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배제하는 브랜드가 성공한 이유?
브랜디멜빌의 ‘디타켓팅’ 파격 전략!
차별과 전략의 경계에서 사회적 가치 고민 필수

현시점 대한민국에서 가장 트렌디한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성수동이 떠오른다. 패션 브랜드들은 앞다퉈 이곳에 매장을 열고 있으며,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디올의 유럽풍 건물, 파격적인 디자인의 탬버린즈 플래그십 스토어, 그리고 브루탈리즘 양식의 아이아이컴바인드 사옥(예정) 등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랜드마크들이 성수동을 채우고 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성수동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한 매장 오픈만으로는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입주 예정인 아이아이컴바인드 성수 본사
하지만 이러한 치열한 환경 속에서도 매장 오픈과 동시에 긴 줄을 형성하며 한 달 넘게 화제의 중심에 선 브랜드가 있다. 바로 브랜디멜빌(Brandy Melville)이다.
# 브랜디멜빌, 디타겟팅 전략으로 성공하다
브랜디멜빌은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패션 브랜드로, 캘리포니아 기반 스타일로 전환한 후 미니멀하면서도 트렌디한 하이틴 스타일로 10~2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틱톡 세대’의 필수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확고한 팬층을 형성했다.
그렇다면 브랜디멜빌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디타겟팅(Detargeting)’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이는 특정 고객층을 배제함으로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반대로 말하면 초집중화 전략이기도 하다)
브랜디멜빌의 디타겟팅 전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1. ‘원사이즈’ 정책, 차별인가 전략인가
브랜디멜빌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은 ‘원사이즈(One Size)’ 정책이다. 대부분의 제품이 XS~S 사이즈에 해당하며, 제품 태그에는 ‘One Size’라고만 적혀 있거나 아예 사이즈 표기가 없다. 사실상 마른 체형을 가진 사람들만 입을 수 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는 비현실적인 몸매 기준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브랜디멜빌을 입을 수 있는 몸’이 하나의 기준이 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브랜디멜빌 챌린지(Brandy Melville Challenge)’가 유행했는데, 이는 브랜드의 옷을 입을 수 있는지를 인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특정한 체형을 이상적인 것으로 만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틱톡에 올라온 브랜디멜빌 챌린지
실제로 미국에서는 브랜디멜빌의 이러한 정책이 10대들의 신체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2. ‘대도시 매장’ 전략, 희소성을 극대화하다

브랜디멜빌이 중소도시에도 있느냐는 고객 질문. 사진 출처: reddit
브랜디멜빌은 철저하게 대도시에만 매장을 운영한다. 중소 도시에는 매장을 거의 두지 않음으로써 브랜드의 희소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매장의 희소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대전의 대표 브랜드 ‘성심당’과 유사하다.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하며, “여기저기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간절함과 기대감이 브랜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한다. 브랜디멜빌 역시 매장이 가까이 없어도 고객들이 일부러 방문하도록 유도하며,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경험’을 강조한다. 온라인 구매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직접 매장을 찾는 것이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자리 잡도록 만든 것이다.

