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ESG] 착한 소비자는 “사지 않고 빌려 입는다”

박진아 디토리안
2025-04-08

착한 소비자는 “사지 않고 빌려 입는다”

패션 의류·액세서리 렌탈 마켓 잠재성장력 높게 평가

‘소유와 공유’ 인식 전환이 변수…럭셔리 이어 대중 브랜드도 참여


2015년 런칭됐던 국내 최초 의류 렌털 서비스 프로젝트 앤

패션업은 대기 오염과 지구 환경 파괴의 최대 주범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오늘날 글로벌 대기 중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10%가 피복 제조와 소비에 이르는 총 제품 주기에 걸친 패션과 어패럴 산업 활동 결과 배출되기 때문이다.

최근 스웨덴의 찰메르스 기술대학(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이 발표한 환경 평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의류를 대여해 입으면 패션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감축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을 포함해서 오늘날 환경에 유해한 공해나 악영향 원인 중 90%가 새 의류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보다 상세하게는 새 의류 제품 생산 과정에서 총 탄소 발자국(즉, 환경에 끼치는 오염의 누적 무게)의 70%, 소비자가 새 의류 구매해 소비(포장, 착용, 세탁, 폐기에 이르는) 여정에서 나머지 30%가 발생한다고 한다.

글로벌 온라인 의류 렌탈 마켓 성장 전망, 출처: technavio 


이 연구진은 특히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더 심각해진 패션 산업의 환경 및 기후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새 옷 또는 중고 의류를 대여해 입는 의류 렌탈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통계적으로 유럽연합 경제구역 내에서만 500만 톤 분량의 의류가 버려진다. 매년 한 사람당 옷 12kg를 버리는 것과 같다. 소비 성향이 더 큰 미국에서는 연간 1인당 37kg, 그러니까 유럽보다 3배 많은 옷을 폐기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소비자가 새 옷을 살 때마다 탄소 발자국이 더 축적된다. 가령, 한 소비자가 티셔츠 한 장을 구매하면 대략 30번을 입고 세탁한 후 버리게 된다. 반면 이 티셔츠를 여러 소비자에게 대여하면 60번 사용하고 폐기되는데, 이렇게 해서 새 의류 ‘제조-구매-소비’ 과정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이 감축된다는 것이다.


# 구독경제 응용한 렌탈 마켓의 미래


찰메스르 기술 대학은 세 가지 패션 제품 대여 영업 모델을 제안한다.

 회원제 : 공공 도서관처럼 회원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일정 기간 동안 의류를 대여해 입은 후 반납하는 방식

▷ 구독제 : 소비자가 월별 구독료를 납부하면 일정 수의 의류를 대여해 입은 후 반납하는 방식

 특수 용도 의류 일회적 대여 : 결혼식, 스포츠 기어 등 특별한 기능 및 용도의 의류 대여 후 반납하는 방식


관련 전문가들은 운영과 목적 측면에서 제법 합리적이고 착한 의도의 비즈니스 착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회원제는 빠른 유행에 따라 쉽게 싫증을 느끼는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에게 좋은 소비 대안일 수 있고, 구독제는 최신 유행 옷차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소비자군에 적절한 제안이다. 한 번 착용한 후 다시 입지 않기 쉬운 특별 복장의 대여 및 리셀(re-sell) 사업은 위 두 대여 방식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다.


의류 수량 및 반납 기한 무제한, 집 앞 배달과 예약 반납, 장기 고객 할인제 등을 제공하는 ‘렌트더런웨이’ 의류 대여 이커머스 플랫폼. 사진 출처: Rent the Runway


예를 들어, ‘구찌’가 운영 중인 ‚클럽 코쿤(Club Cocoon)’ 명품 대여 서비스의 플렉스 회원제에 가입하면 계절 분기 마다 회원비 영화 15파운드(한화 약 28,000원)로 구찌 백을 대여 1회 시 1점을 최소 1주일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사용한 후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제품이 맘에 들면 구매할 수 있다.


의류 대여 스타트업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 2009 창업)’ 는 최저 연회비 89달러(약 13만 원)로 회원이 원하는 의류나 패션 액세서리를 대여해 주고 회원이 원하는 시기에 업체가 수거해가는데 사실상 의류의 구매에서 폐기까지 제품 생애 주기를 책임지는 위탁 서비스다.


