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DX] 패션 공급망 DX와 생태적 지위

정인기
2025-06-23

패션 공급망 DX와 생태적 지위

# 패션DX, AI·DTG 등 디지털 자원 활용한 프로세스 혁신

# 소비자 원하는 시점에 최적 공급하는 생태적 지위 갖춰야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


# 오프라인 시대 패션은 고객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고객들이 특정 백화점과 상권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비싼 판매수수료와 상가 임대료, 인테리어비, 판매관리비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 유통 비용이 상승하면서 패션기업들은 제조 원가를 줄이기 위해 90년대부터 중국과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더욱이 패스트 패션 영향으로 대량생산이 미덕으로 자리잡았고, 트렌드와 브랜드별 정체성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

#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커머스가 활발해졌고, 무신사와 W컨셉 같은 플랫폼에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메이저 글로벌 플랫폼까지 CBE(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고객을 만나는 비용도 낮아지고 선택폭도 넓어졌다. 즉, B2C 영역에서 게임 룰이 바뀌었다.

# 이제 소비자들은 필요하지도 않는 상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기 보다는 고도의 정보력과 명확한 취향을 기반으로 공감되는 콘텐츠를 선별 구매하고 있다.

# DX 기반 패션기업은 고객 데이터분석에서부터 디자인 개발, 수요량 예측, 시장 수요량에 따라 적시에 필요량을 공급할 수 있는 Accurate Production System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생태적 지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세실업 베트남 공장의 자체 개발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HAMS'

# 이미 판도가 바뀐 B2C, 지금은 ‘공급망 DX 시대’


대부분 패션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제품을 더 저렴하게 만들어 더 많이 판매할까?”를 고민한다. 그러나 이커머스가 마켓 흐름을 주도하고, 코로나와 이상기후 등 환경적 변수가 개인의 일상은 물론 사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면서 기존 패러다임은 확연히 변화했다.


소비자들은 정돈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난 초기에는 기준이 모호했지만, 자의타의로 선별력이 높아지면서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취향이 명확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패션 상품 소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패션기업들의 내부 시스템과 프로세스도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판매가 아닌, 정확한 시장 수요예측에서부터 디자인, 샘플개발, 제조와 공급, 재고 및 고객관리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에서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은 소비자를 만나는 비용이 줄어든 만큼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공급망(밸류체인)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실행하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한다.


중견 패션기업 경영자는 “각종 뉴스와 리포트에서 연일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상품기획과 반응생산과 스마트 팩토리, 풀필먼트 등 DX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데, 어떻게 어디에서부터 도입해야 할지 막연하다. 디자인실에서는 여전히 6개월 단위로 기획하고, 얼마나 싸게 만드느냐가 협력업체 선택 기준”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혁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바닥경기에서 악성재고는 쌓이고 이익은 마이너스를 거듭하자 경영자들부터 밸류체인 DX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 출발은 빅데이터 분석부터, DTP 반응생산은 현실적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 이하 섬산련)가 개최한 ‘데이터·AI 기반 트렌드 세미나’에는 500여명의 신청자가 몰릴 만큼 관심이 높았다. 참석자들은 빅데이터·AI 기반으로 트렌드 예측에 관심이 높았으며, 이미 상품기획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참석자들도 많아 보다 진화된 실행 방안에 대한 주문도 커졌다.


코닛디지털과 디토의 SFF 컨퍼런스


이에 앞서 지난 4월 29일 섬유센터에서 개최된 ‘반응생산’ 관련 스마트패션포럼(SFF)에도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 날 행사는 ‘패션산업 공급망 혁신을 위한 디지털 프린팅 컨퍼런스(코닛디지털·디토앤디토 공동 주최)’를 테마로 개최됐으며, 김문환 하이드어웨이(라이프워크) 대표와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 등 패션기업 경영자는 물론 국내 최대 DTP 제조기업인 팅크솔루션 등 브랜드에서 DTP 제조기업까지 관련 기업 경영자들이 참석해 컨퍼런스와 1:1 상담을 가지며 니어쇼어링(Near-Shoring)과 온쇼어링(On-Shoring) 등에 대해 구체적인 협업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김문환 하이드어웨이 대표는 “라이프워크는 그래픽이 강한 티셔츠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DTP를 활용해 우수한 품질관리는 물론 필요한 재고를 적시에 공급받는 소싱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며 반응생산 중심의 공급망 혁신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나타냈다.  


관련 전문가들도 밸류체인 혁신이 패션산업 경쟁력은 물론 지속가능성 향상에서도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한 소싱 전문가는 “이커머스의 고도 성장과 더불어 SCM 혁신은 패션산업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고, 산업의 지속가능성까지 가늠하게 될 것이다. 이는 Re-Shoring과 Near-Shoring을 거쳐 On-Shoring으로 이어질 것이며, 패션기업이 내부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디지털 테크와 IT 솔루션을 어떻게 내재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지속가능성은 생태적 지위에서 출발


이커머스에서 촉발된 디지털 생태계는 ‘Borderless’ 기반의 무한경쟁을 의미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미 활성화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ross Border E-commerce; CBE) 플랫폼을 활용해 전세계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시대를 의미한다. 무한경쟁 시대, 정보력이 뛰어나고 취향이 분명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브랜드 또한 탁월함을 갖추야 한다.


그렇다면 CBE 시대, 브랜드가 갖춰야 할 콘텐츠 경쟁력은 무엇일까? 패션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완성도(재료, 품질)는 가장 기본이며,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철학과 스토리가 뒷받침될 때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김연희 BCG 대표파트너는 지난해 한국패션협회 포럼에서 “K뷰티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근원에는 본질 가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조선미녀’처럼 전통 한방 원료와 현대적 원료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본질적 가치를 확보했으며, 또 미국의 MZ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틱톡을 중점으로 공감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며 본질과 공감 마케팅을 강조했다.

즉,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콘텐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친환경 마케팅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적인 콘텐츠 개발로 생태적 지위를 차지한 '마르디 메크르디'


김묘환 CMG 대표는 “패스트패션 시대 패션은 코모디티(commodity) 산업으로 치부돼 잠재적 쓰레기 산업으로까지 치부됐다. 최근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Z세대는 패션을 통한 자기 주장도 분명하고,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같은 브랜드를 추구하고, 만들어지는 과정과 유통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본인들이 신뢰할 수 있으면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자발적 소통에 의해 확산되는 Meme+ing이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소비자가 자의적으로 소통하는 생태적 지위를 가진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패션산업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패션기업 또한 디지털 자원을 활용한 스마트 솔루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스마트 솔루션은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담긴 콘텐츠가 될 것이고,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을 공급자가 적시에 정량을 만들어 내는 Accurate Production System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면서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패션이 생태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소싱경쟁력 갖춘 제조기업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는 “최근 K컬쳐에 힘입어 뷰티에 이어 패션도 일본과 중국, 대만, 태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물론 유럽과 미주시장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브랜드 정체성과 사전 마케팅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무엇보다 공급망 부문에서 경쟁력 갖춘 제조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여전히 국내 판매가 대비 40~50% 수준의 홀세일가격이나 제조원가 대비 3~4배수 수준의 공급 경쟁력으로는 글로벌 사업에 한계가 많다”며 공급망 혁신과 글로벌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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