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중국 ‘스피드 제조’ 진화… 하루 샘플, 1주일 리오더

정인기 에디터
2025-07-24

중국 ‘스피드 제조’ 진화… 하루 샘플, 1주일 리오더

디샹케니, 패션시장 맞춤형 ‘반응생산’ 앞세워 거래 확대

이커머스 환경 변화에 대응한 소량 다품종·초단납기 생산 체제로


스마트팩토리 구축으로 제조 디지털혁신을 이룬 디샹케니


샘플 하루 배송, 리오더 일주일 납품. 중국 제조업이 이커머스 시대에 맞춰 속도와 유연성을 갖춘 ‘반응생산’ 체제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 위치한 디샹케니(Dishang Kenny)는 대표적인 반응생산 기반의 의류 제조업체다.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패션기업들과 20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초기 생산과 리오더까지 전 과정이 빠르고 유연하게 이뤄지는 것이 강점이다. 서울에 본사를 둔 중견 여성복 A사는 디샹케니에 매 시즌 10여 개 스타일을 생산 의뢰하고 있다. 원피스, 재킷, 팬츠부터 티셔츠, 패딩, 핸드메이드 코트까지 아이템도 다양하다.


디샹그룹 본사


A사는 작업지시서를 통해 정식으로 샘플을 요청하지만 급할 경우에는 사진 한 장이나 기존 샘플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경우 단 하루 만에 샘플 실물이 서울 본사에 도착한다. 통상 초도 생산은 1000장 내외이며, 발주 후 15~25일 이내 입고된다. 원단이 확보된 상태라면 일주일 안에도 리오더가 가능하다.


# 디샹케니, 디지털 제조 혁신의 리더로 시장 선도


디샹케니는 중국 최대 의류기업 중 하나인 디샹(DISHANG) 그룹의 자회사로, 1996년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웨이하이 본사 외에도 다롄, 안후이 등지에 위치한 그룹 공장을 유기적으로 활용해 탄탄한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다. 약 1000명의 직영 인력을 보유한 자체 공장을 통해 주문량과 시기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GAP 품평회


특히 이 회사는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맞춰 ‘반응생산’에 특화된 시스템을 갖췄다. 시즌 단위의 대량 오더보다는 소비 반응에 따라 2~4주 단위로 소량 반복 생산이 가능해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모르간, CJ온스타일 PB, 탑텐, 올젠, 지오지아, 무신사스탠다드 등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브랜드들과의 협업이 활발하다.


케빈 송 디샹케니 대표는 “23区, 피닉스 등 일본 여성복과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를 중심으로 초도 생산 1000장 안팎의 주문이 많다.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2~3주 간격으로 추가 발주하는 사례가 많고, 원단만 준비돼 있으면 1주일 안에 납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디샹 소재 라이브러리


디샹의 또 다른 강점은 소재 경쟁력이다. 웨이하이 본사에 마련된 소재 쇼룸은 도서관을 연상케 할 정도로 방대한 스와치가 구비돼 있으며, QR 스캔으로 실시간 DB 확인이 가능하다. 어떤 브랜드에 언제 사용됐는지, 물성과 가격은 얼마인지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은 유럽, 일본 바이어들이 2~3일씩 체류하며 샘플을 제작하고 바로 발주까지 진행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디지털 대응력도 빠르다. 최근에는 3D 기반 가상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해 실제 실물 없이도 샘플 제작과 검수가 가능하다. 한국 기업들이 경쟁사 제품 사진이나 잡지 이미지만으로 샘플을 요청해도 24시간 이내에 실물을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자리 잡았다.

디토 본사에 방문한 케니 송 디샹케니 대표(좌)와 디샹 거래 브랜드(우)


# 옌타이웜쥔, 한국 스트리트 캐주얼과 협력


산둥성 옌타이에 위치한 옌타이웜쥔복장은 한국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과 협업 중이다. 세터, 널디, 안티소셜소셜클럽 등 주요 스트리트 브랜드뿐 아니라 우븐 패치 티셔츠 등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까지 생산하고 있다. 환편니트(다이마루) 편직부터 DTP 가공까지 원스톱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특히 옌타이웜쥔은 300장 안팎의 소량 초도생산도 가능하며, 2~3주 간격의 리오더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반팔 티셔츠 기준 완제품 납품가는 3~4달러 수준으로, 국내 소비자가 대비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제이밸류트레이딩(대표 장현자)과 협업을 통해 국내 브랜드와의 거래를 지속 확대 중이다.


DTP를 베이스로 한 옌타이웜쥔의 원스톱 생산 시스템


장현자 대표는 “옌타이와 웨이하이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생산설비의 자동화 수준도 높다”며 “디자이너 브랜드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가 빠르게 볼륨화를 추진하는 데 적합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디샹케니와 옌타이웜쥔은 오는 9월 25~26일 서울 DDP에서 열리는 ‘2025 설텍’에 참가해 국내 패션기업들과 수주 상담회를 열 계획이다. 디샹케니는 이보다 앞서 9월 파리에서 개최되는 프리미에르 비죵에도 참가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디샹케니 케빈 대표는 지난 7월 중순 서울을 방문해 여러 패션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반응형 생산과 디지털 설계를 무기로 삼아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빠르게, 적게, 다양하게’라는 변화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패션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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