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위기에서 기회로
K대표의 인사이트로 살펴본 재고관리의 미학
월간 SPACE 공간 空間의 김정은 편집장은 ‘2023 공공건축 포럼’은 건축이 우리 사회와 물리적 환경에 뿌리내리면서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SPACE 공간 空間 4월호에서 그러한 ‘고민에 대한 하나의 응답’ 중 하나로 구보건축의 결과물들을 소개했다.
김 편집장은 구보건축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며 보편적 기준을 조금씩 상승시키는 장인정신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는 건축물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구보건축이 건축의 공공성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나는 특히 ‘고민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란 표현이 오래 남았다. 그리고 한 주의 업무를 마무리하는 오늘, 나도 그 응답을 어렴풋이 느낀 듯하다.
스페이스 4월호에 게재된 구보건축
# 재고자산, 부족과 과잉의 균형은?
소비재기업, 특히 요즘 검토 중인 여성 의류를 운영하는 A기업을 분석하다 보니, 다시금 재고자산에 대한 생각 정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어떤 업종이든 투자 이후, 우리가 기대하는 재고자산에 대한 최종 결과물은
- 재고자산 회수기간을 짧게 가져가며,
- 회전율을 높이고,
- 또 그것을 지속시키는 일
이다.
패션 기업의 재고자산, 자산일까 리스크일까?
또 브랜딩 등 회사의 근본을 유지하며 위 세 가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우리의 역할이다. 이 노력들은 외부 감사인의 판단 아래 12월 31일 재고자산이라는 하나의 숫자로 마무리가 된다. 우리가 투자한 2차전지 부품제조사의 경우 이론상 재고자산이 없다. 왜냐하면 헝가리 허허벌판에 삽을 떠 거래처 바로 옆에 공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재고가 쌓일 틈이 없다. 그런데 왜 이 의류 브랜드는 일년의 절반 정도를 재고자산을 보유하며 지낼까.
경영진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보통 타 복종 대비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여성브랜드는재고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편이고, 노세일 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아울렛 입점을 제한했기 때문이었다. 이 내용에 더해 참고할 수 있는 케이스가 필요했다.
# 고민에 대한 하나의 응답 ‘K대표의 17주 보고서’
이런 고민의 과정을 평소 알고 지내던 K대표께 살짝 공유를 하니, 내게 17주 간의 주간 보고서를 건내 주었다. 뜻밖의 도움에 감사했다. K대표는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 이탈리아 브랜드를 인수 후 PMI(Post-Merger Integration, 인수 후 통합) 과정에 CFO로 파견을 나가셨던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진 분이다.
인수 직후 브랜드를 경영자의 관점에서, 재무적 관점에서 피인수대상 기업을 분석했던 17주간의 보물 같은 기록이다. 재무구조, 조직문화 분석 등 내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투영을 하며 영감을 받은 내용도 많지만 특히 재고자산을 현금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K대표는 인수 직후 재고자산을 현금화하여 회사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영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고자산 관리 정책을 파악 후, TF를 구성해 회사에 재고에 대한 활용과 판매 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그의 재고자산 관리 노하우 전략을 들여다봤다.
K대표의 기업 진단 과정
■ 정책
- 세일(Price-off)하여 처리 시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타격을 걱정하여 재고자산 관리를 경영진이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것 같음
■ 원자재
- 오래된 재고가 진열대 상단에 위치해 눈에 잘 안 띄고 처리가 미진할 수 있다고 판단
■ 완제품
- 외주업체를 통해 관리는 잘 되었지만 본사 경영진이 물류센터 방문을 거의 하지 않는 다는 것을 파악
개선점 도출과정
■ 정책
- 현재 보유한 아울렛 (이탈리아 내 4곳)통해 판매+아울렛 매장 추가 (단,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로 유통 시도)
- 재고를 단기간 내 현금화하는 작업 실천을 통해 재고는 신속히 처분해야 한다는 학습효과 유도
■ 원자재
- CEO, 디자인, 생산관련 인원들이 재사용 가능한 품목들 선정하여 분류 후 재활용보다는 판매 또는 폐기로 방향을 잡고 원재료 재고매입 전문업체 미팅
■ 완제품
- 경영진, 영업책임자와 물류창고 방문, 눈으로 보지 않고 서류상 숫자로 재고파악 시 재고자산에 대한 위기감이 떨어질 수 있음을 알림
- 완제품 재고 유통채널 추가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물류센터 현장 미팅이다. K대표는 경영진과 함께 물류센터를 방문해 원재료 재고를 전량 꺼내 관련부서 책임자를 모두 모이게 해 최종적으로 판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선정해 즉시 처리할 것을 계획했다. 그리고 이 절차를 매 시즌 정례화 할 것을 제안했다.
정리하면, K대표는 기존 경영진이 당장 급하다고 생각한 새로운 컬렉션, 디자인, 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이고 눈에 잘 안 띌 수 있는 관리영역인 재고처분 이슈에는 상대적으로 집중을 하지 못했다고 진단을 했다. 그리고 재고관리 TF를 경영진을 중심으로 만들어 사용 가능한 재고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빠른 시간 안에 현금화를 함으로써 재고관리의 중요성을 경험을 통해 전사적으로 조직문화화 했다.
내 고민의 대한 응답 중 하나는 K대표님의 주간 업무 보고서였다. 우리 일상 속에는 항상 우리의 고민에 대한 응답들이 스쳐 지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답들을 얼마나 자주 인지하느냐는, 결국 고민에 대한 접근 방식과 태도에 달린 듯하다. 즉, 우리의 작고 사소한 고민들에 얼마나 심층적이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함께할 수 있는 인연의 존재는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다. 그게 회사 안팎의 동료든, 인공지능이든 말이다.
