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과 비즈니스, 그 사이 어딘가
디올과 레이몬드 제네커를 통해 들여다본 브랜드 경영
예술적 자유와 수익 추구하는 비즈니스 간 균형 이해해야
THE NEW LOOK 드라마 포스터, 출처: Apple TV+
요즘 푹 빠져 있는 드라마 ‘더 뉴 룩(The New Look)’은 2차 세계대전 전후의 파리를 무대로, 크리스티앙 디올, 코코샤넬, 피에르 발망, 크리스토발 발렌시아 등 당대를 대표했던 디자이너들의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패션은 존재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갔다. 종전 이후 크리스티앙 디올이 피폐했던 파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파리 패션의 상징이 되어가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디올의 작품에는 전쟁 전 파리에 대한 향수가 반영되어 있었고, 디자인을 통해 여성스러운 우아함과 세련미를 다시 도입함으로써 전쟁의 기억을 지우고자 했다. 나는 특히 뤼시앵 를롱 하우스에서 디올과 함께 일했던 레이몬드 제네커(Raymonde Zehnacker)와 파트너가 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디올과 그녀의 20~30초 남짓의 짧은 대화가 디자이너를 대하는 경영자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지, 더 나아가 브랜드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고민해야 할 부분을 압축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디올은 당시 프랑스의 부호 마르셀 부삭의 투자를 받아 자신의 하우스를 운영할 기회를 얻는다. 화려함과 웅장함을 추구하길 바랐던 부삭과 우아함과 프라이빗함을 원했던 디올은 스튜디오 위치에 대한 의견부터 너무 달랐다. 부삭은 레이몬드 제네커가 사업을 담당하는 조건으로 디올이 원하는 장소에 스튜디오를 제공한다.
디자인에 집중하는 크리스티앙 디올(좌)과 그의 파트너 레이몬드 제네커(우), 출처: www.galeriedior.com
# What I want is a partnership.
(제네커) 나도 나만의 뭔가를 갖고 싶다는 걸 알았죠. 난 여전히 더 많은 걸 원해요 크리스티앙
I realized that I want something for myself as well. I am still hungry, Christian.
이젠 뤼시앵을 떠날 때가 됐죠.
Lucien and I have had our time.
난 새로운 것을 이루고 싶어요.
I want to build something new.
부삭은 조건을 하나 걸고 이 공간에 동의했어요. 당신이 창작 활동을 하는 동안 사업은 내가 맡는 거죠.
Boussac has agreed to give you this space on one condition: that I handle the business while you create.
난 동업자가 되고 싶어요.
What I want is a partnership.
당신과 이 여정을 함께하며 당신을 지원하고 보호해서, 우리 둘의 성공을 이루고 싶어요
I want to share this journey with you, to back you up, to protect you and help us both succeed.
같이 할래요?
Will you have me?
(디올) 제네커 부인 제 동업자로 당신만 한 분은 없죠. 덕분에 참 행복하네요. 정말 오랜만이예요.
There is no one I would rather have by my side than you, Madame Zehnacker. You have made me happy for the first time in a very long time.
사모펀드라는 렌즈를 통해 디올과 제네커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럭셔리 패션 하우스 디올의 성공 스토리는 디자인 우수성뿐 아니라, 전략적 경영과 혁신의 결과다. 이 중심에는 레이몬드 제네커가 있다. 디올의 창의성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제네커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요소 측면에서 들여다봤다.
미자 브리카르, 레이몬드 제네커, 마거리트 카레가 구성한 직원 위원회와 함께 한 크리스티앙 디올 출처: www.galeriedior.com
혁신을 위한 조직구조 구축
디올의 성공 중심에는 혁신을 촉진하는 환경이 있었다. 디올과 함께 뤼시앵 를롱 하우스에서 일했던 제네커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제네커는 공식적으로 디자인 스튜디오 디렉터였지만 실제로는 훨씬 광범위한 역할을 했다. 운영·관리라는 실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사모펀드 관점에서 그녀는 포트폴리오 기업이 핵심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을 효율화하고, 핵심인재들이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구조를 만든 경영자다. 디올 하우스 내에서 디올과 제네커, 각자 담당하는 창조의 영역이 달랐다고 생각한다.
탁월한 운영 능력과 비전
운영의 우수성(Operational Excellence)은 성공적인 투자의 필수요건이며, 디올에서 제네커의 역할이 이를 설명한다. 원단 선택에서부터 재봉, 드레스의 마지막 손질까지 아틀리에의 복잡한 작업과정을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함으로써 디올의 비전이 정확하고 우아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했다. 뤼시앵 를롱(Lucien Lelong) 하우스 시절부터 디올을 지켜봐왔던 그녀는 디올이 어떤 환경에서 가장 창의적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리고 디올의 비전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는 공급망 최적화에서 재무관리까지 포트폴리오 기업 내 다양한 비즈니스 측면을 이해하고 감독하여 회사의 전략적 비전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사모펀드 매니저의 역할과 유사하다.
