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 김묘환과 읽어내는 일본 패션 비즈니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서 얻는 교훈
막연한 불안감 따른 구조조정 vs 패션업 본질로 돌파

2024 일본 스트리트패션 트렌드 스타일(사진: 재팬포투)
[소비지출에서 피복과 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역대 최소 수준이다. 피복과 신발 비중은 지난 2023년 4분기 6.0%에서 2024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4.4%, 5.4%로 줄어든 뒤 3분기에는 3%대로 떨어졌다. 지난 2014~2016년에는 소비지출에서 피복·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7~8%대에 달했다. 피복·신발 지출은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하위 20%)에서 감소율은 13.1%에 달했다.]
지난 연말에 나온 통계청의 국민소비관련 조사 통계 중 패션과 관련된 수치만 언급해 보았다. 과거 자료를 보면 피복·신발비 지출 비중은 10년 전인 2014~2016년에는 7~8%대였고, 2017~2018년에는 각각 6.2%, 6.0%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러한 국민 의생활 관련 지출 감소는 고금리·고물가 지속으로 가계가 비필수재를 중심으로 상품 소비를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런 자료를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패션시장에서 정말 90년대 이후 일본에 나타난 잃어버린 20년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오래 전부터 한국 패션시장은 일본시장과 시점 차이만 있는 동일시장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유사한 궤적을 그리며 진행해 왔다. 한국 패션시장은 카테고리 유사성이나 패션 소비 비중, 유통 형태 등에서 유사성을 보이면서 일본의 그것을 따라 갔다는 표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90년대 국내 여성복 시장이 비약적으로 분화할 때 몇몇 선두 주자를 중심으로 일본 패션시장에 대한 노크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두 실패했고, 이유는 패션산업이 얼마나 복잡하게 구성되었는지를 간과한 국내 업체들의 자만심이 불러온 귀결이었다.
# 일본 잃어버린 20년의 뒤끝
지금 이 시점에 다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거론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해 12월 어처구니없는 사건 이후 국민 소비심리가 80%대로 급격히 낮아지고 두 달이 지난 지금도 90%대 초반의 비관적인 흐름을 보여준 탓도 있겠지만 적어도 패션 시장에서 분위기는 어떤 사건 탓을 하기 이전에 산업 전반에 흐르는 어두운 그림자가 수 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다시 소환하는 것 같다.
한국 패션시장에는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매년 관련 단체가 발표하는 시장규모와 예측이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관련 기관과 단체들은 정부 예산을 들여 성과를 측정할 수 없는 R&D 사업을 셀 수 없이 수행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기본이 되는 통계를 공들여 축적하지 않는 것은 산업 전반이 나침반 없이 대양으로 나아간 무동력선 신세에 지나지 않음을 정책 담당하는 사람들이 깨우쳐야 한다. ‘知彼知己百戰不殆’ 손자병법에 나온 이 유명한 구절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 실체를 모르는데 어찌 전쟁에서 이길수 있으리라 생각하는지.
신뢰할 수 없는 자료는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한국 패션시장의 성장률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문제가 앞에서 이야기한 경제성장에 못 미치는 산업 성장률, 물가를 반영한 실질 성장률은 역신장 행태를 보여준다는 점이 1991년 시작된 일본 패션시장의 잃어버린 20년(아니 실제로는 잃어버린 30년)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감 속에서 지난 30년간 일본 패션 업계는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위기를 만났고, 위기 속에서 어떤 대응을 했는지 그러한 결과 지금 일본 패션 시장은 어떤 모습인지를 앞으로 일본 패션 산업의 역사와 경쟁력, 난국을 극복한 비결, 국내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3부에 걸쳐서 같이 공부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글로벌과 로컬이 공존하는 마츠야 긴자
2021년 12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내놓은 일본의 섬유업계 통계에 따르면, 1991년에는 14.7조엔이었던 의류업계 시장규모는 2010년대에는 약 10조엔까지 감소해서 30년간 약 2/3까지 시장규모가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어패럴 시장 축소 배경은 국민소비실태조사만 보아도 잘 드러나는데, 일본 국민 소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의류·신발비 지출 비중은 1990년에는 11%대에 달했고, 2021년에는 3.2%까지 감소했다.

