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이의 메타패션 다이브 Episode 16]
지브리가 쏘아올린 ‘AI 저작권’ 이슈
창작 도구 vs 저작권 침해…태도가 핵심

Open AI의 CEO 샘 알트만이 게시한 X의 ‘지브리풍 프사’
# 지브리 스타일(Ghibli-fied) 밈이 남긴 질문
2025년, GPT-4o의 진보된 멀티모달 기술은 이미지 생성을 더 쉽고 빠르게 했다.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줘”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는 단 몇 초 만에 따뜻하고 서정적인 지브리 스튜디오 특유의 화풍을 흉내냈다. 지브리풍 프로필은 SNS를 뒤덮었고, 다양한 콘텐츠가 애니메이션화되며 밈처럼 번졌다.
이에 대해 지브리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창립자 미야자키 하야오가 2016년 다큐멘터리에서 AI에 대해 남긴 발언이 회자됐다. “이건 삶에 대한 모독이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AI가 생성한 스타일은 누구의 것인가?”

SNS에 화제가 된 지브리풍 밈. 영화 타이타닉,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아프간 소녀, Image created using GPT-4o by OpenAI
# 스타일은 아이디어인가, 표현인가?
저작권법은 아이디어를 보호하지 않고, 구체적이고 창작성 있는 표현만을 보호한다. '빈티지 재킷'이나 'Y2K 크롭톱'처럼 추상적인 스타일은 아이디어로 간주돼 보호받지 못한다. 하지만 반복적 사용과 독창적 구축을 통해 브랜드만의 고유한 시각 언어로 자리 잡으면, 표현으로서 법적 보호 가능성이 생긴다.
예를 들어 샤넬의 트위드 재킷은 100여년 간 특유의 디자인 요소로 반복되었다. 그러나 패션 디자인은 실용성과 예술성이 결합된 형태이므로, 오롯이 ‘예술적 표현물’이라 간주할 수 없다. 즉 샤넬 트위드 재킷이라는 스타일은 아이디어일 뿐이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개념이 발전했다. 이는 제품 전체의 외관과 분위기를 브랜드 식별 요소로 보호하는 법리로, 한국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이나 디자인보호법을 통해 유사한 보호가 이뤄진다.
트레이드 드레스 사례로는 나이키 에어 포스 1, 에어 조던 1, 덩크가 대표적이다. 제품의 실루엣, 갑피 절개선, 밑창 디자인 등 외형 전반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보호를 받고 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은 입체상표권(three-dimensional trademark)으로, 루부탱의 레드솔은 특정 위치의 색상 상표(color trademark)로 각각 등록되어 있다.
이처럼 스타일은 저작권뿐 아니라 상표권, 입체상표권, 색상 상표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을 통해 전략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나이키 Dunk Low vs. 베이프 SK8 STA. 양사의 디자인 유사 논쟁에서 미법원은 ‘트레이드 드레스’ 로서 나이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사진출처: 나이키, 베이프 홈페이지)
# 프롬프트 한 줄이 넘는 선
일부 생성형 AI 툴은 특정 브랜드나 디자이너명을 포함한 프롬프트를 제한하기도 하지만, 그 기준은 플랫폼마다 다르다. 예컨대 ‘루이비통 모노그램 패턴 핸드백’이나 ‘에르메스 버킨백’과 같은 지식재산권이 포함된 이미지 생성 요청을 입력했을 때 GPT-4o는 거부했지만, Midjourney, Copilot, Gemini, DALL-E 등에서는 그대로 이미지로 생성됐다.
이는 플랫폼의 기술적 필터링 기준이 저작권법 해석이 아닌 내부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생성이 가능하다고 해서 법적으로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니다. AI 프롬프트가 특정 브랜드를 직접 명시하지 않더라도, 결과물이 해당 브랜드의 시각적 표현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AI가 학습한 이미지에 저작권이 존재하고, 결과물에서 원작자의 고유한 표현(패턴, 구도, 색상 조합 등)이 재현되었다면, 복제권 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저작권법 제5조, 제21조).
