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브랜딩] 가격을 깎지 말고, 브랜드를 키워라

김용석 디토리안
2025-05-07

가격을 깎지 말고, 브랜드를 키워라 

생존을 위한 진짜 가격 전략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네 가지 핵심이 있다. 상품(Product), 장소(Place), 프로모션(Promotion), 가격(Price), 이른바 4P다. 그런데 이 중 '가격'은 생각보다 소외되어 있다.

상품을 만들고, 오프라인 매장을 기획하거나 온라인 스토어를 구축하고,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만 막상 가격을 정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스몰 브랜드 컨설팅을 할 때 대표님들에게 가격 설정 과정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대개 비슷하다. "경쟁사의 가격을 참고했고, 원가와 마진을 고려했어요." 그리고 빠지지 않는 말이 하나 더 있다. "경쟁사보다 살짝 저렴하게 책정했어요."


하지만 이 전략은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치명적으로 약화시킨다. '조금 더 싸다'는 것이 고객의 구매 이유(RTB: Reason to Buy)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착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쟁사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그 가격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확실한 RTB를 설계하는 것이 훨씬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전략이다.


2024년 9월 “Hook and Eye UK” 기사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됐다. 최소 생산 수량(MOQ)을 맞추기 어려운 스몰 브랜드는 H&M, Hoodrich처럼 '저가 시장'을 노리는 것보다, Stüssy, Fear of God Essentials, Aries처럼 '브리지 브랜드(Bridge Brand)' 포지셔닝을 통해 프리미엄 가격을 설정하고,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가치를 설계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


가격별 브랜드 레벨. 사진 출처: hookandeyeuk.com


왜 '조금 더 싼 가격'이 브랜드를 망치는가?

1. 고객은 가격을 금방 잊고, 품질과 만족을 오래 기억한다

가격 책정의 대가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은 "가격은 수명이 짧다"고 강조하며, 가격이 고객 기억 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이 방금 구매한 제품의 가격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격이 선택의 이유였다면, 구매 후 만족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재구매율은 급락한다. 싼 가격을 맞추기 위해 품질을 희생했다면, 반복 구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2. 싸다는 건 저평가된다는 뜻이다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가격은 신호로 작동한다. 즉, 비슷해 보이는 제품군에서 유독 가격이 낮으면, 자연스럽게 저품질/저브랜드력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낮아진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초기부터 고가 정책을 세팅하지 않으면 후속 가격 인상 시 기존 고객층을 잃을 위험이 크다. 초기에 높은 가격을 설정하고, 품질과 가치를 확실히 인식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다.

 

3. 광고 효율이 무너진다

카테고리 1위 브랜드는 대개 광고비 지출 1위 브랜드다. 신규 고객을 대거 유입시키고, 이들의 후기를 빠르게 축적하고, 재구매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필자의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에서도 강조했듯, 생존을 넘어 성장하려면 '광고비를 최소화'하는 게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광고비를 찾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높은 가격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가격이 높으면 구매 1건당 얻는 수익이 크고, 마케팅 투자금도 더 빠르게 회수할 수 있다.



가격 설정 방법은 다섯 가지다

가격을 정하는 기본 방법은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방식은 브랜드의 전략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 원가 기반 가격 설정 : 원가에 일정 마진을 더해 가격을 정하는 방식
  2. 경쟁 기반 가격 설정 : 경쟁사의 가격을 참고해 결정하는 방식
  3. 스키밍 가격 설정 : 출시 초기에 높은 가격을 책정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
  4. 침투 가격 설정 : 출시 초기에 낮은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방식
  5. 가치 기반 가격 설정 :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는 방식

스몰 브랜드일수록 1번과 2번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1~5번 모두를 상황에 맞게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가격' 자체가 아니라 '왜 이 가격이어야 하는지'를 설계해야 한다.


생존을 넘어 성장하려면, 가격 부등식을 기억하라 

윤석철 교수가 제시한 생존 부등식은 지금까지 말한 바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한다.

“제품의 가치(V) > 제품의 가격(P) > 제품의 원가(C)”


높은 가격을 책정한 후 필요하면 할인 정책을 펼치는 것이 오히려 전략적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고객이 '이 정도 가치면 이 가격을 낼 만하다'고 느끼게 만들면 된다. 낮은 가격으로 선택받으려 하지 마라. 높은 가치로 선택받아라. 초기부터 프리미엄 가격대를 설정하고, 필요 시 '친구와 가족 할인'이나 '대량 주문 할인'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게 오히려 전략적이다. 후속 가격 인상 부담 없이 초기부터 수익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구축할 수 있다.

그것이, 생존을 넘어 성장하는 브랜드의 기본이다.


김용석 브랜드 컨설턴트는 삼성물산에서 마케팅을 시작해 지금은 대화형 스몰 브랜드 컨설팅, '톡설팅'의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뷰자데>,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가 있다. brunch.co.kr/@k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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