일부를 지역 상권 활성화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브랜드와 시장이 공존하는 모델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큐앤드비인터내셔날은 뷰티 아울렛 ‘오프뷰티’를 런칭하며 첫 매장으로 광장시장을 선택했다. 한국 뷰티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점과 광장시장이 주는 가성비 강점을 살려 뷰티 아울렛 매장을 오픈했는데,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매장은 평일에도 젊은 층 방문객이 꾸준히 늘며 전통시장 특유의 활기와 어우러졌고, 주말에는 관광객이 시장 먹거리와 브랜드 쇼핑을 연계해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광장시장을 찾은 한 일본인 관광객은 “한국 드라마에서 본 시장 풍경을 직접 걸어보니 색다르다”며 “전통 먹거리를 맛본 뒤 바로 옆 매장에서 한국 브랜드 옷을 쇼핑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 ‘마뗑킴’, ‘세터’,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프룻오브더룸’, ‘키르시’ 동시 오픈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광장 컨셉스토어


이에 탄력을 받은 대명화학 관계사들은 10월 1일 ‘마뗑킴’, ‘세터’,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프룻오브더룸’, ‘키르시’ 5개 브랜드 매장을 동시 오픈했다.

 

하고하우스가 전개하는 마뗑킴(MATIN KIM)은 그라피티 아티스트 범민 작가와 협업해 기존 매장과 차별화했고 외국인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서울 익스클루시브, 한글 제품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오픈을 기념해 K패션과 K푸드의 협업을 추진하며 광장시장 맛집인 박가네빈대떡, 순희네빈대떡, 육회자매 등의 150여명 직원이 마뗑킴 한글 로고 티셔츠와 모자를 유니폼으로 착용하고 일하고 있다.

 

마뗑킴 광장시장점 (이미지=하고하우스)


세터(SATUR)는 지난해 명동점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광장시장에서는 보다 체험형 매장을 선보인다. 내부는 그래피티 아트와 네온 조명을 활용해 ‘스트리트 무드’를 극대화하고, 일부 공간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용 포토존과 다국어 안내 시스템을 마련해 글로벌 접근성을 높였다.

 

하이라이트브랜즈는 ‘프룻오브더룸’과 ‘키르시’ 매장을 오픈했다. ‘프룻오브더룸’은 광장시장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프룻광장마켓점’이라 칭하고 미국 빈티지 마켓 컨셉에 화려한 그래픽을 더해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더했다.

 

# 관광·스토리·지속가능성...상생 플랫폼으로 진화


이처럼 브랜드들이 광장시장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외국인 관광객 유입 효과다. OTT 콘텐츠와 SNS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한 광장시장은 한국적 일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 방문객의 증가는 전통시장 체류 시간을 늘리고 소비 전환으로 이어지면서 브랜드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

 

지난 2015년 광장시장에 패션 매장을 가장 먼저 오픈한 ‘로우로우’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처음에는 아울렛 매장 목적으로 오픈했으나,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며 정상 제품 매출이 더 높게 나타난다.

 

둘째, 뉴트로 트렌드와 공간 브랜딩이다. 120년 역사를 지닌 광장시장은 전통성과 현대적 감각이 결합할 수 있는 독창적 무대를 제공한다. 브랜드들은 이러한 스토리 자산을 활용해 공간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고 SNS 확산과 경험 중심 소비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셋째, 상생과 지속가능성이다. 최근 광장시장에 진출하는 브랜드들은 지역 장인과의 협업, 친환경 소재 활용, 수익 환원 모델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통시장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의 신뢰도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플리츠마마(PLEATS MAMA)도 2023년 광장시장 남문 인근에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이웃’을 열었다. 매장은 ‘저잣거리를 거닐다’라는 컨셉으로 설계됐으며, 내부 인테리어에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원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브랜드의 친환경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플리츠마마 이웃 '광장'


또한 광장시장에서 활동하는 자수 장인과 협업해 맞춤 자수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에게 개별화된 제품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전통 기술을 현대 패션에 접목하는 시도를 보여줬다. 이 공간은 지속가능성과 지역 연계라는 두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며 전통시장의 새로운 활용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장시장은 외국인과 MZ세대가 한국적 일상과 최신 패션을 한 번에 경험하는 소비 플랫폼”이라며 “브랜드 입장에서는 체험형 소비와 글로벌 확산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라고 말했다. 

신아랑 에디터 thin567@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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