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이의 메타패션 다이브 Episode 11]
AI 창작시대, ‘인간다움’을 묻다
AI, 창작의 파트너인가, 경쟁자인가?
창의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슬기로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패션디자이너에게 생성형AI는 꽤 쓸모가 크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수백 가지 디자인 옵션을 생성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트렌드를 예측하며, 심지어 생생한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주는 AI는 분명 창작의 파트너로서 매력적이다.
차기 시즌을 위한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현 시즌의 생산관련 업무로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일 때, AI가 만들어내는 신선한 이미지는 영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프롬프트를 입력한 인간 마저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을 내놓을 때는,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반문하게 된다. 동시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오픈AI CTO를 역임한 미라 무라티(Mira Murati) 발언처럼, AI가 창의적인 일마저 대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디자이너 역할은 단순히 AI가 생성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다트머스 세이어 공과대학 초청 대담에서의 미라 무라티(오픈AI CTO), 출처:다트머스 공과대학 유튜브 캡처
이러한 우려 속에 미라 무라티 최근 발언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일부 창작 분야 직업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콘텐츠 퀄리티가 높지 않다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직업일 수도 있다”고 말해 많은 이들을 화나게 했다. 창작 도구로서의 AI가 불필요한 과정을 단축시키고 효율을 높일 것이라는 맥락의 발언이었지만, 창의성이 높지 않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없어도 되는 직업’으로 치부해버린 것은 사실이다. 창의성의 민주화를 견인할 것이라는 AI. 과연 인간에게 창작 파트너인가, 경쟁자인가?
# 인간 존엄과 창의성의 본질
디자이너는 AI 노동의 도움으로 ‘창의적인 행위’에 전념할 수 있다. ©Yeonyi Jung
이러한 시대적 고민 속에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통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렌트는 저서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에서 인간의 활동을 노동, 작업, 행위 세 가지로 구분하며, 인간의 존엄성은 '행위'를 통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노동(labor): 아렌트가 말한 노동은 마르크스주의에서 노동과 다른 개념이다. 생물학적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인간은 그것들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 작업(work): 인공물을 산출해 인간 세계에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뜻한다. 예술품, 건축물, 기계, 가구 등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행위(action): 언어와 몸짓으로 타인과 더불어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활동이다. 이는 오직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행위는 인간이 자신의 독창성을 발휘하고, 이를 통해 세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이다. 따라서 그녀의 주장대로라면 디자인은 노동이나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행위이다. 디자이너는 철학과 가치관을 담아 형상화하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 디자인은 세상과 소통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행위다. 반면 생성형 AI의 창작물은 노동을 대체하거나, 작업을 도울 수는 있다. 그러나 AI는 행위 주체가 될 수는 없다. 비판적 사고, 공감능력, 창의성이 인공지능에겐 없기 때문이다.
AI가 제 아무리 신박한 결과물을 생성한다 해도 그것은 데이터 조합에 불과하다. 창의성의 본질은 단순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능력이 아니다. 창의성은 경험, 감정, 사회적 맥락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힘이다. 이는 인간의 고유한 감각과 직관,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부분이다.
# AI 시대 패션 디자이너
데이터를 기반으로 맥락과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다. ©Yeonyi Jung
AI는 패션 디자이너 창작 활동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과정을 단축하고, 영감을 자극하며,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을 열어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그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나를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각하고, 의미를 찾고 차이를 만드는 힘을 길러 성장해 나아가야 한다.
AI 창작 시대 디자이너는 AI와 함께 춤을 추는 댄서와 같다. AI는 리듬과 박자를 제공하고, 디자이너는 자신의 감성과 몸짓으로 아름다운 춤을 완성한다. AI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은 디자이너가 만들어갈 패션의 미래는 더욱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것이라 기대한다.
