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유니클로·무탠다드도 비싸, 우린 고객감동 위해 끝없이 상상한다"

정인기
2025-04-27

"유니클로·무탠다드도 비싸, 우린 고객감동 위해 끝없이 상상한다"

좋은 제품으로 대리점 경쟁력 높이는 것이 본사 역할

제조원가 50%, 대리점 35%, 본사 15%로 소비자에 충성


방교환 트레이딩포스트 대표 


‘남자들의 다이소’란 애칭으로 최근 패션업계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브랜드 ‘워크업(workup)’.

‘워크업’을 경영하고 있는 방교환 트레이딩포스트 대표를 성수동에서 만났다. 그와 함께 연무장길을 걸으며 무신사스탠다드와 뉴뉴(nyunyu) 등 몇몇 매장을 함께 시장조사를 하며 최근 패션업계 변화와 그와 관련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워크업’은 고릴라캠핑으로 유명한 트레이딩포스트가 지난해 2월말 포천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파죽지세로 최근 100호점을 돌파했다. 워크업은 오프라인 유통을 고집하고 있고, 포천점 외 노면상권은 모두 프랜차이즈로 운영하고 있다.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워크업'의 방교환 대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기업은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질적, 양적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최근 요식업계 이슈에서도 알 수 있듯 대부분 프랜차이즈는 어떻게든 이윤을 더 남길까를 고민한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심지어 점주와 함께 제조 공장을 함께 다니며 생산원가를 모두 오픈한다.”


방 대표는 이 같은 신조를 ‘고릴라캠핑’ 때부터 지켜왔다. 제조 원가를 모두 오픈함으로써 판매자들과 신뢰를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지만, 소비자를 가장 잘 아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품질과 가격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즉, 소비자들의 눈높이에서 제품을 선택하고, 가장 좋은 제품을 공급해 대리점 경쟁력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본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점장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상상한다고 한다.


“사실 그들의 요구가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고, 짜치게(성가시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제품들이 고객들과 관계에선 중요하다. 100원짜리, 1000원짜리가 만원짜리 10만원짜리로 연결된다. 그래서 고객을 잘 아는 점장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목공펜과 같은 소품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 불필요한 거품 빼면 2배수도 충분해


워크업 아웃도어 아울렛 성수점

‘워크업’은 제조 원가의 2배수로 승부한다. 판매가의 50%는 제조원가, 35%는 대리점 마진, 나머지 15%가 본사 마진율이다. 통상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5배 이상으로 판매가를 책정하는 업계 관행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런 구조 덕분에 ‘무신사스탠다드’와 ‘뉴뉴(nyunyu)’ 등 가성비 높은 브랜드에 비해서도 1/3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다. 실제 매장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소로나(sorona) 티셔츠도 2장에 9900원, 기능성 바람막이 점퍼도 2만원 초반에 판매하고 있다.


'워크업'은 의류부터 신발, 가방, 공구까지 워커맨을 위한 모든 것을 제안한다.

“티셔츠, 조끼, 카고팬츠 등 반드시 필요한 특정 아이템에 집중했고, 그 아이템을 가장 잘 만드는 공장을 찾아 협력 관계를 만들었다. 우리는 파트너와 상담할 때 ‘얼마에 팔고 싶다’를 먼저 정한다. 판매가격이 정해지면 공급가는 자동으로 정해지는데, 이를 맞추기 위해 파트너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워크업’은 초도 상품 발주는 기본 1만장부터 시작하고, 제품 입고하면 익일 오전에 결제함으로써 파트너십을 쌓고 있다. 조끼 같은 기획 상품을 제조하는 파트너는 고릴라캠핑 때부터 거래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베트남에서 이미 4개 공장을 가동해 연간 20~30만장, 동일한 아이템을 제조하고 있다.


‘워크업’ 경쟁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명화학 계열사들의 긴밀한 협력도 한몫 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브랜즈(디오디), 큐앤비인터내셔날(볼컴 워크웨어), WWB(볼텍), 레시피그룹(HUF) 등 대명화학 계열사에서 기업별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공급함으로써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한다.

대명화학 계열사들의 워크웨어 브랜드 '볼컴 워크웨어(좌)'와 '볼텍 워크앤라이프(우)'

# 상품기획에 대한 패러다임과 구성원 역할도 혁신


현재 ‘워크업’에는 방 대표를 중심으로 상품 디렉터와 MD 2명, 영업기획 1명이 상품 개발과 소싱을 책임지고 있다. 디자이너는 별도로 없고, 전체적인 상품 정체성만 전달하면 협력업체가 개발과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캐주얼과 아웃도어스포츠가 일상화됐기 때문에 워크웨어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난한 디자인의 일상복이지만, ‘워크업’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트렌드를 한 스푼 더한다는 것이 디자인 방향이다. 너무 과하면 유행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워크업’과는 맞지 않는다. 매년 판매하는 스테디셀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재고 리스크도 높지 않은 것이 ‘워크업’의 강점이기도 하다.”

'워크업'의 공구존

이런 배경에서 ‘워크업’은 최소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입고된 상품의 분류 작업을 담당하는 132㎡ 규모의 포천 본사 창고와 2,640㎡ 규모의 이천 3자 물류센터가 전부이며, 일부 위탁사입 물품은 협력업체에서 매장으로 바로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제품은 본사 보유 재고가 아예 없는 것도 있다.


‘워크업’은 현재 30~40개 매장과 오픈 시기를 조율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200호점을 계획하고 있다. 매장 개설 문의는 줄을 잇고 있지만, 상권과 기존 점포를 최대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 불필요한 거품을 최대한 줄여 소비자를 감동시키겠다는 방교환 대표의 철학과 대명화학 오너의 과감한 후원이 더해져 게임 체인저로서 워크업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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