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억만 장자들의 쇼핑 게임 ‘테무’

강소 기업을 위한 브랜딩 최적화 (1) 

 

억만 장자들의 쇼핑 게임 ‘테무’

‘테무’와 ‘이코노미스트’가 정의한 소비자 정체성

고객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7000억원 광고비 투자    


억만장자들의 쇼핑 게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테무', 사진은 침착맨 유튜브 '시력강탈 테무 패션쇼' 중


2023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TEMU)'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테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을 찾기 힘든 지경이다. 5만원도 하지 않는 드론, 1천원도 하지 않는 물안경, 2천원만 구매해도 무료배송 등 믿기지 않는 초저가로 소비자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인기 유튜버들 또한 테무에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놀라운 초저가 제품을 콘텐츠로 활용하며 앞다투어 테무를 더 많은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알리고 있다.


테무 쇼핑을 콘텐츠로 만든 침착맨. 사진 출처: 유튜브 채널 <침착맨>


초저가라는 차별화와 크리에이터의 자발적인 홍보에 더해 테무는 매년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쓰고 있다. 미디어레이더(MediaRadar)에 따르면 테무가 2023년에 광고에만 쓴 돈이 한화로 약 7,000억원(5억 5백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공격적인 광고에 힘입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빠르게 어플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전세계를 테무로 물들이고 있다.


2023년 1분기 아마존, 월마트를 제치고 미국에서 어플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테무. 사진 출처: Sensor Tower


그렇다면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마케팅을 하는 테무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초저가 쇼핑몰 답게 '싸다'와 같은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스마트 쇼핑' 같은 메시지를 활용하고 있을까? 아니다.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지출하는 테무는 더 깊게 고민했다. 그들은 소비자의 정체성까지 나아가는 메시지를 만들었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Shop like a Billionaire)'가 바로 그것이다. 테무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억만장자'라는 정체성을 부여한 것이다. '싸다'라는 생산자의 장점이나 '스마트 쇼핑'과 같은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아니라 '억만장자'라는 소비자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출처: 테무 광고 


181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도 '소비자 정체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마케팅을 할 때 잡지의 품질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깊이 있는 정보를 담은 잡지'라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정보를 담은 잡지를 읽는 독자'라는 정체성을 판매하는 것이다. 고객이 잡지를 읽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구매해서 들고 다니기만 해도 고객은 이러한 정체성을 획득하게 된다. '나는 단 한 번도 <이코노미스트>를 읽은 적이 없어요(I never read The Economist)' 마케팅 캠페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코노미스트> 광고 캠페인. 사진 출처: www.campaignlive.co.uk


언뜻 광고를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를 '읽는다'가 아니라 '읽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누가 이 말을 했는지를 보면 무릎을 '탁'치게 된다. '42살의 경영 수습 직원(Management trainee, Aged 42)'. 수습 직원을 가르칠 매니저급의 나이인 사람이 <이코노미스트>를 읽지 않았기에 여전히 수습 직원에 머물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고객이 아닌 사람의 정체성을 통해 고객의 정체성을 돌려서 말하고 있다. 특정 나이에는 응당 이래야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에 오늘날에는 적절하지 않은 메시지이지만 1988년 당시에 '잡지의 장점'이 아닌 '고객의 정체성'을 핵심 메시지로 삼았다는 것은 상당히 앞서간 선택이었다.


지금까지 알아본 바와 같이 테무와 이코노미스트는 공통적으로 상품이 아니라 정체성을 판매하고 있다. 정확히는 소비자가 원하는 정체성을 판매하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더 낫다'라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소비자에게 더 큰 만족도를 주기 위해서는 그래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정체성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나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깊이 있게 고민해야만 한다. 그 고민의 지점에서 우리 브랜드의 경쟁력이 생긴다.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김용석 브랜드 컨설턴트는 삼성물산에서 마케팅을 시작해 지금은 스몰 브랜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뷰자데>,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가 있다. brunch.co.kr/@k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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