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브랜드] 어포더블 럭셔리로 성공한 ‘세잔’의 D2C 전략

황연희 에디터
2026-02-05

어포더블 럭셔리로 성공한 ‘세잔’의 D2C 전략

강력한 팬덤 ‘세자네트’를 만든 소셜 미디어의 힘

온라인은 ‘시끌버쩍’, 오프라인은 ‘살롱’처럼


00cbad8bea7be.png


온라인 플랫폼에 첫 화면을 장식하고 싶은 수천여개의 인디 브랜드들, 가격이 아닌 고객의 팬덤과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며 브랜드의 지속가능력을 키우고 싶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높아지는 광고 비용과 할인율. 프랑스 최초의 온라인 브랜드로 시작해 럭셔리 브랜드와도 경쟁하고 있는 ‘세잔’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

# D2C 모델의 교과서, 세잔


204ecb682c2b7.jpg
세잔 겨울컬렉션 [사진=세잔]


전통 명품 브랜드들이 끝없는 가격 인상과 더딘 혁신으로 소비자와의 거리감을 키우는 사이, 프랑스 패션 브랜드 세잔(Sézane)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해답을 찾았다.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답게 온라인에서 촘촘한 소통을 이어가고, 오프라인에서는 과시 대신 ‘머무름’을 택했다. 그 결과 세잔은 ‘어포더블 럭셔리’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패셔니스타 공효진의 니트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컨템포러리 여성복 세잔은 2013년, 창업자 모르간 세 잘로리(Morgane Sézalory)가 설립한 프랑스 최초의 온라인 전용 패션 브랜드다. 유통 단계를 과감히 생략한 D2C(Direct to Consumer) 모델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
과 안정적인 품질을 동시에 구현했다. 


50868ec05644a.jpgfa46091383c09.jpg


이 전략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고객과 브랜드를 직접 연결하는 핵심 구조로 작동했다. 고객의 반응은 실시간으로 제품과 콘텐츠에 반영되고, 브랜드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민첩성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세잔은 ‘합리적인 가격의 프렌치 시크’라는 명확한 포지셔닝을 구축했다.

이 같은 성과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세잔은 최근 BoF Insights가 발표한 ‘브랜드 펄스(Brand Pulse)’ 조사에서 컨템포러리 및 접근성 높은 럭셔리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연결성’과 ‘사랑’ 지표에서도 최고점을 기록하며, 단순 인지도 이상의 감정적 유대감을 확보했음을 보여줬다.

# 소셜 미디어에서 완성된 브랜드 팬덤 ‘세자네트’


3cdca5a59d27f.jpg


세잔의 진짜 경쟁력은 소셜 미디어에서 드러난다. 인스타그램, 틱톡에는 브랜드가 직접 만든 광고보다 고객과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언박싱 영상, 스타일링 영상이 훨씬 더 많이 회자된다. 보헤미안적이면서도 로맨틱한 프렌치 감성을 담은 이 콘텐츠들은 ‘세잔을 입는 삶’ 자체를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세잔이 단순히 ‘옷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프렌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브랜드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팬덤이 바로 ‘세자네트(Sezanette)’다. 유명 아이돌그룹의 팬덤 이름처럼 ‘세잔’의 감성을 사랑하는 열렬한 팬들을 일컬어 세자네트라고 불린다. 세자네트들은 단순 소비자를 넘어 브랜드의 열렬한 홍보자가 된다. 좋아요나 이모티콘 댓글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착장 전후를 비교하는 스타일 전환 영상, 일상 속 활용법을 보여주는 고관여 콘텐츠로 브랜드 서사를 확장한다. 이는 세잔이 옷이 아닌 ‘프렌치 스타일과 가치관’을 판매하고 있 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 리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는 ‘높은 품질’과 ‘유행을 타지 않는 실용성’이다. 육아, 출퇴근, 여행, 일상의 심부름까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디자인은 ‘세잔’ 고객들의 신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 ‘아파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


e9f62418109cf.jpg세잔 파리 매장


흥미로운 점은 오프라인 전략이다. 온라인 브랜드로 시작한 만큼 오프라인 매장이 많지 않지만 세잔의 매장은 전형적인 플래그십 스토어가 아니다. 현재 파리, 영국, 스페인, 미국 등에 2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장 앞에 ‘L'Appartement’를 붙여 매장의 컨셉을 어필한다.

브랜드는 매장을 ‘아파트’처럼 연출해, 고객이 편안하게 머물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과도한 디스플레이 대신 일상의 온기를 담은 인테리어, 그리고 정기적인 신제품 드롭은 커뮤니티의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또한 ‘라 콩시어쥬리’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주문 상품 수령 및 교환/수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옴니채널 전략도 활용한다.

‘세잔’의 아이코닉 상품은 에밀과 가스파드 카디건을 비롯한 니트웨어, 클래식 트렌치코트 같은 아우터 등이지만 이 외에도 액세서리, 키즈, 홈, 멘까지 토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유럽 시장에서 필수가 된 지속가능성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 ‘세잔’ 레디투웨어 제품의 75% 이상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며, ‘DEMAIN’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의 일부를 교육과 기회 확대를 위해 기부한다. 이는 캠페인용 메시지가 아니라, 브랜드 운영 구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선택이다.


1a2c58d425260.jpg
세잔 홀리데이컬렉션


‘세잔’의 성공은 화려한 슬로건이나 과도한 확장 전략에서 나오지 않았다. 고객과 직접 연결된 D2C 구조, 팬덤을 키운 소셜 미디어 소통, 살롱 같은 오프라인 경험, 그리고 일관된 가치관, 이 모든 요소가 맞물리며 세잔은 ‘어포더블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지금 수많은 인디 패션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는 패션 마켓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세잔’이 얼마나 크고 화려하게 말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그리고 진심으로 고객과 대화하고 있는가다.

황연희 에디터 yuni@dito.fashion


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