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구조조정, 방향성과 과정이 필요하다

정인기 에디터
2025-02-03

구조조정, 방향성과 과정이 필요하다

인건비=비용, 검증 안된 영입…단기 실적 치우쳐 시행착오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환경 대응할 전문 인력 양성 필요



#1. 대표적인 패션 메이저 코오롱FnC가 지난해 말 50여명의 직원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 방향과 환경이 바뀌면서 직무가 미스매치 되는 직원들이 발생했다"며 "대상 직원들에게 직무 변경 혹은 권고사직을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헤드’ ‘잭니클라우스’ ‘엘로드’ 등을 대상으로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 손실이 확대됨에 따라 사업 부문별 옥석을 가리고 비효율 브랜드 중단에 나선 것이다.

 

#2. 또 다른 대기업 L社는 최근 신성장 동력 육성 차원에서 2~3개 사내 벤처 브랜드 육성을 시도했다. 그러나 출시 직전 경쟁력 부재를 이유로 중단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외부 브랜드 M&A에 집중하고 있다.

 

#3. 골프웨어 마켓 침체 영향으로 ‘톨비스트’는 전개 중단을 발표했고, ‘엘르골프’ ‘LPGA골프’ 등은 효율화를 위해 방향성과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메종키츠네 골프와 발리스틱은 조기 중단을 선언하는 등 시장 흐름을 반영했다.

 

#4. 중견 여성복 기업 A社는 지난해 연말까지 40여명의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했다. 디자인실과 영업부 등 부서를 망라했으며 입사 3년차 이하도 포함됐다. 경쟁사에 비해 성과가 나쁘지 않은 기업이라서 의외라는 평가였으며, 회사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출신 임원을 연이어 영입하면서 체질 개선을 하겠다는 오너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5. 중견 패션기업 B사는 최근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했던 C디렉터를 영입했다. B사는 C디렉터 영입으로 생성AI 활용을 확대하고, 디자이너들의 감성과 경험에 의존적이던 기존 상품기획 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국내 패션시장 상황을 반영한 기사와 업계 관계자들이 전하는 사례이다. 국내 패션 소비시장은 엔데믹으로 반짝 살아나는 듯했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주택시장 침체와 금융비용 증가, 해외여행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패션상품 구매는 상대적으로 줄었다. 더욱이 연말에는 정치적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 2024년 실적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기업들은 부실 사업 정리와 인력 감축, 외부 인사 영입 등 단골 메뉴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 구조조정, 기업경영 측면에선 필연적이지만



기업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고,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구조조정 관련 전문가들 의견이다. 위 사례를 두고, 이들은 다음과 같은 항목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위에서 거론한 몇몇 기업의 사례에 한정됐지만,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대부분 기업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1. 부실 사업부 적자누적은 이미 몇 년간 지속됐는데, 그 동안은 왜 방치했는지? 연간 수 십 억원의 브랜드 로열티를 이전엔 감당 됐었나? 

 

#2. 외부 브랜드 M&A나 사내 벤처 브랜드를 시작할 때, 단기 실적에만 급급해 너무 급하게 진행하지는 않았는지?

 

#3. 펜데믹 기간에 골프웨어 마켓이 왜 비정상적으로 성장했는지 깊이있게 분석했나? 아님 단기적 실적 상승만 바라본 경영자들의 판단 미스일까?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4. 기존 기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 낸 과정에서 ‘영입 인사’ 역할은? 함께 했던 이전 기업 동료들의 평가는 검증했는지? 

 

#5. 생성AI와 같은 첨단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디지털 전문 인력 등 사내 디지털 인프라가 선행돼야 하는데, 우리 회사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R&R에 대한 협의가 정리됐나?