의류 및 액세서리 렌탈 서비스는 이른바 MZ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과도 통하는 면이 많다. 소유 지향적 인생을 버리고 이사나 여행 등 단출하고 자유로운 유목적 인생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에게 물적 소유물에 대한 관리 부담을 해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 MZ 라이프스타일과 맞닿아…대중 브랜드 참여



1년 4회 회원비 약 3만원 이내로 구찌의 여러 핸드백을 시험 사용하고 구매할 수 있는 ‘클럽 코쿤’ 명품 대여 서비스는 구찌가 2021년 론칭했다. 사진 출처: Cocoon.Club


패션 제품 대여 사업은 여전히 니치(niche) 마켓이어서 흑자 전환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재해 있다. 가령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 새로운 소비 행태, 패션업계 혁신적 제품 및 서비스 제안이 어우러진 의류 소비 에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소비자들을 의류 렌털 문화로 포섭하기 위해 패션 업계는 어떤 마케팅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인가? 이번 스웨덴 찰메르스 기술 대학 연구진의 제안 대로라면 의류 대여 사업의 영업 SP(selling point)는 탄소 발자국 감축을 위한 ‘착한 소비’ 활동을 통한 지구 자연의 지속가능성 달성이다.


그러나 과연 소비자들은 지구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에 미치는 유해 활동에 대한 면죄부를 받기 위해서 구매와 소유 대신 대여를 선택할 것인가? 그럴 것이라는 전제 하에, 과도한 의류 대여 및 반납 활동이 어떤 환경적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예상 수치는 산출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대여=환경친화’로 맹목적 신뢰를 하게끔 오도함으로써 오히려 소비를 더 부추길 우려도 있다(자료: 접근 기반 서비스(ABS)의 반동효과에 대한 연구,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2024년 9월호).*


P2P 결혼 등 특수 행사용 의류 대여 플랫폼인 ‘허(Hurr)‘는 2018년 영국 런던에서 창업된 ‘패션계 에어비앤비’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음식 배달 업체 딜리버루(Deliveroo)와 협력해 업계 최초로 의류의 즉시 배송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 사진 출처: Hurr 홈페이지


문제는 아직도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서 남들과 의류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많다. 구매된 의류가 다수가 한 번 입고 옷장에 속에서 잊혔다가 결국 쓰레기가 되는 것이 현실임에도 옷은 신체와 직접 접촉하는 매우 사적 소유물이란 뿌리 깊은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벌써 의류 및 액세서리 대여 사업의 밝은 미래는 영미권 패션 시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구찌의 클럽 코쿤과 허(Hurr)를 비롯 영국 고급 백화점인 셀프리지는 전문 의류 바이어가 편집한 셀프리지스 렌털(Selfridges Rental), 바이 로테이션(By Rotation), 고급 빈티지 편집숍인 A.N.G.E.L.O가 의류 대여 사업을 본격화했고, 미국에서는 작년 가을 고가 여성복 브랜드 알투짜라(Altuzzara)가 이커머스 대행사인 P180와 사업 협력을 체결했다.


어번아웃피터(Urban Outfitters)가 설립한 ‘눌리(Nuuly)’ 의류 대여 플랫폼은 Z세대 고객을 주타겟으로 한 제품 구비와 저렴한 가격대로 공략한다. 사진 출처: Nuuly 홈페이지

명품 브랜드와 이를 앞서 입고 보여주는 유명인들로 주도된 상의하달식 패션 비즈니스 본질이 그러하듯 최신 유행을 쫓아 몸소 실현하길 갈망하는 소비자의 욕망은 지속가능성이라는 21세기 당위적 소비 윤리와 조우(遭遇) 해 나갈 수 있을까?


패션업계는 인공지능(AI) 기술에 힘입어 2025~2029년 향후 5년 동안 온라인 의류 렌탈 이커머스 시장은 매년 연평균 성장률(CAGR) 7.1%를 거듭해 현재보다 11억6,000만 달러(약 1조 7천억원) 추가 성장할 것으로 밝게 전망하고 있다(자료 출처: Technavio).


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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