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빠른 의사 결정으로 패션 비즈니스 진화시킨다”
김훈 CD가 말하는 생성AI 기반 패션 크리에이션의 미래

김훈 '칼 라거펠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헤지스' CD
‘칼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크레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글로벌 패션마켓에서 주목받는 김훈 디자이너. 아베크롬비와 갭, 랄프로렌, 타미힐피거 등 글로벌 브랜드와 LF 헤지스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쌓은 그가 최근에는 ‘디지털 패션 크리에이터’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있다.
디자이너에게 Digital Transformation(DX)은 사실 쉬운 선택은 아니다. 타고난 감성과 손맛을 중시하는 디자이너에게 디지털 테크와 IT 솔루션은 그 시작 단계부터 상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패션은 물론 모든 산업에서 DX는 피할 수 없다. 이미 소비자들이 일상으로 접하고 있는 B2C 영역에서는 DX가 시장 판도와 주역까지 바꿔버렸기 때문에, B2B 영역의 DX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 마켓에서 변화를 리드하는 패션기업들은 수요예측에서부터 디자인, 상품기획, 제조, 마케팅, 판매, 물류, 재고관리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 뼈속부터 디자이너인 김훈에게 DX는?

'칼 라거펠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면서 '헤지스' CD를 맡고 있는 김훈 디렉터
뼈 속부터 디자이너인 김훈 디렉터에게 DX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2019년 LF와 처음 인연을 시작할 때도 ‘CLO 버츄얼’을 헤지스에 도입해 3D 디자인은 물론 가상 패션쇼와 수주상담회를 시작하며 변화를 리드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생성AI를 접한 이후에는 이를 스타일 디자인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나이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50대 후반을 감안하면 그 역시 어려운 시도였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 후배 액세서리 디자이너가 시즌 프리젠테이션에 AI를 활용해서 보여줬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내가 과연 저걸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앞섰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에 곧바로 후배에게 배웠고, 디자인 생성 AI 프로그램을 내 디자인에 적용했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적 영감을 빠르게 완성시켜줘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어서 놀라웠다. 비주얼로 완성된 디자인은 팀원들과 공유하며 의견을 깊이있게 나눌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었다.”
칼 라거펠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가 있고, 파리에 작업실과 쇼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본사에 자체 샘플 개발실을 운영하기도 어렵지만, 하더라도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인건비도 너무 높아서 감히 시도하기 어렵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파리나 암스테르담에서 디자이너들이 스케치한 이후 공장이 위치한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샘플을 제작하고, 다시 본사로 보내 컨펌하고 수정하는데, 하나의 디자인을 완성하기까지 통상 2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AI는 디자이너가 스케치한 디자인을 바로 프로그램으로 돌리면 2~3일이면 실물처럼 보여주기 때문에 내부 의사결정이 매우 빨라졌다.
# AI는 원활한 커뮤케이션과 빠른 의사결정 실현
김훈 디렉터가 말하는 생성 AI의 최대 강점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빠른 의사결정으로 인한 비즈니스 활성화’였다.
