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서울패션위크’의 실루엣 재구성

신아랑 에디터
2026-02-10

‘서울패션위크’의 실루엣 재구성

형태, 소재, 기술...디자인 구조로 교차한 2026 F/W

구조 이끈 뮌, 곽현주컬렉션, 데일리미러, 한나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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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개막한 2026 F/W 서울패션위크가 8일 카루소의 피날레로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은 도시 환경의 변화와 개인 정체성의 이동, 기술과 감각의 결합을 구조적 디자인 언어로 구현했다. 디자이너들은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고 테일러링과 실루엣에 초점을 맞췄다. 그 흐름은 시즌의 첫 무대에서 곧바로 형태로 드러났다.

# 구조 전환으로 시작된 시즌, 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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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패션위크의 오프닝을 장식한 한현민 디자이너의 ‘뮌(MÜNN)’은 구조 실험을 통해 이번 시즌의 설계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스타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의 해체와 재구성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도시적 긴장감과 동시대적 감각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뮌은 브랜드 철학인 ‘낯설게하기’를 밀리터리 웨어의 형태 전환으로 풀어냈다. 견고한 아우터 구조는 바디수트로 변형됐고 각진 셋인 슬리브는 둥근 어깨 라인으로 수정되며 기존 남성복 실루엣의 긴장 구조를 변화시켜 눈길을 끌었다.

 

지속가능성 역시 소재 선택에 그치지 않았다. 폐종이를 니팅한 스웨터는 불규칙한 표면을 디자인 요소로 사용했고 폐현수막 드레스는 산업적 텍스처를 실루엣 구조에 직접 반영했다. 고무줄 직조 뷔스티에는 신축성과 압박 구조를 동시에 활용했다.

 

환경 소재는 설계 방식의 일부로 기능했고 구조 실험과 결합되며 컬렉션 전체의 형태 언어를 구성했다. 뮌의 오프닝 쇼는 이번 시즌 서울패션위크가 형태 실험과 가치 구조를 함께 다루는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 레이어 구조로 형성된 실루엣 대비, 곽현주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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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주 컬렉션(KWAK HYUN JOO COLLECTION)’의 무대는 ‘MOVING’을 테마로 한복 치마의 켜켜이 겹친 선에서 착안한 레이어 구조와 실루엣의 흐름에 주목했다. 실크와 쉬폰, 오간자를 여러 겹 레이어링한 드레스는 워킹 속도에 따라 헴라인 길이와 볼륨이 달라 보이도록 설계됐으며 공기층이 형성되는 구조를 통해 실루엣 깊이가 강조됐다.

 

여기에 테일러드 재킷과 직선 패널 구조가 부분적으로 삽입되며 흐름을 통제했다. 상체는 각이 살아 있는 테일러링으로 형태를 고정하고 하체는 유연한 소재가 확장되도록 구성해 실루엣 대비를 분명히 만들었다. 일부 룩에서는 절개선과 봉제 구조를 외부로 노출해 제작 방식 자체가 디자인 요소로 작동했다.

 

컬러 구성 역시 형태 실험을 중심에 뒀다. 연한 핑크, 아이보리, 그레이, 샌드 톤 등 파스텔과 뉴트럴 계열이 주를 이루며 프린트와 장식을 최소화했다. 대신 소재의 투명도 차이와 겹침 구조가 시각적 중심이 되도록 조율됐다.

 

이번 컬렉션은 소재 물성과 구조 설계가 실루엣을 어떻게 조형하는지를 단계적으로 보여줬다. 흐르는 레이어와 고정된 테일러링이 동시에 작동하며 서울이 가진 부드러움과 긴장 구조를 의복 형태로 구체화한 컬렉션으로 해석된다.

