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불확실성’ 걷히고 ‘상시적 도전’의 시대로

정용재 에디터
2025-12-01

‘불확실성’ 걷히고 ‘상시적 도전’의 시대로… 

2026년 패션 산업의 생존법, BoF·맥킨지 ‘The State of Fashion 2026’ 보고서 발표

‘적응’과 ‘민첩성’이 핵심 어젠다… AI·웰빙·리세일 등 10대 테마 선정



글로벌 패션 업계가 마주한 2026년은 더 이상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신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일상이 된 ‘상시적 도전(Challenging)’의 뉴노멀 시대가 본격화됐다.


영국 패션 매체 비즈니스오브패션(BoF)과 맥킨지 앤 컴퍼니가 공동으로 발표한 ‘The State of Fashion 2026’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경영진들은 내년도 시장 환경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도 이에 대한 해법으로 ‘민첩한 적응’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설문에 참여한 경영진의 46%는 2026년 산업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는 전년 대비 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 10년간 업계를 지배했던 막연한 불안감은 이제 구체적인 ‘도전’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경영진들이 2026년을 묘사하기 위해 가장 많이 꼽은 키워드는 ‘도전적인(Challenging)’이었으며, 그 배경에는 무역 분쟁과 관세 장벽, 소비 심리 위축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비관적 전망 속에서 승패를 가를 핵심 아젠다로 ‘적응(Adaptation)’을 제시했다. 거시 경제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을 버리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유연한 브랜드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가치 없는 충성도는 없다… ‘미드 마켓’과 ‘주얼리’의 부상


2026년 패션 시장의 소비자는 그 어느 때보다 ‘가치(Value)’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확실한 가치 제안을 강조했다.


실제로 가격 인상에 집중했던 럭셔리 시장이 주춤한 사이, 디자인과 품질을 강화한 ‘미드 마켓(Mid-market)’ 브랜드들이 럭셔리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가치 창출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소비자들이 단순한 과시보다는 자신의 웰빙과 실질적인 효용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카테고리별 성장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투자가치가 확실한 ‘주얼리’ 시장은 2028년까지 강력한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리세일(중고)’ 시장이 주류 유통 채널로 편입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 AI, 선택 아닌 필수…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 개막



지센, ‘AI 아트 콘테스트’ 수상작

기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게임 체인저’로 지목됐다. 경영진들은 AI를 지속가능성이나 제품 차별화보다 더 중요한 ‘최대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AI가 단순한 업무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쇼핑 여정 전체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으며, 향후 가격 모니터링부터 구매까지 대행하는 ‘AI 쇼퍼’가 등장할 것으로 예고된다. 따라서 브랜드들은 AI가 자사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시맨틱 데이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시급하다.

BoF와 맥킨지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2026년 패션 산업을 규정할 10가지 핵심 테마를 선정했다.


[2026 패션 산업을 규정할 10대 테마]

1. 관세의 격랑 (Tariff Turbulence)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글로벌 무역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비용 상승 압박 속에서 브랜드는 소싱처를 다변화하고, 대형 공급사는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거시적 충격에 즉각 반응하는 ‘민첩성’이 생존의 열쇠다.


2. 인력의 재편 (Workforce Rewired) 
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직무는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업은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대신, 창의적이고 분석적인 고부가가치 직무에 인재를 배치하는 ‘업스킬링’ 전략이 시급하다.


3. AI 쇼퍼의 등장 (The AI Shopper) 
소비자를 대신해 쇼핑을 수행하는 ‘자율 AI 에이전트’의 등장이 예고된다. 브랜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AI 모델이 자사 제품을 인식하고 추천할 수 있도록 이커머스 데이터를 최적화해야 한다.


4. 주얼리의 약진 (Jewellery Sparkles)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얼리 카테고리는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자기표현 욕구와 투자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주얼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패션 브랜드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포멜라토 주얼리를 착용한 김나영 가을 데일리룩


5. 스마트 아이웨어 (Smart Frames) 
패션과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아이웨어’가 웨어러블 시장의 주력이 될 전망이다. 멀티모달 AI가 탑재된 스타일리시한 제품들이 2026년 대거 출시를 앞두고 있어, 300억 달러 규모의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6. 웰빙의 시대 (The Wellbeing Era) 
소비자들은 이제 패션 브랜드에서 정서적 연결과 웰빙을 찾는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낀 고객들은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지해 주는 브랜드에 지갑을 열고 있다.


7. 효율성 극대화 (Efficiency Unlocked) 
저성장 국면에서 과거의 ‘규모의 경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신기술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여기서 절감된 자원을 차별화된 성장 동력에 재투자해야 한다.


8. 리세일의 질주 (Resale Sprint) 
신상품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중고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리세일은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니며, 브랜드들은 수익 모델 다각화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자체적인 리세일 전략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9. 고급화 게임 (The Elevation Game) 
초저가 브랜드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다수의 브랜드가 ‘시장 상향 이동(Upmarket)’을 꾀하고 있다.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독보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고급화’ 전략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0. 럭셔리의 재조정 (Luxury Recalibrated) 
가격 인상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된 럭셔리 업계가 전략 수정에 나섰다. 창의성과 장인정신이라는 본질에 집중하여 돌아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용재 에디터

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