“쉽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미 일상적으로 익숙한 온라인 쇼핑도 결국 사진을 통해 쉽게 판단하고 때론 공유해서 의견을 물어보며 구매를 결정한다. 우리가 디자인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스케치로만 보여주거나 작은 소재 스와치로 설명했을 때는 회사 내부에서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실물 디자인처럼 사진으로 보여줬을 때는 오해도 사라지고 판단도 쉽다. 특히 우리 회사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회장님을 비롯 머천다이저와 세일즈팀까지 참석한 회의에서 동일한 디자인을 제안하고 각자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하는데, 수정 디자인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도 곧바로 실물 같은 스타일로 볼 수 있으니 그 자리에서 ‘이거 좋다. 바로 해보자’라며 곧바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 불확실성을 줄여 의사결정을 빨리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켓에서 빨리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대응할 수 있어 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김훈 디렉터는 암스테르담, 파리, 서울을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결국 AI는 명확한 디렉션을 가진 디자이너가 있다면, 훌륭한 어시스트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AI는 아직 크리에이터는 아니며, 디자이너들의 지시에 따라 도와주는 역할이지 그 자체로 결과물을 생성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Tool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컴퓨터만 하더라도 이미 오래 전에 도입됐지만, 여전히 컴맹도 많고, 스마트폰도 사용자에 따라 천차만별로 구별된다. 도구라는 것이 주어졌지만 잘 사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AI마다 기능이 다르듯 사람마다 사용하는 자세나 스킬이 다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1로 100을 만들기도 하고, 1을 1로 만드는 사람도 있다. AI가 평준화 내지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내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대이상의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것이 기업 전체의 선택이었을 때 미래는 어떨지를 생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DX, AI와 같은 새로움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현재 하고 있는 본업을 진화시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디자이너가 직접 재봉하지는 않지만, 3D로 패턴을 이해하고 디지털 피팅을 알면 공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고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퍼스트 피팅을 디지털이 하고, 그 다음 디자이너가 수정한다면 그 만큼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연매출 6000억원, 디자이너 28명
현재 칼 라거펠트는 데코레이션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팀, 집의 구조를 만들고 실행하는 머천다이징팀, 세일즈팀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그가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팀에는 남성, 여성, 액세서리, 데님 등 4개 카테고리에 28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연간 6000억원 매출 규모와 기업 밸류 1조원을 감안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AI를 최대한 활용하며 업무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전체 디자인 영역에서 AI 활용 비중은 대략 30% 정도이다. 물론 개인별로 활용 비중은 차이가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강요하지는 않는다. 물론 나에게 AI를 소개한 액세서리 디자이너와 내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한다. 누군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적인 발전도 뒤따르게 돼 가능하면 많은 구성원들이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솔루션에 대한 소개와 교육은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도입에 필요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고 늘 ‘Try’를 권하지만, 지금 바쁘다고 하는 사람은 한 달이 지나도 늘 바쁘기만 하더라.”

AI 기반의 브랜드 콘텐츠로 제작된 '헤지스' 캠페인_ 25SS ‘FAIRY LAND’ 컬렉션
리더인 김 디렉터 입장에선 중간층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본인이 배우거나 해오던 습성이 있어서 쉽게 바꾸지 않지만, 오히려 신입 직원들은 적응이 빠르다고 한다. 실제 현지 AMFI(Amsterdam Fashion Institute)는 CLO와 같은 프로그램이 필수라서 갓 졸업한 신입들은 해당 업무에 온보딩 돼 있어 일하기가 편하다. 그들은 졸업 작품도 CLO로 작업할 만큼 적극적이고, CLO 독일지사에서도 칼 라거펠트 회사에 맞게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존 직원들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칼에서는 프린트는 대부분 DTP를 활용하는데, 이 또한 제조 과정에서 DX를 실현함으로써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환경에 대한 규제 날로 높아지는 글로벌 패션 마켓에서 DTP는 폐수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아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이를 염두에 둔다고 한다.
