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의 글로벌 스토어, 현황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정도까진 키웠지만,
더 커지려면 물류에 투자해야 합니다

글로벌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무신사 ⓒdesign by 슝슝 (w/ChatGPT)
무신사의 글로벌 사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무신사의 글로벌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플랫폼 사업이고, 둘째는 브랜드 총판 사업입니다. 플랫폼 사업의 핵심인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작년 3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성장하며, 오픈 이후 최초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브랜드 총판 사업에서도 지난 4월 13일 마뗑킴의 일본 첫 오프라인 매장인 시부야점 오픈과 함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요.
그리고 바로 그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직접 취재하며 무신사 글로벌 사업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죠.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무신사의 해외 진출 전략 중심에는 플랫폼보다는 브랜드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고, 동시에 K-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플랫폼 사업이 브랜드 사업보다 해외 진출 난이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마뗑킴 시부야점, 우선 초기 흥행은 성공적이라 합니다 ⓒ필자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가 무신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브랜드 총판 사업의 차별화된 경쟁력 역시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나온다고 밝혔는데요. 과연 그들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오늘은 무신사의 글로벌 사업 현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가능성과 풀어야 할 과제들까지 짚어보겠습니다.
# 무신사의 근본은 플랫폼입니다
최근 많은 국내 커머스 플랫폼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내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해외 진출은 필연적이라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롯데나 이마트 같은 유통 대기업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서 이제야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쿠팡이 최근 대만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성과를 보이고 있죠. 유통 사업은 오프라인의 경우 매장 확보가, 온라인의 경우 물류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해서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종합 커머스보다 규모가 작은 버티컬 커머스 기업에게는 해외 진출이 더욱 어려운 과제로 여겨졌습니다.
반면 브랜드 중심으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 중에는 빠른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K뷰티 브랜드들의 성과는 눈부셨습니다. 코스알엑스, 구다이글로벌, APR 등은 해외 매출만으로 수천억 원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가능성을 증명했죠. 그래서 저 역시 무신사가 해외 진출 초기에 패션 브랜드를 앞세워 기반을 다진 뒤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무신사의 전략은 오히려 더 플랫폼에 집중하자는 거였습니다.
"무신사의 글로벌 사업 모델은 다양하지만 결국 온라인 플랫폼이 근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사업은 개별 브랜드에 들어가는 인풋도 크고, 브랜드 하나의 성공이 전체 사업 성패를 결정짓다보니,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죠."
"이에 비해 온라인 플랫폼은 플랫폼 구축과 운영에 개별 브랜드 운영보다는 큰 비용이 발생하지만, 플랫폼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나면, 많은 인풋들이 고정비 성격의 비용으로 운영되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큰 업사이드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신사 글로벌플랫폼본부 서성호 본부장)
지난해 무신사의 실적을 떠올리니, 이런 전략적 판단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무신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1조 2400억 원, 거래액은 4조 5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무신사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힌 바는 없지만, 시장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상장을 통해 원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결국 성장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현재 일본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라 합니다 ⓒ무신사
커뮤니티에서 스토어로의 확장, 29CM 인수를 통한 여성 고객 확보, 본격적인 오프라인 사업 전개 등 무신사는 그간 중요한 분기점마다 확실한 성장 엔진을 만들어 왔습니다. 온오프라인을 아울러 국내 패션 시장에서 절대적인 강자로 자리 잡은 무신사에게 이제 규모 있는 성장을 만들 수 있는 시장은 해외뿐입니다. 즉 빠르게 성과를 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플랫폼 중심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글로벌 브랜드를 직접 키워내는 일은 훨씬 더 긴 호흡이 필요할 테니까요.
# 그래서 더욱 브랜드에 집중하려 합니다
그러나 무신사의 글로벌 스토어가 더 빠르게 성장하려면, 역설적으로 브랜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무신사가 국내 1위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다양한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죠. 해외 시장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된 이유 역시 K패션 브랜드들이 먼저 고객들의 지지를 얻은 덕분이기도 했고요.
