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의 트렌드 망원경]
‘프라다’가 불 붙인 헝클어짐의 미학
클린 걸(clean girl) 지고, 메시 걸(messy girl) 올까?

Prada 2025/2026 추동 컬렉션
6월 20일, 프랑스 언론 통신사 AFP가 틱톡(TikTok)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검색어로 한창 트렌딩 중인 #메시걸(#messygirl) 트렌드를 보도하며,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 주도로 메시걸 트렌드가 핫한 유행으로 떠오른다고 진단했다. 또한 <보그 프랑스> 2024년 3월 기사 중 Prada 2025/2026 추동 컬렉션 런웨이 모델은 패션 보다 부스스한 헤어스타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Prada 2025/2026 추동 컬렉션, 사진 출처: Vogue Runway
헝클어진 머리에 침대 근처 아무 옷이나 집어 입고 나온 듯 무심해 보이는 그녀. 그녀는 도대체 누구지(Whos’s That Girl)? 지난밤 늦은 시간까지 파티장에서 시간을 보냈는지 아무렇게나 걸친 구겨진 티셔츠, 줄도 안 맞게 막 신은 종아리 양말, 머리는 헝클어지고 얼굴엔 눈 화장과 립스틱이 번 진 채로 거리를 활보하는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틱톡 동영상과 유튜브 패션 튜토리얼에서 높은 검색율을 보이며 여성 소비자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다.
메시걸 룩은 앞서 2023년부터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Prada)가 3년째 추구해 온 전략 미학이다. 프라다는 다시 작년 2024년 가을 파리 패션위크(9.23~10.1, 파리 팔레 드 도쿄 궁) 2025년 춘하 패션쇼 캣워크에서 헝클어진 헤어와 너드(nerd)처럼 단장한 모델들을 대거 선보였고, 이에 뒤질세라 미니멀리즘의 대명사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현대적 여성미의 클로에(Chloé), 친환경 현대주의자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도 ‘메시걸’ 룩을 소통했다.

파리 패션 위크 2025/26 추동 여성복 런웨이에서 프라다(왼쪽)와 스텔라 매카트리(오른쪽)이 선보인 메시걸 룩 헤어스타일. 사진 출처: Vogue Runway/Vogue France.
지금까지 주류 패션계는 무채색 위주의 미니멀한 옷차림에 단정하게 빗어 내린 긴 생머리와 생얼 같은 피부 표현으로 단장한 이른바 ‘클린걸(clean girl)‘미학이 주도하고 있다. 요가나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나와 신선한 야채 스무디로 건강과 웰빙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듯해 보이는 자기주도적 현대 여성 이미지를 소통하는 클린걸 미학은 다수 여성들이 내면 깊이 추종하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또는 올드머니(old money)룩과도 일맥상통한다.
# 메시걸 룩은 규범에 저항하는 자유 욕망의 산물
패션계가 새로 소개하는 ‘메시걸(messy girl)‘룩은 완벽하게 차려 입은 단정한 아가씨 룩을 잠시 밀쳐두고 느긋하고 무심한듯한 자유분방함과 정형적 아름다움으로부터 이단의 미학이라 하겠다. 패션 유행은 30년 주기로 반복한다는 업계 공식에 따르면, 메시걸 원형은 과거 서구 근현대 사회에서 탄생해 세련화된 도시적 배경의 산물이자 격식과 예의가 지배하는 패션과 뷰티 규범에 저항하고 싶어하는 자유 욕망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정치적이기도 하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보헤미안 구역과 바이마르 시대 독일 서베를린 바빌론 바가 있는 거리에서는 가난한 예술가, 매춘부, 몰락한 귀족과 오락거리를 찾는 신흥 부르주아들이 저마다 인생행로에서 만나고 헤어졌다. 1960년대 반문화 운동이 한창이던 서방 세계 히피들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 자유와 평등의 심벌로써 헝클어진 롱 헤어스타일을 구가했다.
이어 1980~90년대 뉴욕 맨해튼 남부 나이트클럽 거리와 런던 소호와 웨스트엔드 나이트라이프 동네에서는 술과 담배와(때론 마약)과 친구들을 사교적 접착체 삼아 어울려 다니며 청춘을 불태우던 정처 없는 젊은이들, 연예인 지망생, 성소수자, 그 리고 평범한 직장인들도 퇴근 후 메시한 스타일로 단장하고 갑갑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탈피했다. 2000년대에는 말라깽이(waif) 모델 케이트 모스와 보헤미안 시크(bohemian chic)의 여배우 시에나 밀러가 간판급 메시걸로서 패션 화보를 휩쓸며 패스트패션 업계 매출 상승의 주역이 됐다.
