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비즈니스 성공 키워드 '무해력'
작고 순수하며 무해한 것에서 비롯된 안정감
패션, 파자마 코어&조용한 사치 트렌드로 부상
'아크네스튜디오 X 무민' 캡슐컬렉션
매해 연말, 새해 트렌드를 논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지만, 모든 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었다. 챗GPT를 비롯한 AI 기술은 이미 실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우리의 삶과 기업 환경을 실시간으로 재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AI 혁명 속에서 작은 브랜드가 주목해야 할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트렌드는 무엇일까? 여러 의견 중 내가 가장 주목했던 키워드는 바로 ‘무해력’이었다.
# 무해력: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은 '해롭지 않은 것들의 힘'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5》는 무해력을 '해롭지 않은 것들의 준거력(사람들이 따르게 하는 힘)'으로 정의한다. 이는 팬데믹 이후 심리적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한다. 여기에 AI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간이 가진 고유한 능력과 역할이 점차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해지며, 사람들은 작고 순수하며 무해한 것에서 위안과 안정감을 찾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이 주는 압박 속에서 무해력은 인간다움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움직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해력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20대 사이에서는 알코올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NoLo’(No and Low Alcohol)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알코올 음료와 저도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소주의 도수마저 14도로 떨어졌다.
국내 최초 14도대(14.9도) 소주인 선양. 사진 출처: 맥키스컴퍼니
또한, 'zero 칼로리' 제품의 유행은 무해력 트렌드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코카콜라 제로, 제로 초콜릿, 제로 아이스크림 등 건강과 맛을 모두 중시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제품 이름에 제로(0)를 붙이면 매출에 0이 하나 더 붙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사진 출처: 배민외식업광장
무해력은 음료와 식품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커피 시장에서도 전통적인 쓴맛 대신 차처럼 부드러운 맛의 ‘티 라이크 커피(tea-like coffee)’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에 들어와 큰 화제를 몰고 있는 북유럽 3대 커피 푸글렌이 이런 변화를 대표하는 사례다.
# 캐릭터와 패션의 무해력 트렌드
이 같은 트렌드는 패션과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빤쮸토끼'는 '불쌍해서 귀엽다'는 의미의 ‘후빈카와이’를 대표한다. 이처럼 작고 약하며 나를 해치지 않는 캐릭터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무해력의 본질을 반영한다.
유한킴벌리와 빤쮸토끼의 콜라보 제품
패션에서도 무해력은 핵심적인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파자마 코어(Pajama Core)’와 ‘조용한 사치(Quiet Luxury)’가 있다.
파자마 코어는 집에서 입는 편안한 잠옷을 일상복으로 활용하는 패션 트렌드다. 파자마 코어는 편안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옷을 일상에서도 착용함으로써, 자신을 위한 작은 안식처를 제공한다. 이는 외부 환경의 압박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보호하고 치유하려는 무해력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조용한 사치는 로고나 브랜드명을 드러내지 않고, 고급스러운 품질과 디자인을 강조하는 트렌드다. 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과시하기보다, 나만의 만족과 내면의 안정감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외부의 과도한 관심을 피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이러한 소비 패턴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심리적 편안함을 제공하는 무해력의 본질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아크네스튜디오 X 무민 콜라보 캡슐컬렉션(좌)과 로고나 패턴이 두드러지지 않는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Lolo Piana)(우)
디지털 패션 플랫폼들도 무해력을 활용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월마트가 인수한 가상 피팅룸 서비스 제공 업체인 지킷(Zeekit)은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실제로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기술은 불필요한 구매와 반품을 줄이며, 소비자들에게는 심리적 편안함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제공한다.
# 2025년, 무해력을 브랜드 전략으로
다가오는 시대, 무해력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필수적인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작은 브랜드는 다음과 같은 방향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고객의 심리적 안정감을 우선시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소비자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는 메시지나 제품 스토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경쟁적인 요소보다는 부드럽고 친근한 접근법이 효과적이다.
👍 둘째,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가치를 강화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작 과정에서 환경을 해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해력을 단순히 '해롭지 않음'을 넘어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추구함으로써 얻는 힘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 셋째,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편안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AI 기반의 맞춤형 추천, 디지털 피팅룸, 채팅 상담 등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시간을 절약해 주는 기술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무해력을 기반으로 한 고객 신뢰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무해력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길잡이이자,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다. 2025년, 무해력을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바라보고 키워나가야 할 때다.