무엇보다 AI는 법적 책임 주체가 아니므로, 생성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귀속된다. 단순히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법적으로 통용되지 않으며, AI 서비스 약관 역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 것'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프롬프트가 우회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이라 하더라도, 사용자 스스로가 저작권 침해의 경계를 인식하고 주의할 책임이 있다. 다시 말해, AI로 생성된 이미지라 해도 그것이 기존 창작자의 시각 언어를 실질적으로 복제했다면, 단순한 참고를 넘어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창작과 침해를 가르는 선은 명확하지 않기에, 이를 구분하려는 최소한의 직업적·윤리적 의식이 사용자에게 요구된다.

© 2025 JYY.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스타일은 ‘성과’일 수 있다
스타일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은 보호의 여지를 남긴다. 제2조 제1호 자목은 “타인의 성과를 모방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를 금지한다. 디자이너가 축적한 스타일이 식별성과 경제적 가치를 가지면, 그것은 단순 유행이 아니라 보호 가능한 성과로 간주될 수 있다.
반면, 입생로랑의 르 스모킹 수트나 버버리의 트렌치코트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스타일이라 하더라도, 기본 실루엣이나 구조가 실용적 목적에 기반해 있다면 보호받기 어렵다. 이 경우는 창작의 표현보다는 아이디어나 기능적 형태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 2025 JYY.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지브리 열풍 이후, 우리가 세워야 할 기준
지브리 스타일 유행은 창작자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프롬프트 몇 줄로 재현된 이미지 속에는, 오랜 시간 한 스타일을 구축해온 누군가의 감각과 노력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창작의 진정한 가치를 잊지 않으려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AI는 창작의 도구가 될 수도, 침해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스타일은 누구의 것인가? 이제 그 물음에 우리는 답해야 한다.

© 2025 JYY.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정연이 교수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디지털 패션 컨설팅 그룹
아쏘씨에엔엔을 운영하고 있다. associe.nn@gmail.com
[정연이의 메타패션 다이브 Episode 16]
지브리가 쏘아올린 ‘AI 저작권’ 이슈
Open AI의 CEO 샘 알트만이 게시한 X의 ‘지브리풍 프사’
# 지브리 스타일(Ghibli-fied) 밈이 남긴 질문
2025년, GPT-4o의 진보된 멀티모달 기술은 이미지 생성을 더 쉽고 빠르게 했다.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줘”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는 단 몇 초 만에 따뜻하고 서정적인 지브리 스튜디오 특유의 화풍을 흉내냈다. 지브리풍 프로필은 SNS를 뒤덮었고, 다양한 콘텐츠가 애니메이션화되며 밈처럼 번졌다.
이에 대해 지브리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창립자 미야자키 하야오가 2016년 다큐멘터리에서 AI에 대해 남긴 발언이 회자됐다. “이건 삶에 대한 모독이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AI가 생성한 스타일은 누구의 것인가?”
SNS에 화제가 된 지브리풍 밈. 영화 타이타닉,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아프간 소녀, Image created using GPT-4o by OpenAI
# 스타일은 아이디어인가, 표현인가?
저작권법은 아이디어를 보호하지 않고, 구체적이고 창작성 있는 표현만을 보호한다. '빈티지 재킷'이나 'Y2K 크롭톱'처럼 추상적인 스타일은 아이디어로 간주돼 보호받지 못한다. 하지만 반복적 사용과 독창적 구축을 통해 브랜드만의 고유한 시각 언어로 자리 잡으면, 표현으로서 법적 보호 가능성이 생긴다.
예를 들어 샤넬의 트위드 재킷은 100여년 간 특유의 디자인 요소로 반복되었다. 그러나 패션 디자인은 실용성과 예술성이 결합된 형태이므로, 오롯이 ‘예술적 표현물’이라 간주할 수 없다. 즉 샤넬 트위드 재킷이라는 스타일은 아이디어일 뿐이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개념이 발전했다. 이는 제품 전체의 외관과 분위기를 브랜드 식별 요소로 보호하는 법리로, 한국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이나 디자인보호법을 통해 유사한 보호가 이뤄진다.