"플랫폼 사업 성공을 위해 현지, 한국 또는 글로벌의 다른 플랫폼들이 갖지 못하는 규모와 양질의 브랜드를, 국내에서의 플랫폼, 브랜드 사업을 기반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합니다."
"현지 타겟 고객들이 이미 인지하고 선호하는 브랜드를 찾는 플랫폼에서 더 나아가, 무신사가 소개하고 제안하는 브랜드가 한국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시한 브랜드라고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무신사 글로벌플랫폼본부 서성호 본부장)

마뗑킴 시부야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일본 고객들의 모습
물론 무신사가 국내 브랜드로부터 지속적인 선택을 받으려면 그만한 강점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무신사가 국내에서 쌓아온 탄탄한 입지가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플랫폼이라는 점 자체가 이미 강력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고,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브랜드들이 자연스럽게 무신사를 먼저 찾게 된다는 건데요. 결국 이는 다시 글로벌 스토어 성장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거죠.
"일단은 '무신사'라는 이름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최근 일본 패션 업계에서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무신사와 협업하고 싶다는 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거든요."
"무신사가 국내에서 가진 위상 덕분에 일본에서도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범위나 협업 기회 자체가 달라지고, 다른 기업들이 따라하기 어려운 부분이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무신사 브랜드글로벌비즈니스본부 김윤정 실장)
이처럼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모인 플랫폼"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다시 무신사가 소개하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고요. 결국 최종 목표는 플랫폼의 성장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무신사는 브랜드 총판 사업 역시 중요한 한 축으로 설정하고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 브랜드들을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필자
이런 접근 방식이 먼저 해외에서 성과를 낸 K뷰티와는 카테고리 특성 상 차이가 나는 이유도 있습니다. 뷰티 산업의 경우, 비교적 단가가 낮고 적은 수의 제품(SKU)으로도 큰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나 개별 상품 마케팅으로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게 가능합니다. 그래서 굳이 올리브영과 같은 국내 대표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도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곧장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죠.
반면, 패션의 경우 특정 제품이 단기간에 큰 인기를 얻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품이 훨씬 더 다양하고 소비자들의 취향도 더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히트 상품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욱 정교한 접근이 요구되며, 이런 환경에서는 무신사와 같은 플랫폼 파트너가 필연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 데이터가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물론 무신사가 오랜 기간 국내에서 쌓아온 브랜드 네트워크와 바이어들과의 관계성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요. 최근 무신사 글로벌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데이터의 힘이 더욱 커졌다고 하죠.
"무신사와의 파트너십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저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 그래서 데이터 기반으로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저희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마뗑킴 경영전략실 윤승만 이사)
실제로 무신사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선정할 때도 철저히 데이터에 의존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브랜드의 월 매출액이 주요한 기준이 됩니다. 월 매출 억대를 기록하는 것이 글로벌 진출 가능성 판단의 최소 기준이라고 하며, 이 밖에도 글로벌 스토어 내부의 상품 조회수나 검색 빈도 같은 상세 데이터를 함께 고려합니다.
물론 무신사는 글로벌 스토어 데이터만을 의존하지 않습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반응률과 같은 정성적 데이터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죠. 여기에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주요 패션 매체나 바이어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또한 결국 글로벌 스토어의 성장에 힘입어 더욱 공신력을 얻고 있었던 거고요.
마뗑킴 역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내에서 쌓인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 때가 되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브랜드 스탠드오일의 경우, 바이어들의 수주량이 급증하는 데이터를 보며 글로벌 진출 타이밍을 직감하기도 하는데요. 물론 이렇게 데이터를 유의미하게 활용하려면, 기본적으로 글로벌 스토어의 거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야 하는데, 최근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가 급성장하면서 그 기준점을 이미 넘어섰다는 겁니다.
이처럼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데이터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강력한 사업 기반이 됐습니다. 무신사는 이를 통해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이는 다시 글로벌 스토어의 추가 성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거죠.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올해 1분기 日 거래액 2배 증가 ⓒ무신사
"자체적으로는 이미 충분히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정도의 규모를 이루었다고 판단합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공격적 투자와 폭발적인 성장을 추진하는 원년으로, 특히 일본 시장의 규모를 크게 키울 예정입니다. 또한 주요 경쟁력을 확실히 보강하는 25FW 시즌을 기점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글로벌플랫폼본부 서성호 본부장)
이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단순히 한국 브랜드의 해외 진출 플랫폼을 넘어 독립적인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한국에서의 성공 모델을 해외로 확장하고 현지에서도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까지 꿈꾸고 있습니다.
