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리안이기는 게임의 시작은 ‘함께 만든 브랜드’

강소 기업을 위한 브랜딩 최적화 (2)


이기는 게임의 시작은 ‘함께 만든 브랜드’

고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베타 브랜드 필요성 되새길 때

'독사진' 아닌 고객들과 '단체사진' 찍으며 관계 맺기



사람들은 단체사진을 찍으면 누구를 가장 먼저 볼까? 99% 이상의 확률로 '본인'을 먼저 볼 것이다. 만약 사진에 내가 없다면 누구를 가장 먼저 볼까? 

아마도 '아는 사람'을 먼저 볼 것이다. 아는 사람도 없다면 누구를 가장 먼저 볼까? 가장 튀는 사람을 먼저 볼 것이다. 외모가 특출나거나 옷차림이 화려하거나 자세가 특이한 사람에게 눈이 먼저 갈 것이다. 단체사진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브랜드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의Jerry Zhang]


수많은 상품이 진열된 매장과 온라인몰은 소비자에게 일종의 단체사진이다. 소비자 눈에 어떤 브랜드가 가장 먼저 들어올까? 단체사진처럼 '내가 (같이) 만든 브랜드', '내가 아는 브랜드', '가장 튀는 브랜드' 순으로 눈에 들어올 것이다. 다시 말해, 신규 브랜드가 높은 인지도의 브랜드와 그나마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이 '고객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처음북스, 2024)에서 고객 참여(Engage)라고 명명한 전략이기도 하다.


# 이길 수 있는 게임의 출발=베타 브랜드


많은 대표들이 이 점을 간과한다. 제품을 잘 만들어서 '짜잔'하고 소비자에게 공개하면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품을 알릴 돈도, 시간도, 인력도 부족한 작은 기업이 대기업과 상대가 될까? 전 국민이 아는 브랜드와 경쟁이 될까? 어렵다. 같은 조건에서 시장의 강자들과 경쟁하면 승산이 희박하다. 작은 기업이 이길 수 있는 게임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작은 기업만의 장점이 무엇인가? 작으니까 빠르다는 것이다. 대기업보다 빨리 알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제품을 완성하고 나서 알리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에게 알리고 그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이것이 '고객 참여'의 핵심이다. 이를 잘하는 패션 브랜드가 베타브랜드(Betabrand)다.


소비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베타브랜드. 사진 출처: 공식 홈페이지


미국의 베타브랜드는 세 단계에 거쳐 고객 참여를 이끌어 낸다. 먼저 디자이너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신제품 제안을 받는다. 고객 중에서도 소수의 전문가 집단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제안 받은 디자인 중에서 후보를 추려내어 대중에게 투표를 받는다. 다수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상품은 예약 주문을 받는다. 지불 의사가 있는 최종 소비자의 참여를 마지막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주문량이 충분하면 비로소 생산에 들어간다. 첫해 매출의 10%는 해당 옷을 제안한 디자이너에게 돌아가기에 지속적으로 많은 디자이너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베타브랜드의 옷은 완성품이 나오기 전부터 알려지고, 이 과정에서 고객의 애착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저 옷 내가 투표했던 옷이야"와 같이 고객의 자발적인 바이럴까지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가 '독사진'을 찍고 있을 때 베타브랜드는 고객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베타브랜드'가 올 추동시즌 고객평을 받기 위해 투표를 하고 있다. 


물론 모든 카테고리에서 베타브랜드와 같은 수준의 '고객 참여'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만 고민한다면 나의 제품과 서비스에 직간접적으로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분명 방법은 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내가 참여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의 제품'이 아니라 '나의 제품'이라는 애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결과가 아닌 과정을 파는 브랜드로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상향평준화 되고 있는 시대에 '완성품'만으로 고객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 완성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개하고 고객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완성품에 대한 관심 더 나아가 애착을 만들어내야 한다. 오바라 가즈히로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책에서 우리가 사는 시대를 '결과'가 아닌 '과정'을 파는 시대라고 말했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다시 한번 요약해보면, 이해관계자가 많고 복잡한 대기업에서는 쉽게 '고객 참여'를 실행할 수 없다. '고객 참여'는 작은 브랜드의 특권이다. 작은 브랜드는 이길 수 있는 게임에서 경쟁을 해야만 한다. '독사진'이 아닌 고객과의 '단체사진'을 찍어야 한다.


김용석 브랜드 컨설턴트는 삼성물산에서 마케팅을 시작해 지금은 스몰 브랜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뷰자데>,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가 있다. brunch.co.kr/@k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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