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파리패션위크의 ‘K-HOMME’

신아랑 에디터
2026-01-28

파리패션위크의 ‘K-HOMME’

한국 브랜드, 솔리드옴므·준지·시스템 파리·송지오

각기 다른 전략으로 글로벌 남성복 담론에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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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글로벌 남성복 담론에 개입하는 명확한 설계와 태도를 제시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사진=송지오 홈페이지 캡쳐]


지난 1월 20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2026 파리패션위크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 파리 무대에서는 남성복의 전통적 틀을 해체하고 구조와 기능,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한 실험적 시도가 두드러졌다.

테일러링의 해체, 워크웨어의 재배치, 조형성과 기능이 충돌하는 방식은 남성복을 다층적인 삶의 조건을 수용하는 구조적 언어로 확장했다. 특히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은 글로벌 남성복 담론에 개입하는 명확한 설계와 태도를 제시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각기 다른 브랜드 전략 속에서도 ‘삶의 구조를 어떻게 옷으로 번역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공통된 출발점으로 작동했다.

#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응답한 구조적 제안, 솔리드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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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옴므는 동시대 남성의 다중적 삶을 직관적으로 풀어냈다. [사진=fhcm 홈페이지]


디자이너 우영미의 첫 번째 브랜드 ‘솔리드옴므(SOLID HOMME)’는 2026 FW 컬렉션 ‘Dual Shift’를 통해 동시대 남성의 다중적 삶을 직관적으로 풀어냈다. 하나의 옷장이 여러 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출발점으로, 오피스웨어와 워크웨어를 교차시키는 구조적 접근이 돋보였다.

체스터필드 코트와 수트가 클래식한 기반을 형성하는 가운데 점프수트·스웨트 팬츠·에이프런·용접 장갑 등 작업복 요소가 개입하며 정형성을 흔들었다. 정밀한 테일러링과 투박한 작업복의 공존은 ‘현대인을 위한 새로운 유니폼’이라는 메시지로 수렴됐다.

아몬드 밀크와 그레이, 딥 브라운의 절제된 컬러 팔레트 위에 징코 옐로우와 일렉트릭 블루를 더해 시각적 긴장감을 부여했으며, 파리 11구 메종 데 메탈로에서 진행된 쇼는 오피스와 공방이 교차하는 하이브리드 공간 연출로 컬렉션의 개념을 입체화했다. 정교한 테일러링과 거친 워크웨어의 결합으로 다중적 현대 남성상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 시간을 브랜드 자산으로 확장한 준지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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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지는 레이어드 실루엣과 과장된 볼륨을 통해 특유의 구조적 남성복 미학을 연출했다. [사진=준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는 ‘준지(JUUN.J)’는 브랜드 고유의 시간 감각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번 시즌 테마는 ‘NEWSTALGIA’로 새로움과 향수가 공존하는 준지 특유의 미학을 집약했다.

가죽·데님·울 등 범용적 소재 위에 시그니처 디테일을 더한 46개 룩은 시크한 테일러링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모터스포츠 브랜드 ‘알파인스타즈와’의 협업 바이커 룩으로 확장되며 컬렉션의 서사를 완성했다. 쇼 전반은 블랙과 다크 톤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보호 장비를 연상시키는 패널링과 하드웨어 디테일을 반복적으로 활용해 모터스포츠 무드를 강화했다. 레이어드 실루엣과 과장된 볼륨을 통해 준지 특유의 구조적 남성복 미학을 유지했다.

이는 글로벌 모토코어 트렌드와 맞물리며 준지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했다. 또한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 ‘브리즘’의 선글라스를 일부 룩에 매치해 K-패션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보여줬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욱준 부사장은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과 미래적 클래식을 담고자 했다”면서 브랜드의 장기적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 단정함을 해체한 계산된 불균형, 시스템 파리



dc3e272864a6c.jpg시스템 파리는 정제된 미학 안에 미묘한 저항과 거리감을 담아냈다. [사진=시스템파리] 


한섬이 전개하는 ‘시스템 파리(SYSTEM PARIS)’는 ‘Nowhere Neat’를 통해 정제된 미학 안에 미묘한 저항과 거리감을 담아냈다. ‘단정하지만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인물’을 중심에 두고 포멀과 캐주얼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는 구조가 특징이다.

클래식 테일러링 위에 트랙 수트를 레이어드하거나 뒤틀린 셔츠 칼라와 예측 불가능한 디테일을 삽입하며 ‘불균형 속의 절제’를 구현했다. 스웨이드, 코듀로이, 워시드 벨벳 등 파우더리한 질감과 뉴트럴 컬러를 기반으로 레드와 블루 포인트를 더해 컬렉션 전반에 긴장감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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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 지성은 하이넥 집업 점퍼와 아이드 스트레이트 데님 팬츠로 스타일링해 주목을 받았다. [사진=시스템파리]


이번 프레젠테이션에는 글로벌 K-팝 아티스트 NCT 지성이 특별 게스트로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구조적인 하이넥 집업 점퍼와 와이드 스트레이트 데님 팬츠 스타일링은 브랜드 헤리티지와 K-팝 영향력이 교차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됐다.


# 조형적 파괴로 확장된 송지오의 오리엔탈 퓨처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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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오는 외형상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공기를 머금은 듯 가볍게 설계된 볼륨이 특징이다. [사진=송지오 홈페이지 캡쳐]

반면 ‘송지오(SONGZIO)’는 남성복을 하나의 조형 언어로 확장하며 보다 급진적인 미학적 실험을 시도했다. ‘CRUSHED CAST CONSTRUCTED’를 통해 산업화의 폭력성과 조형적 미학이 충돌하던 20세기 대전환기의 에너지를 소환한 것.

추상표현주의 조각가 존 체임벌린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구겨지고 압착된 금속의 물성을 의복의 구조와 표면 위에 구현했다. 과장되거나 눌린 형태의 라펠과 포켓, 외부로 드러난 솔기, 거칠게 처리된 컷팅은 생산과 파괴가 동시에 작동하는 산업적 미감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송지오 특유의 동양적 미학은 분명하게 유지했다.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볼륨 설계와 신체를 직접 규정하지 않는 부유하는 실루엣, 비대칭적으로 흐르는 주름은 옷을 몸에 맞추는 대상이 아니라 공간을 형성하는 조형으로 풀어냈다. 외형상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공기를 머금은 듯 가볍게 설계된 볼륨 역시 이번 컬렉션의 중요한 특징이다.

쇼는 파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서 진행됐다. 벨 에포크 시대의 조형미가 집약된 공간에서 송지오는 전통과 미래를 잇는 브랜드 고유의 오리엔탈 퓨처리즘을 펼쳐내며 파리와 강렬한 미적 대화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파리패션위크에는 루이뷔통, 디올 옴므, 오프화이트, 아미, 릭 오웬스, 요지 야마모토,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 등 글로벌 남성복을 대표하는 하우스들이 대거 참석해 시즌의 무게감을 더했다. 이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브랜드들은 구조·시간·조형이라는 각기 다른 접근으로 남성복 담론에 개입하며 파리 무대에서 분명한 좌표를 형성했다.

신아랑 에디터 thin567@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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