# 결국 물류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무신사는 일본 최대의 패션 커머스 플랫폼인 조조타운과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는데요. 조조타운은 성장 배경부터 운영 방식까지 무신사의 대표적인 롤모델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유사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두 기업 간의 파트너십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거라는 기대감도 크죠.
하지만 한편으론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잠식)의 우려도 존재합니다. 이미 조조타운은 일본 현지에서 막대한 사용자층과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만약 같은 브랜드와 상품이 두 플랫폼에 모두 입점한다면, 일본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무신사를 찾을 이유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무신사는 조조타운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더욱 주목받는 부분이 바로 물류 역량입니다. 무신사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대로 갖추게 되면, 빠르고 안정적인 배송 품질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브랜드 입장에서도 무신사의 창고에 재고를 보관하고 관리하면서 무신사와 밀접하게 협력하는 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더 많은 물량을 취급할수록 전체적인 비용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물류 투자는 무신사 글로벌 사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풀필먼트도 준비 중인 상황이라 하는데요.

무신사는 최근 풀필먼트 투자를 확대 중이나 아직은 더 역량을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신사
다만 아직 무신사의 풀필먼트 역량이 국내에서도 초기 단계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초기 구축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확장을 염두에 두고 물류 인프라를 설계한다면 오히려 경쟁사와의 차별화된 강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신사가 축적한 브랜드 육성 노하우에 강력한 물류 역량까지 더해진다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더욱 무서운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현재 무신사가 가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글로벌 사업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여줄 거고요.
올해를 기점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한 무신사의 오프라인 사업처럼 글로벌 사업 역시 하나의 축으로 세워져서 무신사의 다음 스테이지를 이끌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기묘한 작가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brunch.co.kr/@trendlite
무신사의 글로벌 스토어, 현황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
글로벌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무신사 ⓒdesign by 슝슝 (w/ChatGPT)
무신사의 글로벌 사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무신사의 글로벌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플랫폼 사업이고, 둘째는 브랜드 총판 사업입니다. 플랫폼 사업의 핵심인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작년 3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성장하며, 오픈 이후 최초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브랜드 총판 사업에서도 지난 4월 13일 마뗑킴의 일본 첫 오프라인 매장인 시부야점 오픈과 함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요.
그리고 바로 그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직접 취재하며 무신사 글로벌 사업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죠.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무신사의 해외 진출 전략 중심에는 플랫폼보다는 브랜드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고, 동시에 K-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플랫폼 사업이 브랜드 사업보다 해외 진출 난이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마뗑킴 시부야점, 우선 초기 흥행은 성공적이라 합니다 ⓒ필자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가 무신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브랜드 총판 사업의 차별화된 경쟁력 역시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나온다고 밝혔는데요. 과연 그들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오늘은 무신사의 글로벌 사업 현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가능성과 풀어야 할 과제들까지 짚어보겠습니다.
# 무신사의 근본은 플랫폼입니다
최근 많은 국내 커머스 플랫폼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내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해외 진출은 필연적이라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롯데나 이마트 같은 유통 대기업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서 이제야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쿠팡이 최근 대만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성과를 보이고 있죠. 유통 사업은 오프라인의 경우 매장 확보가, 온라인의 경우 물류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해서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종합 커머스보다 규모가 작은 버티컬 커머스 기업에게는 해외 진출이 더욱 어려운 과제로 여겨졌습니다.
반면 브랜드 중심으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 중에는 빠른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K뷰티 브랜드들의 성과는 눈부셨습니다. 코스알엑스, 구다이글로벌, APR 등은 해외 매출만으로 수천억 원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가능성을 증명했죠. 그래서 저 역시 무신사가 해외 진출 초기에 패션 브랜드를 앞세워 기반을 다진 뒤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무신사의 전략은 오히려 더 플랫폼에 집중하자는 거였습니다.
