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디토리안] 멧갈라, 그리고 ‘패션 권력’의 새로운 후원자들

박진아 디토리안
2026-05-15

멧갈라, 그리고 ‘패션 권력’의 새로운 후원자들

실리콘밸리 빅테크는 왜 글로벌 패션 산업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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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갈라 2026에 참여한 테크기업 CEO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로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던 5월 첫째 주, 지구 반대편 서구 미디어는 전혀 다른 이유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뉴욕에서는 연례 패션 이벤트 ‘멧갈라(The Met Gala®)’가 열렸고, 동시에 미국 극장가에서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개봉했다. 누가 어떤 드레스를 입었는지, 어떤 브랜드와 스타일리스트가 참여했는지, 누가 가장 파격적인 드레스코드를 선보였는지까지 전 세계 미디어는 경쟁적으로 사진과 해석을 쏟아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사건이 단순한 문화 이벤트를 넘어, 오늘날 글로벌 패션 산업의 권력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과거 패션 산업의 중심이 럭셔리 브랜드와 전통 미디어였다면, 이제 그 중심에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자본과 플랫폼 기업들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2026년 5월 1일 개봉한《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개봉 첫 주 만에 글로벌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흥행 수익 3억 2650만 달러(약 4800억 원)를 돌파했다. 2006년 원작 이후 정확히 20년 만에 돌아온 이 영화는 단순한 패션 영화의 속편이라기보다, 디지털 시대에 변화한 미디어와 패션 권력 구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으로 읽힌다.

35416be7ed561.png2006년 원작 이후 20년 만에 돌아온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패션 산업과 미디어 권력 구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은《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공식 트레일러 장면.

영화 속 미란다 프리스틀리 캐릭터가 실제 미국《보그》의 전설적인 편집장 아나 윈투어(Anna Wintour)를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아나 윈투어는 37년간의 편집장 생활을 마치고 2025년 미국판 《보그》편집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녀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오히려 현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멧갈라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패션 문화의 상징적 존재로 기능하고 있다.

# 패션은 여전히 ‘예술’을 이야기하지만, 산업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자본


멧갈라는 흔히 화려한 셀러브리티 패션 이벤트로 기억되지만, 본질적으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산하 복장 연구소(Costume Institute)의 운영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자선 행사다. 1948년 패션 저널리스트 엘레노어 램버트가 시작했고, 이후《보그》편집장 다이애나 브릴랜드를 거쳐 1995년부터 아나 윈투어 체제 아래 현재의 초대형 글로벌 문화 이벤트로 성장했다.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멧갈라는 단순한 레드카펫이 아니다. 유명 셀러브리티의 몸을 캔버스 삼아 가장 실험적이고 상징적인 디자인을 전 세계에 공개하는 살아있는 전시장이자, 브랜드의 문화적 영향력을 증명하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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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은 예술인가(Is the Body Art)’를 주제로 열린 2026 멧갈라는 패션·예술·자본이 결합된 글로벌 문화 이벤트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사진은 2026 멧갈라 및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복장 연구소 전시 전경.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매우 냉정한 비즈니스 논리가 존재한다. 멧갈라는 브랜드 마케팅, 소셜미디어 화제성, 셀러브리티 전략, 기업 스폰서십, 플랫폼 노출이 결합된 초대형 글로벌 비즈니스 이벤트에 가깝다. 예술과 상업, 문화와 자본이 가장 정교하게 결합된 현대 패션 산업의 축소판인 셈이다.

실제로 2026년 멧갈라의 일반 게스트 입장료는 1인당 10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에 달했고, 아나 윈투어가 직접 선정한 VIP 디너 테이블의 최소 초대 금액은 35만 달러(약 5억 원)를 넘어섰다. 그리고 올해 멧갈라는 행사 역사상 최대 규모인 4200만 달러(약 620억 원)의 기금 모금에 성공했다. 


# 글로벌 패션 산업의 새 후원자는 왜 실리콘밸리인가


올해 멧갈라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드레스보다도 행사 뒤에 자리한 ‘후원자들의 변화’였다. 과거 글로벌 명품 그룹과 전통 럭셔리 기업들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패션 산업의 핵심 후원자로 부상하고 있다.

a8414502c602b.png아마존, 메타, 구글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리더들의 후원은 글로벌 패션 산업의 새로운 재정 권력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실리콘밸리 빅테크와 패션 산업의 결합.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로렌 산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 에반 스피겔 스냅챗 공동 창업자,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 등 실리콘밸리 핵심 인사들은 레드카펫 대신 박물관 후문으로 조용히 입장했지만, 실질적으로 올해 멧갈라를 가능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재정적 배경이었다. 

이는 단순한 후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오늘날 패션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더 이상 단순 제조나 브랜드 네임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콘텐츠, 플랫폼, 커뮤니티, 알고리즘, SNS 확산력, 디지털 팬덤이 패션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빅테크 플랫폼들이 존재한다.

결국 오늘날 글로벌 패션 산업은 ‘옷을 만드는 산업’에서 ‘문화와 콘텐츠를 유통하는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멧갈라는 그 변화의 가장 상징적인 무대다.

부와 명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 화려함을 경쟁하는 파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멧갈라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논란조차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는 다시 플랫폼과 자본을 통해 더 거대한 영향력으로 확장된다. 패션 산업은 지금, 럭셔리 브랜드만의 시대를 넘어 플랫폼 자본과 문화 권력이 결합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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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 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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