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디토리안] ‘68DNA’와 럭셔리 브랜드 디지털 혁명

임상덕 디토리안
2025-06-03

[럭셔리의 디지털전환 2] Re: Luxury- 디지털 시대, 다시 쓰는 럭셔리 이야기 


‘68DNA’와 럭셔리 브랜드 디지털 혁명

사회 문화적 자기표현 욕구, 디지털 문화로 승화 

 

거리로 나온 디올 2018 프리폴 컬렉션 (Pre-Fall 2018 Dans les Rues)

“럭셔리 브랜드는 디지털 혁명에 의해 와해될 것인가? (Are Luxury Brands Disrupted by the Digital Revolution?)”


이것은 10년 전 2015년 프랑스 비즈니스 스쿨(ESSEC)이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주최했던 마스터 클래스 제목이다. 당시 ESSEC에서 럭셔리 브랜드 관리 MBA 과정 유통 전략과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던 드니 모리세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많은 럭셔리 브랜드 CEO들과 세계적인 경영 석학들이 럭셔리와 온라인이 본질적으로 공생할 수 없는 관계라고 믿었음을 밝힌다.

점진적 변화와 성장을 통해 더이상 예측 가능한 미래를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은 불안과 두려움을 가져오는 일이다. 전통적 럭셔리 브랜드들은 배타성과 선택 받은 소수만을 위한 폐쇄성을 버리고 소통 DNA를 장착해야만 했고 대중들이 보다 더 쉽게 럭셔리 브랜드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야만 했다. 우리는 이후 럭셔리 브랜드들이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을 통해 온라인 부티크에서 새로운 고객 경험과 기회 시장을 끈임없이 만들어낸 것을 알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혁명적인 방식을 통해서 과감하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럭셔리 브랜드 DNA는 과연 무엇일까?


68혁명 50주년 기념 설치물 2018년 '구찌' 프리폴 컬렉션, 2022년 서울 DDP 전시, 구찌 제공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촉발되어 전 세계로 퍼져간 당시 젊은 세대들이 중심이 되어 정치, 예술, 사회,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저항 운동인 68혁명은 이후 패션과 소비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Il est interdit d'interdire)”, “상상력을 권력으로(L’imagination au pouvoir)” 등 많은 슬로건이 시위가 일어났던 거리와 지하철 역사 등에서 그래피티로 등장했다. 전후 태어난 당시 유럽, 미국, 일본 젊은 세대들은 자유, 평등, 자기표현에 대한 요구를 통해 기성 세대가 가진 권위와 낡은 사회 질서에 대한 저항을 여성해방, 인권, 반전 운동으로 드러내었고 이후 소비 자본주의로 인한 인간소외에 대한 자각은 히피 문화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제인 버킨과 버킨백, (출처 www.luxuo.com)


# 68혁명의 아이콘 제인 버킨, 다수를 위한 실용성


에르메스 버킨 백 뮤즈이기도 한 제인 버킨(1946-2023)은 대표적인 68혁명 세대이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를 비롯해 캐주얼 가방에 이르기까지 유행하고 있는 백 참(Charm) 장식 열풍은 2000년대 초반 유행하였던 문화가 다시 돌아온 것이기도 하지만, 2023년 제인 버킨이 사망한 이후 평소에 버킨백에 소지하던 팔찌나 참 장식들을 메달기를 즐겼던 그녀를 추모하기 시작한 SNS 문화로 다시 시작됐다.


TikTok과 Instagram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소지한 백을 “버킨처럼” 따라하는 트렌드로 인해 가속화되었으며, 사진 게시물이 무려 1억 2천만 개가 넘어가기도 하였다. 제인 버킨은 68혁명 아이콘 답게 생전에 여성 권리, 분쟁 지역 피해자 인권, 반전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전통적인 럭셔리 코드에서 벗어난 실용성과 자연스러움은 “소유가 아닌 태도”로서 “꾸미지 않는 아름다움”을 스타일로 구현하여 드러내었다.


겐조 타카다( 1939-2020)는 일본에서 파리로 이주한 직후 68혁명을 직접 목격하였고 그것에서 영감을 받은 자유로운 실루엣과 동서양 문화를 융합한 브랜드 겐조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럭셔리 패션이 부유층만을 위한 소수 주문 제작 방식에서 기성복 판매를 도입한 계기가 된 것도 68혁명 영향이다.


미우미우 가방과 제인 버킨을 모방한 백참 장식

디자인 경영 혁신을 통해 현재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와 미우미우의 지속 성장을 이끌고 있는 미우치아 프라다는 68혁명 당시 대학생이었고 이후 70년대까지 급진적인 여성운동 단체에서 활동한 68혁명 세대다. 밀라노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경영에 참여한 미우치아 프라다는 할아버지가 여행용 트렁크 가방 회사를 창립한 이후 왕실 납품을 위한 전통적인 제조 방식에 사용된 무겁고 비싼 정통 가죽 소재에서 과감히 벗어난 낙하산에 사용되던 나일론 소재로 여성이 들기에 편안한 가볍고 튼튼한 백팩을 80년대에 만들었다.


현재 프라다는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재생 소재를 나일론 제품 라인에 100% 사용하여 진보적이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68혁명이 가진 안티패션, 미학적 전복에서 영감을 받은 그녀는 패션을 정치적 언어로 받아들였다.


68혁명이 촉발한 평등, 자유, 다양성이 가진 가치는 럭셔리 브랜드 디지털 혁명이 가진 원동력이 되었고 현재 럭셔리 브랜드들이 ‘민주화’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이를테면 신생 소규모 브랜드와 기존 글로벌 대형 브랜드 모두 온라인이라는 평등한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SNS, 메타버스, NFT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실험과 소통이 강화되며 일반 대중들에게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는 점들이 그렇다. 이러한 DNA는 미래에도 럭셔리 브랜드들을 디지털 혁신을 통해서 더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존재로 변화시킬 것이다.


임상덕 kevin@abdseoul.com

가방 디자이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며 디자인 컨설턴트. 공예와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패션 기업에서 다수 핸드백 브랜드를 런칭했다. 2023년까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MCM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다. 현재는 영국 브랜드 헌터(HUNTER) 백 디자인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all_beyond_defin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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