# 데일리미러, 도시 시스템의 의복 구조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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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미러(DAILY MIRROR, 김주한 디자이너)’는 ON/OFF를 주제로 일과 휴식이 교차하는 현대인의 리듬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데일러미러’는 늘 바쁘게 살아가는 도신인들에게 온전한 휴식을 누리고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특유의 레이어드 디자인을 통해 ‘쉼’이라는 시간을 시각화하고, 그 안에서의 유연함과 긴장을 동시에 풀어냈다.

모델들의 워킹이 반복되면서 처음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서서히 드러났다. 레이어는 착용 시 무게 분산과 활동 범위를 고려한 구조 설계 방식으로 배열됐다. 코트 아래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코트, 재킷 안쪽에서 반복되는 어긋난 셔츠의 칼라 라인, 테일러 칼라의 변형까지 관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 빛을 프레임으로 구축한 쿠튀르 구조, 한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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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쿠튀르 디자이너 한나신(HANNAH SHIN)은 ‘THE SHIMMER : Bodies in Refraction’을 통해 빛의 반사와 굴절 현상을 의복 구조에 직접 적용했다. 컬렉션 전반은 고정된 실루엣보다 환경 변화에 따라 시각적으로 달라지는 형태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조명, 움직임, 관객 시점에 따라 의복의 윤곽이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며 복수의 실루엣 경험을 유도했다. 시머 효과 표면, 투과 소재, 반사 레이어는 빛을 흡수하고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배열돼 색감과 깊이를 지속시켰다. 의복이 빛의 방향과 강도를 설계하는 조형 장치로 작동하며, 착용자 주변 공간까지 시각적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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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에는 티타늄 3D 프린팅 구조물이 의복의 프레임 역할을 했고, 여기에 수작업 크리스털 스톤이 결합돼 반사 구조를 강화했다. 기술 요소는 실루엣 유지와 형태 구축의 핵심 구조로 사용되며, 테크놀로지가 쿠튀르 제작 논리로 통합되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 버려진 것들의 재발견, 홀리넘버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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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송현희 듀오 디자이너가 이끄는 ‘홀리넘버세븐(HOLYNUMBER7)’은 ‘TRANSFORMATION: Reborn from Fragments(변형: 파편으로부터의 재탄생)’을 주제로 버려진 것들의 재발견에 의미를 뒀다.

완성된 쇼피스와 버려진 소재를 해제·재조합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컬렉션 전반에 담아냈다. 단순한 업사이클링을 넘어 변형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확장되는 지소가능 패션의 서사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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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디자이너는 “홀리넘버세븐은 언제나 옷을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새로운 독창성을 기반으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패션을 매개체로 계속 이야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 두칸, 정제된 미학과 세계관이 돋보인 고요한 이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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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칸(doucan, 최충훈 디자이너)은 ‘Still Elysium’을 테마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소음으로 가득 찬 현대 사회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한 이상향(Elysium)을 패션으로 풀어냈다. 혼란과 속도의 세계에서 벗어나 정적이지만 강인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담아낸 컬렉션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2026 F/W 컬렉션에서는 절제된 구조미와 유연한 곡선미가 공존하는 테일러링이 돋보였으며, 곡선 구조의 패턴 커팅과 바디 라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과 서로 다른 질감의 패브릭을 층층이 쌓은 레이어링은 정적인 공간 속에서도 부드러운 에너지와 깊은 긴장감을 동시에 만들어내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두칸 특유의 오리지널 패턴은 컬렉션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회화적인 색감과 섬세한 프린트 텍스처는 구조적인 실루엣 위에 더해져, 조형미와 감성미가 공존하는 ‘정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해 냈다.

이처럼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도시 변화, 기술 환경, 가치 인식이 어떻게 디자인 구조로 전환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시즌이었다. 뮌은 가치와 형태를 동시에 재설계했고, 곽현주는 감정 흐름을 구조 안에서 조정했으며, 데일리미러는 디지털 도시 환경을 실루엣으로 전환했고, 한나신은 빛의 물성을 의복 구조에 적용했다.


신아랑 에디터 thin@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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