협업 문화 조성
디올의 미학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여성 세 명이 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은 디올의 세명의 뮤즈로 언급되었지만, 디올은 자신을 진정한 디자이너(Couturier)로 탄생시킨 이들을 어머니라 불렀다.
당연히 한 명은 제네커고, 두 번째는 Technical director였던, 마거리트 카레(Marguerite Carré) 이다. 디올은 직물을 직접 다루기 보다 스케치를 좋아하는 몽상가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원단과 생산에 대한 깊은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카레는 디올의 디자인을 최종제품으로 구현한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디올의 실제 뮤즈이자 조언자였던 미자 브리카르(Mizza Bricard)는 평소 즐겨 하던 진주 액세서리, 레오파드 프린팅을 하우스의 상징으로 만든 인물이다. 디올은 그녀를 '우아함이 삶의 유일한 이유인 몇 안 되는 사람'이라 했다. 제네거는 ‘디자인-원단-생산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팀 내 여성 멤버들 간 재능을 조율하고 협업문화를 조성한 주인공이다.
디올은 자서전에서 제네커를 "나의 환상에 이성을, 나의 상상력에 질서를, 나의 자유에 규율을 부여한 사람 reason to my fantasy, order to my imagination, discipline to my freedom.” "이고, "나의 제2의 자아 my second self" 라고 표현했다.
Christian Dior working in his office in 1947 with Raymonde Zehnacker (right).Credit. Sipa Press
창의성과 비즈니스 간의 균형
디올과 제네커의 관계는 창의성이 필요한 산업에 투자하려는 사모펀드와 경영자에게 귀중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럭셔리 패션은 디자인적인 매력과 비즈니스적인 엄격함이 공존하는 산업이다. 특히 한국의 패션산업은 자본시장에서 ’어렵다‘라는 이유로 자주 외면당하는 섹터기도 하다. 디올과 제네커의 이야기는 패션 브랜드의 경영자는 디자이너의 예술적 자유와 수익을 추구해야하는 비즈니스 운영의 제약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가장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보호하고, 지지하고, 육성하는 환경에 투자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하성호 CFA는 글로벌 1위 명품 핸드백 제조기업집단에 속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서 기업투자 및 펀드운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창의성과 비즈니스, 그 사이 어딘가
THE NEW LOOK 드라마 포스터, 출처: Apple TV+
요즘 푹 빠져 있는 드라마 ‘더 뉴 룩(The New Look)’은 2차 세계대전 전후의 파리를 무대로, 크리스티앙 디올, 코코샤넬, 피에르 발망, 크리스토발 발렌시아 등 당대를 대표했던 디자이너들의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패션은 존재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갔다. 종전 이후 크리스티앙 디올이 피폐했던 파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파리 패션의 상징이 되어가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디올의 작품에는 전쟁 전 파리에 대한 향수가 반영되어 있었고, 디자인을 통해 여성스러운 우아함과 세련미를 다시 도입함으로써 전쟁의 기억을 지우고자 했다. 나는 특히 뤼시앵 를롱 하우스에서 디올과 함께 일했던 레이몬드 제네커(Raymonde Zehnacker)와 파트너가 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디올과 그녀의 20~30초 남짓의 짧은 대화가 디자이너를 대하는 경영자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지, 더 나아가 브랜드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고민해야 할 부분을 압축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디올은 당시 프랑스의 부호 마르셀 부삭의 투자를 받아 자신의 하우스를 운영할 기회를 얻는다. 화려함과 웅장함을 추구하길 바랐던 부삭과 우아함과 프라이빗함을 원했던 디올은 스튜디오 위치에 대한 의견부터 너무 달랐다. 부삭은 레이몬드 제네커가 사업을 담당하는 조건으로 디올이 원하는 장소에 스튜디오를 제공한다.
디자인에 집중하는 크리스티앙 디올(좌)과 그의 파트너 레이몬드 제네커(우), 출처: www.galeriedior.com
# What I want is a partnership.
(제네커) 나도 나만의 뭔가를 갖고 싶다는 걸 알았죠. 난 여전히 더 많은 걸 원해요 크리스티앙
I realized that I want something for myself as well. I am still hungry, Christian.
이젠 뤼시앵을 떠날 때가 됐죠.
Lucien and I have had our time.
난 새로운 것을 이루고 싶어요.
I want to build something new.
부삭은 조건을 하나 걸고 이 공간에 동의했어요. 당신이 창작 활동을 하는 동안 사업은 내가 맡는 거죠.
