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호의 브랜드십 경영 4]
선의(善意)가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순간
이새(ISAE)의 브랜드십 경영
하성호 디토리언이 정경아 대표의 '이새'를 상상하며 AI(DALL.E)를 활용해 그린 이미지ⓓ
브랜드 ‘이새(ISAE)’를 운영하는 정경아 대표님이 가회동에 한옥 오피스를 오픈해서 인사차 방문을 했다. 친한 지인들과 저녁식사도 겸하기로 했는데 정 대표님의 그간 소식을 잔뜩 업데이트된 기업소개를 통해 들어봤다.
브랜드 이새(www.isae.shop)는 여성복을 판매하는 18년차 회사로, 넓진 않아도 40~5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수요층을 가졌다. 사실 여성복만으로 연 매출 400억원을 넘긴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정대표님은 민족생활문화연구소 ‘질경이 우리옷’, <샘이 깊은 물>을 발행했던 ‘뿌리깊은 나무’에서 우리나라 지역 콘텐츠 담당으로 사회 초년생 시절을 보내며 국내 웬만한 명소들은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이게 지역 전통 문화에 관심으로 이어졌고,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지만 ‘카디’, ‘잠다니’, ‘누비’ 등 한국을 포함하여 해외 전통기법까지 깊이 이해하는 소재에 강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전통방식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친환경으로 이어져 정 대표님의 라이프스타일이 브랜드 ‘이새’의 정체성이 되었다. 의류만으로 본인의 관심사를 다 담을 수 없어 추가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소 SOH’를 론칭해 제주옹기, 장수곱돌 등 한국의 소재로 생활용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스테이너블 패션 브랜드 리더 '이새'ⓓ
여기까지는 끄떡끄떡할 일이었다. 이분을 워낙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신선한 충격은 새로 선보인 브랜드 ‘UMBER POSTPAST(엄버 포스트파스트, www.umber-postpast.com)’였다. 정대표님 삶의 방식과 달리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나 현대적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UMBER는 한국의 과거와 현대를 연결함으로써 동시대의 룩을 선보이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한다. 디자인은 세련되었지만, 전통기법으로 제작한 친환경 원단을 사용한다. 런칭 과정에 대해 질문을 안 할 수 없었다.
패션, 친환경 소재, 로컬 문화에 진정성을 담고 있는 정경아 이새 대표ⓓ
Q. 브랜드 ‘UMBER’도 대표님이 직접 기획/디자인하세요?
정: 전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인에 소질이 없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소재에 집중한 것도 있고요. 힘들게 채용한 저희 CD(Creative director)가 있어요.
브랜드 ‘이새’의 고객은 대부분 중년 여성들이다. 그런데 브랜드 UMBER의 CD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이 회사에 입사했을까?
Q. UMBER의 CD는 어떤 경로를 통해 알게 되었고, 어떤 생각으로 채용을 하시게 된 거 예요?
정: 사실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지켜보던 친구예요. 이새는 가맹점도 있어요. 어느 날 한 가맹점을 방문했는데 상품 진열이며, 조명이며, 매장 내부 구성이 너무 좋은 거예요. 사장님이 직접 했을 것 같진 않았고. 그래서 이 매장을 누가 이렇게 꾸몄는지 물어봤죠. 그랬더니 자기 아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들이 인테리어나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고. 의류 디자이너가 꿈이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 아들이 내가 졸업한 학교, 같은 과 후배가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런 우연도 없죠. 그때부터 교류하면서 지켜봤어요. 졸업 즈음 한국에서만 있지 말고 유학을 다녀오라 조언도 했어요. 근데 진짜 가더라고요. 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 디자인 전공을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한테 필요한 게 뭐냐, 어떤 걸 도와주면 되겠냐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자기가 원하는 소재를 원 없이 공급해 달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했어요.
이 친구 졸업전시 때 사용한 한국의 전통 소재를 사용한 옷들이 꽤 반응이 좋았는데, 교수들이 탐이 나서 졸업하면서 놔두고 가라고 했 다네요. 그리고 이미 졸업 전에 본인의 브랜드를 런칭해서 막 성장하기 시작했죠.
