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이의 메타패션 다이브 Episode 03]
디지털 패션은 장인정신을 위협하는가?
럭셔리 그룹 LVMH의 미래대응 전략 방식
기술 혁신이 뒷받침된 프로토피아 추구
세계적인 럭셔리 그룹 LVMH는 '럭셔리의 미래'는 디지털 혁신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믿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
멋진 신세계, 1984, 블레이드 러너, 가타카, 매트릭스, 은하철도 999, 공각기동대, …
대중에게 크게 어필한 SF 소설과 영화 중 수많은 작품은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다. 인간의 편익을 위해 발전시킨 기술이 유토피아를 가져온다는 낙관보다, 되려 사회구조와 인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기술혁명이 초래한 인간소외 현상을 종종 보아왔기에, 비관적 미래관이 헛된 망상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방직기가 등장하자, 옷감을 만들던 수많은 수공업자들은 실직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현실세계과 가상세계가 융합되는 디지털전환 시기를 맞아 우리 인간은 다시 대량 실직을 경험하게 될 것인가?’ 신상품 출시 주기가 짧고 모든 가치 사슬이 지나치게 사람 손에 의존하고 있는 패션 산업계에서 이러한 의문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 누구도 미래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런 우려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패션계의 디지털 전환은 전통 일자리의 감소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동시에 유발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더불어 조금 더 희망적인 사실은, 역사적 통계를 확인해보면 기술혁신으로 인한 일자리 변동은 감소보다 증가가 더 우세했다는 것이다.
기술진보는 산업 구조 전반을 변화시키고, 일자리 변동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결국은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래 대응을 고심하는 패션기업에게 최근 LVMH의 행보는 좋은 단서가 될 수 있다.
#LVMH 이노베이션랩, 기술적 진보를 이루다
LVMH는 자사의 패션 테크 수준을 높이는데 매우 적극적인데, 적절한 파트너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방식을 택한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기술 컨퍼런스인 비바 테크(Viva Tech)의 플래티넘 파트너인 LVMH는 자사가 고민하는 문제와 가치에 부합하는 기술 솔루션을 지닌 스타트업을 선발해 LVMH Innovation Lab에 참가시킨다.
지난해 'LVMH' 혁신의 얼굴 Livi를 개발한 알타바와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한 마크비전은 모두 한국 기업이다. ⓓ
이 중 LVMH Innovation Awards를 수상한 업체에게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데, 2022년에는 한국기업 마크비전(MARQVISION)을 포함해 7개사가 수상했고, 대상은 한국인 CEO가 운영하는 영국의 토시(Toshi)에게 돌아갔다. LVMH Innovation Lab에 참여했던 최종 후보사들은 LVMH 산하 브랜드와 프로젝트 진행 기회를 얻고, LVMH는 이를 통해 옴니채널과 리테일, 미디어 및 브랜드 인지도, 운영 및 제조 향상, 직원경험 및 CSR, 지속가능성 등 전 영역에서 기술적 진보를 꾀하는 것이다.
또한 2022년에는 경쟁부문으로 ‘3D/가상 제품 경험 및 메타버스’ 카테고리가 신설되었으며, ‘LVMH혁신의 얼굴’ 리비(Livi)를 공개한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LVMH Innovation Virtual Insider를 뜻하는 Livi는 2021년 파이널리스트였던 알타바(Altava)가 제작한 아바타로 컨퍼런스 연사와 시상식 사회를 맡았다. 기업을 상징하는 앰버서더로 가상의 아바타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LVMH의 기술혁신 의지를 엿볼 수 있다.
# IME 운영으로 기술 혁신을 통한 장인정신 계승
LVMH는 IME를 통해 미래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
한편 LVMH 그룹은 IME라는 직업훈련원(Institut des Métiers d'Excellence)을 통해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유명 대학 및 전문교육기관과 연계하여 무료 교육과 유급 견습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일정 과정을 이수하면 학위를 수여한다. 숙련된 기술자의 전통적 공예 기법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을 통한 하우스 고유의 노하우를 장인정신(Savoir-faire)로 규정하고, 세대를 초월해 장인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LVMH IME는 프랑스 지방 소도시의 중×고등학교를 투어하며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독일 등 7개국에서 교육을 진행한다. 2014년 이래 배출된 졸업생 중 75%를 LVMH 및 파트너사가 채용했다. 이로써 LVMH 그룹은 젊은 인력을 흡수하여 창작, 공예, 고객경험 분야의 전통을 잇고 안정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기술혁신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장인정신을 계승하려는 LVMH의 이러한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거대한 시대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의 모든 능력을 대체할 수 없고, 인간이 해야 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기술을 통해 인간의 노동 환경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미래의 모습이라 하겠다. ⟪인에비터블(The Inevitable)⟫의 저자 케빈 켈리(Kevin Kelly)의 주장대로 디지털 기술과 인간 사회가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발전하는 프로토피아(Protopia)를 기대해본다.