그림. 일본 어패럴 산업 규모 추이, 자료: 야노경제연구소
# 카테고리 확장과 채널 혁신으로 돌파구 찾아
다음 세 브랜드가 현재 일본 캐주얼 시장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and Wander
# 도쿄의 번화가 시부야에서 Keita Ikeuchi와 Mihoko Mori가 2011년 창업한 and Wander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브랜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테크니컬 패브릭과 장인 정신으로 유명한 and Wander는 스타일리시한 의류, 아우터 및 실용적인 액세서리 컬렉션까지 잘 구성되어 패션에 민감한 일본 소비자들을 매료시킨다.

The North Face Purple Label
# 노스페이스와 전설적인 디자인 회사 나나미카(Nanamica)의 일본 시장 독점 콜라보레이션 노스페이스 퍼플 라벨은 프리미엄 장인 정신과 도시적인 세련미를 통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재창조했다. 테크니컬 패브릭과 고급스러운 실루엣에 중점을 둔 이 브랜드는 아웃도어 퍼포먼스와 street ready의 미학을 화려하게 조화시켰다.

ASICS
# 1949년 Kihachiro Onitsuka가 설립한 ASICS는 무엇보다도 오늘의 NIKE를 탄생시킨 사실 하나만으로 늘 스포츠웨어 세계의 주요 주자 중 하나로 인식되었다. ASICS라는 이름은 라틴어 문구인 anima sana in corpore sano의 약자로, "건강한 몸에 담긴 건강한 영혼"을 의미하며, 브랜드의 스포츠 기반을 나타낸다. 이러한 유전자로 인하여 아식스의 러닝 트레이너는 회사의 가장 큰 주력 분야이고,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러닝화 중 하나로 늘 거론된다. 애슬레저의 붐속에서 피트니스 요가 이후 떠오른 city running 붐도 아식스를 찾게 한다.
여전히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패션 시장인 일본은 패션 상품에 대한 1인당 개인 지출과 패션 트렌드에 대한 민감성 측면에서는 첫번째 국가일 것이다. 일본 패션시장 특성과 관련해 일본 소비자들은 패션 트렌드와 패션 뉴스에 매우 민감하다. 유럽의 패션 제국들 보다도 일본 패션 시장 변화는 치열하고 패션 주기도 짧다. 많은 일본 소비자가 패션 상품이든 이벤트이든 참신하고 혁신적인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반면 그들은 품질에 대해 매우 까다롭고 브랜드 이름에 대한 로열티가 높다. 사실상 전세계 모든 패션 브랜드 제품이 일본에 존재한다. 또한 셀 수 없이 많은 패션 매거진과 기타 미디어 매체는 일본 소비자들의 취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은 디자이너나 패션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한다.
이러한 이유로 1980년대 이후 일본의 패션 트렌드는 자기 연출이 비교적 수월한 캐주얼 웨어에 집중되고 2030 젊은이들이 시장을 리드해 왔다. 일본의 20~30대는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보다 더 소비지향적이고 여유 시간도 많으며, 개인적인 감정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프로슈머의 성격을 지닌 젊은 층(와카모노 若者)이 선도하면서 일본의 어패럴 시장이 고도로 성숙하고 신발, 핸드백, 액세서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제품 분야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 사업은 다른 어떤 선진국 시장 보다도 더 빨리 F&B, 인테리어 분야까지도 확대됐다.
