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이의 메타패션 다이브 Episode 13]
디지털 테크네(techne): 새로운 창조의 시대
기술은 자기 존재의 ‘드러냄’을 위한 촉매제

지난달 26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26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AI법률을 제정한 셈이며, 이로써 한국은AI의 활용 방식에 대한 규범을 국제사회에 제시하고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법안은 단순한 기술적 규제를 넘어, 인간 창의성과 기술의 본질을 재조명할 계기를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고대 철학의 테크네(techne) 개념은 AI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 2024 Yeonyi Jung.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하이데거의 기술 철학과 테크네: 창의성과 기술의 만남
하이데거는 기술의 본질이 단순히 효율성을 추구하는 도구적 관점에 있지 않다고 보았다. 그는 기술을 세계와 인간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드러냄'(revealing)의 방식으로 이해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기술은 단순히 생산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과정이다.
기술(technology)이라는 단어의 뿌리가 되는 '테크네(techne)' 개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어인 테크네는 손재주나 도구 제작의 의미를 넘어 인간의 지혜와 숙련된 행위를 통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물질적인 생산 뿐 아니라 예술, 시, 연설 등 인간의 창조적인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패션산업에서 AI는 현대적 테크네로 기능하며, 옷을 생산하는 기술을 넘어 인간 창의성을 확장하고 세계와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해가고 있다.

© 2024 Yeonyi Jung.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AI와 패션: 창조적 가능성의 확장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
패션산업에서 AI는 이미 디자인, 생산, 소비자 경험을 혁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패션기업은AI를 활용해 과거 트렌드와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다.
이제AI는 단순한 효율적 도구를 넘어, 새로운 영역을 포착하고 창조 활동을 확장하도록 인간을 자극한다. 하이데거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인지능력 밖에 가려져 있던 가능성이 기술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다. 기술은 인간의 창작능력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해 자기 존재를 발견하고 ‘드러낼’ 수 있도록 자극한다.
# 소비 방식의 변화
AI 기반의 가상 피팅과 맞춤형 추천 기술은 소비자 경험을 개인화 하며, 소비자가 옷과 맺는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체형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스타일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패션 소비를 더 개인적이며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전환한다.
이와 같이 디지털 테크네는 패션 소비의 본질적 의미를 재정립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고유한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경험을 한다. ‘드러냄’은 단지 객관적인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발생과 연결된다. 기술을 통한 개인화는 소비자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고 구성하는 과정이다.

© 2024 Yeonyi Jung.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패션 산업의 과제
AI 기술이 창의성을 확장하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한편, 윤리적 질문도 피할 수 없다. 하이데거는 기술이 인간과 자연을 단순히 자원으로 변환하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기술이 소비자의 진정한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패션 각계의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 데이터 자원의 윤리적 활용
소비자 데이터를 자원화 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 보호와 활용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도구가 되도록 규정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 창의성의 자동화 위험 방지
AI의 자동화로 인간 창작의 본질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중심 역할을 강화하며, 창의적 협업을 위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 지속가능한 패션생태계 구축
기술이 과잉 생산과 낭비를 초래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맞춤형 생산, 재고 관리 최적화, 재활용, 윤리적 소비문화를 촉진해야 한다.
◆ 인간 중심의 기술 실천
기술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직원의 창의성을 지원하고, 소비자와 윤리적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 2024 Yeonyi Jung.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디지털 테크네가 여는 새로운 패션의 가능성
하이데거의 기술철학은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과 세계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할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강조한다. AI 기본법은 이러한 가능성을 윤리적 틀 안에서 실현하려는 시도다. 결국, 패션산업은 기술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앞으로의 기술은 그저 효율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디지털 테크네로서 패션이 표현하는 인간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새롭게 드러내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정연이 교수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디지털 패션 컨설팅 그룹
아쏘씨에 엔엔을 운영하고 있다. associe.nn@gmail.com
[정연이의 메타패션 다이브 Episode 13]
디지털 테크네(techne): 새로운 창조의 시대
지난달 26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26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AI법률을 제정한 셈이며, 이로써 한국은AI의 활용 방식에 대한 규범을 국제사회에 제시하고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법안은 단순한 기술적 규제를 넘어, 인간 창의성과 기술의 본질을 재조명할 계기를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고대 철학의 테크네(techne) 개념은 AI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 2024 Yeonyi Jung.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하이데거의 기술 철학과 테크네: 창의성과 기술의 만남
하이데거는 기술의 본질이 단순히 효율성을 추구하는 도구적 관점에 있지 않다고 보았다. 그는 기술을 세계와 인간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드러냄'(revealing)의 방식으로 이해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기술은 단순히 생산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과정이다.
기술(technology)이라는 단어의 뿌리가 되는 '테크네(techne)' 개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어인 테크네는 손재주나 도구 제작의 의미를 넘어 인간의 지혜와 숙련된 행위를 통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물질적인 생산 뿐 아니라 예술, 시, 연설 등 인간의 창조적인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패션산업에서 AI는 현대적 테크네로 기능하며, 옷을 생산하는 기술을 넘어 인간 창의성을 확장하고 세계와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해가고 있다.
© 2024 Yeonyi Jung.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AI와 패션: 창조적 가능성의 확장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
패션산업에서 AI는 이미 디자인, 생산, 소비자 경험을 혁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패션기업은AI를 활용해 과거 트렌드와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다.
이제AI는 단순한 효율적 도구를 넘어, 새로운 영역을 포착하고 창조 활동을 확장하도록 인간을 자극한다. 하이데거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인지능력 밖에 가려져 있던 가능성이 기술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다. 기술은 인간의 창작능력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해 자기 존재를 발견하고 ‘드러낼’ 수 있도록 자극한다.
# 소비 방식의 변화
AI 기반의 가상 피팅과 맞춤형 추천 기술은 소비자 경험을 개인화 하며, 소비자가 옷과 맺는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체형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스타일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패션 소비를 더 개인적이며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전환한다.
이와 같이 디지털 테크네는 패션 소비의 본질적 의미를 재정립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고유한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경험을 한다. ‘드러냄’은 단지 객관적인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발생과 연결된다. 기술을 통한 개인화는 소비자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고 구성하는 과정이다.
© 2024 Yeonyi Jung.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패션 산업의 과제
AI 기술이 창의성을 확장하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한편, 윤리적 질문도 피할 수 없다. 하이데거는 기술이 인간과 자연을 단순히 자원으로 변환하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기술이 소비자의 진정한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패션 각계의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 데이터 자원의 윤리적 활용
소비자 데이터를 자원화 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 보호와 활용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도구가 되도록 규정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 창의성의 자동화 위험 방지
AI의 자동화로 인간 창작의 본질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중심 역할을 강화하며, 창의적 협업을 위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 지속가능한 패션생태계 구축
기술이 과잉 생산과 낭비를 초래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맞춤형 생산, 재고 관리 최적화, 재활용, 윤리적 소비문화를 촉진해야 한다.
◆ 인간 중심의 기술 실천
기술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직원의 창의성을 지원하고, 소비자와 윤리적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 2024 Yeonyi Jung. Image generated using Midjourney. All rights reserved.
# 디지털 테크네가 여는 새로운 패션의 가능성
하이데거의 기술철학은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과 세계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할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강조한다. AI 기본법은 이러한 가능성을 윤리적 틀 안에서 실현하려는 시도다. 결국, 패션산업은 기술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앞으로의 기술은 그저 효율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디지털 테크네로서 패션이 표현하는 인간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새롭게 드러내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정연이 교수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디지털 패션 컨설팅 그룹
아쏘씨에 엔엔을 운영하고 있다. associe.n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