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패션] 스와치, 너 왜 이러는 거니?

박진아 디토리안
2025-09-02

스와치, 너 왜 이러는 거니?

흔들리는 스와치 그룹… 명품이냐 재미냐 선택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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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Swatch)가 논란의 광고 캠페인으로 세계적 언론에 오르내렸다.

8월 세째 주, 스와치는 중국 시장에서 ‘스와치 에센셜스(Swatch Essentials)’ 컬렉션 홍보를 위해 중국 홈페이지에 신제품 손목시계를 찬 채 ‘눈찟기’ 포즈를 취한 남성 모델의 사진을 올렸다가 그 주 주말인 16일에 사진을 철수하고 중국 이커머스 사이트 웨이보(Weibo)와 인스타그램 소셜미디어에 대대적인 사과 광고를 내는 막중한 마케팅 실수를 저질렀다.


흔히 손으로 눈 끝을 잡아당기는 눈 찟기 포즈는 서양인들이 동양인의 눈매를 놀릴 때 쓰는 비하 행위라 여겨진다. 스와치는 2000년도 초 중국 시장에 진출해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만큼, 이 광고 사진을 본 중국인들은 의아와 불쾌감으로 이번 스와치 스캔들을 바라봤다.


# 한순간 실수로 42년 기업 역사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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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치 그룹 스위스 비엘 본사


실제로 해외 시장 고객을 타깃으로 한 광고 캠페인에서 인종차별 의혹이 담긴 논란적 광고 사진을 런칭했다가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입고 고꾸라진 명품 브랜드 사례는 드물지 않다.

2018년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는 중국인 여성 모델이 젓가락으로 피자와 파스타를 집어 서툴게 먹는 광고 영상을 내보냈다가 66만 달러(약 10억)의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렸다. 2021년 독일 고급차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 디오르(Dior), 구찌 광고에서는 가는 눈의 중국인 모델이 등장한 광고에 중국인들이 강한 불쾌감을 표현한 일이 있었다. 또 H&M, 자라(Zara), 나이키 등 대중 브랜드들도 비슷한 스캔들에 휩쓸렸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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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을 확인하는 시계가 아니라 주얼리를 만드는 사람이다’ — 스와치 설립자 겸 오랜 최고경영자 니콜라스 하이엑(Nicolas G. Hayek). 그는 ‘한 팔에 시계는 하나만 찬다’는 패션계의 고리타분한 공식을 깬 주인공이다. 사진 출처 Photo courtesy Breguet)


스와치 그룹(Swatch Group)은 시계의 나라 스위스에서 제일 큰 시계 및 장신구 제조업체인 롤렉스 브랜드를 비롯해서 초고가 시계 브랜드인 블랑팡, 브르게, 글라스휘테와 중고가대 브랜드인 오메가, 론진, 티소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가족 사업체다.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통통 튀고 발랄한 디자인으로 세계 손목시계 시장의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와치 브랜드는 1983년에 니콜라스 하이엑(Nicolas Hayek)이 창업했다. 1983년 3월 1일, 첫 컬렉션으로 12개 디자인을 런칭한 이후 선풍적 인기를 끌며 약 10년 전성기 동안 총 1억 개 판매 기록을 올린 시계업계의 전설이 됐다.

당시 전 세계 대중문화와 산업 디자인계를 휩쓸었던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미학의 파격적 디자인, 혁신적 마케팅 전략,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부담 없는 가격의 스위스 시계라는 3대 요소가 스와치의 경이로운 성공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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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를뤼제 슈미트(Marlyse Schmid)와 베르나르트 뮐러(Bernard Müller)는 그 유명한 스워치 로고와 1983년 첫 스와치 컬렉션을 디자인했다. 사진 출처: www.swatchprototypes.com


하이엑 스와치 최고경영자는 1980년대 생존 중이던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조언을 따라 유명 낙서화가 키스 헤링(Keith Haring)이나 프랑스 화가 키키 피카소와 협업하고 한정판 컬렉션 마케팅을 시도했다. 또 디자이너를 사내 최고 경영진 이사회로 영입해 디자인을 제품 개발 및 마케팅의 핵심 비즈니스 전략으로 격상시킨, 말하자면 디자인 경영(design management)의 선구적 성공 사례를 보여준 인물이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스와치는 위기에 처한 스위스 시계업계를 구사 회생시킨 백마 탄 기사나 다름없었다.


때는 1970년대부터 등장한 한층 저렴한 일본 시계 제조업체 세이코(Seiko)의 쿼츠 오토매틱 시계가 등장하면서 고가 고급 시계로 승부하던 스위스 시계 업계의 전략을 통째로 뒤흔들던 시기였다.