정연이 교수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디지털 패션 컨설팅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associe.nn@gmail.com
[정연이의 메타패션 다이브 Episode 03]
디지털 패션은 장인정신을 위협하는가?
세계적인 럭셔리 그룹 LVMH는 '럭셔리의 미래'는 디지털 혁신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믿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
멋진 신세계, 1984, 블레이드 러너, 가타카, 매트릭스, 은하철도 999, 공각기동대, …
대중에게 크게 어필한 SF 소설과 영화 중 수많은 작품은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다. 인간의 편익을 위해 발전시킨 기술이 유토피아를 가져온다는 낙관보다, 되려 사회구조와 인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기술혁명이 초래한 인간소외 현상을 종종 보아왔기에, 비관적 미래관이 헛된 망상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방직기가 등장하자, 옷감을 만들던 수많은 수공업자들은 실직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현실세계과 가상세계가 융합되는 디지털전환 시기를 맞아 우리 인간은 다시 대량 실직을 경험하게 될 것인가?’ 신상품 출시 주기가 짧고 모든 가치 사슬이 지나치게 사람 손에 의존하고 있는 패션 산업계에서 이러한 의문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 누구도 미래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런 우려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패션계의 디지털 전환은 전통 일자리의 감소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동시에 유발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더불어 조금 더 희망적인 사실은, 역사적 통계를 확인해보면 기술혁신으로 인한 일자리 변동은 감소보다 증가가 더 우세했다는 것이다.
기술진보는 산업 구조 전반을 변화시키고, 일자리 변동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결국은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래 대응을 고심하는 패션기업에게 최근 LVMH의 행보는 좋은 단서가 될 수 있다.
#LVMH 이노베이션랩, 기술적 진보를 이루다
LVMH는 자사의 패션 테크 수준을 높이는데 매우 적극적인데, 적절한 파트너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방식을 택한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기술 컨퍼런스인 비바 테크(Viva Tech)의 플래티넘 파트너인 LVMH는 자사가 고민하는 문제와 가치에 부합하는 기술 솔루션을 지닌 스타트업을 선발해 LVMH Innovation Lab에 참가시킨다.
지난해 'LVMH' 혁신의 얼굴 Livi를 개발한 알타바와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한 마크비전은 모두 한국 기업이다. ⓓ
이 중 LVMH Innovation Awards를 수상한 업체에게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데, 2022년에는 한국기업 마크비전(MARQVISION)을 포함해 7개사가 수상했고, 대상은 한국인 CEO가 운영하는 영국의 토시(Toshi)에게 돌아갔다. LVMH Innovation Lab에 참여했던 최종 후보사들은 LVMH 산하 브랜드와 프로젝트 진행 기회를 얻고, LVMH는 이를 통해 옴니채널과 리테일, 미디어 및 브랜드 인지도, 운영 및 제조 향상, 직원경험 및 CSR, 지속가능성 등 전 영역에서 기술적 진보를 꾀하는 것이다.
또한 2022년에는 경쟁부문으로 ‘3D/가상 제품 경험 및 메타버스’ 카테고리가 신설되었으며, ‘LVMH혁신의 얼굴’ 리비(Livi)를 공개한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LVMH Innovation Virtual Insider를 뜻하는 Livi는 2021년 파이널리스트였던 알타바(Altava)가 제작한 아바타로 컨퍼런스 연사와 시상식 사회를 맡았다. 기업을 상징하는 앰버서더로 가상의 아바타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LVMH의 기술혁신 의지를 엿볼 수 있다.
# IME 운영으로 기술 혁신을 통한 장인정신 계승
LVMH는 IME를 통해 미래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
한편 LVMH 그룹은 IME라는 직업훈련원(Institut des Métiers d'Excellence)을 통해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유명 대학 및 전문교육기관과 연계하여 무료 교육과 유급 견습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일정 과정을 이수하면 학위를 수여한다. 숙련된 기술자의 전통적 공예 기법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을 통한 하우스 고유의 노하우를 장인정신(Savoir-faire)로 규정하고, 세대를 초월해 장인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LVMH IME는 프랑스 지방 소도시의 중×고등학교를 투어하며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독일 등 7개국에서 교육을 진행한다. 2014년 이래 배출된 졸업생 중 75%를 LVMH 및 파트너사가 채용했다. 이로써 LVMH 그룹은 젊은 인력을 흡수하여 창작, 공예, 고객경험 분야의 전통을 잇고 안정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기술혁신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장인정신을 계승하려는 LVMH의 이러한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거대한 시대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의 모든 능력을 대체할 수 없고, 인간이 해야 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기술을 통해 인간의 노동 환경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미래의 모습이라 하겠다. ⟪인에비터블(The Inevitable)⟫의 저자 케빈 켈리(Kevin Kelly)의 주장대로 디지털 기술과 인간 사회가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발전하는 프로토피아(Protopia)를 기대해본다.
정연이 교수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디지털 패션 컨설팅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associe.n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