김용석 브랜드 컨설턴트는 삼성물산에서 마케팅을 시작해 지금은 대화형 스몰 브랜드 컨설팅, '톡설팅'의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뷰자데>,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가 있다. brunch.co.kr/@kap
2025 비즈니스 성공 키워드 '무해력'
'아크네스튜디오 X 무민' 캡슐컬렉션
매해 연말, 새해 트렌드를 논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지만, 모든 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었다. 챗GPT를 비롯한 AI 기술은 이미 실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우리의 삶과 기업 환경을 실시간으로 재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AI 혁명 속에서 작은 브랜드가 주목해야 할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트렌드는 무엇일까? 여러 의견 중 내가 가장 주목했던 키워드는 바로 ‘무해력’이었다.
# 무해력: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은 '해롭지 않은 것들의 힘'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5》는 무해력을 '해롭지 않은 것들의 준거력(사람들이 따르게 하는 힘)'으로 정의한다. 이는 팬데믹 이후 심리적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한다. 여기에 AI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간이 가진 고유한 능력과 역할이 점차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해지며, 사람들은 작고 순수하며 무해한 것에서 위안과 안정감을 찾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이 주는 압박 속에서 무해력은 인간다움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움직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해력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20대 사이에서는 알코올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NoLo’(No and Low Alcohol)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알코올 음료와 저도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소주의 도수마저 14도로 떨어졌다.
국내 최초 14도대(14.9도) 소주인 선양. 사진 출처: 맥키스컴퍼니
또한, 'zero 칼로리' 제품의 유행은 무해력 트렌드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코카콜라 제로, 제로 초콜릿, 제로 아이스크림 등 건강과 맛을 모두 중시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제품 이름에 제로(0)를 붙이면 매출에 0이 하나 더 붙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사진 출처: 배민외식업광장
무해력은 음료와 식품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커피 시장에서도 전통적인 쓴맛 대신 차처럼 부드러운 맛의 ‘티 라이크 커피(tea-like coffee)’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에 들어와 큰 화제를 몰고 있는 북유럽 3대 커피 푸글렌이 이런 변화를 대표하는 사례다.
# 캐릭터와 패션의 무해력 트렌드
이 같은 트렌드는 패션과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빤쮸토끼'는 '불쌍해서 귀엽다'는 의미의 ‘후빈카와이’를 대표한다. 이처럼 작고 약하며 나를 해치지 않는 캐릭터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무해력의 본질을 반영한다.
유한킴벌리와 빤쮸토끼의 콜라보 제품
패션에서도 무해력은 핵심적인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파자마 코어(Pajama Core)’와 ‘조용한 사치(Quiet Luxury)’가 있다.
파자마 코어는 집에서 입는 편안한 잠옷을 일상복으로 활용하는 패션 트렌드다. 파자마 코어는 편안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옷을 일상에서도 착용함으로써, 자신을 위한 작은 안식처를 제공한다. 이는 외부 환경의 압박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보호하고 치유하려는 무해력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조용한 사치는 로고나 브랜드명을 드러내지 않고, 고급스러운 품질과 디자인을 강조하는 트렌드다. 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과시하기보다, 나만의 만족과 내면의 안정감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외부의 과도한 관심을 피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이러한 소비 패턴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심리적 편안함을 제공하는 무해력의 본질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아크네스튜디오 X 무민 콜라보 캡슐컬렉션(좌)과 로고나 패턴이 두드러지지 않는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Lolo Piana)(우)
디지털 패션 플랫폼들도 무해력을 활용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월마트가 인수한 가상 피팅룸 서비스 제공 업체인 지킷(Zeekit)은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실제로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기술은 불필요한 구매와 반품을 줄이며, 소비자들에게는 심리적 편안함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제공한다.
# 2025년, 무해력을 브랜드 전략으로
다가오는 시대, 무해력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필수적인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작은 브랜드는 다음과 같은 방향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고객의 심리적 안정감을 우선시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소비자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는 메시지나 제품 스토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경쟁적인 요소보다는 부드럽고 친근한 접근법이 효과적이다.
👍 둘째,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가치를 강화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작 과정에서 환경을 해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해력을 단순히 '해롭지 않음'을 넘어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추구함으로써 얻는 힘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 셋째,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편안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AI 기반의 맞춤형 추천, 디지털 피팅룸, 채팅 상담 등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시간을 절약해 주는 기술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무해력을 기반으로 한 고객 신뢰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무해력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길잡이이자,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다. 2025년, 무해력을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바라보고 키워나가야 할 때다.
김용석 브랜드 컨설턴트는 삼성물산에서 마케팅을 시작해 지금은 대화형 스몰 브랜드 컨설팅, '톡설팅'의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뷰자데>,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가 있다. brunch.co.kr/@k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