1990년대 이후 축소되던 일본 어패럴 소매시장 규모는 코로나19 팬더믹이 종식된 2023년에 전년비 103.7%인 8조3,564억 엔으로 나타나 3년 연속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성장의 배경은 판매채널의 혁신에서 찾을 수 있는데, 시장축소의 원인 제공자였던 백화점과 전문점 회복이 직전해와 마찬가지로 두드러졌다.
팬데믹이 종식된 여파로 행사 등이 재개됨에 따라 패션 이벤트 수요도 회복됐으며 이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이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이커머스는 팬데믹 기간 중 급성장한 만큼 그 반동으로 인해 성장률이 둔화됐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적절한 결합 필요성이 명확해지는 시장 결과라 할 수 있다.

# 변화 대응 방법에 따른 양극화 뚜렷
일본 대기업 어패럴의 2023년 실적 동향을 보면, 코로나19 데미지로부터 회복해 적극적인 공세로 돌아서는 기업과 데미지로부터 회복하지 못하고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으로 양분되어 있다. 적극적 공세 기업은 신브랜드와 신업태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새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보다 높은 가격대 브랜드가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회복하지 못한 기업은 경영효율 추구와 적자 브랜드 철수 등의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가격 소구력이 있는 어패럴 전문 테넌트에 밀려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쇼핑센터를 중심으로 구조 조정 중이며, 반면 전환기라 생각하는 기업은 가격대가 높은 신 브랜드나 신업태 중심으로 테넌트 출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패션 소매시장 규모는 2025년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시장규모로 회복할 것이다. 일본의 패션시장도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영향을 받아 완만하게 감소하겠지만, 현재는 원재료비 급등과 물류비 증가, 인건비 상승에 의해서 판매단가가 상승세이기 때문에 당분간 억제될 전망이다.
<2부로 계속>

김묘환은 30여년간 기업들(정확히는 오너들)의 아픈 부분을 가감 없이 직설해 온 국내 대표적인 패션경영 컨설턴트. 경영자들은 때론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시장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으로 인해 ‘난관에 빠졌을 때 같이 식사하고 싶은 1순위 꼰대’로 신뢰받고 있다.
<디토리안> 김묘환과 읽어내는 일본 패션 비즈니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서 얻는 교훈
2024 일본 스트리트패션 트렌드 스타일(사진: 재팬포투)
[소비지출에서 피복과 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역대 최소 수준이다. 피복과 신발 비중은 지난 2023년 4분기 6.0%에서 2024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4.4%, 5.4%로 줄어든 뒤 3분기에는 3%대로 떨어졌다. 지난 2014~2016년에는 소비지출에서 피복·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7~8%대에 달했다. 피복·신발 지출은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하위 20%)에서 감소율은 13.1%에 달했다.]
지난 연말에 나온 통계청의 국민소비관련 조사 통계 중 패션과 관련된 수치만 언급해 보았다. 과거 자료를 보면 피복·신발비 지출 비중은 10년 전인 2014~2016년에는 7~8%대였고, 2017~2018년에는 각각 6.2%, 6.0%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러한 국민 의생활 관련 지출 감소는 고금리·고물가 지속으로 가계가 비필수재를 중심으로 상품 소비를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런 자료를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패션시장에서 정말 90년대 이후 일본에 나타난 잃어버린 20년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오래 전부터 한국 패션시장은 일본시장과 시점 차이만 있는 동일시장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유사한 궤적을 그리며 진행해 왔다. 한국 패션시장은 카테고리 유사성이나 패션 소비 비중, 유통 형태 등에서 유사성을 보이면서 일본의 그것을 따라 갔다는 표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90년대 국내 여성복 시장이 비약적으로 분화할 때 몇몇 선두 주자를 중심으로 일본 패션시장에 대한 노크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두 실패했고, 이유는 패션산업이 얼마나 복잡하게 구성되었는지를 간과한 국내 업체들의 자만심이 불러온 귀결이었다.
