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판 후이’가 연 아시아 하이패션의 확장

신아랑 에디터
2026-02-06

‘판 후이’가 연 아시아 하이패션의 확장

베트남 최초 파리 런웨이 연 하이패션 신예의 등장

제조국에서 창작국으로 이동하는 동남아 패션 전환점

 

2a6573f9c0a62.png
판 후이 [사진=@phanhuy.official]


베트남 패션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이번 시즌 파리패션위크 공식 무대에 베트남 출신 디자이너로는 처음이자 최연소로 런웨이에 오른 판 후이(Phan Huy)가 그 주인공이다.

유럽 하이패션 무대는 오랫동안 전통적인 패션 강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지만, 이번 데뷔는 동남아시아 패션이 창작 중심의 영역으로 본격 진입했음을 보여 준 상징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신진 디자이너에게 극히 제한적으로 열리는 공식 쇼 스케줄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도는 더욱 컸다.

 

# ‘전통’을 글로벌 미학으로 확장한 데뷔 컬렉션



bea1614fefdc0.jpg
[사진= @phanhuy.official]


판 후이의 데뷔 컬렉션은 하나의 문화적 선언에 가까웠다. 베트남 전통 직조 방식에서 착안한 촘촘한 패브릭 구조 위에 수작업 자수와 레이어드 패널을 더해 과거의 공예를 현대적인 테일러링 언어로 새롭게 구성했다.

허리를 따라 정교하게 잡힌 코르셋 라인 위로 부채처럼 펼쳐지는 스커트 볼륨, 비대칭으로 흘러내리는 실크 레이어, 조각처럼 각을 세운 숄더 실루엣은 동양적 유연함과 파리 하이패션 특유의 구조미를 동시에 드러냈다.

겹겹이 쌓인 오간자와 새틴 소재는 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며 색감이 미묘하게 변화했고, 런웨이는 설치미술 공간처럼 연출됐다. 형태와 빛, 움직임이 결합된 하나의 예술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특히 컬렉션 전반에는 자연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색채 흐름과 기억의 층위를 표현한 레이어 구조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강과 논, 열대 숲의 질감을 연상시키는 텍스처는 베트남의 풍경을 추상적으로 재구성했고,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실루엣은 디자이너 자신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일각에서는 전통 공예를 창작 자산으로 끌어올린 무대로 베트남 패션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사례로 평가한다. 베트남 패션 산업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 ‘제조국’서 ‘창작국’으로...판 후이가 연 베트남 패션 전환점



17515b5c66f3d.jpg
[사진= @phanhuy.official]

그동안 베트남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생산 허브이자 정교한 봉제 기술과 수공예 역량을 갖춘 제조 강국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창작 주도형 하이패션 디자이너가 세계 최고 무대에서 독자적인 브랜드 서사를 구축한 사례는 드물었다.

판 후이의 이번 데뷔는 생산 중심 국가에서 창작 중심 패션 국가로 이동하는 분기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쇼 이후 유럽 럭셔리 편집숍 바이어들과 글로벌 패션 미디어 관계자들의 미팅 요청이 이어졌고, 컬렉션 피스 단위의 오더 논의도 본격화되며 시장 반응 역시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일부 편집숍에서는 차세대 꾸띄르 라인 확장 가능성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매체들은 베트남의 전통 공예와 현대적 조형 감각이 결합된 새로운 미학 언어에 주목하며, 동남아시아가 글로벌 하이패션의 변방이 아닌 새로운 창작 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 준 사례로 평가했다.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성과는 동남아시아 패션 허브 경쟁 구도 자체를 재편하는 신호로도 읽힌다. 그동안 지역 내 창작 중심지는 방콕의 상업 디자이너 시장, 싱가포르의 럭셔리 리테일 플랫폼, 호찌민시의 생산 인프라 중심으로 기능이 분화돼 있었다.

그러나 판 후이의 등장은 베트남이 단순 제조 거점을 넘어 하이패션 창작 허브로 도약할 가능성을 현실화하며, 동남아 패션 생태계의 중심축 이동을 촉발하고 있다. 향후 각 국가는 디자이너 육성, 브랜드 IP 구축, 글로벌 쇼 진출을 둘러싼 창작 경쟁 국면으로 본격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아시아 디자이너들의 하이패션 반격



d53c094ac2af4.jpg5bae765aaab6d.jpg
[사진= @phanhuy.official]


이처럼 판 후이의 파리패션위크 데뷔는 문화적 정체성이 글로벌 하이패션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제 그는 일회성 화제성에 머무르기보다 컬렉션마다 문화적 서사와 조형 실험을 확장하며 독자적인 하이패션 세계를 구축해 나갈 차세대 디자이너로 주목받게 됐다. 업계 역시 다음 시즌에서 어떤 새로운 미학적 해석과 실루엣 진화를 선보일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파리 무대는 베트남 패션 산업 전반의 창작 지형을 넓히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동남아시아 디자이너들이 글로벌 하이패션 무대에 도전하는 흐름이 형성되며, 아시아 패션의 중심축 역시 점차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아시아 전반에서 전통과 지역성이 하이패션의 핵심 경쟁력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흐름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파리 오뜨꾸띄르 위크(Paris Haute Couture Week) 무대에 공식 데뷔한 한국 출신 디자이너 미스 소희(Miss Sohee)다. 그녀는 민화 속 호랑이와 화조도에서 착안한 강렬한 원색 대비와 반복적 문양 구성을 입체적인 볼륨 드레이핑으로 구현하고, 자개의 층층이 겹친 광택 효과를 수작업 비즈 자수와 패널 컷팅으로 재현했다.

여기에 한복 직물 특유의 촘촘한 직조감과 자연 염색에서 비롯된 색 번짐을 구조적인 꾸띄르 패턴에 반영하며, 한국 전통의 조형 원리를 현대 하이패션의 기술 언어로 구체적으로 변환해냈다. 특히 신예 디자이너의 오뜨꾸띄르 공식 입성은 아시아 전통 미학이 하이패션의 핵심 창작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결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신아랑 에디터 thin567@dito.fashion

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