하성호 CFA는 글로벌 1위 명품 핸드백 제조기업집단에 속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서 기업투자 및 펀드운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재고, 위기에서 기회로
월간 SPACE 공간 空間의 김정은 편집장은 ‘2023 공공건축 포럼’은 건축이 우리 사회와 물리적 환경에 뿌리내리면서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SPACE 공간 空間 4월호에서 그러한 ‘고민에 대한 하나의 응답’ 중 하나로 구보건축의 결과물들을 소개했다.
김 편집장은 구보건축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며 보편적 기준을 조금씩 상승시키는 장인정신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는 건축물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구보건축이 건축의 공공성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나는 특히 ‘고민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란 표현이 오래 남았다. 그리고 한 주의 업무를 마무리하는 오늘, 나도 그 응답을 어렴풋이 느낀 듯하다.
스페이스 4월호에 게재된 구보건축
# 재고자산, 부족과 과잉의 균형은?
소비재기업, 특히 요즘 검토 중인 여성 의류를 운영하는 A기업을 분석하다 보니, 다시금 재고자산에 대한 생각 정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어떤 업종이든 투자 이후, 우리가 기대하는 재고자산에 대한 최종 결과물은
이다.
패션 기업의 재고자산, 자산일까 리스크일까?
또 브랜딩 등 회사의 근본을 유지하며 위 세 가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우리의 역할이다. 이 노력들은 외부 감사인의 판단 아래 12월 31일 재고자산이라는 하나의 숫자로 마무리가 된다. 우리가 투자한 2차전지 부품제조사의 경우 이론상 재고자산이 없다. 왜냐하면 헝가리 허허벌판에 삽을 떠 거래처 바로 옆에 공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재고가 쌓일 틈이 없다. 그런데 왜 이 의류 브랜드는 일년의 절반 정도를 재고자산을 보유하며 지낼까.
경영진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보통 타 복종 대비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여성브랜드는재고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편이고, 노세일 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아울렛 입점을 제한했기 때문이었다. 이 내용에 더해 참고할 수 있는 케이스가 필요했다.
# 고민에 대한 하나의 응답 ‘K대표의 17주 보고서’
이런 고민의 과정을 평소 알고 지내던 K대표께 살짝 공유를 하니, 내게 17주 간의 주간 보고서를 건내 주었다. 뜻밖의 도움에 감사했다. K대표는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 이탈리아 브랜드를 인수 후 PMI(Post-Merger Integration, 인수 후 통합) 과정에 CFO로 파견을 나가셨던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진 분이다.
인수 직후 브랜드를 경영자의 관점에서, 재무적 관점에서 피인수대상 기업을 분석했던 17주간의 보물 같은 기록이다. 재무구조, 조직문화 분석 등 내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투영을 하며 영감을 받은 내용도 많지만 특히 재고자산을 현금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K대표는 인수 직후 재고자산을 현금화하여 회사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영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고자산 관리 정책을 파악 후, TF를 구성해 회사에 재고에 대한 활용과 판매 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그의 재고자산 관리 노하우 전략을 들여다봤다.
K대표의 기업 진단 과정
■ 정책
- 세일(Price-off)하여 처리 시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타격을 걱정하여 재고자산 관리를 경영진이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것 같음
■ 원자재
- 오래된 재고가 진열대 상단에 위치해 눈에 잘 안 띄고 처리가 미진할 수 있다고 판단
■ 완제품
- 외주업체를 통해 관리는 잘 되었지만 본사 경영진이 물류센터 방문을 거의 하지 않는 다는 것을 파악
개선점 도출과정
■ 정책
- 현재 보유한 아울렛 (이탈리아 내 4곳)통해 판매+아울렛 매장 추가 (단,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로 유통 시도)
- 재고를 단기간 내 현금화하는 작업 실천을 통해 재고는 신속히 처분해야 한다는 학습효과 유도
■ 원자재
- CEO, 디자인, 생산관련 인원들이 재사용 가능한 품목들 선정하여 분류 후 재활용보다는 판매 또는 폐기로 방향을 잡고 원재료 재고매입 전문업체 미팅
■ 완제품
- 경영진, 영업책임자와 물류창고 방문, 눈으로 보지 않고 서류상 숫자로 재고파악 시 재고자산에 대한 위기감이 떨어질 수 있음을 알림
- 완제품 재고 유통채널 추가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물류센터 현장 미팅이다. K대표는 경영진과 함께 물류센터를 방문해 원재료 재고를 전량 꺼내 관련부서 책임자를 모두 모이게 해 최종적으로 판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선정해 즉시 처리할 것을 계획했다. 그리고 이 절차를 매 시즌 정례화 할 것을 제안했다.
정리하면, K대표는 기존 경영진이 당장 급하다고 생각한 새로운 컬렉션, 디자인, 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이고 눈에 잘 안 띌 수 있는 관리영역인 재고처분 이슈에는 상대적으로 집중을 하지 못했다고 진단을 했다. 그리고 재고관리 TF를 경영진을 중심으로 만들어 사용 가능한 재고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빠른 시간 안에 현금화를 함으로써 재고관리의 중요성을 경험을 통해 전사적으로 조직문화화 했다.
내 고민의 대한 응답 중 하나는 K대표님의 주간 업무 보고서였다. 우리 일상 속에는 항상 우리의 고민에 대한 응답들이 스쳐 지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답들을 얼마나 자주 인지하느냐는, 결국 고민에 대한 접근 방식과 태도에 달린 듯하다. 즉, 우리의 작고 사소한 고민들에 얼마나 심층적이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함께할 수 있는 인연의 존재는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다. 그게 회사 안팎의 동료든, 인공지능이든 말이다.
하성호 CFA는 글로벌 1위 명품 핸드백 제조기업집단에 속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서 기업투자 및 펀드운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