# 친환경은 정확한 수요예측과 최소 물류가 출발점
김훈 디렉터가 AI를 강조하는 또다른 이유는 환경적 요인이다. 패션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제조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 많은 악영향을 끼치는데, 샘플 개발 단계에서 컨펌을 위해 샘플을 주고받고,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악성재고를 양산하고, 이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AI는 디자이너가 한 작업을 실물화시키는 것을 도와주기 때문에 시간절약은 물론 굉장히 많은 웨이스트를 줄여준다. 사실 우리가 Sustainability를 추구하면서 재활용 소재나 친환경적 생산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샘플을 개발하기 위해 만드는 시간과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샘플제작비와 운송비가 엄청 소요되는데 그 프로세스가 절반 이하로 줄고,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이해하기 쉽다. 우리가 여러 언어권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랭귀지 페인(language pain)이 발생해서 영어로 보내더라도 현장에서 번역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물 사진은 언어가 달라도 의사전달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도 처음 칼을 만났을 때 그동안 작업한 디자인을 그림으로 보여줬는데, 그 자리에서 칼이 “이거 당신이 직접 그린거냐?”며 호감을 나타냈고, 그는 “나도 사실 내 생각이 많은데,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커뮤니케이션도 좋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난다”며 그림 하나로 서로의 감성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성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바로 디자인을 하고 영상까지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김훈 디렉터는 아이패드를 사용해서 스케치를 하고나서 디자인 AI를 통해 디자인을 완성시켰고, 이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또다른 의견을 받아들여 수정하고 런웨이 동영상까지 제작하는 등 그가 실제 작업하는 프로세스를 보여줬다. 실제 10여분 시간에 두 세벌의 착장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완성시켰다.
김훈 디렉터는 2019년부터 LF와 협업하고 있다. 헤지스 크리에이터 디렉터로서 크리에이션 작업은 기본이고 업무 프로세스와 글로벌 마켓과 관련된 BM 개발 등 다각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패션기업의 DX와 관련해서 그는 무엇보다 CEO의 의지와 실무자들의 마인드가 중요한데, LF는 두 가지 모두 만족스러워서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전환과 BM 혁신에 대한 김상균 대표님의 관심이 높아서 업무 수행이 원활하다. 무엇보다 실무자들이 세심하게 준비해줘서 퍼포먼스가 좋다. 새로운 솔루션을 소개했을 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경영철학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초기에도 CLO를 언급했더니, 곧바로 나를 앞세워 CLO 한국 본사를 방문해 도입했고, 클로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줘 일찍 자리 잡았다.
# AI는 디자이너 생명을 단축시킬까?
김훈 디렉터는 올 8월이면 칼 라거펠트에 입사한 지 10년이라고 한다. 그 즈음 한국을 방문했는데, 같이 공부했던 또래들은 대부분 은퇴를 고민 중이어서 새로운 도전을 잠시 주저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랄프로렌에서 안정된 자리보다는 유럽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당시 칼은 정말 조그만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전체 직원만 300명에 1조 밸류로 평가받고 있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당시 그와 같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했던 칼 라거펠트에게서 용기를 얻었고, 포기하지 않았던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10년째 '칼 라거펠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김훈 디렉터 (사진 출처: 김훈 인스타그램)
그는 지난해 AI를 접하면서 10년 만에 또 한번 도전을 맞이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두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본인 스스로가 흥미를 느끼며 과감히 실무에 도입했다고 한다.
“흔히 AI가 인간을 대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디자이너에게 AI는 일과 라이프스타일의 균형을 제공할 것이고, 보다 많은 감성과 에너지를 충전시켜 준다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도 10년 전 유럽을 선택하면서 주말에 유럽 소도시를 많이 여행할 수 있었고, 거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사무실에서 많은 노동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AI로 효율성을 높인다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
패션기업에서 가장 선행적 위치에 있는 디자이너가 AI를 활용해 효율을 높인다면, 함께 하는 MD와 제조 현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고, 결과적으로 기업은 보다 더 가치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맹목적이거나 우둔해서는 발전이 없다. 지금은 워크 하드가 아닌 Work Smart로 지름길을 가야하고, 특히 리더들은 뭘 먼저 해야할 지, 나에게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빨리 파악하고 실행해야 한다. 미련하게 열심히 해서 투자한 것에 비해 결과가 나쁘면 그 자체가 낭비가 될 수 있다. 스마트하게 일하고 남는 시간에 충전하든지, 다른 것에 투자해 과정이 보다 체계적이면 결과가 달라진다.”
# K패션, 마케팅 부족해 평가절하…대기업 역할 전환 필요
한국인이지만, 누구보다도 글로벌 마켓에 대한 통찰력이 강한 그에게 ‘K패션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 역시 늘 관심 높은 주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마케팅 부족과 관련 인프라 부족을 가장 아쉽게 생각했다.