일본발 글로벌 시계 시장의 가격 하락 경쟁 통에서 스와치는 저렴한 가격대의 스위스제 쿼츠 시계로 일본의 세이코와 시티즌(Citizen) 대항에 나섰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스와치의 플라스틱 소재 일체형 케이스(single-piece case) 디자인이다. 여기에 스위스 기술자들의 기술 혁신으로 쿼츠 무브먼크 부품을 기존 91개에서 50개로 줄임으로써 스위스 시계의 대량생산과 생산원가 절감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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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스와치 아트 스페셜’ 한정 컬렉션 중 미국 낙서화가 키스 헤링이 디자인한 손목 시계. 앤디 워홀의 조언으로 키스 헤링에게 디자인을 맡겨 생산한 키스 헤링 에디션 스워치 6점은 훗날 소더비 경매소 시계 컬렉션에서 거래되며 희귀 소장 가치를 발휘하는 미술 작품이 됐다. 사진 출처: Swatch.


# 시계도 다다익선… 옷차림 따라 바꿔야


시계 하나에 40~50 스위스 프랑(한화 약 5만 5,000~7만 원) 사이를 오가는 저렴한 시계가 있다면 여러 개를 사서 매일 다른 옷차림에 맞춰 갈아 차고 다니는 것은 어떨까? 
이 같은 ‘토털룩(total-look)’ 마케팅 컨셉을 구상한 뉴욕의 매캔-에릭슨(McCann-Erickson) 광고 대행사의 착상 덕분에 스와치는 보그, GQ, 롤링스톤 같은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매거진과 MTV 뮤직 비디오 채널을 이용한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통해 십대와 젊은 성인들을 유혹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20세기가 끝나갈 때까지 스와치는 시계 제조기업들이 시계를 제조, 마케팅하고 소비자들이 시계를 차고 다니는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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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 꼭 하나만 차야 하나요? 두 번째 시계(second watch), 해서 스와치(s+watch). ‚스와치로 바꾸세요(Swtich to Swatch)‘ 광고 캠페인. 사진 출처: 1980년대 미국 백화점 로드앤테일러 광고.


그러나, 이동 전화기 특히 2008년 애플 첫아이폰 등장에 따른 손목시계 인기 감소, 2015년 애플워치의 등장에 따른 디지털 웨어러블 등장, 명품 시장 호황에 따른 고가 기계식 시계의 인기 부활에 밀려 스와치는 21세기를 접어든 후 꾸준한 신상품 출시와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에 경험한 폭발적 전성기를 다시 경험하지 못했다.


스와치는 지난 20년 동안 디지털 시대로부터 낙오된 시계 브랜드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데 주력해왔다. 가령, 2017년 전자결제 시스템이 정착한 중국 시장을 겨냥해 ‘스와치페이(SwatchPAY!)’ 컬렉션을 출시하고 스마트폰과 애플 워치처럼 손목 시계에 NFC 칩을 내장해 전자 결제 기능을 추가했지만 디지털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혁신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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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호프쿤스트(Alfred Hofkunst)가 디자인한 3편의 팝아트 스타일 예술 시계는 1991년에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3국의 장터 야채시장에서 판매되는 독특한 마케팅 이벤트로 출시 즉시 완판됐다. 사진 출처: Swatch.


# 코로나로 격변한 소비자 취향과 욕망 맞춰 재조준


이어서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한 시계를 맞춤 제작해 주는 ‘스와치 X You’ 컬렉션은 창조자로서 운동화 업계에서 시도한 소비자 트렌드와 퍼스널리제이션(personalization) 컨셉을 응용한 사례였으나 시계 업계를 뒤흔들 디스럽트 혁신은 아니었다. 2023년 오메가 브랜드를 등에 업고 출시된 ‘문스와치(MoonSwatch)’, 오메가와의 콜라보 역시 중국 시장을 겨냥했지만 전반적인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 감소 추세로 기대 매출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유럽 명품 브랜들은 왜 그토록 아시아인의 가늘게 기울어진 눈에 사로잡혀 있을까? 아니면, 아시아인의 길고 작은 눈을 광고에서 보기 싫어하는 마음은 중국인들이 자격지심인 것일까? 그렇다면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들은 왜 중국 소비자들이 보기 꺼리는 광고 캠페인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심기를 건드린단 말인가?


그런 와중에 최근 스와치의 중국 시장 광고 캠페인 스캔들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의 관세 갈등까지 겹쳐 고심 중인 스와치 그룹의 회생 노력에 호재로 작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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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X 스와치 팬을 겨냥해 2025년 3월 출시한 '미션 투 더 핑크 문페이즈(Mission to the Pink Moonphase)' 바이오세라믹 문와치 컬렉션. 오메가 X 스와치 컬렉션의 주 구매층은 중국 소비자다. 사진 출처: Swatch.


그러나 글로벌 시계 업계의 게임오버는 없다.

최근 글로벌 시계 업계에서 불기 시작한 ‘싼 시계 찾는 돈 많은 소비자’ 트렌드는 신선한 한 줄기 희망이자 반전 기회다. 높은 사회경제적 신분을 일부러 가리고 싸구려처럼 보이는 시계를 선호하는 ‘안티-스태터스(anti-status)’ 남성 소비자들의 등장이 시계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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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 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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