가장 최근 해외 연예계에서는 Z-세대 괴짜 가수 빌리 아일리시(Billi Eilish)와 영국 가수 찰리 XCX(Charli XCX)가 ‘악동(brat) 스타일’로 십대와 이십대 여성팬들이 추 종하는 유행을 선도 중이다. 영국 가수 롤라 영(Lola Young)은 아예 ‘아임 투 메시 (I’m Too Messy)’ —나는 너무 혼란스럽다라는 뜻—라는 타이틀 곡을 유행시키며 10~20대는 그 어느 나잇대보다 가장 혼란스러운(chaotic) 세대라는 세간의 고정관념과 틱톡의 #messygirl 트렌드를 재확인시켰다.

2023년 3월, 파리 팔레 드 이에나(Palais d’Iéna)에서 열린 파리 패션위크 2023 추동 프라다 미우미우 기성복 컬렉션 패션쇼에서 시뇽 머리에 머리카락이 삐져나온 줄도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감 있게 무대를 걸었던 이 모델은 #미우미우걸 (#MuiMiuGirl)로 불리며 언론의 화재를 모았다. 사진 출처: Vogue Runway
# 우연을 가장한 의도된 혁신과 색다른 창조
신은 우주를 갖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듯(아인슈타인), 패션업계에는 우연을 갖고 장사하지 않는다. 그렇듯 글로벌 패션계에 떠오르는 #메시걸 미학은 물론 세심하게 계산되고 연출된 우연 아닌 우연을 가장한 의도된 혁신과 색다른 창조 과정을 요한다.
세계적인 헤어 스타일리스트이자 최근 프라다의 헝클어진 헤어 스타일의 창시자인 귀도 팔라우(Guido Palau)는 보그 프랑스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실수로 헝클어진 듯 시각적 설득력있는 메시 헤어 창조는 더 많은 단계의 수작업과 예술적 감성은 물론 최적 효과를 가능케하는 헤어 스프레이 등 혁신적 헤어용 신제품을 요하는 기법이라고 말했다. ‘메시하다’ 함은 게으름, 부주의성, 도덕적 결함 등 부정적 관념과 결부되곤 한다. 일각에서 메시걸 트렌드는 21세기 패션계를 주도한 어글리 미학의 연장선상이라 평가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때론 작은 결점 섞인 외모나 빈틈 보이는 행동의 소유자로부터 묘한 호기심과 매력과 발견하는 것은 왜일까?
“사실 아름다움은 지루하다. 미(美)는 시대가 정한 규칙과 가치관을 반영한 기호이기 때문이다“라고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그가 쓴 책에서 밝혔다. 에코의 해석처럼 아름다움은 일시적이지만 추함은 예측불허하고 변화무쌍하다는 점에서 영원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 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박진아의 트렌드 망원경]
‘프라다’가 불 붙인 헝클어짐의 미학
Prada 2025/2026 추동 컬렉션
6월 20일, 프랑스 언론 통신사 AFP가 틱톡(TikTok)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검색어로 한창 트렌딩 중인 #메시걸(#messygirl) 트렌드를 보도하며,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 주도로 메시걸 트렌드가 핫한 유행으로 떠오른다고 진단했다. 또한 <보그 프랑스> 2024년 3월 기사 중 Prada 2025/2026 추동 컬렉션 런웨이 모델은 패션 보다 부스스한 헤어스타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Prada 2025/2026 추동 컬렉션, 사진 출처: Vogue Runway
헝클어진 머리에 침대 근처 아무 옷이나 집어 입고 나온 듯 무심해 보이는 그녀. 그녀는 도대체 누구지(Whos’s That Girl)? 지난밤 늦은 시간까지 파티장에서 시간을 보냈는지 아무렇게나 걸친 구겨진 티셔츠, 줄도 안 맞게 막 신은 종아리 양말, 머리는 헝클어지고 얼굴엔 눈 화장과 립스틱이 번 진 채로 거리를 활보하는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틱톡 동영상과 유튜브 패션 튜토리얼에서 높은 검색율을 보이며 여성 소비자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다.
메시걸 룩은 앞서 2023년부터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Prada)가 3년째 추구해 온 전략 미학이다. 프라다는 다시 작년 2024년 가을 파리 패션위크(9.23~10.1, 파리 팔레 드 도쿄 궁) 2025년 춘하 패션쇼 캣워크에서 헝클어진 헤어와 너드(nerd)처럼 단장한 모델들을 대거 선보였고, 이에 뒤질세라 미니멀리즘의 대명사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현대적 여성미의 클로에(Chloé), 친환경 현대주의자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도 ‘메시걸’ 룩을 소통했다.
파리 패션 위크 2025/26 추동 여성복 런웨이에서 프라다(왼쪽)와 스텔라 매카트리(오른쪽)이 선보인 메시걸 룩 헤어스타일. 사진 출처: Vogue Runway/Vogue France.