# 일본 잃어버린 20년의 뒤끝
지금 이 시점에 다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거론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해 12월 어처구니없는 사건 이후 국민 소비심리가 80%대로 급격히 낮아지고 두 달이 지난 지금도 90%대 초반의 비관적인 흐름을 보여준 탓도 있겠지만 적어도 패션 시장에서 분위기는 어떤 사건 탓을 하기 이전에 산업 전반에 흐르는 어두운 그림자가 수 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다시 소환하는 것 같다.
한국 패션시장에는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매년 관련 단체가 발표하는 시장규모와 예측이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관련 기관과 단체들은 정부 예산을 들여 성과를 측정할 수 없는 R&D 사업을 셀 수 없이 수행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기본이 되는 통계를 공들여 축적하지 않는 것은 산업 전반이 나침반 없이 대양으로 나아간 무동력선 신세에 지나지 않음을 정책 담당하는 사람들이 깨우쳐야 한다. ‘知彼知己百戰不殆’ 손자병법에 나온 이 유명한 구절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 실체를 모르는데 어찌 전쟁에서 이길수 있으리라 생각하는지.
신뢰할 수 없는 자료는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한국 패션시장의 성장률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문제가 앞에서 이야기한 경제성장에 못 미치는 산업 성장률, 물가를 반영한 실질 성장률은 역신장 행태를 보여준다는 점이 1991년 시작된 일본 패션시장의 잃어버린 20년(아니 실제로는 잃어버린 30년)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감 속에서 지난 30년간 일본 패션 업계는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위기를 만났고, 위기 속에서 어떤 대응을 했는지 그러한 결과 지금 일본 패션 시장은 어떤 모습인지를 앞으로 일본 패션 산업의 역사와 경쟁력, 난국을 극복한 비결, 국내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3부에 걸쳐서 같이 공부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글로벌과 로컬이 공존하는 마츠야 긴자
2021년 12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내놓은 일본의 섬유업계 통계에 따르면, 1991년에는 14.7조엔이었던 의류업계 시장규모는 2010년대에는 약 10조엔까지 감소해서 30년간 약 2/3까지 시장규모가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어패럴 시장 축소 배경은 국민소비실태조사만 보아도 잘 드러나는데, 일본 국민 소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의류·신발비 지출 비중은 1990년에는 11%대에 달했고, 2021년에는 3.2%까지 감소했다.
그림. 일본 어패럴 산업 규모 추이, 자료: 야노경제연구소
# 카테고리 확장과 채널 혁신으로 돌파구 찾아
다음 세 브랜드가 현재 일본 캐주얼 시장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and Wander
# 도쿄의 번화가 시부야에서 Keita Ikeuchi와 Mihoko Mori가 2011년 창업한 and Wander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브랜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테크니컬 패브릭과 장인 정신으로 유명한 and Wander는 스타일리시한 의류, 아우터 및 실용적인 액세서리 컬렉션까지 잘 구성되어 패션에 민감한 일본 소비자들을 매료시킨다.
The North Face Purple Label
# 노스페이스와 전설적인 디자인 회사 나나미카(Nanamica)의 일본 시장 독점 콜라보레이션 노스페이스 퍼플 라벨은 프리미엄 장인 정신과 도시적인 세련미를 통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재창조했다. 테크니컬 패브릭과 고급스러운 실루엣에 중점을 둔 이 브랜드는 아웃도어 퍼포먼스와 street ready의 미학을 화려하게 조화시켰다.
ASICS
# 1949년 Kihachiro Onitsuka가 설립한 ASICS는 무엇보다도 오늘의 NIKE를 탄생시킨 사실 하나만으로 늘 스포츠웨어 세계의 주요 주자 중 하나로 인식되었다. ASICS라는 이름은 라틴어 문구인 anima sana in corpore sano의 약자로, "건강한 몸에 담긴 건강한 영혼"을 의미하며, 브랜드의 스포츠 기반을 나타낸다. 이러한 유전자로 인하여 아식스의 러닝 트레이너는 회사의 가장 큰 주력 분야이고,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러닝화 중 하나로 늘 거론된다. 애슬레저의 붐속에서 피트니스 요가 이후 떠오른 city running 붐도 아식스를 찾게 한다.