“최근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은 매우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옷 자체가 훌륭한데 비해 마케팅이 부족해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외국은 ‘거지 깽깽이’를 가지고도 뭔가를 만들어 내는데, 우리는 있는 것도 제대로 팔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면에는 마케팅에 대한 경영자들의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외국은 마케팅을 투자로 생각하는데, 우리는 돈을 쓰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광고 담당자도 해외에선 특정 매거진에 광고를 하거나 셀럽이 입었을 때, 얼마의 가치로 돌아온다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에 대한 인프라와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글로벌 브랜드를 목표로 한다면, 인스타그램 팔로워부터 최소 100만명 이상으로 올려야 하고, 글로벌 셀렙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 라거펠트 인스타그램에는 669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도 야아경 같은 셀럽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해외에는 인디 브랜드에도 과감히 투자하는 마케팅 에이전시도 많지만, 국내는 대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탓에 신생 브랜드 성장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서 파는 데만 신경을 많이 썼던 대기업들이 생각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 시장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브랜드를 양성하거나 관련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일본은 종합상사가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고, K팝과 K드라마도 SM과 JYP, 하이브와 같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CJ와 같은 대기업의 기획력과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이미 해외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브랜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KIMHEKIM, Miss Sohee, Umber Post 같은 브랜드들은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스타일로 유럽 현지에서 인정받고 있어 K패션의 미래를 매우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시장과 결합도 강조했다. 그는 “기생충 이후 봉준호 감독에게는 해외 대형 펀드에서 앞다퉈 손을 내밀고 있다. 마찬가지로 패션도 글로벌 마켓에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스타플레이어를 만드는 매니지먼트사가 나와야 하고, 이후 글로벌 금융자본과 결합도 이뤄져야 한다”며 K패션을 성장시키기 위한 매니지먼트 기업의 역할과 자본시장과 연계를 특히 강조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AI, 빠른 의사 결정으로 패션 비즈니스 진화시킨다”
김훈 '칼 라거펠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헤지스' CD
‘칼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크레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글로벌 패션마켓에서 주목받는 김훈 디자이너. 아베크롬비와 갭, 랄프로렌, 타미힐피거 등 글로벌 브랜드와 LF 헤지스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쌓은 그가 최근에는 ‘디지털 패션 크리에이터’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있다.
디자이너에게 Digital Transformation(DX)은 사실 쉬운 선택은 아니다. 타고난 감성과 손맛을 중시하는 디자이너에게 디지털 테크와 IT 솔루션은 그 시작 단계부터 상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패션은 물론 모든 산업에서 DX는 피할 수 없다. 이미 소비자들이 일상으로 접하고 있는 B2C 영역에서는 DX가 시장 판도와 주역까지 바꿔버렸기 때문에, B2B 영역의 DX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 마켓에서 변화를 리드하는 패션기업들은 수요예측에서부터 디자인, 상품기획, 제조, 마케팅, 판매, 물류, 재고관리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 뼈속부터 디자이너인 김훈에게 DX는?
'칼 라거펠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면서 '헤지스' CD를 맡고 있는 김훈 디렉터
뼈 속부터 디자이너인 김훈 디렉터에게 DX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2019년 LF와 처음 인연을 시작할 때도 ‘CLO 버츄얼’을 헤지스에 도입해 3D 디자인은 물론 가상 패션쇼와 수주상담회를 시작하며 변화를 리드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생성AI를 접한 이후에는 이를 스타일 디자인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나이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50대 후반을 감안하면 그 역시 어려운 시도였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 후배 액세서리 디자이너가 시즌 프리젠테이션에 AI를 활용해서 보여줬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내가 과연 저걸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앞섰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에 곧바로 후배에게 배웠고, 디자인 생성 AI 프로그램을 내 디자인에 적용했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적 영감을 빠르게 완성시켜줘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어서 놀라웠다. 비주얼로 완성된 디자인은 팀원들과 공유하며 의견을 깊이있게 나눌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었다.”