Basement FG 3개층에 오픈한 브랜디멜빌 상하이
# 윤리적 논란, 브랜드 전략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브랜디멜빌은 마케팅 전략 면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윤리적 논란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 브랜드는 ‘마른 몸매의 이상화’뿐만 아니라, ‘인종차별’과 ‘성희롱 논란’ 등 다양한 문제에 휩싸여 왔다. 미국에서는 브랜디멜빌 매장에서 백인 직원들이 아시아계 및 흑인 고객들에게 차별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일부 매니저들이 여성 직원들에게 외모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러한 논란은 브랜드의 ‘디타겟팅’ 전략이 단순히 특정 고객층을 배제하는 것을 넘어, 차별적인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디타겟팅은 분명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때,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 당신의 브랜드는 ‘디타겟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국내외 쇼핑객으로 가득한 브랜드멜빌 성수점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 하면,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특정 타깃을 배제할 것인가이다. 브랜디멜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디타겟팅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는 있지만,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경우 브랜드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디타겟팅을 고려하는 브랜드라면, 그것이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배제의 기준이 공정한지, 그리고 그것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브랜디멜빌의 성공은 단순히 뛰어난 마케팅 전략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선택한 디타겟팅이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존재하는 윤리적 논란을 외면한다면, 브랜드가 가진 힘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당신의 브랜드는 디타겟팅을 준비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디타겟팅은 정당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브랜드 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용석 브랜드 컨설턴트는 삼성물산에서 마케팅을 시작해 지금은 대화형 스몰 브랜드 컨설팅, '톡설팅'의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뷰자데>,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가 있다. brunch.co.kr/@kap
고객을 배제하는 브랜드가 성공한 이유?
현시점 대한민국에서 가장 트렌디한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성수동이 떠오른다. 패션 브랜드들은 앞다퉈 이곳에 매장을 열고 있으며,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디올의 유럽풍 건물, 파격적인 디자인의 탬버린즈 플래그십 스토어, 그리고 브루탈리즘 양식의 아이아이컴바인드 사옥(예정) 등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랜드마크들이 성수동을 채우고 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성수동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한 매장 오픈만으로는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입주 예정인 아이아이컴바인드 성수 본사
하지만 이러한 치열한 환경 속에서도 매장 오픈과 동시에 긴 줄을 형성하며 한 달 넘게 화제의 중심에 선 브랜드가 있다. 바로 브랜디멜빌(Brandy Melville)이다.
# 브랜디멜빌, 디타겟팅 전략으로 성공하다
브랜디멜빌은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패션 브랜드로, 캘리포니아 기반 스타일로 전환한 후 미니멀하면서도 트렌디한 하이틴 스타일로 10~2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틱톡 세대’의 필수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확고한 팬층을 형성했다.
그렇다면 브랜디멜빌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디타겟팅(Detargeting)’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이는 특정 고객층을 배제함으로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반대로 말하면 초집중화 전략이기도 하다)
브랜디멜빌의 디타겟팅 전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1. ‘원사이즈’ 정책, 차별인가 전략인가
브랜디멜빌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은 ‘원사이즈(One Size)’ 정책이다. 대부분의 제품이 XS~S 사이즈에 해당하며, 제품 태그에는 ‘One Size’라고만 적혀 있거나 아예 사이즈 표기가 없다. 사실상 마른 체형을 가진 사람들만 입을 수 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는 비현실적인 몸매 기준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브랜디멜빌을 입을 수 있는 몸’이 하나의 기준이 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브랜디멜빌 챌린지(Brandy Melville Challenge)’가 유행했는데, 이는 브랜드의 옷을 입을 수 있는지를 인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특정한 체형을 이상적인 것으로 만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틱톡에 올라온 브랜디멜빌 챌린지
실제로 미국에서는 브랜디멜빌의 이러한 정책이 10대들의 신체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2. ‘대도시 매장’ 전략, 희소성을 극대화하다
브랜디멜빌이 중소도시에도 있느냐는 고객 질문. 사진 출처: reddit
브랜디멜빌은 철저하게 대도시에만 매장을 운영한다. 중소 도시에는 매장을 거의 두지 않음으로써 브랜드의 희소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매장의 희소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대전의 대표 브랜드 ‘성심당’과 유사하다.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하며, “여기저기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간절함과 기대감이 브랜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한다. 브랜디멜빌 역시 매장이 가까이 없어도 고객들이 일부러 방문하도록 유도하며,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경험’을 강조한다. 온라인 구매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직접 매장을 찾는 것이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자리 잡도록 만든 것이다.
Basement FG 3개층에 오픈한 브랜디멜빌 상하이
# 윤리적 논란, 브랜드 전략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브랜디멜빌은 마케팅 전략 면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윤리적 논란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 브랜드는 ‘마른 몸매의 이상화’뿐만 아니라, ‘인종차별’과 ‘성희롱 논란’ 등 다양한 문제에 휩싸여 왔다. 미국에서는 브랜디멜빌 매장에서 백인 직원들이 아시아계 및 흑인 고객들에게 차별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일부 매니저들이 여성 직원들에게 외모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러한 논란은 브랜드의 ‘디타겟팅’ 전략이 단순히 특정 고객층을 배제하는 것을 넘어, 차별적인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디타겟팅은 분명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때,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 당신의 브랜드는 ‘디타겟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국내외 쇼핑객으로 가득한 브랜드멜빌 성수점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 하면,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특정 타깃을 배제할 것인가이다. 브랜디멜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디타겟팅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는 있지만,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경우 브랜드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디타겟팅을 고려하는 브랜드라면, 그것이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배제의 기준이 공정한지, 그리고 그것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브랜디멜빌의 성공은 단순히 뛰어난 마케팅 전략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선택한 디타겟팅이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존재하는 윤리적 논란을 외면한다면, 브랜드가 가진 힘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당신의 브랜드는 디타겟팅을 준비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디타겟팅은 정당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브랜드 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용석 브랜드 컨설턴트는 삼성물산에서 마케팅을 시작해 지금은 대화형 스몰 브랜드 컨설팅, '톡설팅'의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뷰자데>,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가 있다. brunch.co.kr/@k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