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블랙홀 시대, ‘3~5배 마크업’ 통하지 않는다
코스트코·다이소·쿠팡, 원가율 70~80%로 승부, 패션산업 질서 파괴

◆ 다이소는 지금 집업 점퍼와 베스트, 팬츠 등 플리스 소재 제품 3종을 모두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의 원가는 중국 FOB 기준 2.5달러. 물류비와 부가세를 더하면(무관세) 최종 납품가는 4000원. 판매가 대비 원가율이 80%인 셈이다. 다이소는 이 제품을 총 40만장 생산했는데, 올해는 최소 50만장으로 늘릴 예정이다.
◆ 쿠팡이 현재 2만7000원에 판매 중인 패딩팬츠(멜빵)의 납품원가는 부가세 포함 1만6000원. 원가율은 약 60% 수준.
◆ 최근 기세를 올리고 있는 워크업은 소비자 판매가의 50%를 원가율로 책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부 디자인실은 없고, 거래처가 경쟁력 있는 샘플을 개발해 오면 납품가와 수량만 결정해 진행하고 있다.
◆ 무신사스탠다드는 최근 전략 아이템에 대해서는 원가율을 45%에 맞춰 시장경쟁률을 높이고 있다.

다이소 의류 라인이 초저가 제품으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패션산업의 전통적 수익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과거 브랜드 기업들은 통상 제품 원가의 3~5배 수준으로 판매가를 책정했다. 원단·봉제비를 포함한 제조원가에 물류·유통·마케팅·인건비를 더해도 일정 수준의 마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 ‘3~5배수 구조’는 유통 플랫폼의 공격적 PB(Private Brand) 전략 앞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디토앤디토 산업리서치팀이 주요 유통 플랫폼의 패션 PB 제품(라운드티, 조거팬츠, 경량패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원가율은 58~72%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격의 절반 이상이 원가라는 뜻이다. 이는 패션 브랜드의 통상 원가율(20~33%)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플랫폼별로 보면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니처(Kirkland Signature)’는 약 70%대 원가율로 운영된다. 회원제 기반의 초저마진 구조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최근 코스트코에서 매입하는 국내 패션 브랜드도 매입가격이 통상 80% 안팎이다. 다이소 역시 초저가·초회전 모델로 평균 원가율이 70% 전후에 달한다. 이마트 DAIZ, GS25 등도 PB를 전면에 내세워 원가율 60% 안팎, 합리적 품질의 ‘베이직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D2C(직접판매) 모델을 통해 원가율 45% 수준에서 품질과 디자인을 병행하며 플랫폼 내 수익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소비자는 이제 ‘브랜드 가격’이 아니라 ‘플랫폼 가격’을 기준으로 시장을 인식한다. 유통사가 ‘가격의 기준’을 바꿔버린 것이다.

# 유통은 마진을 버리고, 패션은 생존을 버티는 구조
문제는 단순히 가격 경쟁이 아니다. 유통 플랫폼은 마진을 희생하더라도 트래픽과 재구매를 확보할 수 있다. PB는 손익보다 ‘고객 체류 시간’과 ‘구매 빈도’를 높이는 도구로 작동한다. 반면, 패션 기업은 여전히 기획–생산–유통의 분절 구조 속에서 원가를 낮추기도, 속도를 높이기도 어렵다. 즉, 유통은 데이터를, 패션은 재고를 쌓고 있다.
AI 예측 기반의 반응형 공급망을 구축한 유통 플랫폼이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때, 대다수 패션기업은 여전히 90~120일의 리드타임에 묶여 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는 PB보다 30~50% 비싼 가격을 유지해야만 손익을 맞출 수 있고, 소비자는 그 가격을 더 이상 납득하지 않는다.
이 ‘공급망 비대칭’이야말로 최근 한국 패션산업의 근본적 위기다.
# 공급망을 짧게, 협업을 깊게… 생존의 조건