칼 라거펠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가 있고, 파리에 작업실과 쇼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본사에 자체 샘플 개발실을 운영하기도 어렵지만, 하더라도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인건비도 너무 높아서 감히 시도하기 어렵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파리나 암스테르담에서 디자이너들이 스케치한 이후 공장이 위치한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샘플을 제작하고, 다시 본사로 보내 컨펌하고 수정하는데, 하나의 디자인을 완성하기까지 통상 2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AI는 디자이너가 스케치한 디자인을 바로 프로그램으로 돌리면 2~3일이면 실물처럼 보여주기 때문에 내부 의사결정이 매우 빨라졌다.
# AI는 원활한 커뮤케이션과 빠른 의사결정 실현
김훈 디렉터가 말하는 생성 AI의 최대 강점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빠른 의사결정으로 인한 비즈니스 활성화’였다.
“쉽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미 일상적으로 익숙한 온라인 쇼핑도 결국 사진을 통해 쉽게 판단하고 때론 공유해서 의견을 물어보며 구매를 결정한다. 우리가 디자인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스케치로만 보여주거나 작은 소재 스와치로 설명했을 때는 회사 내부에서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실물 디자인처럼 사진으로 보여줬을 때는 오해도 사라지고 판단도 쉽다. 특히 우리 회사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회장님을 비롯 머천다이저와 세일즈팀까지 참석한 회의에서 동일한 디자인을 제안하고 각자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하는데, 수정 디자인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도 곧바로 실물 같은 스타일로 볼 수 있으니 그 자리에서 ‘이거 좋다. 바로 해보자’라며 곧바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 불확실성을 줄여 의사결정을 빨리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켓에서 빨리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대응할 수 있어 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김훈 디렉터는 암스테르담, 파리, 서울을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결국 AI는 명확한 디렉션을 가진 디자이너가 있다면, 훌륭한 어시스트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AI는 아직 크리에이터는 아니며, 디자이너들의 지시에 따라 도와주는 역할이지 그 자체로 결과물을 생성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Tool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컴퓨터만 하더라도 이미 오래 전에 도입됐지만, 여전히 컴맹도 많고, 스마트폰도 사용자에 따라 천차만별로 구별된다. 도구라는 것이 주어졌지만 잘 사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AI마다 기능이 다르듯 사람마다 사용하는 자세나 스킬이 다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1로 100을 만들기도 하고, 1을 1로 만드는 사람도 있다. AI가 평준화 내지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내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대이상의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것이 기업 전체의 선택이었을 때 미래는 어떨지를 생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DX, AI와 같은 새로움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현재 하고 있는 본업을 진화시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디자이너가 직접 재봉하지는 않지만, 3D로 패턴을 이해하고 디지털 피팅을 알면 공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고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퍼스트 피팅을 디지털이 하고, 그 다음 디자이너가 수정한다면 그 만큼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연매출 6000억원, 디자이너 28명
현재 칼 라거펠트는 데코레이션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팀, 집의 구조를 만들고 실행하는 머천다이징팀, 세일즈팀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그가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팀에는 남성, 여성, 액세서리, 데님 등 4개 카테고리에 28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연간 6000억원 매출 규모와 기업 밸류 1조원을 감안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AI를 최대한 활용하며 업무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전체 디자인 영역에서 AI 활용 비중은 대략 30% 정도이다. 물론 개인별로 활용 비중은 차이가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강요하지는 않는다. 물론 나에게 AI를 소개한 액세서리 디자이너와 내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한다. 누군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적인 발전도 뒤따르게 돼 가능하면 많은 구성원들이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솔루션에 대한 소개와 교육은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도입에 필요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고 늘 ‘Try’를 권하지만, 지금 바쁘다고 하는 사람은 한 달이 지나도 늘 바쁘기만 하더라.”
