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감정 소환, 일본서 부는 ‘헤이세이 소녀 감성’
디지털 피로 속 감정 중심 소비…패션 선택 기준 변화
취향 발견하고 가꾸던 경험...Z세대 패션 코드로 부상

일본 Z세대 소비 트렌드가 감정과 취향을 중심으로 한 헤이세이 소녀 감성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은 엄지손톱 크기를 활용해 캐릭터의 얼굴을 가로로 네일 한 모습. [사진=SHIBUYA109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일본 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감정과 취향을 중심으로 한 ‘헤이세이 소녀 감성’으로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세대가 피로감을 느끼면서 과거의 아날로그적 기억과 개인적인 서사에서 위안을 찾는 분위기다.
시부야109 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SHIBUYA109 lab.이 최근 15~24세 일본 여성 4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6년을 향한 일본 Z세대 소비 흐름은 ▲디지털 피로 해소 ▲소수 취향(Niche) 선호 ▲감정 중심 소비로 요약된다.
가격 대비 효율이나 기능 중심의 선택보다 소비자가 제품을 탐색하고 선택하며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지가 점점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흐름은 패션에 국한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포착된다. 스마트폰 없이 떠나는 여행, 공예·수공예 체험, 폐쇄형 SNS 이용 등 디지털 환경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소비 행태가 늘고 있으며 이는 심리적 안정과 몰입감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소비의 목적 역시 경험의 질로 이동하고 있다.
# ‘그때 그 감정’...더 어려진 감성, 새 코드로

시부야109 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SHIBUYA109 lab.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일본 Z세대 소비 흐름이 디지털 피로 해소, 소수 취향 선호, 감정 중심 소비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SHIBUYA109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그중에서도 패션 분야에서는 헤이세이 소녀 감성이라는 키워드가 구체화되고 있다. 헤이세이 소녀 감성은 2000년대 초반 소녀만화적 상상력, 캐릭터 문구와 장난감형 액세서리, 카드 게임 문화 등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당시 형성된 개인적이고 서정적인 취향이 현재 일본 Z세대의 소비 환경 속에서 새로운 기준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Y2K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갸루’ 스타일로 대표되던 강한 이미지에서 보다 어려진 소녀적 감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과장된 섹시함이나 반항적 이미지 대신 취향을 처음 발견하고 가꾸던 시기의 감정 경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Z세대가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이 형성되던 유년기의 기억에서 안정감을 찾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나카무라군’, ‘베리에짱’ 같은 캐릭터, ‘러브앤베리’ 카드 게임, 세본스타 액세서리 등이 상징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당시 느꼈던 설렘과 감정의 결을 브랜드 고유의 그래픽, 로고 플레이, 세계관 설계에 녹여내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 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감정과 취향을 중심으로 한 ‘헤이세이 소녀 감성’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또한 성숙함과 절제를 강조해온 기존 패션의 미니멀리즘 흐름과 달리 소녀만화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과장된 A라인 실루엣과 볼륨감 있는 퍼프 슬리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레이스와 리본 장식은 주름 스커트나 모노톤 아이템과 결합해 과도하지 않은 균형을 이룬다. 소녀적 감성을 성인 소비자의 일상복에 맞게 조율하는 방식이다.
감정 중심 소비는 뷰티와 액세서리 영역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나타난다. 일본 Z세대 사이에서는 화장품의 기능성보다 제품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의 재미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장난감 패키지를 그대로 차용한 코스메틱, 컴퓨터 키캡을 모티프로 한 블러셔, 가방에 걸 수 있는 키링 형태의 화장품 등이 대표적이다.