"무신사의 글로벌 사업 모델은 다양하지만 결국 온라인 플랫폼이 근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사업은 개별 브랜드에 들어가는 인풋도 크고, 브랜드 하나의 성공이 전체 사업 성패를 결정짓다보니,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죠."
"이에 비해 온라인 플랫폼은 플랫폼 구축과 운영에 개별 브랜드 운영보다는 큰 비용이 발생하지만, 플랫폼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나면, 많은 인풋들이 고정비 성격의 비용으로 운영되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큰 업사이드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신사 글로벌플랫폼본부 서성호 본부장)
지난해 무신사의 실적을 떠올리니, 이런 전략적 판단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무신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1조 2400억 원, 거래액은 4조 5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무신사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힌 바는 없지만, 시장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상장을 통해 원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결국 성장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현재 일본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라 합니다 ⓒ무신사
커뮤니티에서 스토어로의 확장, 29CM 인수를 통한 여성 고객 확보, 본격적인 오프라인 사업 전개 등 무신사는 그간 중요한 분기점마다 확실한 성장 엔진을 만들어 왔습니다. 온오프라인을 아울러 국내 패션 시장에서 절대적인 강자로 자리 잡은 무신사에게 이제 규모 있는 성장을 만들 수 있는 시장은 해외뿐입니다. 즉 빠르게 성과를 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플랫폼 중심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글로벌 브랜드를 직접 키워내는 일은 훨씬 더 긴 호흡이 필요할 테니까요.
# 그래서 더욱 브랜드에 집중하려 합니다
그러나 무신사의 글로벌 스토어가 더 빠르게 성장하려면, 역설적으로 브랜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무신사가 국내 1위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다양한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죠. 해외 시장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된 이유 역시 K패션 브랜드들이 먼저 고객들의 지지를 얻은 덕분이기도 했고요.
"플랫폼 사업 성공을 위해 현지, 한국 또는 글로벌의 다른 플랫폼들이 갖지 못하는 규모와 양질의 브랜드를, 국내에서의 플랫폼, 브랜드 사업을 기반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합니다."
"현지 타겟 고객들이 이미 인지하고 선호하는 브랜드를 찾는 플랫폼에서 더 나아가, 무신사가 소개하고 제안하는 브랜드가 한국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시한 브랜드라고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무신사 글로벌플랫폼본부 서성호 본부장)
마뗑킴 시부야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일본 고객들의 모습
물론 무신사가 국내 브랜드로부터 지속적인 선택을 받으려면 그만한 강점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무신사가 국내에서 쌓아온 탄탄한 입지가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플랫폼이라는 점 자체가 이미 강력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고,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브랜드들이 자연스럽게 무신사를 먼저 찾게 된다는 건데요. 결국 이는 다시 글로벌 스토어 성장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거죠.
"일단은 '무신사'라는 이름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최근 일본 패션 업계에서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무신사와 협업하고 싶다는 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거든요."
"무신사가 국내에서 가진 위상 덕분에 일본에서도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범위나 협업 기회 자체가 달라지고, 다른 기업들이 따라하기 어려운 부분이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무신사 브랜드글로벌비즈니스본부 김윤정 실장)
이처럼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모인 플랫폼"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다시 무신사가 소개하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고요. 결국 최종 목표는 플랫폼의 성장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무신사는 브랜드 총판 사업 역시 중요한 한 축으로 설정하고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 브랜드들을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필자
이런 접근 방식이 먼저 해외에서 성과를 낸 K뷰티와는 카테고리 특성 상 차이가 나는 이유도 있습니다. 뷰티 산업의 경우, 비교적 단가가 낮고 적은 수의 제품(SKU)으로도 큰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나 개별 상품 마케팅으로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게 가능합니다. 그래서 굳이 올리브영과 같은 국내 대표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도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곧장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죠.