Boussac has agreed to give you this space on one condition: that I handle the business while you create.
난 동업자가 되고 싶어요.
What I want is a partnership.
당신과 이 여정을 함께하며 당신을 지원하고 보호해서, 우리 둘의 성공을 이루고 싶어요
I want to share this journey with you, to back you up, to protect you and help us both succeed.
같이 할래요?
Will you have me?
(디올) 제네커 부인 제 동업자로 당신만 한 분은 없죠. 덕분에 참 행복하네요. 정말 오랜만이예요.
There is no one I would rather have by my side than you, Madame Zehnacker. You have made me happy for the first time in a very long time.
사모펀드라는 렌즈를 통해 디올과 제네커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럭셔리 패션 하우스 디올의 성공 스토리는 디자인 우수성뿐 아니라, 전략적 경영과 혁신의 결과다. 이 중심에는 레이몬드 제네커가 있다. 디올의 창의성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제네커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요소 측면에서 들여다봤다.
미자 브리카르, 레이몬드 제네커, 마거리트 카레가 구성한 직원 위원회와 함께 한 크리스티앙 디올 출처: www.galeriedior.com
혁신을 위한 조직구조 구축
디올의 성공 중심에는 혁신을 촉진하는 환경이 있었다. 디올과 함께 뤼시앵 를롱 하우스에서 일했던 제네커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제네커는 공식적으로 디자인 스튜디오 디렉터였지만 실제로는 훨씬 광범위한 역할을 했다. 운영·관리라는 실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사모펀드 관점에서 그녀는 포트폴리오 기업이 핵심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을 효율화하고, 핵심인재들이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구조를 만든 경영자다. 디올 하우스 내에서 디올과 제네커, 각자 담당하는 창조의 영역이 달랐다고 생각한다.
탁월한 운영 능력과 비전
운영의 우수성(Operational Excellence)은 성공적인 투자의 필수요건이며, 디올에서 제네커의 역할이 이를 설명한다. 원단 선택에서부터 재봉, 드레스의 마지막 손질까지 아틀리에의 복잡한 작업과정을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함으로써 디올의 비전이 정확하고 우아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했다. 뤼시앵 를롱(Lucien Lelong) 하우스 시절부터 디올을 지켜봐왔던 그녀는 디올이 어떤 환경에서 가장 창의적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리고 디올의 비전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는 공급망 최적화에서 재무관리까지 포트폴리오 기업 내 다양한 비즈니스 측면을 이해하고 감독하여 회사의 전략적 비전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사모펀드 매니저의 역할과 유사하다.
협업 문화 조성
디올의 미학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여성 세 명이 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은 디올의 세명의 뮤즈로 언급되었지만, 디올은 자신을 진정한 디자이너(Couturier)로 탄생시킨 이들을 어머니라 불렀다.
당연히 한 명은 제네커고, 두 번째는 Technical director였던, 마거리트 카레(Marguerite Carré) 이다. 디올은 직물을 직접 다루기 보다 스케치를 좋아하는 몽상가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원단과 생산에 대한 깊은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카레는 디올의 디자인을 최종제품으로 구현한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디올의 실제 뮤즈이자 조언자였던 미자 브리카르(Mizza Bricard)는 평소 즐겨 하던 진주 액세서리, 레오파드 프린팅을 하우스의 상징으로 만든 인물이다. 디올은 그녀를 '우아함이 삶의 유일한 이유인 몇 안 되는 사람'이라 했다. 제네거는 ‘디자인-원단-생산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팀 내 여성 멤버들 간 재능을 조율하고 협업문화를 조성한 주인공이다.
디올은 자서전에서 제네커를 "나의 환상에 이성을, 나의 상상력에 질서를, 나의 자유에 규율을 부여한 사람 reason to my fantasy, order to my imagination, discipline to my freedom.” "이고, "나의 제2의 자아 my second self" 라고 표현했다.
Christian Dior working in his office in 1947 with Raymonde Zehnacker (right).Credit. Sipa Press
창의성과 비즈니스 간의 균형
디올과 제네커의 관계는 창의성이 필요한 산업에 투자하려는 사모펀드와 경영자에게 귀중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럭셔리 패션은 디자인적인 매력과 비즈니스적인 엄격함이 공존하는 산업이다. 특히 한국의 패션산업은 자본시장에서 ’어렵다‘라는 이유로 자주 외면당하는 섹터기도 하다. 디올과 제네커의 이야기는 패션 브랜드의 경영자는 디자이너의 예술적 자유와 수익을 추구해야하는 비즈니스 운영의 제약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가장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보호하고, 지지하고, 육성하는 환경에 투자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하성호 CFA는 글로벌 1위 명품 핸드백 제조기업집단에 속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서 기업투자 및 펀드운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