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이커머스] 무신사가 GS25로 들어간 이유는?

기묘한 디토리안
2025-02-25

 무신사가 GS25로 들어간 이유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제휴이기에,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편의점 GS25에 입점합니다. 오는 3월 2일부터 전국 3,000개 GS25 매장에서 무신사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GS25 매장 내 매대에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을 직접 진열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를 위해 무신사는 별도 전용 상품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를 출시했다고 합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패밀리마트를 시작으로 주요 편의점 3사가 모두 의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패션·뷰티 특화 매장인 ‘동대문던던점’을 선보였고,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가맹 모델인 ‘뉴웨이브점’을 운영하며 양말, 후드 같은 기본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죠.

하지만 이번 GS25의 행보는 그보다 훨씬 본격적인 패션 카테고리 강화로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인 무신사와 손잡았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번 협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3천 개 매장 판매가 가지는 상반된 의미


이번 협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시작부터 3,000개 매장에서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숫자로만 봐도 상당한 규모인데요. GS25의 전체 매장 수가 약 18,000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점포의 약 16.7%에서 무신사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더라도 초반부터 이렇게 대규모로 진행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예를 들어, CU와 컬리가 협업을 통해 특화 편의점을 선보였지만, 이후 확장 속도는 더뎠던 사례가 있죠. 반면 GS25는 이번 협업에 상당한 베팅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천 개에 달하는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만큼, 둘의 의지는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GS25


이는 무신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 입점이 아니라, 아예 편의점 고객층에 맞춰 제품 구성과 패키지를 조정해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라는 전용 상품을 새롭게 출시했거든요. 편의점이라는 특성상 대량 재고가 묶일 위험이 분명 존재하지만, 무신사는 이를 감수하면서 3,000개 매장에서의 판매를 결정했습니다.

현재 양측 모두 초기 반응을 지켜본 후, 판매 추이에 따라 품목을 추가하거나 판매 점포 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다만, 당장 기대할 수 있는 매출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GS25의 점포당 평균 매출은 약 6억 4천만 원 수준입니다. 이를 3,000개 점포로 단순 계산하면 연 매출 2조 원에 달하는 규모지만, 실제로 CU의 사례를 참고하면 비식품 카테고리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5% 내외에 불과합니다. GS25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요. 즉, 비식품 전체 매출을 합쳐도 약 1,000억 원 수준인데, 이 중 무신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숫자로 보면 3,000개 매장에서 판매되지만, 무신사 입장에서는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번화가에 새롭게 여는 것과 매출 증대 효과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GS25 입장에서는 더욱 작은 비중일 것이고요.

 

# 서로 부족한 걸 너무 잘 채워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업은 양측 모두에게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우선 GS25 입장에서는 점포당 매출을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현재 CU와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데, 추가 출점만으로 성장을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경쟁의 중심이 ‘객단가 상승’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죠. 이를 위해 GS25는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면서도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때 의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 편의점에서 강점을 보이지 않던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순수한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고, 단가가 높은 만큼 객단가 상승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편의점의 공간적 한계와 업태 특성을 고려하면,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데일리 베이식’ 의류가 가장 적합한 선택지입니다.



일본에서 성공한 만큼 가능성은 크지만 GS25 내부에 전문성이 없었기에 파트너가 필요했습니다 ⓒ컨비니언스 웨어


하지만 의류 판매가 필요하다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일본에서는 패밀리마트가 가장 먼저 편의점 의류 트렌드를 이끌었는데요. 패밀리마트의 모회사인 이토추가 이미 의류 산업에서 강력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GS25는 자체적으로 의류 사업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최적의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이식 아이템에서 확실한 전문성을 갖춘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 역할에 딱 맞는 브랜드였던 것이죠.

무신사 스탠다드 역시 이번 협업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당장의 매출 기여도는 크지 않더라도, 브랜드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무신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면서 강남점을 오픈했을 당시,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히 낮다는 점을 체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요. 강남 상권의 고객, 특히 여성 고객 중에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잘 모르다가 매장에 우연히 방문해 브랜드를 알게 된 경우가 많았다는 거죠. 결국 이러한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강남점 1층을 여성 의류 공간으로 전환했다고 하고요.

