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디토리안] 인형에서 디지털 시대의 문화 아이콘으로

박진아 디토리안
2026-08-18

인형에서 디지털 시대의 문화 아이콘으로

브랏츠 인형 탄생 25년을 통해 본 패션 인형의 컬쳐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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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랏츠 시리즈의 인형들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 배경을 대변하는 행동파 여걸을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사회순응적 바비 인형과 완전 상반된다.


올해로, 브랏츠(Bratz®) 인형이 세상에 등장한 지 25년이 되는 해다. 브랏츠는 미국 완구기업 MGA 엔터테인먼트(MGA Entertainment)가 2001년 출시한 패션 인형 브랜드다.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새로운 놀이 문화를 제시하며, 21세기 인형 시장의 패러다임을 재편했다.

20세기 후반까지 패션 인형 시장은 바비(Barbie)‘가 사실상 독점했다. 긴 금발 머리, 푸른 눈, 날씬한 체형으로 대표되는 백인 중심의 미인상이 패션 인형의 표준이었던 장난감 업계에 돌연 등장한 브랏츠의 네 주인공 클로이(Cloe), 야스민(Yasmin), 사샤(Sasha), 제이드(Jade)는 ‚패션에 열정을 지닌 소녀들‘(The Girls with a Passion for Fashio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바비형 미의 기준에 도전장을 던졌다.

21세기에 발맞춘 제3세대 페미니즘을 타고, 브랏츠가 제시한 아름다움은 다양성과 개성, 그리고 창의적 자기표현이었다. 피부색과 스타일, 성격이 서로 다른 네 캐릭터는 패션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했다. 당시로서 파격적인 시도였다.

패션을 핵심 주축으로 내세운 인형인 만큼 브랏츠의 큰 개념 혁신은 ‚패션을 입히는 인형’을 넘어 사용자가 ‚패션을 창조하는 인형’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다양한 의상, 신발, 액세서리를 자유롭게 조합해 스타일링할 수 있게 한 놀이 방식은 오늘날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굳건한 장르로 정착한 인형 ‚커스터마이징’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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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랏츠 ‚내 옷장에 있는 것들(What’s in my closet)‘ 플레이세트


그러나 브랏츠는 엄밀한 의미의 DIY 인형은 아니다. 바비 패션 인형처럼 완성된 제품으로 판매되지만 사용자가 새로운 창작을 더하기 쉽게 디자인한 ‚DIY 친화적 패션 인형’에 가깝다. 

인형 수집가와 아티스트들이 SNS에서 인형에 얼굴을 그리는 페이스업(face-up), 머리카락을 새로 심는 리루팅(rerooting), 맞춤 의상 제작을 해보이는 ‚OOAK(One of A Kind)’ 인형 커스터마이징 트렌드와 맞물려서 브랏츠는 창조적 인형 놀이자를 위한 캔버스 겸 마네킹으로 진화했다.

# SNS가 만든 브랏츠 코어(Bratz-core) 트렌드의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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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 X 브랏츠 협업 체결을 통해서 제페토 회원은 브랏츠 인형 캐릭터와 패션 아이템을 사용해 버추얼 세계 속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

 

그런 브랏츠가 어린이 장난감에서 성인 인형 마니아 컬렉터의 문화 아이콘으로 전환한 결정적 전환점은 2021~2022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 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대중문화와 Y2K 패션이 재유행했다. 그 같은 복고 열풍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같은 디지털 플랫폼과 가상 세계 게이밍 사용자 수의 폭발적 증가와 맞물리며 브랏츠 스타일을 다시 주목받게 했다.

 

브랏츠의 부활은 SNS가 만든 문화 현상이다.

 

틱톡과 유튜브에서는 브랏츠 스타일 메이크업과 패션 챌린지, 인형 복원과 커스터마이징 영상이 소비됐고, 어린 시절 브랏츠 인형을 갖고 놀던 십대 청소년과 젊은 성인들은 다시 인형을 수집했다. 특히 Z 세대 소녀들 사이에서 브랏츠가 패션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진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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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경 브랜드 젠틀 몬스터의 2025년 협업 출시‚ 피코 한정판 02(V) 선글래스‘ 한정판 캡슐 컬렉션은 인형 컬렉터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 옷차림은 저마다 다르지만, 네 브랏츠 캐릭터가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인 큰 눈에 화려한 눈화장, 반들거리는 도톰한 입술, 어디서도 기죽지 않을 것 같은 표정과 몸, 태도는 오늘날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지배하는 주류 패션・뷰티 미학을 한발 앞서 예견하고 재편한 대중 문화 미학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브랏츠 인형은 패션을 주축으로 한 창조적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정체성 때문에 브랜드의 정신과 영혼 면에서 명품 패션가와 협업하기 궁합이 잘 맞는 브랜드임을 입증했다. 2023년 보히미언 럭셔리 의류 브랜드 컬트가이아(Cult Gaia)는 브랏츠와 손잡고 콜라보 컬렉션을 선보였고, 2024년 프랑스의 악동 오트쿠튀르 거장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는 브랏츠 인형용 코르셋, 줄무늬 상의, 콘 브라 드레스 등 아이코닉한 빈티지 고티에 룩 미니처처로 한정판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블루마린(Bluemarine), 베르사체(Versace), 코페르니(Coperni)처럼 파격적 창의성을 내새우는 디자이너들이 즐겨 사용하는 대담한 컬러, 메탈릭 글리터 소재, 과감한 신체 노출, 과장된 디테일 요소도 브랏츠 인형 미학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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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 250달러(미화)에 출시된 브랏츠 X 장 폴 코티에 패션 돌 스페셜 에디션 팩은 매진됐다.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도 일명 ‚브랏츠-코어’ 패션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영국 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 프리티 리틀 씽(Pretty Little Thing)과 디젤(Diesel)이 선보인 인조털 상의, 크롭톱, 카고 팬츠, 핫핑크 등 원색 색, 플랫폼 슈즈 등 브랏츠풍 아이템을 매 시즌 어김없이 출시되며 이 트렌드의 저변을 대중문화 전반으로 넓히고 있다.

 

브랏츠 룩은 드디어 어린이 장난감 박스와 인형장롱에서 박차고 나와 더 큰 주류 패션으로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가, 아니면 MZ세대가 그리워하던 잠깐의 Y2K 복고 유행으로 사라질것인가? 다음 시즌 소개될 명품업계 런웨이와 패스트패션 신상 출시는 곧 그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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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디토리안

박진아 디토리안은 사회학・미술사학 전공 후 1998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 근무 경험과 미술 평론과 디자인 저널리즘 경력을 바탕으로 미술 커뮤니티와 대중 독자 사이를 잇는 문예 평론가로 정진 중. 21세기 최신 현대 문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슈, 형상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통찰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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