운동화와 로퍼의 하이브리드 신발 '스노퍼'는 데일리템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SHIBUYA109 lab 홈페이지]
독특한 스타일 요소들도 주목받고 있다. 스니커즈의 착용감과 로퍼의 단정한 인상을 결합한 이른바 ‘스노퍼’는 교복이나 캐주얼 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데일리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엄지손톱 전체를 캔버스처럼 활용해 캐릭터나 패턴을 표현하는 ‘옆모습 네일’ 역시 포인트 아이템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일본 내 트렌드가 우리나라 패션·뷰티 시장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K-팝 아이돌의 무대 의상과 콘셉트 화보를 통해 소녀만화풍 스타일링과 키치한 디테일이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문화제, 할로윈,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캐릭터성이 강조된 코스튬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일본 시장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이처럼 슈즈, 네일, 액세서리 등 부분적인 스타일링을 통해 개성을 극대화하는 소비 방식은 한·일 양국 Z세대 모두에게 공통되는 부분이다. 일본의 트렌드가 국내에서는 일상복과 이벤트 웨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 日 Z세대 공략하는 K-패션, 취향 담긴 캐주얼 ‘인기’

마뗑킴은 지난해 4월 도쿄에 첫 단독 매장을 오픈했으며, 오픈 첫 주 매출만 4억 3000만 원에 달했다. 사진은 무신사와 마뗑킴이 오픈한 일본 1호 매장 ‘마뗑킴 시부야점’ 미야시타 파크 건물 전경. [사진=미야시타 파크]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의 일본 시장 진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실제로 하고하우스가 운영하는 ‘Matin Kim(마뗑킴)’은 지난 4월 도쿄에 첫 단독 매장을 열며 현지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도쿄 시부야 중심 상권에 자리한 매장은 오픈 첫 주 매출만 4억3000만 원에 달했다. 금속 로고 플레이와 해체주의적 디테일을 앞세운 티셔츠와 아우터, 액세서리 등이 일본 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그래픽 티셔츠와 니트웨어를 중심으로 성장한 ‘Mardi Mercredi(마르디 메크르디)’ 역시 도쿄 다이칸야마 매장을 거점으로 플라워 그래픽과 파스텔 톤 니트 제품을 선보이며 현지 시장에 안착했다. 과도한 연출을 지양하면서도 소녀적 감성을 절제해 풀어낸 디자인이 일본 Z세대의 데일리 웨어 수요와 맞물렸다는 평가다.
이 같은 브랜드 성과는 일본 Z세대를 중심으로 감정과 취향을 반영한 캐주얼·데일리 웨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소비 환경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일본 여성 의류 시장 규모는 약 59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캐주얼과 데일리 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온라인 소비 확대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같은 해 일본 패션 전자상거래(EC) 시장 규모는 약 320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SNS를 통해 브랜드를 인지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착용과 체험을 거쳐 구매로 이어지는 소비 경로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신아랑 에디터 thin567@dito.fashion
취향·감정 소환, 일본서 부는 ‘헤이세이 소녀 감성’
일본 Z세대 소비 트렌드가 감정과 취향을 중심으로 한 헤이세이 소녀 감성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은 엄지손톱 크기를 활용해 캐릭터의 얼굴을 가로로 네일 한 모습. [사진=SHIBUYA109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일본 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감정과 취향을 중심으로 한 ‘헤이세이 소녀 감성’으로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세대가 피로감을 느끼면서 과거의 아날로그적 기억과 개인적인 서사에서 위안을 찾는 분위기다.
시부야109 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SHIBUYA109 lab.이 최근 15~24세 일본 여성 4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6년을 향한 일본 Z세대 소비 흐름은 ▲디지털 피로 해소 ▲소수 취향(Niche) 선호 ▲감정 중심 소비로 요약된다.
가격 대비 효율이나 기능 중심의 선택보다 소비자가 제품을 탐색하고 선택하며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지가 점점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흐름은 패션에 국한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포착된다. 스마트폰 없이 떠나는 여행, 공예·수공예 체험, 폐쇄형 SNS 이용 등 디지털 환경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소비 행태가 늘고 있으며 이는 심리적 안정과 몰입감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소비의 목적 역시 경험의 질로 이동하고 있다.