트레이드 드레스 사례로는 나이키 에어 포스 1, 에어 조던 1, 덩크가 대표적이다. 제품의 실루엣, 갑피 절개선, 밑창 디자인 등 외형 전반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보호를 받고 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은 입체상표권(three-dimensional trademark)으로, 루부탱의 레드솔은 특정 위치의 색상 상표(color trademark)로 각각 등록되어 있다.
이처럼 스타일은 저작권뿐 아니라 상표권, 입체상표권, 색상 상표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을 통해 전략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나이키 Dunk Low vs. 베이프 SK8 STA. 양사의 디자인 유사 논쟁에서 미법원은 ‘트레이드 드레스’ 로서 나이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사진출처: 나이키, 베이프 홈페이지)
# 프롬프트 한 줄이 넘는 선
일부 생성형 AI 툴은 특정 브랜드나 디자이너명을 포함한 프롬프트를 제한하기도 하지만, 그 기준은 플랫폼마다 다르다. 예컨대 ‘루이비통 모노그램 패턴 핸드백’이나 ‘에르메스 버킨백’과 같은 지식재산권이 포함된 이미지 생성 요청을 입력했을 때 GPT-4o는 거부했지만, Midjourney, Copilot, Gemini, DALL-E 등에서는 그대로 이미지로 생성됐다.
이는 플랫폼의 기술적 필터링 기준이 저작권법 해석이 아닌 내부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생성이 가능하다고 해서 법적으로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니다. AI 프롬프트가 특정 브랜드를 직접 명시하지 않더라도, 결과물이 해당 브랜드의 시각적 표현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AI가 학습한 이미지에 저작권이 존재하고, 결과물에서 원작자의 고유한 표현(패턴, 구도, 색상 조합 등)이 재현되었다면, 복제권 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저작권법 제5조, 제21조).
무엇보다 AI는 법적 책임 주체가 아니므로, 생성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귀속된다. 단순히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법적으로 통용되지 않으며, AI 서비스 약관 역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 것'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프롬프트가 우회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이라 하더라도, 사용자 스스로가 저작권 침해의 경계를 인식하고 주의할 책임이 있다. 다시 말해, AI로 생성된 이미지라 해도 그것이 기존 창작자의 시각 언어를 실질적으로 복제했다면, 단순한 참고를 넘어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창작과 침해를 가르는 선은 명확하지 않기에, 이를 구분하려는 최소한의 직업적·윤리적 의식이 사용자에게 요구된다.
© 2025 JYY.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스타일은 ‘성과’일 수 있다
스타일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은 보호의 여지를 남긴다. 제2조 제1호 자목은 “타인의 성과를 모방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를 금지한다. 디자이너가 축적한 스타일이 식별성과 경제적 가치를 가지면, 그것은 단순 유행이 아니라 보호 가능한 성과로 간주될 수 있다.
반면, 입생로랑의 르 스모킹 수트나 버버리의 트렌치코트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스타일이라 하더라도, 기본 실루엣이나 구조가 실용적 목적에 기반해 있다면 보호받기 어렵다. 이 경우는 창작의 표현보다는 아이디어나 기능적 형태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 2025 JYY.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지브리 열풍 이후, 우리가 세워야 할 기준
지브리 스타일 유행은 창작자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프롬프트 몇 줄로 재현된 이미지 속에는, 오랜 시간 한 스타일을 구축해온 누군가의 감각과 노력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창작의 진정한 가치를 잊지 않으려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AI는 창작의 도구가 될 수도, 침해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스타일은 누구의 것인가? 이제 그 물음에 우리는 답해야 한다.
© 2025 JYY.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정연이 교수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디지털 패션 컨설팅 그룹
아쏘씨에엔엔을 운영하고 있다. associe.n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