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패션테크] 메타버스는 거품일까? 패션 산업에서 바라본 기회와 한계

정연이 디토리안
2025-02-07

[정연이의 메타패션 다이브 Episode 14] 

메타버스는 거품일까? 패션 산업에서 바라본 기회와 한계

메타버스, 종말론 아닌 진화론 우세 

 


2020년,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을 때 패션 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문을 닫았고, 패션위크는 디지털로 전환되었다. 이 시기 메타버스는 패션 산업이 생존하고 확장할 수 있는 대안처럼 보였다. 디지털 컬렉션이 런웨이를 대체했고, NFT 기반의 한정판 아이템이 새로운 형태의 소비를 만들어냈다.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가상 피팅룸과 디지털 패션쇼를 도입했고,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자, 메타버스의 한계가 명확해 졌다. NFT 패션의 열기는 빠르게 식었고, 가상 피팅룸은 소비자들에게 큰 실용성을 제공하지 못했다.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일부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거나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하지만 정말로 메타버스는 끝난 걸까? 아니면 패션 업계가 그 쓰임새를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일까?

전미제조업협회는 2030년 메타버스 시장의 규모를 약4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픽 JYY)


# 지표로 본 메타버스의 현재와 미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2023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약 550억 달러(약 73조 원)에 달했으며, 2030년까지 4,904억 달러(약 655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 34.98%라는 높은 가능성을 고려하면, 산업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 시장은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메타버스가 화두에 오르던 초기에, 많은 패션 브랜드들은 실험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루이비통, 디올, 프라다 등 럭셔리 브랜드는 NFT와 피지털(phygital) 아이템을 활용해 독점적인 소비자 경험을 제공했다. H&M과 ZARA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가상 피팅과 디지털 쇼룸을 도입하며 새로운 쇼핑 경험을 시도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지속되지 못하면서 NFT 및 디지털 패션 시장은 위축되었고, 일부 프로젝트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산업(B2B) 메타버스는 패션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과 3D 샘플링을 활용한 가상 프로토타이핑, AI 기반 맞춤형 프로세스 구축, 스마트 공급망 운영 등 패션 산업을 혁신할 가능성을 지닌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비통이 2023년 6월에 출시한 NFT ‘VIA Treasure Trunk’는 리셀 불가한 소울 바운드 토큰(SBT)/ 2023년 11월에 출시한 한정판 ‘VIA Tile Trunk’의 디지털 버전/ 2024년 3월 출시한 ‘‘VIA Tile Trunk’의 실물 버전 (사진출처: 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


# 소비자 대상(B2C) 메타버스, 무엇이 문제였을까?


NFT 패션은 한때 미래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희소성을 강조한 NFT 컬렉션은 단기적으로는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장기적인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기엔 부족했다. NFT가 단순한 디지털 소유권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은 현실의 가치와 연결되지 않는 아이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가상 피팅룸과 디지털 쇼핑몰 역시 실물 소비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3D 아바타를 이용한 피팅 기술이 등장했지만, 소재의 질감과 착용감을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신체 데이터 기반 맞춤형 쇼핑보다는, 여전히 오프라인 피팅과 반품이 가능한 온라인 쇼핑을 선호했다.


# 산업(B2B) 메타버스, 패션업계가 주목해야 할 영역


소비자 대상(B2C) 메타버스가 한계를 드러낸 반면, 산업(B2B) 메타버스는 패션 업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체 경영진의 92%가 산업용 메타버스 도입을 실험 중이거나 이미 구현하고 있다. 특히, 산업 메타버스는 생산성 12~14% 향상, 공급망 리스크 감소, 운영 효율성 증대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1~3년 내에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며, 이를 전략적으로 도입하는 브랜드가 미래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 메타버스를 활용한 패션산업 부문과 기대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생산 관리: 디지털 트윈 &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 디지털 트윈 및 3D 시뮬레이션 활용으로 가상 샘플 제작, 원단 낭비 감소, 개발 기간 단축
→ IoT 및 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품질 관리 강화 및 생산 오류 사전 감지
→ AI 스마트 팩토리 도입으로 제조 공정 자동화 및 생산 효율성 극대화


◼ 고객 관계 관리: CMS & AR/VR 경험 강화

→ CMS기반 AR/VR 쇼핑 환경을 구축해 몰입형 고객 경험 제공
→ 애프터 마켓 가상화를 통해 유지보수, 리셀, 맞춤형 서비스 등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제공


◼ 공급망 관리: ERP & SCM 연계 최적화

→ ERP와 SCM 연계로 재고 및 생산 계획 최적화, 공급업체 관리 효율화
→ AI 기반 예측 분석을 통해 물류 흐름 최적화 및 공급망 리스크 사전 감지
→ 풀필먼트 시스템을 활용한 물류 자동화로 운영 비용 절감 및 배송 효율 향상


◼ 인적 자원 관리: AI 기반 HR & 메타버스 교육 시스템

→ AI 기반 HR 솔루션을 활용한 자동화된 인재 채용 및 맞춤형 교육 제공
→ 메타버스 기반 몰입형 교육 시스템으로 직원 및 파트너의 실무 역량 강화


산업 메타버스의 주요 도입 부문과 기대효과. 출처: SPRi(2024), Deloitte & MLC(2004) 기반 JYY그래픽 정리


# 메타버스는 끝난 것이 아니라, 진화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기술과 산업이 맞물려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 산업 메타버스는 제조·유통·리테일 전반을 혁신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소비자 경험을 제공함은 물론, 생산성 향상과 업무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패션 업계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플랫폼으로 메타버스를 바라본다면, 그것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기회이다.


© 2024 JYY.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정연이 교수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디지털 패션 컨설팅 그룹 

아쏘씨에엔엔을 운영하고 있다.  associe.n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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