유통 플랫폼별 패션 PB 원가율 비교 (2025년 특정 아이템 기준)
이제 패션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디자인보다 공급망을 먼저 재설계해야 한다. AI나 PLM(제품수명관리)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 반응성이다.
중국 디샹(Dishang) 그룹은 그 대표적 모델이다. 디자인 개발, 샘플 제작, 생산·리오더를 1~2주 내에 완료하는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브랜드들의 ‘리액티브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기획과 생산이 거의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다. 한국 패션기업이 이런 기업과 협력하지 못하면, ‘빠른 기획–느린 납품’이라는 고질적 병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내부 프로세스의 혁신도 절실하다. 발주·승인·결제까지 이어지는 ‘갑질형 관료 구조’가 지속되는 한, 시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패션은 미학의 산업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속도의 산업’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 가격의 시대를 넘어, 공급망의 시대로
결국 패션기업의 생존 전략은 명확하다. 유통사와 경쟁하기보다 ‘공급망 혁신을 통한 협력’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플랫폼과 PB가 낮춘 가격의 기준선 위에서, 브랜드는 감성·창의성·즉응성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3~5배수 마크업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브랜드의 경쟁력은 리드타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그리고 사람 중심의 협업 문화에서 결정된다.
“누가 더 빠르고 똑똑하게 만들고, 더 진정성 있게 연결하느냐”가 패션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PB 블랙홀 시대, ‘3~5배 마크업’ 통하지 않는다
◆ 다이소는 지금 집업 점퍼와 베스트, 팬츠 등 플리스 소재 제품 3종을 모두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의 원가는 중국 FOB 기준 2.5달러. 물류비와 부가세를 더하면(무관세) 최종 납품가는 4000원. 판매가 대비 원가율이 80%인 셈이다. 다이소는 이 제품을 총 40만장 생산했는데, 올해는 최소 50만장으로 늘릴 예정이다.
◆ 쿠팡이 현재 2만7000원에 판매 중인 패딩팬츠(멜빵)의 납품원가는 부가세 포함 1만6000원. 원가율은 약 60% 수준.
◆ 최근 기세를 올리고 있는 워크업은 소비자 판매가의 50%를 원가율로 책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부 디자인실은 없고, 거래처가 경쟁력 있는 샘플을 개발해 오면 납품가와 수량만 결정해 진행하고 있다.
◆ 무신사스탠다드는 최근 전략 아이템에 대해서는 원가율을 45%에 맞춰 시장경쟁률을 높이고 있다.
다이소 의류 라인이 초저가 제품으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패션산업의 전통적 수익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과거 브랜드 기업들은 통상 제품 원가의 3~5배 수준으로 판매가를 책정했다. 원단·봉제비를 포함한 제조원가에 물류·유통·마케팅·인건비를 더해도 일정 수준의 마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 ‘3~5배수 구조’는 유통 플랫폼의 공격적 PB(Private Brand) 전략 앞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디토앤디토 산업리서치팀이 주요 유통 플랫폼의 패션 PB 제품(라운드티, 조거팬츠, 경량패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원가율은 58~72%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격의 절반 이상이 원가라는 뜻이다. 이는 패션 브랜드의 통상 원가율(20~33%)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플랫폼별로 보면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니처(Kirkland Signature)’는 약 70%대 원가율로 운영된다. 회원제 기반의 초저마진 구조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최근 코스트코에서 매입하는 국내 패션 브랜드도 매입가격이 통상 80% 안팎이다. 다이소 역시 초저가·초회전 모델로 평균 원가율이 70% 전후에 달한다. 이마트 DAIZ, GS25 등도 PB를 전면에 내세워 원가율 60% 안팎, 합리적 품질의 ‘베이직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D2C(직접판매) 모델을 통해 원가율 45% 수준에서 품질과 디자인을 병행하며 플랫폼 내 수익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소비자는 이제 ‘브랜드 가격’이 아니라 ‘플랫폼 가격’을 기준으로 시장을 인식한다. 유통사가 ‘가격의 기준’을 바꿔버린 것이다.
# 유통은 마진을 버리고, 패션은 생존을 버티는 구조
문제는 단순히 가격 경쟁이 아니다. 유통 플랫폼은 마진을 희생하더라도 트래픽과 재구매를 확보할 수 있다. PB는 손익보다 ‘고객 체류 시간’과 ‘구매 빈도’를 높이는 도구로 작동한다. 반면, 패션 기업은 여전히 기획–생산–유통의 분절 구조 속에서 원가를 낮추기도, 속도를 높이기도 어렵다. 즉, 유통은 데이터를, 패션은 재고를 쌓고 있다.
AI 예측 기반의 반응형 공급망을 구축한 유통 플랫폼이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때, 대다수 패션기업은 여전히 90~120일의 리드타임에 묶여 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는 PB보다 30~50% 비싼 가격을 유지해야만 손익을 맞출 수 있고, 소비자는 그 가격을 더 이상 납득하지 않는다.
이 ‘공급망 비대칭’이야말로 최근 한국 패션산업의 근본적 위기다.
# 공급망을 짧게, 협업을 깊게… 생존의 조건
유통 플랫폼별 패션 PB 원가율 비교 (2025년 특정 아이템 기준)
이제 패션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디자인보다 공급망을 먼저 재설계해야 한다. AI나 PLM(제품수명관리)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 반응성이다.
중국 디샹(Dishang) 그룹은 그 대표적 모델이다. 디자인 개발, 샘플 제작, 생산·리오더를 1~2주 내에 완료하는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브랜드들의 ‘리액티브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기획과 생산이 거의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다. 한국 패션기업이 이런 기업과 협력하지 못하면, ‘빠른 기획–느린 납품’이라는 고질적 병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내부 프로세스의 혁신도 절실하다. 발주·승인·결제까지 이어지는 ‘갑질형 관료 구조’가 지속되는 한, 시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패션은 미학의 산업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속도의 산업’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 가격의 시대를 넘어, 공급망의 시대로
결국 패션기업의 생존 전략은 명확하다. 유통사와 경쟁하기보다 ‘공급망 혁신을 통한 협력’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플랫폼과 PB가 낮춘 가격의 기준선 위에서, 브랜드는 감성·창의성·즉응성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3~5배수 마크업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브랜드의 경쟁력은 리드타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그리고 사람 중심의 협업 문화에서 결정된다.
“누가 더 빠르고 똑똑하게 만들고, 더 진정성 있게 연결하느냐”가 패션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