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없이 5억원의 매출을 올린 PLF 전략 비법은?
성공 확률을 극대화하는 스몰 브랜드 런칭 전략 PLF

브랜드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일단 만든다’는 점이다. 공장을 컨택하고, 샘플링을 거쳐 본생산까지 완료한 뒤에야 “이걸 이제 어떻게 팔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수북이 쌓인 재고를 보며 마음은 급해지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문제가 무엇일까? 제품이 아니라, 순서에 있다. 좋은 옷을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그 순서를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제품보다 먼저, 고객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런칭을 앞둔 스몰 브랜드를 컨설팅할 때 내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상품 런칭 공식(Product Launch Formula, PLF)’이 있다. PLF는 미국의 사업가이자 마케팅 컨설턴트인 제프 워커(Jeff Walker)가 만든 개념으로, 수많은 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통해 검증됐다. 이 공식을 활용한 브랜드들의 누적 매출은 수천억 원에 달하며, 국내에는 《스타트업 설계자》라는 책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사진 출처: jeffwalker.com
PLF의 강점은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도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고, 런칭 당일 매출을 집중시킬 수 있는 구조에 있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기대감으로 긴 줄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니트 브랜드 '니트 콜라주(Knit Collage)'다. 프리 피플(Free People) 출신 니트 디자이너인 창업자 에이미 스몰(Amy Small)은 처음에는 직접 실을 방적해 소규모로 판매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도매 유통의 한계를 느끼고, PLF 전략을 도입하며 커뮤니티와 교육 콘텐츠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했다.

출처: knitcollage.com
에이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팔로워와 소통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했고, 이를 이메일 리스트로 전환하여 브랜드와의 직접적인 연결을 강화했다. 이 이메일 리스트는 단순한 명단이 아니라 브랜드에 자발적으로 관심을 보인 핵심 팬 기반이다. 이메일은 SNS와 달리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픈율과 클릭률 등 성과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에이미는 팔로워들과 함께 컬러를 고르고, 디자인을 논의하며 제작 과정을 공유했다. 제품보다 먼저 기대감을 조성하고, 팬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
#프리-프리런칭>프리런칭>오픈 카트> 포스트런칭
PLF는 총 네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프리-프리런칭’이다. 이 단계에서는 제품을 공개하지 않고, 콘셉트를 암시하면서 ‘곧 뭔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예를 들어, 에이미는 인스타그램 투표 기능을 활용해 “어떤 컬러가 더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때 모은 이메일 구독자들은 이후의 핵심 팬층이 되었다.

제프 워커의 PLF 런칭 전략(www.mattmcwilliams.com)
두 번째는 ‘프리런칭’이다. 이 시기에는 제품이 곧 출시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리되, 아직 판매는 하지 않는다. 에이미는 ‘당신도 니트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3부작 영상을 이메일로 발송했다.
1편에서는 왜 니트를 시작해야 하는지를,
2편에서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를,
3편에서는 실제 참여자의 변화된 모습을 담았다.
중요한 것은 제품 스펙이 아니라 고객의 변화다. 이 콘텐츠들은 자연스럽게 공유되었고, 구매 전부터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연결된 팬들이 생겨났다.
세 번째는 ‘오픈 카트’ 단계다. 이 시점부터 제품 판매가 시작되며, 보통 5일에서 일주일 간의 한정된 기간 동안 판매를 진행한다. 희소성과 긴급성을 자극하는 이 전략은 매출을 집중시킨다.
에이미는 첫날 새벽에 “이제 구매할 수 있어요”라는 이메일을 보내고, 이후 매일 두세 통씩 리마인더 메일을 발송했다. 첫 PLF 런칭에서 그녀는 하루 만에 약 1,600만 원($12,000)의 매출을 올렸고, 이후 런칭에서는 하루에 약 2억 2천만 원($164,000), 전체 런칭에서 약 5억 4천만 원($400,000)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니트 콜라주 CEO 에이미 스몰이 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2025년 Winter Solstice Yarn Kits 판매를 시작했다. 이미지 출처: 니트 콜라주 유튜브
마지막은 ‘포스트런칭’이다. 이 단계에서 에이미는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단순한 감사 메시지를 넘어서, 니트를 완성한 고객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도 곧 이런 결과물을 만나게 될 거예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고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 여정의 일원이 되었고, 이는 반복 구매로 이어졌다. 제품을 구매하지 못한 이들조차 다음 시즌에는 꼭 참여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결국 PLF는 단순한 마케팅 기법이 아니다. 제품 없이도 팬을 만들 수 있고, 팬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며, 그 수요에 맞춰 제품을 제작한 뒤, 짧고 강력한 런칭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패션 브랜드를 시작하려 한다면, 공장부터 찾기 전에 먼저 팬을 만들어야 한다. 제품보다 먼저 기대감을 조성하고, 그 기대감을 콘텐츠로 키워낸 뒤, 한정된 시간 동안 집중된 구매를 유도하는 것. 에이미 스몰이 니트 콜라주를 통해 증명한 이 방식이야말로, 팬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브랜드 런칭의 정석이다.