여전히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패션 시장인 일본은 패션 상품에 대한 1인당 개인 지출과 패션 트렌드에 대한 민감성 측면에서는 첫번째 국가일 것이다. 일본 패션시장 특성과 관련해 일본 소비자들은 패션 트렌드와 패션 뉴스에 매우 민감하다. 유럽의 패션 제국들 보다도 일본 패션 시장 변화는 치열하고 패션 주기도 짧다. 많은 일본 소비자가 패션 상품이든 이벤트이든 참신하고 혁신적인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반면 그들은 품질에 대해 매우 까다롭고 브랜드 이름에 대한 로열티가 높다. 사실상 전세계 모든 패션 브랜드 제품이 일본에 존재한다. 또한 셀 수 없이 많은 패션 매거진과 기타 미디어 매체는 일본 소비자들의 취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은 디자이너나 패션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한다.
이러한 이유로 1980년대 이후 일본의 패션 트렌드는 자기 연출이 비교적 수월한 캐주얼 웨어에 집중되고 2030 젊은이들이 시장을 리드해 왔다. 일본의 20~30대는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보다 더 소비지향적이고 여유 시간도 많으며, 개인적인 감정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프로슈머의 성격을 지닌 젊은 층(와카모노 若者)이 선도하면서 일본의 어패럴 시장이 고도로 성숙하고 신발, 핸드백, 액세서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제품 분야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 사업은 다른 어떤 선진국 시장 보다도 더 빨리 F&B, 인테리어 분야까지도 확대됐다.
1990년대 이후 축소되던 일본 어패럴 소매시장 규모는 코로나19 팬더믹이 종식된 2023년에 전년비 103.7%인 8조3,564억 엔으로 나타나 3년 연속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성장의 배경은 판매채널의 혁신에서 찾을 수 있는데, 시장축소의 원인 제공자였던 백화점과 전문점 회복이 직전해와 마찬가지로 두드러졌다.
팬데믹이 종식된 여파로 행사 등이 재개됨에 따라 패션 이벤트 수요도 회복됐으며 이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이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이커머스는 팬데믹 기간 중 급성장한 만큼 그 반동으로 인해 성장률이 둔화됐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적절한 결합 필요성이 명확해지는 시장 결과라 할 수 있다.
# 변화 대응 방법에 따른 양극화 뚜렷
일본 대기업 어패럴의 2023년 실적 동향을 보면, 코로나19 데미지로부터 회복해 적극적인 공세로 돌아서는 기업과 데미지로부터 회복하지 못하고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으로 양분되어 있다. 적극적 공세 기업은 신브랜드와 신업태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새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보다 높은 가격대 브랜드가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회복하지 못한 기업은 경영효율 추구와 적자 브랜드 철수 등의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가격 소구력이 있는 어패럴 전문 테넌트에 밀려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쇼핑센터를 중심으로 구조 조정 중이며, 반면 전환기라 생각하는 기업은 가격대가 높은 신 브랜드나 신업태 중심으로 테넌트 출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패션 소매시장 규모는 2025년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시장규모로 회복할 것이다. 일본의 패션시장도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영향을 받아 완만하게 감소하겠지만, 현재는 원재료비 급등과 물류비 증가, 인건비 상승에 의해서 판매단가가 상승세이기 때문에 당분간 억제될 전망이다.
<2부로 계속>
김묘환은 30여년간 기업들(정확히는 오너들)의 아픈 부분을 가감 없이 직설해 온 국내 대표적인 패션경영 컨설턴트. 경영자들은 때론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시장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으로 인해 ‘난관에 빠졌을 때 같이 식사하고 싶은 1순위 꼰대’로 신뢰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