반면, 패션의 경우 특정 제품이 단기간에 큰 인기를 얻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품이 훨씬 더 다양하고 소비자들의 취향도 더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히트 상품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욱 정교한 접근이 요구되며, 이런 환경에서는 무신사와 같은 플랫폼 파트너가 필연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 데이터가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물론 무신사가 오랜 기간 국내에서 쌓아온 브랜드 네트워크와 바이어들과의 관계성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요. 최근 무신사 글로벌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데이터의 힘이 더욱 커졌다고 하죠.
"무신사와의 파트너십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저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 그래서 데이터 기반으로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저희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마뗑킴 경영전략실 윤승만 이사)
실제로 무신사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선정할 때도 철저히 데이터에 의존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브랜드의 월 매출액이 주요한 기준이 됩니다. 월 매출 억대를 기록하는 것이 글로벌 진출 가능성 판단의 최소 기준이라고 하며, 이 밖에도 글로벌 스토어 내부의 상품 조회수나 검색 빈도 같은 상세 데이터를 함께 고려합니다.
물론 무신사는 글로벌 스토어 데이터만을 의존하지 않습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반응률과 같은 정성적 데이터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죠. 여기에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주요 패션 매체나 바이어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또한 결국 글로벌 스토어의 성장에 힘입어 더욱 공신력을 얻고 있었던 거고요.
마뗑킴 역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내에서 쌓인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 때가 되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브랜드 스탠드오일의 경우, 바이어들의 수주량이 급증하는 데이터를 보며 글로벌 진출 타이밍을 직감하기도 하는데요. 물론 이렇게 데이터를 유의미하게 활용하려면, 기본적으로 글로벌 스토어의 거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야 하는데, 최근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가 급성장하면서 그 기준점을 이미 넘어섰다는 겁니다.
이처럼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데이터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강력한 사업 기반이 됐습니다. 무신사는 이를 통해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이는 다시 글로벌 스토어의 추가 성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거죠.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올해 1분기 日 거래액 2배 증가 ⓒ무신사
"자체적으로는 이미 충분히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정도의 규모를 이루었다고 판단합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공격적 투자와 폭발적인 성장을 추진하는 원년으로, 특히 일본 시장의 규모를 크게 키울 예정입니다. 또한 주요 경쟁력을 확실히 보강하는 25FW 시즌을 기점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글로벌플랫폼본부 서성호 본부장)
이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단순히 한국 브랜드의 해외 진출 플랫폼을 넘어 독립적인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한국에서의 성공 모델을 해외로 확장하고 현지에서도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까지 꿈꾸고 있습니다.
# 결국 물류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무신사는 일본 최대의 패션 커머스 플랫폼인 조조타운과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는데요. 조조타운은 성장 배경부터 운영 방식까지 무신사의 대표적인 롤모델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유사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두 기업 간의 파트너십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거라는 기대감도 크죠.
하지만 한편으론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잠식)의 우려도 존재합니다. 이미 조조타운은 일본 현지에서 막대한 사용자층과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만약 같은 브랜드와 상품이 두 플랫폼에 모두 입점한다면, 일본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무신사를 찾을 이유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무신사는 조조타운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더욱 주목받는 부분이 바로 물류 역량입니다. 무신사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대로 갖추게 되면, 빠르고 안정적인 배송 품질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브랜드 입장에서도 무신사의 창고에 재고를 보관하고 관리하면서 무신사와 밀접하게 협력하는 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더 많은 물량을 취급할수록 전체적인 비용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물류 투자는 무신사 글로벌 사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풀필먼트도 준비 중인 상황이라 하는데요.
무신사는 최근 풀필먼트 투자를 확대 중이나 아직은 더 역량을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신사
다만 아직 무신사의 풀필먼트 역량이 국내에서도 초기 단계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초기 구축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확장을 염두에 두고 물류 인프라를 설계한다면 오히려 경쟁사와의 차별화된 강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신사가 축적한 브랜드 육성 노하우에 강력한 물류 역량까지 더해진다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더욱 무서운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현재 무신사가 가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글로벌 사업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여줄 거고요.
올해를 기점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한 무신사의 오프라인 사업처럼 글로벌 사업 역시 하나의 축으로 세워져서 무신사의 다음 스테이지를 이끌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기묘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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