이처럼 무신사 스탠다드는 온라인 브랜드로 출발한 만큼,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숙제일 텐데요. GS25의 전국 3,000개 매장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강력한 ‘오프라인 광고판’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고객들이 편의점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무신사 스탠다드 브랜드와 제품을 접하게 될 테니까요. 더욱이 이번에 판매하는 상품에도 QR코드를 삽입해, 고객들이 무신사 스탠다드뿐만 아니라 무신사 스토어 전체를 탐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번 협업은 단순한 상품 입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하며 장기적인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큽니다. GS25는 새로운 매출 기회를 창출하고, 무신사 역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면서 향후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니까요.


# 편의점 '데이즈'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이번 협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이마트의 PB 브랜드 ‘데이즈’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때 국내 SPA 브랜드 2위가 데이즈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놀랍게도 데이즈는 유니클로에 이어 국내 SPA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며, 유니클로 외에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높은 매출을 기록한 브랜드였습니다. 특히 2016년에는 연 매출 4,680억 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었고, 2018년 이후부터는 아예 매출을 비공개로 전환하기까지 합니다.



데이즈는 이마트 온 김에 사는 브랜드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 한계였습니다 ⓒ신세계 뉴스룸


데이즈의 성공과 한계는 ‘유통망’과 직결됩니다. 이마트라는 강력한 오프라인 유통망 덕분에 자연스러운 노출 효과를 누리며 성장할 수 있었지만, 고객들이 ‘데이즈 제품을 사기 위해’ 이마트를 찾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약점이었습니다. 결국 이마트의 매출 하락과 함께 데이즈의 성장도 멈출 수밖에 없었죠.

이 점을 GS25와 무신사 스탠다드 협업에도 적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협업이 단순히 ‘편의점에서 의류를 판다’는 실험적인 시도로 끝난다면, 장기적인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고객이 우연히 편의점에서 무신사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무신사 제품을 사기 위해 GS25를 찾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가장 잘하는 곳이 유니클로입니다. 유니클로는 겨울에는 히트텍, 여름에는 에어리즘과 같이 명확한 시즌별 대표 상품을 통해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인하고 있죠. 물론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미 ‘슬랙스’라는 강력한 대표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제품이 편의점이라는 업태와 완전히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GS25와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지속하려면, 편의점 특성에 맞는 ‘시그니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일 겁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는 이번 시즌 12종의 아이템으로 출시된다

만약 무신사가 GS25에 최적화된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한다면, 이번 협업은 단순한 마케팅 효과를 넘어 실질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부에서 제기하는 ‘편의점 입점으로 인해 무신사 스탠다드의 브랜드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요. 결국 ‘편의점에서 의류를 판다’는 새로운 시도를 단순한 실험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적인 상품 개발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 어차피 매장은 커지고, 상품은 다양해집니다


다만 더 길게 보면, 무신사 스탠다드와 GS25의 협업은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서로의 대체재를 찾지 못하는 이상, 협업을 지속할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죠. 특히 편의점이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은 무신사 스탠다드와의 제휴에는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실제로 GS25 점포의 평균 면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요. 2019년에는 18.7평이었던 점포 크기가, 지난해 기준 25.2평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처럼 편의점이 점점 대형화된다면, 무신사 스탠다드 역시 더 많은 품목의 의류를 선보일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고객들이 편의점에서 의류를 구매하는 경험에 점점 익숙해지고, 매출이 의미 있는 수준까지 증가한다면, 단순히 기존 제품을 패키지화하는 단계를 넘어서, 생산 기획 단계부터 편의점 판매를 고려한 전용 상품을 개발할 가능성도 커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이소가 5,000원 패딩으로 큰 화제를 모으며 가성비 패션 아이템을 성공적으로 론칭했던 것처럼,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는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패션 아이템’이라는 콘셉트로 기존 무신사 스탠다드와는 차별화된 포지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GS25도 집객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무기를 얻게 되는 셈이고요.


매장이 커지는 GS25, 상품이 많아지는 무신사 스탠다드, 협력의 폭이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무신사 뉴스룸


더 나아가, 패션뿐만 아니라 이미 편의점에서 강화되고 있는 뷰티 카테고리, 그리고 전통적으로 판매해 왔던 생활용품 분야에서도 추가 협업이 가능할 것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뷰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에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무신사 스탠다드 홈’까지 론칭하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브랜드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니까요.

즉, 이번 협업의 초기 반응이 기대만큼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단순한 의류 판매를 넘어 향후 두 기업 간 전략적 제휴는 훨씬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편의점과 패션 브랜드의 이색적인 협업이 단순한 실험이 아닌 장기적인 시너지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지,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볼 만하겠네요.


기묘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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