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지속 가능한 패션업계에 부는 ‘재생 디자인’

박진아 디토리안
2025-11-06

지속 가능한 패션업계에 부는 ‘재생 디자인’

친환경&천연 소재·업사이클링… 순환 미학으로 진화하는 패션

# 패션계에 재생 디자인(Regenerative design)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인들은 일회용 커피컵에서 의류에 이르기까지 편하고 싸게 사서 쓰다가 무심코 버리는 ‘내다 버리기(throw away)’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패션산업 역시 최신 유행을 발빠르게 포착·반영해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판매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또는 SPA BM이 근간을 이뤄 왔다. 그러나 대량 생산과 소비를 근간으로 하는 패션산업은 원자재 공급, 제조, 유통 및 폐기에 이르는 전 상품주기에 걸쳐 지구를 병들게 하는 가장 환경 위해적인 업종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UN을 비롯한 환경 감시 기구들과 환경단체들이 각종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글로벌 SPA 기업들에게 공급망 변화를 통한 총체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패션업계와 소비자 행동의 변화는 미미하다.

UN환경프로그램 통계에 따르면, SPA 산업은 물 사용량 세계 2위, 전 세계 초독성 폐수 배출량의 20%,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주범일 뿐만 아니라, 최근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기 시작한 토양 및 해양 초미세플라스틱 오염에도 크게 기여한다.

예컨대 현재 어패럴 제조를 위해 생산된 직물의 80% 이상은 한 번도 사용되지 못한 채 쓰레기 매립지에서 폐기되며, 매 시즌 출시된 의류 신상의 25%는 매장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폐기된다고 한다(자료: 데이비드 스즈키 재단).

최소한의 물로 재배돼 무수 염색법(waterless dyeing) 기술로 가공되는 면직의 상용화와 폐합성원단을 새 합성원단으로 재활용하는 ‘폐회로 원단 재활용’ 혁신 기술은 지속가능한 패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소한의 물로 재배돼 무수 염색법(waterless dyeing) 기술로 가공되는 면직의 상용화와 폐 합성원단을 새 합성원단으로 재활용하는 ‘폐회로 원단 재활용’ 혁신 기술은 지속가능한 패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Trisha Downing=unsplash

# 어패럴 제품은 판매된 후 소비 주기에서도 문제가 된다.


한 시즌 소비되고 버려져 쓰레기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세탁기와 세탁세제의 일반화로 인해 특히 합성섬유(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원단의 어패럴은 그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매년 5억 톤의 초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해양으로 흘러 들어간다(자료: 그린피스, ‘그린워시 위험존’ 보고서).

재생 디자인 3대 제안

이 같은 인식에서 출발한 재생 디자인 개념은 패션 업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재생 디자인 원칙에 따르면 글로벌 의류 제조 및 소비 체제는 지구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천연자원을 고갈해야만 번영할 수 있는 생산 체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의류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활동이 고갈됐던 토양 건강을 재건하고, 대기 오염을 줄이며, 생산 공동체를 경제적·문화적으로 건전하게 지탱하도록 돕는 지속가능한 착한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말 패션업계의 재생 디자인은 유해성을 줄이는 것을 넘어 지구에 유익한 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재생 디자인은 전통과 신기술을 결합하는 ‘혁신’에서 해법을 찾고 있으며, 그 같은 혁신은 최근 대안적 친환경 면섬유의 재배 및 가공 분야에서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Oeko Tex 국제 인증 면 원단에 무태그 라벨의 내의를 대두 추출 식물성 무산성 자연분해되는 포장재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MZ 세대를 겨냥하는 켄트(KENT) 언더웨어는 캐나다에서 생산된다. 사진 출처: KENT

패션업계는 그동안 전 세계 토양 오염과 물 낭비의 주범으로 꼽혀온 면화(cotton) 재배 및 가공 기술에, 원형경제 원칙에 기반한 천연 면직 원단 생산 혁신에 주력해왔다.

미국의 비영리 면화 연구소 코튼 인코퍼레이티드(Cotton Incorporated)의 연구에 따르면, 최신 신품종 면화와 재배 기술을 통해 △소량의 빗물로 재배 가능한 종자 개발에 따른 물 소비 절약 △폐기 후 천연 생분해 속도 단축과 100%에 가까운 자연 환원이 가능한 면직 의류 생산이 가능해졌다.

# 켄트, 파카어패럴 등 성공사례 주목


이 같은 획기적인 면 소재를 제품으로 개발한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내의 브랜드 켄트(KENT)다.
켄트는 내의가 신체에 가장 밀착되어 착용되는 사적인 기초 의류로서, 중고 시장 거래 및 재활용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해 천연 고무줄과 생분해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고 순환경제 원칙을 내의 본연의 기능성에 접목했다.


그런가 하면, 페루의 천연 원단 의류 브랜드 파카 어패럴(PAKA Apparel)은 생태계 보호와 이윤 추구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실현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파카는 2015년 창립 이래 알파카 털과 유기농 면화(17%) 혼방의 가볍고 보온성이 우수한 환경친화적 천연섬유 컬렉션을 선보여 왔다. 알파카 사육 가정을 통한 투명한 원단 소재 공급망, 지역 여성 직물공예가 및 프로젝트 참여 여대생 대상 교육을 통한 지역 공동체 일자리 창출과 문화유산 보존, 최소한의 물 사용과 유해 화학품 사용 금지를 통한 토양 관리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전 생명주기에서 지속가능성 철학을 표방한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집과 장기적 안목, 그리고 투자가 필요한, 말하자면 ‘사회운동’과 ‘경제활동’의 융합을 소비자의 구매로 실현하는 비전이다. 아우터웨어 브랜드 코토팍시(Cotopaxi)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폐기 원단으로 신제품을 생산하는 직물 업사이클링을 실천한다.

어패럴의 생명주기는 공장 생산–구매–착용 소비–폐기로 마무리되는 단선적 과정이 아니라, 착용·소비 과정에서 수선·리폼·재활용 및 중고 거래 등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하는 창조적 개입 활동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순환경제 원칙에도 부합하는 브랜드 전략이다.
패션 디자이너는 순환경제 원칙에 입각한 제품 생명주기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제품 기획 단계부터 이를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 지속가능한 패션산업, 열쇠는 생산~소비 생태계 다양화


패션업계가 실천할 수 있는 재생 디자인은 현재 패션산업의 생리와는 너무도 다른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가능한 과업은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건전한 트렌드로 자리 잡을수록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유익하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속돼 온 농경 공업화로 파괴된 농생태계의 토양 복원과 생물종 다양성 보호를 위해 탄생한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이 확산되고 있듯, 패션산업에서도 지금보다 다양하고 환경친화적인 어패럴 생산 및 제조 공정, 지속가능한 소비 활동 생태계 구축에 투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재생 패션 옹호자들은 말한다

인간의 장내 미생물 종이 다양하고 유익균이 많을수록 우리의 몸이 건강한 것처럼 말이다.

기후변화와 공해의 주범으로 비난받는 패션산업, 유기적 생명체의 원리에 입각한 제조와 소비의 다양화 및 지속가능성 도입이 절실하다.


기후변화와 공해의 주범으로 비난 받는 패션산업, 유기적 생명체의 원리에 입각해 제조와 소비의 다양화와 지속가능성 도입이 절실하다. Photo by Juned Khatri on Unsplash

#재생어패럴 #과학 #토양 #해양 #오염 #순환경제
참고: 
데이비드 스즈키 재단 보고서(텍스트 클릭하면 이동)



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 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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