AI 기반의 브랜드 콘텐츠로 제작된 '헤지스' 캠페인_ 25SS ‘FAIRY LAND’ 컬렉션
리더인 김 디렉터 입장에선 중간층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본인이 배우거나 해오던 습성이 있어서 쉽게 바꾸지 않지만, 오히려 신입 직원들은 적응이 빠르다고 한다. 실제 현지 AMFI(Amsterdam Fashion Institute)는 CLO와 같은 프로그램이 필수라서 갓 졸업한 신입들은 해당 업무에 온보딩 돼 있어 일하기가 편하다. 그들은 졸업 작품도 CLO로 작업할 만큼 적극적이고, CLO 독일지사에서도 칼 라거펠트 회사에 맞게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존 직원들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칼에서는 프린트는 대부분 DTP를 활용하는데, 이 또한 제조 과정에서 DX를 실현함으로써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환경에 대한 규제 날로 높아지는 글로벌 패션 마켓에서 DTP는 폐수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아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이를 염두에 둔다고 한다.
# 친환경은 정확한 수요예측과 최소 물류가 출발점
김훈 디렉터가 AI를 강조하는 또다른 이유는 환경적 요인이다. 패션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제조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 많은 악영향을 끼치는데, 샘플 개발 단계에서 컨펌을 위해 샘플을 주고받고,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악성재고를 양산하고, 이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AI는 디자이너가 한 작업을 실물화시키는 것을 도와주기 때문에 시간절약은 물론 굉장히 많은 웨이스트를 줄여준다. 사실 우리가 Sustainability를 추구하면서 재활용 소재나 친환경적 생산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샘플을 개발하기 위해 만드는 시간과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샘플제작비와 운송비가 엄청 소요되는데 그 프로세스가 절반 이하로 줄고,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이해하기 쉽다. 우리가 여러 언어권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랭귀지 페인(language pain)이 발생해서 영어로 보내더라도 현장에서 번역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물 사진은 언어가 달라도 의사전달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도 처음 칼을 만났을 때 그동안 작업한 디자인을 그림으로 보여줬는데, 그 자리에서 칼이 “이거 당신이 직접 그린거냐?”며 호감을 나타냈고, 그는 “나도 사실 내 생각이 많은데,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커뮤니케이션도 좋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난다”며 그림 하나로 서로의 감성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성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바로 디자인을 하고 영상까지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김훈 디렉터는 아이패드를 사용해서 스케치를 하고나서 디자인 AI를 통해 디자인을 완성시켰고, 이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또다른 의견을 받아들여 수정하고 런웨이 동영상까지 제작하는 등 그가 실제 작업하는 프로세스를 보여줬다. 실제 10여분 시간에 두 세벌의 착장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완성시켰다.
김훈 디렉터는 2019년부터 LF와 협업하고 있다. 헤지스 크리에이터 디렉터로서 크리에이션 작업은 기본이고 업무 프로세스와 글로벌 마켓과 관련된 BM 개발 등 다각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패션기업의 DX와 관련해서 그는 무엇보다 CEO의 의지와 실무자들의 마인드가 중요한데, LF는 두 가지 모두 만족스러워서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전환과 BM 혁신에 대한 김상균 대표님의 관심이 높아서 업무 수행이 원활하다. 무엇보다 실무자들이 세심하게 준비해줘서 퍼포먼스가 좋다. 새로운 솔루션을 소개했을 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경영철학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초기에도 CLO를 언급했더니, 곧바로 나를 앞세워 CLO 한국 본사를 방문해 도입했고, 클로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줘 일찍 자리 잡았다.