그때 저도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에 대한 고민이 있던 시기였어요. 설득 끝에 함께하게 됐죠.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 ‘UMBER’예요.
'엄버 포스트파스트'는 한국의 과거와 현대를 연결함으로써 동시대의 룩을 선보인다ⓓ
이렇게 탄생한 브랜드 UMBER는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고, 입점하기 힘든 트렌디한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에센스(ssense.com)에 입점했다. 긴 서사였던 정대표님의 CD 채용 스토리를 아래와 같이 요약해봤다.
1) 전통 소재, 기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본인의 콘텐츠가 되었다.
2) 이런 특징들이 브랜드 이미지가 되었다. 즉, 브랜드에 대표의 자기다움이 스며들었다
3) 본인의 한계(디자인)를 잘 알고 있었다.
4) 디테일(가맹점의 점포 내부 구성에 대한, 사람에 대한)한 관찰이 있었다.
5) 선의善意가 있었다.
6)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브랜드 'UMBER'의 CD영입 스토리는, '선의가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 같다. 그 선의로 인해 한 고등학생이 한국의 과거와 현대를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브랜드 ‘이새’가 세컨 브랜드로 인해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UMBER의 CD는 이새의 전통소재에 대한 강점이 없었다면 합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브랜드 이새의 가회동 사옥에는 중용 23장이 액자에 걸려져 있다. 돌아보니 이 역시 정경아 대표님의 철학이 아닐까 싶다.
정경아 대표의 액자는 아니지만 중용 23장의 글을 옮긴다.ⓓ
나를 포함한 우리 역시 자기기만을 경계하며 내 업業에 대해, 사람에 대해 지극히 정성을 다하고 있는지 자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런 다짐이 가회동에서 맞이한 봄을 잊기 힘든 이유다.
하성호 CFA는 글로벌 1위 명품 핸드백 제조기업집단에 속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서 기업투자 및 펀드운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성호의 브랜드십 경영 4]
선의(善意)가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순간
하성호 디토리언이 정경아 대표의 '이새'를 상상하며 AI(DALL.E)를 활용해 그린 이미지ⓓ
브랜드 ‘이새(ISAE)’를 운영하는 정경아 대표님이 가회동에 한옥 오피스를 오픈해서 인사차 방문을 했다. 친한 지인들과 저녁식사도 겸하기로 했는데 정 대표님의 그간 소식을 잔뜩 업데이트된 기업소개를 통해 들어봤다.
브랜드 이새(www.isae.shop)는 여성복을 판매하는 18년차 회사로, 넓진 않아도 40~5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수요층을 가졌다. 사실 여성복만으로 연 매출 400억원을 넘긴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정대표님은 민족생활문화연구소 ‘질경이 우리옷’, <샘이 깊은 물>을 발행했던 ‘뿌리깊은 나무’에서 우리나라 지역 콘텐츠 담당으로 사회 초년생 시절을 보내며 국내 웬만한 명소들은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이게 지역 전통 문화에 관심으로 이어졌고,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지만 ‘카디’, ‘잠다니’, ‘누비’ 등 한국을 포함하여 해외 전통기법까지 깊이 이해하는 소재에 강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전통방식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친환경으로 이어져 정 대표님의 라이프스타일이 브랜드 ‘이새’의 정체성이 되었다. 의류만으로 본인의 관심사를 다 담을 수 없어 추가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소 SOH’를 론칭해 제주옹기, 장수곱돌 등 한국의 소재로 생활용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스테이너블 패션 브랜드 리더 '이새'ⓓ
여기까지는 끄떡끄떡할 일이었다. 이분을 워낙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신선한 충격은 새로 선보인 브랜드 ‘UMBER POSTPAST(엄버 포스트파스트, www.umber-postpast.com)’였다. 정대표님 삶의 방식과 달리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나 현대적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UMBER는 한국의 과거와 현대를 연결함으로써 동시대의 룩을 선보이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한다. 디자인은 세련되었지만, 전통기법으로 제작한 친환경 원단을 사용한다. 런칭 과정에 대해 질문을 안 할 수 없었다.