# 밸류체인 전반에서 디지털 혁신 필요…내부 공감대 우선



그렇다면,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바람직할까?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과 그에 따른 프로세스와 인력 재배치가 이뤄져야 하고,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모델 구축과 관련 전문 인력 배치 등 방향성 설정과 과정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패션시장은 이커머스 마켓 활성화로 업무 프로세스는 물론 내부 인력의 역할과 책임(R&R), 핵심성과지표(KPI) 등도 크게 바꿨다. 오프라인 유통망 축소로 관련 인력들의 조정이 가장 두드러졌고, 빅데이터와 SNS, AI를 활용한 퍼포먼스 마케팅이 실적을 좌우하면서 광고 마케팅 부문도 크게 바꿨다. 물류 또한 개인 배송이 늘어나면서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가 전환되고 있으며, 특히 제품 분류에서부터 패킹, 이동까지 대부분 자동화로 이뤄짐으로써 물류센터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


상품기획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생성AI가 크리에이션 영역으로 쓰임이 확대되면서 이미지 생성과 3D 디자인은 물론 일러스트와 스타일 디자인 영역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모든 산업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패션산업 역시 △시장예측부터 △상품기획 △제품제조 △마케팅 △물류 △고객관리 등 밸류체인 전반에서 디지털 테크와 IT솔루션을 기반으로 시스템과 프로세스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종사자들이 이러한 대전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실행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어떻게 적용해야 하느냐에 대한 방법론적인 어려움이 크지만, 도입 과정에서 오너나 일부 리더의 독단으로 추진되고 있어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경영자부터 실무자에 이르는 사내 TF팀이 만들어져 현황에 대한 정밀 진단부터 사업모델(BM) 진단과 방향성 재설정, 프로세스 혁신에 필요한 디지털 테크와 솔루션 검증, 관련 인력 양성과 기존 인력 쉬프트에 이르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중견기업 임원은 “오너 경영자는 효율성만 따져서 ‘왜 빨리 적용하지 않느냐’고 재촉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존 인력 중심으로 효율화를 따져야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특히 기존 데이터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며 단계적 최적화를 강조했다.


또한 “중소기업에서 C레벨 이상을 검증 없이 영입하면, 때론 기존 인력의 역량 부족과 내부 시스템 부재로 시행착오를 피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시스템으로 보완되지만, 중소기업은 경영자 1~2명의 실책이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기업 규모와 내부 역량을 감안한 외부 인사 영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 무한확장 디지털 생태계, BM 구축부터 선행돼야


2025년 주요 패션기업의 경영자 신년사를 분석해보면, 공통적으로 우선하는 것은 단연 ‘이커머스 기반의 글로벌사업 확장’이다. 디지털 생태계의 본질이 ‘Borderless Market’인 만큼 변화된 환경에 걸맞은 BM을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급망을 제대로 구축한다면 新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곧바로 한계에 직면한다. 무엇보다 성공사례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가 부족하고, 관련 적임자를 찾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부 기업에서 CBE(Cross Border E-commerce)로 가능성을 확인하지만, 원부자재 소싱에서 역외 제조까지 경험과 인프라가 절대 부족한 탓에 사이클을 이어가지 못한다.


글로벌 사업 전문가들은 “펜데믹을 거치면서 글로벌 시장 환경이 크게 바꿨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겪었던 중국사업은 제로베이스에서 세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깊이 있는 사전 조사와 설계가 중요하다. 일본 시장은 일부 브랜드들이 높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지 시장 흐름이나 우리 브랜드의 로열티와 올바른 파트너십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글로벌 사업 역시 기업별 체질에 적합한 사업모델을 먼저 구축해야 하고, 그에 적합한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 또 비슷한 고민을 가진 경영자들이 함께 고민을 풀어내는 포럼이나 해외 연수가 필요하며, 정부와 지자체 측면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브랜딩, SCM, CBT, 풀필먼트 신규 전문인력 필요



2025년 새해, 국내 패션기업은 글로벌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회 시장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다양한 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브랜딩’과 ‘SCM’ ‘CBT’ 등 관련 전문 인재들이 필요하다.


최근 일본과 중국, 유럽 시장에서 각광받는 K-패션 호감도를 지속발전 시키기 위해서는 디자인에서부터 원부자재 구성, 제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브랜딩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숫자를 위한 퍼포먼스 마케팅으로는 글로벌 소비자와 지속적인 공감대를 만들기에 한계가 있다. 또 최근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우수한 품질을 제때 공급하는 내부 시스템 구축과 On Demand SCM과 같은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외부 환경이 크게 변화된 만큼 관련 업무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제대로 양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인력을 배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고 배치하는 것도 구조조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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