AI 창작 시대, 디자이너는 AI와 함께 춤을 추는 댄서와 같다. ©Yeonyi Jung
정연이 교수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디지털 패션 컨설팅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associe.nn@gmail.com
[정연이의 메타패션 다이브 Episode 11]
AI 창작시대, ‘인간다움’을 묻다
창의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슬기로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패션디자이너에게 생성형AI는 꽤 쓸모가 크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수백 가지 디자인 옵션을 생성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트렌드를 예측하며, 심지어 생생한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주는 AI는 분명 창작의 파트너로서 매력적이다.
차기 시즌을 위한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현 시즌의 생산관련 업무로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일 때, AI가 만들어내는 신선한 이미지는 영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프롬프트를 입력한 인간 마저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을 내놓을 때는,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반문하게 된다. 동시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오픈AI CTO를 역임한 미라 무라티(Mira Murati) 발언처럼, AI가 창의적인 일마저 대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디자이너 역할은 단순히 AI가 생성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다트머스 세이어 공과대학 초청 대담에서의 미라 무라티(오픈AI CTO), 출처:다트머스 공과대학 유튜브 캡처
이러한 우려 속에 미라 무라티 최근 발언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일부 창작 분야 직업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콘텐츠 퀄리티가 높지 않다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직업일 수도 있다”고 말해 많은 이들을 화나게 했다. 창작 도구로서의 AI가 불필요한 과정을 단축시키고 효율을 높일 것이라는 맥락의 발언이었지만, 창의성이 높지 않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없어도 되는 직업’으로 치부해버린 것은 사실이다. 창의성의 민주화를 견인할 것이라는 AI. 과연 인간에게 창작 파트너인가, 경쟁자인가?
# 인간 존엄과 창의성의 본질
디자이너는 AI 노동의 도움으로 ‘창의적인 행위’에 전념할 수 있다. ©Yeonyi Jung
이러한 시대적 고민 속에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통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렌트는 저서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에서 인간의 활동을 노동, 작업, 행위 세 가지로 구분하며, 인간의 존엄성은 '행위'를 통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노동(labor): 아렌트가 말한 노동은 마르크스주의에서 노동과 다른 개념이다. 생물학적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인간은 그것들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 작업(work): 인공물을 산출해 인간 세계에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뜻한다. 예술품, 건축물, 기계, 가구 등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행위(action): 언어와 몸짓으로 타인과 더불어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활동이다. 이는 오직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행위는 인간이 자신의 독창성을 발휘하고, 이를 통해 세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이다. 따라서 그녀의 주장대로라면 디자인은 노동이나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행위이다. 디자이너는 철학과 가치관을 담아 형상화하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 디자인은 세상과 소통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행위다. 반면 생성형 AI의 창작물은 노동을 대체하거나, 작업을 도울 수는 있다. 그러나 AI는 행위 주체가 될 수는 없다. 비판적 사고, 공감능력, 창의성이 인공지능에겐 없기 때문이다.
AI가 제 아무리 신박한 결과물을 생성한다 해도 그것은 데이터 조합에 불과하다. 창의성의 본질은 단순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능력이 아니다. 창의성은 경험, 감정, 사회적 맥락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힘이다. 이는 인간의 고유한 감각과 직관,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부분이다.
# AI 시대 패션 디자이너
데이터를 기반으로 맥락과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다. ©Yeonyi Jung
AI는 패션 디자이너 창작 활동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과정을 단축하고, 영감을 자극하며,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을 열어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그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나를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각하고, 의미를 찾고 차이를 만드는 힘을 길러 성장해 나아가야 한다.
AI 창작 시대 디자이너는 AI와 함께 춤을 추는 댄서와 같다. AI는 리듬과 박자를 제공하고, 디자이너는 자신의 감성과 몸짓으로 아름다운 춤을 완성한다. AI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은 디자이너가 만들어갈 패션의 미래는 더욱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것이라 기대한다.
AI 창작 시대, 디자이너는 AI와 함께 춤을 추는 댄서와 같다. ©Yeonyi Jung
정연이 교수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디지털 패션 컨설팅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associe.n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