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패션테크] 패션에 특화된 디자인AI, ‘래스버리AI’

박진아 디토리안
2025-03-31

[박진아의 넥스트 패션테크]

패션에 특화된 디자인AI, ‘래스버리AI’

언더아머·MCM·리앤펑 등 70여개 패션 기업 도입

패션 전문 용어를 이해하는 패션 디자인 생성 AI 특화



미국 ‘포에버21’이 두 번째 파산 신청을 내고 3월 말까지 미국 시장 내 매장들을 철수할 것으로 보도됐다.

1차 부도 신청 후 F21 OpCo社가 인수 운영해온 지 6년 만의 일이다. 언론과 어패럴업계 전문가들은 포에버21의 실패 원인을 더없이 무자비하게 빨라진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이끄는 페이스를 따라잡지 못하다 누적된 매출 부진과 재정 압박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패션과 어패럴 비즈니스의 세계는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해마다 철이 바뀔 때마다 세계 4대 패션의 본고장(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과 한층 실험적 방향으로 첨단 트렌드를 선도하는 도시(도쿄, 베를린, 상하이)에서 열리는 패션위크 행사의 컬렉션이 최신 유행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것을 사실이지만, 실제로 오늘날 일반 대중의 옷차림을 책임지는 굴지의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정해진 시즌 없이 실시간으로 컬렉션을 업데이트하며 신상품을 내놓는 이른바 ‘리얼타임(Real Time Fashion)’ 체제로 전환된 지 오래다.

패스트패션의 대표 브랜드 H&M, 자라(Zara)와 그보다 더 빠르고 저렴한 울트라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은 틱톡(TikTok)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라는 디지털 테크 매체를 등에 업혀, 광속처럼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 새로운 스타일, 신제품 아이디어를 실시간 상품화해 소비자와 호흡하고 있다.


# 패션 디자인AI, 다윗 디자이너의 비장의 무기?


Raspberry AI Lifestyle Photo


중소 패션 브랜드와 어패럴 제조업체들은 유행할 트렌드 분석, 신상 디자인 개념화, 소재 및 재단, 샘플 제작, 생산 및 공정 관리 등 일련의 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유선화하지 않고서는 수많은 인력과 일사불란한 시행으로 신상품을 토해내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 공룡 기업들과 경쟁을 이겨낼 수 없다.

이런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테크 기업이 있다.

패션 AI 툴인 '래스버리 AI'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혁신으로 중소 규모 패션기업도 민첩 기민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래스버리 AI(Raspberry AI)’는 패션 디자이너가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통해 문자 프롬프트로 이미지를 생성시켜 즉각 디자인 제품을 시각화하고 아이디어를 반복·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 패션 디자인 전문 생성형 AI 솔루션을 자처하며 2023년 창업했다. 실리콘밸리 투자사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잠재력을 인정해 투자했다.

래스버리 AI의 창업자는 글로벌 자산관리 및 사모펀드 기업인 KKR에서 애널리스트로 커리어를 쌓은 셰릴 리우(Cheryl Liu)로서,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과 미국 온라인 음식 주문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의 마케팅을 담당했던 경험으로 어패럴 리테일에 뛰어들었다.

셰릴 리우 창업자는 지난 2022년 연말부터 대중 사용자를 대상으로 런칭한 오픈AI의 이미지 생성용 AI 플랫폼 DALL-E와 스태빌리티AI의 스테이블 디퓨션(Stable Diffusion)을 직접 체험하고 패션 디자인업계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간파했다고 한다.


# 제조 프로세스 간소화로 신제품 출시 주기 단축



래스버리AI는 특히 무드 보드, 라이프스타일 사진, 제품 사진, 기술적 드로잉/스케치⇾사진적 이미지로 전환 생성에 유용하다. 출처: RaspberryAI.


이미지 생성용 AI의 등장으로 이제 디자이너는 머리 속에서 구상한 디자인 착상을 구현하기 위해 샘플을 주문하거나 프로토타입을 만들면서 시간과 비용을 쓰지 않고도 텍스트 프롬프트 만으로 즉각 수많은 디자인 결과물을 미리 볼 수 있다.


래스버리 AI는 이제까지 패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미리 보고 편집하는 데 사용해 온 프로그램들(브라우즈웨어(Browzwear) CAD(컴퓨터 보조 설계)나 어도비 포토샵 등)의 기능을 보조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벌 아이디어 스케치를 사진 수준의 초현실적 이미지로 전환해 보여준다. 스케치⇾사진 이미지 전환 기능은 특히 브랜드 웹사이트나 틱톡/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즉각 활용할 경우 신상 출시 전 시장조사에 유용한 마케팅 도구(tool)로 바로 응용 가능하다.

래스버리AI로 디자인하기. 패션디자인 전용 AI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50가지 제품 실물 프로토타입 제작을 위한 원단 및 재료 주문, 샘플 제작, 제품 수정 등 비용과 시간이 소요돼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대폭 간소화할 수 있다. 출처: Andreessen Horowitz.


래스버리AI가 내세우는 또 다른 장점은 패션 전문가들만이 사용하는 전문 용어를 이해하고 분석해 이미지로 생성하는 전문가적 역량이다. 일반 이미지 생성 AI 모델들(DALL-E, 미드저니, 어도비 파이어플라이(Adobe Firefly) 등)은 일반 언어로 훈련됐기 때문에 패션 업계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나 직업적 은어에 반응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적인 패션 디자인 업무에 한계가 있었다.


스웨덴 동영상 상거래 플랫폼인 뱀부저(Bambuser)는 래스버리AI 기술을 대거 응용해 중국 라이브스트림 쇼핑 시장에 진출한다. 사진은 뱀부저가 패션브랜드 NA-KD와 협업한 2019년 9월 26일 방영된 생방송 스트리밍 쇼핑 영상 중 한 장면. 출처: Bambuser AB.


약 70개 글로벌 패션 및 어패럴 기업들이 벌써 래스버리AI를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도입했다. 예컨대 스포츠 어패럴 브랜드 언더 아머(Under Armour), 명품 패션 브랜드 MCM과 홍콩 어패럴 공급망 물류 관리기업 리앤 펑(Li & Fung) 등 클라이언트들은 래즈버리AI를 제품화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 효율화, 인건비 및 비용 절감, 그리고 실시간에 가까운 빠른 신상 출시를 패션 브랜드와 어패럴 제조사들 간의 스피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래스버리AI는 이 특수 전문용어 해석 역량을 강화해 현재의 패션 및 어패럴 부문을 넘어서 마케팅, 홈 인테리어, 가구, 화장품 디자인 부문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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