김용석 브랜드 컨설턴트는 삼성물산에서 마케팅을 시작해 지금은 대화형 스몰 브랜드 컨설팅, '톡설팅'의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뷰자데>,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가 있다. brunch.co.kr/@kap
상품 없이 5억원의 매출을 올린 PLF 전략 비법은?
브랜드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일단 만든다’는 점이다. 공장을 컨택하고, 샘플링을 거쳐 본생산까지 완료한 뒤에야 “이걸 이제 어떻게 팔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수북이 쌓인 재고를 보며 마음은 급해지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문제가 무엇일까? 제품이 아니라, 순서에 있다. 좋은 옷을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그 순서를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제품보다 먼저, 고객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런칭을 앞둔 스몰 브랜드를 컨설팅할 때 내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상품 런칭 공식(Product Launch Formula, PLF)’이 있다. PLF는 미국의 사업가이자 마케팅 컨설턴트인 제프 워커(Jeff Walker)가 만든 개념으로, 수많은 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통해 검증됐다. 이 공식을 활용한 브랜드들의 누적 매출은 수천억 원에 달하며, 국내에는 《스타트업 설계자》라는 책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사진 출처: jeffwalker.com
PLF의 강점은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도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고, 런칭 당일 매출을 집중시킬 수 있는 구조에 있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기대감으로 긴 줄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니트 브랜드 '니트 콜라주(Knit Collage)'다. 프리 피플(Free People) 출신 니트 디자이너인 창업자 에이미 스몰(Amy Small)은 처음에는 직접 실을 방적해 소규모로 판매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도매 유통의 한계를 느끼고, PLF 전략을 도입하며 커뮤니티와 교육 콘텐츠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했다.
출처: knitcollage.com
에이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팔로워와 소통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했고, 이를 이메일 리스트로 전환하여 브랜드와의 직접적인 연결을 강화했다. 이 이메일 리스트는 단순한 명단이 아니라 브랜드에 자발적으로 관심을 보인 핵심 팬 기반이다. 이메일은 SNS와 달리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픈율과 클릭률 등 성과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에이미는 팔로워들과 함께 컬러를 고르고, 디자인을 논의하며 제작 과정을 공유했다. 제품보다 먼저 기대감을 조성하고, 팬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
#프리-프리런칭>프리런칭>오픈 카트> 포스트런칭
PLF는 총 네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프리-프리런칭’이다. 이 단계에서는 제품을 공개하지 않고, 콘셉트를 암시하면서 ‘곧 뭔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예를 들어, 에이미는 인스타그램 투표 기능을 활용해 “어떤 컬러가 더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때 모은 이메일 구독자들은 이후의 핵심 팬층이 되었다.
제프 워커의 PLF 런칭 전략(www.mattmcwilliams.com)
두 번째는 ‘프리런칭’이다. 이 시기에는 제품이 곧 출시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리되, 아직 판매는 하지 않는다. 에이미는 ‘당신도 니트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3부작 영상을 이메일로 발송했다.
1편에서는 왜 니트를 시작해야 하는지를,
2편에서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를,
3편에서는 실제 참여자의 변화된 모습을 담았다.
중요한 것은 제품 스펙이 아니라 고객의 변화다. 이 콘텐츠들은 자연스럽게 공유되었고, 구매 전부터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연결된 팬들이 생겨났다.
세 번째는 ‘오픈 카트’ 단계다. 이 시점부터 제품 판매가 시작되며, 보통 5일에서 일주일 간의 한정된 기간 동안 판매를 진행한다. 희소성과 긴급성을 자극하는 이 전략은 매출을 집중시킨다.
에이미는 첫날 새벽에 “이제 구매할 수 있어요”라는 이메일을 보내고, 이후 매일 두세 통씩 리마인더 메일을 발송했다. 첫 PLF 런칭에서 그녀는 하루 만에 약 1,600만 원($12,000)의 매출을 올렸고, 이후 런칭에서는 하루에 약 2억 2천만 원($164,000), 전체 런칭에서 약 5억 4천만 원($400,000)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니트 콜라주 CEO 에이미 스몰이 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2025년 Winter Solstice Yarn Kits 판매를 시작했다. 이미지 출처: 니트 콜라주 유튜브
마지막은 ‘포스트런칭’이다. 이 단계에서 에이미는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단순한 감사 메시지를 넘어서, 니트를 완성한 고객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도 곧 이런 결과물을 만나게 될 거예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고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 여정의 일원이 되었고, 이는 반복 구매로 이어졌다. 제품을 구매하지 못한 이들조차 다음 시즌에는 꼭 참여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결국 PLF는 단순한 마케팅 기법이 아니다. 제품 없이도 팬을 만들 수 있고, 팬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며, 그 수요에 맞춰 제품을 제작한 뒤, 짧고 강력한 런칭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패션 브랜드를 시작하려 한다면, 공장부터 찾기 전에 먼저 팬을 만들어야 한다. 제품보다 먼저 기대감을 조성하고, 그 기대감을 콘텐츠로 키워낸 뒤, 한정된 시간 동안 집중된 구매를 유도하는 것. 에이미 스몰이 니트 콜라주를 통해 증명한 이 방식이야말로, 팬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브랜드 런칭의 정석이다.
김용석 브랜드 컨설턴트는 삼성물산에서 마케팅을 시작해 지금은 대화형 스몰 브랜드 컨설팅, '톡설팅'의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뷰자데>,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가 있다. brunch.co.kr/@k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