패션, 친환경 소재, 로컬 문화에 진정성을 담고 있는 정경아 이새 대표ⓓ
Q. 브랜드 ‘UMBER’도 대표님이 직접 기획/디자인하세요?
정: 전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인에 소질이 없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소재에 집중한 것도 있고요. 힘들게 채용한 저희 CD(Creative director)가 있어요.
브랜드 ‘이새’의 고객은 대부분 중년 여성들이다. 그런데 브랜드 UMBER의 CD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이 회사에 입사했을까?
Q. UMBER의 CD는 어떤 경로를 통해 알게 되었고, 어떤 생각으로 채용을 하시게 된 거 예요?
정: 사실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지켜보던 친구예요. 이새는 가맹점도 있어요. 어느 날 한 가맹점을 방문했는데 상품 진열이며, 조명이며, 매장 내부 구성이 너무 좋은 거예요. 사장님이 직접 했을 것 같진 않았고. 그래서 이 매장을 누가 이렇게 꾸몄는지 물어봤죠. 그랬더니 자기 아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들이 인테리어나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고. 의류 디자이너가 꿈이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 아들이 내가 졸업한 학교, 같은 과 후배가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런 우연도 없죠. 그때부터 교류하면서 지켜봤어요. 졸업 즈음 한국에서만 있지 말고 유학을 다녀오라 조언도 했어요. 근데 진짜 가더라고요. 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 디자인 전공을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한테 필요한 게 뭐냐, 어떤 걸 도와주면 되겠냐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자기가 원하는 소재를 원 없이 공급해 달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했어요.
이 친구 졸업전시 때 사용한 한국의 전통 소재를 사용한 옷들이 꽤 반응이 좋았는데, 교수들이 탐이 나서 졸업하면서 놔두고 가라고 했 다네요. 그리고 이미 졸업 전에 본인의 브랜드를 런칭해서 막 성장하기 시작했죠.
그때 저도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에 대한 고민이 있던 시기였어요. 설득 끝에 함께하게 됐죠.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 ‘UMBER’예요.
'엄버 포스트파스트'는 한국의 과거와 현대를 연결함으로써 동시대의 룩을 선보인다ⓓ
이렇게 탄생한 브랜드 UMBER는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고, 입점하기 힘든 트렌디한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에센스(ssense.com)에 입점했다. 긴 서사였던 정대표님의 CD 채용 스토리를 아래와 같이 요약해봤다.
1) 전통 소재, 기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본인의 콘텐츠가 되었다.
2) 이런 특징들이 브랜드 이미지가 되었다. 즉, 브랜드에 대표의 자기다움이 스며들었다
3) 본인의 한계(디자인)를 잘 알고 있었다.
4) 디테일(가맹점의 점포 내부 구성에 대한, 사람에 대한)한 관찰이 있었다.
5) 선의善意가 있었다.
6)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브랜드 'UMBER'의 CD영입 스토리는, '선의가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 같다. 그 선의로 인해 한 고등학생이 한국의 과거와 현대를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브랜드 ‘이새’가 세컨 브랜드로 인해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UMBER의 CD는 이새의 전통소재에 대한 강점이 없었다면 합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브랜드 이새의 가회동 사옥에는 중용 23장이 액자에 걸려져 있다. 돌아보니 이 역시 정경아 대표님의 철학이 아닐까 싶다.
정경아 대표의 액자는 아니지만 중용 23장의 글을 옮긴다.ⓓ
나를 포함한 우리 역시 자기기만을 경계하며 내 업業에 대해, 사람에 대해 지극히 정성을 다하고 있는지 자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런 다짐이 가회동에서 맞이한 봄을 잊기 힘든 이유다.
하성호 CFA는 글로벌 1위 명품 핸드백 제조기업집단에 속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서 기업투자 및 펀드운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