# ‘그때 그 감정’...더 어려진 감성, 새 코드로
시부야109 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SHIBUYA109 lab.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일본 Z세대 소비 흐름이 디지털 피로 해소, 소수 취향 선호, 감정 중심 소비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SHIBUYA109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그중에서도 패션 분야에서는 헤이세이 소녀 감성이라는 키워드가 구체화되고 있다. 헤이세이 소녀 감성은 2000년대 초반 소녀만화적 상상력, 캐릭터 문구와 장난감형 액세서리, 카드 게임 문화 등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당시 형성된 개인적이고 서정적인 취향이 현재 일본 Z세대의 소비 환경 속에서 새로운 기준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Y2K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갸루’ 스타일로 대표되던 강한 이미지에서 보다 어려진 소녀적 감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과장된 섹시함이나 반항적 이미지 대신 취향을 처음 발견하고 가꾸던 시기의 감정 경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Z세대가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이 형성되던 유년기의 기억에서 안정감을 찾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나카무라군’, ‘베리에짱’ 같은 캐릭터, ‘러브앤베리’ 카드 게임, 세본스타 액세서리 등이 상징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당시 느꼈던 설렘과 감정의 결을 브랜드 고유의 그래픽, 로고 플레이, 세계관 설계에 녹여내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성숙함과 절제를 강조해온 기존 패션의 미니멀리즘 흐름과 달리 소녀만화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과장된 A라인 실루엣과 볼륨감 있는 퍼프 슬리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레이스와 리본 장식은 주름 스커트나 모노톤 아이템과 결합해 과도하지 않은 균형을 이룬다. 소녀적 감성을 성인 소비자의 일상복에 맞게 조율하는 방식이다.
감정 중심 소비는 뷰티와 액세서리 영역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나타난다. 일본 Z세대 사이에서는 화장품의 기능성보다 제품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의 재미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장난감 패키지를 그대로 차용한 코스메틱, 컴퓨터 키캡을 모티프로 한 블러셔, 가방에 걸 수 있는 키링 형태의 화장품 등이 대표적이다.
운동화와 로퍼의 하이브리드 신발 '스노퍼'는 데일리템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SHIBUYA109 lab 홈페이지]
독특한 스타일 요소들도 주목받고 있다. 스니커즈의 착용감과 로퍼의 단정한 인상을 결합한 이른바 ‘스노퍼’는 교복이나 캐주얼 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데일리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엄지손톱 전체를 캔버스처럼 활용해 캐릭터나 패턴을 표현하는 ‘옆모습 네일’ 역시 포인트 아이템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일본 내 트렌드가 우리나라 패션·뷰티 시장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K-팝 아이돌의 무대 의상과 콘셉트 화보를 통해 소녀만화풍 스타일링과 키치한 디테일이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문화제, 할로윈,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캐릭터성이 강조된 코스튬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일본 시장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이처럼 슈즈, 네일, 액세서리 등 부분적인 스타일링을 통해 개성을 극대화하는 소비 방식은 한·일 양국 Z세대 모두에게 공통되는 부분이다. 일본의 트렌드가 국내에서는 일상복과 이벤트 웨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 日 Z세대 공략하는 K-패션, 취향 담긴 캐주얼 ‘인기’
마뗑킴은 지난해 4월 도쿄에 첫 단독 매장을 오픈했으며, 오픈 첫 주 매출만 4억 3000만 원에 달했다. 사진은 무신사와 마뗑킴이 오픈한 일본 1호 매장 ‘마뗑킴 시부야점’ 미야시타 파크 건물 전경. [사진=미야시타 파크]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의 일본 시장 진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실제로 하고하우스가 운영하는 ‘Matin Kim(마뗑킴)’은 지난 4월 도쿄에 첫 단독 매장을 열며 현지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도쿄 시부야 중심 상권에 자리한 매장은 오픈 첫 주 매출만 4억3000만 원에 달했다. 금속 로고 플레이와 해체주의적 디테일을 앞세운 티셔츠와 아우터, 액세서리 등이 일본 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그래픽 티셔츠와 니트웨어를 중심으로 성장한 ‘Mardi Mercredi(마르디 메크르디)’ 역시 도쿄 다이칸야마 매장을 거점으로 플라워 그래픽과 파스텔 톤 니트 제품을 선보이며 현지 시장에 안착했다. 과도한 연출을 지양하면서도 소녀적 감성을 절제해 풀어낸 디자인이 일본 Z세대의 데일리 웨어 수요와 맞물렸다는 평가다.
이 같은 브랜드 성과는 일본 Z세대를 중심으로 감정과 취향을 반영한 캐주얼·데일리 웨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소비 환경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일본 여성 의류 시장 규모는 약 59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캐주얼과 데일리 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온라인 소비 확대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같은 해 일본 패션 전자상거래(EC) 시장 규모는 약 320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SNS를 통해 브랜드를 인지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착용과 체험을 거쳐 구매로 이어지는 소비 경로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신아랑 에디터 thin567@dito.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