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패션] Re: Luxury- 디지털 시대, 다시 쓰는 럭셔리 이야기

임상덕 디토리안
2025-04-15

[럭셔리의 디지털전환 1]

Re: Luxury- 디지털 시대, 다시 쓰는 럭셔리 이야기

디지털 전환, 브랜드 헤리티지 증폭하는 계기 만들어야


'디올'의 생성형 AI 기반 플랫폼 아스트라(Astra)


현재 시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현대 미술은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이라고 한다. 2010년대 들어서 호주 출신 미술 사학자, 비평가인 테리 스미스(Terry Smith)가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과 ‘동시대성(Contemporaneity)’ 개념을 주요하게 제안하였고 이후 수많은 비평가, 철학자들의 합의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은 동시대성을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에 비유한다. 우주 저 멀리서 온 별빛은 과거에 존재했던 별이 보낸 것이니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별은 과거에 존재했던 별인 것이다. 동시대성이란 자기 시대에 아직 맞지 않는 것,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시간성이 맞지 않는 모순적 상태를 말한다. 즉, 아감벤은 밤하늘 별빛과 같이 현재 사건은 다양한 시간성과 경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상태이며 동시대성이 가진 특성으로 설명한다.

사진: 루이비통 X 무라카미 도산 팝업 스토어


지난 1월 10일 첫 번째 챕터 루이비통 X 무라카미 컬렉션 이후 3월 30일 새롭게 공개된 ‘루이 비통 X 무라카미 리에디션 컬렉션’ 두 번째 챕터는 즐거운 봄과 체리 블라썸을 테마로 삼았다.  20년 전 선보인 컬렉션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던 무라카미 작품인 벚꽃을 40여 스타일의 루이비통 모노그램 제품에 정교하게 재현했다. 20년 전인 2000년대초 세계적인 동시대 예술가인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할 당시엔 루이비통이 핸드백 중심으로만 전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고 제품 수선 서비스를 통한 지속가능성과 스트리트 패션에서 영향을 받은 스니커즈 아이템이 추가됐다. 루이비통은 20년 만에 같은 컨셉으로 무라카미와 협업을 진행하면서도 예술화 (Artification)를 통한 동시대성을 드러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luxuo.com/style/the-future-of-ai-in-fashion-and-beauty.html)


2025년 현재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은 개인화 경험에서 디지털 트렌드 예측에 이르기까지, AI를 디자인, 지속가능성 및 고객 참여에 통합하면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LVMH가 창립 파트너로서 참가했던 파리 비바 테크(VivaTech) 페스티벌에서 디올(Dior)은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브랜드 전략을 미세 조정하도록 설계된 생성형 AI 기반 플랫폼인 아스트라(Astra)를 처음으로 공개했었다. 이 도구는 Google 리뷰, 제품 페이지, 고객 서비스 상호 작용, 만족도 설문 조사, 라이브 쇼핑 세션을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글로벌 디지털 혁신이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던 2010년대까지도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은 전통적 가치인 희소성과 독점성을 유지하려는 이유로 디지털 혁신에 주저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디지털 전환 속도는 다른 산업 분야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빠르게 따라잡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오히려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온라인 매출 비중도 25% 정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디지털 생태계도 일관된 고객 경험이 핵심


럭셔리 브랜드는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전통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이루고 있을까? 소비자 행동, 기대, 선호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이들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동시에 정체성과 브랜드 헤리티지(Brand Heritage)를 유지해야만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전통과 혁신이라는 상호 모순된 가치를 균형 잡아가야만 하는 것이 디지털 혁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전통이라는 과거와 디지털 혁신이라는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통합 관리하여 나갈 것인가? 럭셔리 브랜드가 가진 브랜드 헤리티지는 오랜 역사와 전통, 독창적인 가치,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형성된 브랜드 정체성과 유산을 의미한다. 디지털화로 인해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브랜드 헤리티지는 럭셔리 브랜드가 차별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다. 전통적인 럭셔리 경험을 디지털 생태계에서도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현재 이들의 당면 과제이다.


현재 럭셔리 브랜드 마케팅은 옴니채널 경험에 집중되어 있다. 럭셔리 브랜드는 물리적 매장, 온라인 플랫폼, 모바일 앱, 소셜 미디어에서 원활하고 일관된 고객 경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디지털 혁신 전반에서 고객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우선시한다. 또한 럭셔리 쇼핑객 67%가 매장에서 더 높은 수준의 디지털 통합 경험을 원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 전략은 브랜드마다 다른데 디올(Dior), 샤넬(Chanel),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같은 브랜드는 고객을 직접 참여시키기 위한 디지털 통합 전략을 채택했다. 반면 에르메스(Hermès)는 보다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여 확장된 온라인 쇼핑보다 전통적인 장인 기술 독점성 홍보와 개인화를 더 강조하며 브랜드를 디지털 통합하면서 유산과 전통을 보존하고자 하는 브랜드 내러티브에 중점을 두고 있다.

 

# 내부 기업문화부터 동시대성 갖추는 것이 선결 과제


럭셔리 브랜드 고객들의 가상 착장을 돕는 ZELIG


최근 럭셔리 브랜드 디지털 전환 전략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온라인 플랫폼과 실제 매장 간에 매끄러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옴니채널 접근 방식 강화이다. 대화형 AI 어시스턴트 유형을 통해 고객은 브랜드와 상호 작용할 수 있어 고객 서비스가 개선되고 고객 여정을 개인화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두 번째는 고객이 몰입형 경험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상 현실과 같은 라이브 스트리밍은 고객이 럭셔리 제품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예를 들면 고객이 패션쇼나 제품 출시에 가상으로 참여하여 현실과 가상 사이를 오가는 경험을 유도하게 만드는 온라인 이벤트가 이에 해당된다.


세 번째는 럭셔리 기업이 관리적 도구로서 AI를 사용하는 것이다. 구매 행동을 분석하고 트렌드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기술로서 활용한다. 수백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분석하여 새로운 트렌드를 식별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가 혁신의 최첨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프랑스 럭셔리 기업 데이터 분석 컨설팅 회사인 미크로폴(Micropole)의 하이테크 럭셔리 부문 책임자인 마리온 스칼라 (Marion Scala)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디지털 혁신과 전환은 원하지만 디지털 전환만으로 내부적인 기업 문화와 업무 방식마저 바꾸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전한다. 동시대 럭셔리 브랜드들은 전통과 장인정신을 디지털 혁신과 융합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바꿀 수도 없고 바꾸어서도 안되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드러내는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다.


임상덕 kevin@abdseoul.com

가방 디자이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며 디자인 컨설턴트. 공예와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패션 기업에서 다수 핸드백 브랜드를 런칭했다. 2023년까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MCM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다. 현재는 영국 브랜드 헌터(HUNTER) 백 디자인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all_beyond_defin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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