지금까지 주류 패션계는 무채색 위주의 미니멀한 옷차림에 단정하게 빗어 내린 긴 생머리와 생얼 같은 피부 표현으로 단장한 이른바 ‘클린걸(clean girl)‘미학이 주도하고 있다. 요가나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나와 신선한 야채 스무디로 건강과 웰빙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듯해 보이는 자기주도적 현대 여성 이미지를 소통하는 클린걸 미학은 다수 여성들이 내면 깊이 추종하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또는 올드머니(old money)룩과도 일맥상통한다.
# 메시걸 룩은 규범에 저항하는 자유 욕망의 산물
패션계가 새로 소개하는 ‘메시걸(messy girl)‘룩은 완벽하게 차려 입은 단정한 아가씨 룩을 잠시 밀쳐두고 느긋하고 무심한듯한 자유분방함과 정형적 아름다움으로부터 이단의 미학이라 하겠다. 패션 유행은 30년 주기로 반복한다는 업계 공식에 따르면, 메시걸 원형은 과거 서구 근현대 사회에서 탄생해 세련화된 도시적 배경의 산물이자 격식과 예의가 지배하는 패션과 뷰티 규범에 저항하고 싶어하는 자유 욕망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정치적이기도 하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보헤미안 구역과 바이마르 시대 독일 서베를린 바빌론 바가 있는 거리에서는 가난한 예술가, 매춘부, 몰락한 귀족과 오락거리를 찾는 신흥 부르주아들이 저마다 인생행로에서 만나고 헤어졌다. 1960년대 반문화 운동이 한창이던 서방 세계 히피들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 자유와 평등의 심벌로써 헝클어진 롱 헤어스타일을 구가했다.
이어 1980~90년대 뉴욕 맨해튼 남부 나이트클럽 거리와 런던 소호와 웨스트엔드 나이트라이프 동네에서는 술과 담배와(때론 마약)과 친구들을 사교적 접착체 삼아 어울려 다니며 청춘을 불태우던 정처 없는 젊은이들, 연예인 지망생, 성소수자, 그 리고 평범한 직장인들도 퇴근 후 메시한 스타일로 단장하고 갑갑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탈피했다. 2000년대에는 말라깽이(waif) 모델 케이트 모스와 보헤미안 시크(bohemian chic)의 여배우 시에나 밀러가 간판급 메시걸로서 패션 화보를 휩쓸며 패스트패션 업계 매출 상승의 주역이 됐다.
가장 최근 해외 연예계에서는 Z-세대 괴짜 가수 빌리 아일리시(Billi Eilish)와 영국 가수 찰리 XCX(Charli XCX)가 ‘악동(brat) 스타일’로 십대와 이십대 여성팬들이 추 종하는 유행을 선도 중이다. 영국 가수 롤라 영(Lola Young)은 아예 ‘아임 투 메시 (I’m Too Messy)’ —나는 너무 혼란스럽다라는 뜻—라는 타이틀 곡을 유행시키며 10~20대는 그 어느 나잇대보다 가장 혼란스러운(chaotic) 세대라는 세간의 고정관념과 틱톡의 #messygirl 트렌드를 재확인시켰다.
2023년 3월, 파리 팔레 드 이에나(Palais d’Iéna)에서 열린 파리 패션위크 2023 추동 프라다 미우미우 기성복 컬렉션 패션쇼에서 시뇽 머리에 머리카락이 삐져나온 줄도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감 있게 무대를 걸었던 이 모델은 #미우미우걸 (#MuiMiuGirl)로 불리며 언론의 화재를 모았다. 사진 출처: Vogue Runway
# 우연을 가장한 의도된 혁신과 색다른 창조
신은 우주를 갖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듯(아인슈타인), 패션업계에는 우연을 갖고 장사하지 않는다. 그렇듯 글로벌 패션계에 떠오르는 #메시걸 미학은 물론 세심하게 계산되고 연출된 우연 아닌 우연을 가장한 의도된 혁신과 색다른 창조 과정을 요한다.
세계적인 헤어 스타일리스트이자 최근 프라다의 헝클어진 헤어 스타일의 창시자인 귀도 팔라우(Guido Palau)는 보그 프랑스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실수로 헝클어진 듯 시각적 설득력있는 메시 헤어 창조는 더 많은 단계의 수작업과 예술적 감성은 물론 최적 효과를 가능케하는 헤어 스프레이 등 혁신적 헤어용 신제품을 요하는 기법이라고 말했다. ‘메시하다’ 함은 게으름, 부주의성, 도덕적 결함 등 부정적 관념과 결부되곤 한다. 일각에서 메시걸 트렌드는 21세기 패션계를 주도한 어글리 미학의 연장선상이라 평가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때론 작은 결점 섞인 외모나 빈틈 보이는 행동의 소유자로부터 묘한 호기심과 매력과 발견하는 것은 왜일까?
“사실 아름다움은 지루하다. 미(美)는 시대가 정한 규칙과 가치관을 반영한 기호이기 때문이다“라고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그가 쓴 책에서 밝혔다. 에코의 해석처럼 아름다움은 일시적이지만 추함은 예측불허하고 변화무쌍하다는 점에서 영원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 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