# AI는 디자이너 생명을 단축시킬까?
김훈 디렉터는 올 8월이면 칼 라거펠트에 입사한 지 10년이라고 한다. 그 즈음 한국을 방문했는데, 같이 공부했던 또래들은 대부분 은퇴를 고민 중이어서 새로운 도전을 잠시 주저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랄프로렌에서 안정된 자리보다는 유럽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당시 칼은 정말 조그만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전체 직원만 300명에 1조 밸류로 평가받고 있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당시 그와 같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했던 칼 라거펠트에게서 용기를 얻었고, 포기하지 않았던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10년째 '칼 라거펠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김훈 디렉터 (사진 출처: 김훈 인스타그램)
그는 지난해 AI를 접하면서 10년 만에 또 한번 도전을 맞이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두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본인 스스로가 흥미를 느끼며 과감히 실무에 도입했다고 한다.
“흔히 AI가 인간을 대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디자이너에게 AI는 일과 라이프스타일의 균형을 제공할 것이고, 보다 많은 감성과 에너지를 충전시켜 준다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도 10년 전 유럽을 선택하면서 주말에 유럽 소도시를 많이 여행할 수 있었고, 거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사무실에서 많은 노동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AI로 효율성을 높인다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
패션기업에서 가장 선행적 위치에 있는 디자이너가 AI를 활용해 효율을 높인다면, 함께 하는 MD와 제조 현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고, 결과적으로 기업은 보다 더 가치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맹목적이거나 우둔해서는 발전이 없다. 지금은 워크 하드가 아닌 Work Smart로 지름길을 가야하고, 특히 리더들은 뭘 먼저 해야할 지, 나에게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빨리 파악하고 실행해야 한다. 미련하게 열심히 해서 투자한 것에 비해 결과가 나쁘면 그 자체가 낭비가 될 수 있다. 스마트하게 일하고 남는 시간에 충전하든지, 다른 것에 투자해 과정이 보다 체계적이면 결과가 달라진다.”
# K패션, 마케팅 부족해 평가절하…대기업 역할 전환 필요
한국인이지만, 누구보다도 글로벌 마켓에 대한 통찰력이 강한 그에게 ‘K패션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 역시 늘 관심 높은 주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마케팅 부족과 관련 인프라 부족을 가장 아쉽게 생각했다.
“최근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은 매우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옷 자체가 훌륭한데 비해 마케팅이 부족해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외국은 ‘거지 깽깽이’를 가지고도 뭔가를 만들어 내는데, 우리는 있는 것도 제대로 팔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면에는 마케팅에 대한 경영자들의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외국은 마케팅을 투자로 생각하는데, 우리는 돈을 쓰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광고 담당자도 해외에선 특정 매거진에 광고를 하거나 셀럽이 입었을 때, 얼마의 가치로 돌아온다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에 대한 인프라와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글로벌 브랜드를 목표로 한다면, 인스타그램 팔로워부터 최소 100만명 이상으로 올려야 하고, 글로벌 셀렙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 라거펠트 인스타그램에는 669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도 야아경 같은 셀럽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해외에는 인디 브랜드에도 과감히 투자하는 마케팅 에이전시도 많지만, 국내는 대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탓에 신생 브랜드 성장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서 파는 데만 신경을 많이 썼던 대기업들이 생각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 시장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브랜드를 양성하거나 관련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일본은 종합상사가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고, K팝과 K드라마도 SM과 JYP, 하이브와 같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CJ와 같은 대기업의 기획력과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이미 해외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브랜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KIMHEKIM, Miss Sohee, Umber Post 같은 브랜드들은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스타일로 유럽 현지에서 인정받고 있어 K패션의 미래를 매우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시장과 결합도 강조했다. 그는 “기생충 이후 봉준호 감독에게는 해외 대형 펀드에서 앞다퉈 손을 내밀고 있다. 마찬가지로 패션도 글로벌 마켓에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스타플레이어를 만드는 매니지먼트사가 나와야 하고, 이후 글로벌 금융자본과 결합도 이뤄져야 한다”며 K패션을 성장시키기 위한 매니지먼트 기업의 역할과 자본시장과 연계를 특히 강조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